중국 여행 11일째
6월 5일(토) 날씨 : 여전히 무덥다.
이 번회부터는 존칭어법의 서술을 없애고 신문이나 소설식의 평이한 어법으로 글을 쓰기로 한다. 그렇다고 독자들에게 반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처음으로 써 보는 여행기라서 그런지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어 상세하게 표현하여 독자들이 글만으로 실제 여행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동시에 필자와 어느 정도 비슷한 감동을 받도록 쓴다는 것이 사실 힘이 든다. 앞의 글도 써놓고도 의사전달과정이 맘에 들지 않거나 부정확한 부분 등을 수정한 것도 더러 많다.
오늘 여행계획은 반가원(潘家園)과 수수가(秀水街)이다.
토, 일요일 오후 3시까지만 연다는 가짜 골동품으로 가득찬 반가원을 보고 다음으로 비단으로 유명한 수수가의 짝퉁시장을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반가원을 가려면 2호선 동직문역에서 건국문역으로 가서 다시 1호선으로 환승하여 한 정거장을 더 가면 영안리역이 나오는데 역에서 바로 수수가가 연결이 된다. 여기서 다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국무역이 나오고 여기서 지하철 10호선으로 환승하여 종점인 經松역까지 갔다(일인당 지하철 2위엔). 여기서부터는 택시로 반가원까지 이동하였다(택시 12위엔).
반가원에 들어서니 마당에는 좌판을 벌려놓고 각종 골동품을 진열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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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는 정상적인 가게가 있었고 여기에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물건을 파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중앙에는 한 평도 안되는 가게들로 촘촘히 들어서서 중국 각 지역의 민족들의 특산품이나 수공예품도 팔고 또 한 쪽에는 헌 책까지 팔고 있다.
물건보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일행이 3명인 우리끼리도 잠시 놓쳐 찾는데 좀 혼이 났다.이곳은 사설 박물관같은 느낌이다.
모두 가짜라는 생각이 드니 파는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파는지 궁금했다. 보기에는 금방 어떤 무덤에서 파온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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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과 중앙의 임시가게들을 보고나니 주위의 고정된 집에서 파는 가게의 물건이 궁금했다. 그래서 각 집에서 가장 비싸 보이는 물건가격을 물어보기로 했다. 한 집에 가니 돌, 이렇게 부르는 것은 나의 무식의 발로이다. 사실 옥같아 보인다.
하여튼 상당히 보기 좋아서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160년전의 것이라면서 가격은 2천만원 이상을 부른다. 또 한 집에 들어가니까 이 번에는 영어를 좀 할 수 있는 대학생인 듯한 아들이 안내를 한다. 이리 저리 설명을 듣고 그 중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파는 서너 집의 명함을 한 장씩 얻어왔다. 이들 물건들은 대체로 상해와 홍콩 사이에 있는 복건성에서 나오는 물건이란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복건성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리도 궁금하다. 모두 돌이 유명한 지역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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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바로 앞에서 핫팬츠를 입고 걸어가는 아가씨를 무심코 보는데 피부가 희면서도 연두색빛이 감도는 것이 신기했다. 혹시 햇빛이나 나뭇잎으로 인한 것인가 싶었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이 아가씨가 그늘에서 쉬는 것을 보아도 여전히 똑같은 빛깔이었다. 그 옆에 있는 아가씨는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후에도 몇몇을 더 발견하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이런 종족이 따로 있는 것인지...
반가원을 나와 입구에서 지친 다리를 쉬려고 인도에 있는 자리에 앉아 쉬면서 주위를 보니 먹고 살기위해 지친 몸으로 길거리의 매연을 덮어쓰고 앉아 갖고 온 도시락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땀을 흘리면서 먹는 모습을 보니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남의 나라사람이지만 안쓰럽다.
다시 택시를 타고 경송역으로 갔다. 택시가 밀리지 않아서 이 번에는 요금이 10위엔이 나왔다. 경송역에서 지하철로 앞에서 얘기했던 영안리의 수수가로 갔다.
영안리의 수수가는 영안리역에서 바로 연결되었다. 수수가에 각종 가게가 늘어서 있다고해서 시장이 평면적 형태로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한 덩어리의 건물로 되어있었다. 우리네 재래시장도 이런 식으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층마다 물건이 종류별로 구별되어 전시되어 있었다.
수수가의 지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수수가를 둘러보았다.
수수가의 옷들은 거의 대부분이 실크가 포함되어 있다면서 그 비율을 표시해 놓았지만 나는 그 비율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
들어가다가 모자파는 가게가 눈에 띄여 가격을 물어보니 악소리가 나온다.
200위엔(우리돈 약 3만8천원) 달라는데 우리나라에 5, 6천원짜리 모자이다. 이 시장에 들러면서 기준을 정했다. 비록 살 것도 없지만 혹시라도 사면 한국의 인터넷물가이상을 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양자는 모두 중국제이다. 문제는 내가 우리나라의 물가를 모두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이고 이것이 짐작으로 하는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다는 점이다.
여행서에는 잘 깎으면 5분의 1로 살 수 있다고 되어 있었으나 내 눈에는 그 가격으로 사면 바가지를 쓴 것으로 보였다.
150위엔달라는 운동모자를 20위엔에 사겠다고 했다. 그 전에 이미 100위엔으로 상인 스스로 깎은 터였다. 그리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가려니 결국 가져가란다. 계산을 하고 옆에 모자를 보니 그게 더 좋은 것같다. 그래서 이것을 가지겠다고 하니 절대로 안된다면서 바느질 등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100위엔은 꼭 내야 한단다. 밀고 당기다가 60위엔을 주고 일단 샀다.
그러나 이것은 일단 내가 판정패한 것이다.
윗층으로 올라갔더니 내가 산 모자보다 바느질은 더 나았고 천의 질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모자가 있길래 사촌에게 모자를 살 것이냐고 물으니 산다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 모자가격을 물으니 300원을 부른다. 비싸다고 했더니 250위엔이면 어떠냐고 한다. 그래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계산기에 200위엔을 친다. 좀 있으니 150위엔을 치고는 더 이상 깎을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다.
가려고 했더니 한 번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라고 한다. 60위엔을 주고 산 모자와 같은 것을 30위엔이라고 두들기니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안된다면서 한 번더 다른 가격을 마지막으로 두드려 보란다. 또 30위엔을 두드리니 정말 한 번만 더 두드려보랜다. 그래서 이 번엔 40위엔을 두드렸다. 인상을 찌푸리더니 마지못해 가져가랜다. 앞에서 산 모자는 적어도 20위엔을 더 비싸게 산 꼴이 되었다.
4층인가? 거기에는 각종 기념물건을 파는데 첫 번째가게에서 25위엔 불러 10위엔에 산 것을 다른 가게에서 똑같은 것을 골랐더니 아가씨가 200위엔을 부른다. 이미 가격을 아는터라 아가씨에게 아무 소리도 않고 10위엔에 내놔라는 식으로 10위엔을 주고는 물건을 집고 씨익 웃으면서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짝 튕겨 주었다. 까불고 있어~라는 표정을 지으니까 자기도 웃는다.
요령은 익혔지만 물건값 깎는 것이 보통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상인은 10%에 줄 물건을 무슨 배짱으로 10배를 부르는지 정말 상인들의 간덩이가 가늠이 안되었다. 한국에서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물건값을 깎아 본 적이 없어 정말 얼마나 황당한지 가슴이 다 울렁거린다. 두 번째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면 그 때부터 옆에서 응원을 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힘이 날 것 같다.
대체로 느낀 가격은 옷은 10%이상 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옷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시 수수가에서 물건을 산다면 10%이하로 부를 것이다. 파는 사람 마음대로 부르는데 사는 내가 내 마음대로 가격을 못 부를 이유가 없다. 상인은 남지 않으면 팔지 않을 것이고 남으면 팔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가슴이 울렁거릴 사람은 상인이고 내가 아닌 것이다. 상인이 팔 수 있는 마지막 데드라인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각 자의 능력에 달려있다. 우리네 상식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물건을 깎을 수 있는 곳은 수수가이고 그 외의 지역은 이런 식으로 터무니 없이 부르는 곳이 잘 없다. 수수가에는 관광객이 주로 손님이고 다른 곳은 현지인들과 관광객이 함께 오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물건이 왕부정에도 있어 붙여 놓은 가격은 수수가에서 부르는 가격보다 훨씬 싸다. 그러나 밀고 당겨보니 수수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왕부정의 임대료가 훨씬 비싸니 이해가 되었지만 여행객으로서는 백화점 물건이 아닌 한 왕부정보다 수수가에서 가격을 깎아 물건을 사는 것이 나을 것이다.
수수가의 젊은 아가씨 상인들은 짧은 각국의 언어로 물건을 판다. 중동인이 오면 중동말로 영어권에서 오면 영어로 한국인이 오면 한국어로 대하는 상인들이 많아서 물건파는 상황을 보는 것도 구경거리다. 한 가게에 들어갔더니 한국말로 정말 싸다면서 하는데 아가씨의 인상이 참 좋다. 한국말은 싸다 비싸다 얼마? 안돼요, 이런 정도의 언어만 구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더러는 한국말이 꽤 능숙하여 두 어번 깎아 주는데도 더 깎으려 들면 아저씨가 남자야? 하면서 은근히 사람을 갖고 놀려고 한다. 이 말에 열받아 물건을 사면 바로 바가지를 쓴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인터넷에 나오는 물건도 대부분이 중국제이다. 그런데 중국까지 와서 도로 비싼 가격으로 산다면 말이 되질 않는 것이다. 소비자입장에서 한국의 인터넷가격보다 싸게 살 확률은 쉽지 않다. 꼭 사고 싶으면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을 선물용으로 산다해도 될 수 있으면 중국현지인이 살 수 있는 가격으로 사던지 아니면 백화점 등에서 한 푼도 깎아주지 않는 곳에서 우리나라의 가격과 비교해서 싸거든 사시길 바란다. 명품의 경우는 한국이 중국보다 더 싸기 때문에 중국인들도 우리나라까지 사러 온다.
수수가 바깥쪽으로는 음료수나 식사를 할 수 있는 노천 카페들이 있는데 대부분 서양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한 집을 골라 들어가서 음료수를 시키고 쉬었다.
남자종업원이 서툰 한국어를 한다. 나이는 20세이고 총명해 보이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한 달 월급은 한국돈으로 30만원 수준이란다.
이 월급으로 북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말 고생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업이나 대학진학의 필요성을 얘기를 더해주니 아주 붙어 서 있다. 주인에게 눈치가 보이는데도 이 청년은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 이 친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예정에 없던 피자를 저녁식사 대신에 시켰다.
그리고 또 한참을 우리 자리에 붙어서 얘기하니까 결국 주인이 바깥 손님을 좀 받으라고 부른다. 이 친구는 여기 와서 커피 만드는 것도 배우고 한국어도 배웠다면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식으로 만족해 한다. 한국이라면 노동착취라고 벌써 데모가 일어났을 것이다.
이 친구와 얘기하다보니 벌써 9시가 넘었다. 이 친구에게 지하철의 방향을 물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 친구는 우리가 돌아갈 때 한국식으로 인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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