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황매산으로 5... (함양을 지나며)
산삼의 고장... 물레방아의 고을인 함양... 장수고을이다.
인생을 90으로 본다면 1/3을 공부하고, 1/3을 직장을 다니고 1/3을 노년을
보내는 심정으로 하루 역시 하루 24시간을 일하고 쉬고 잠을 자야한다.
평균수명이 50여 세였던 60년대에 비하면 2010년은 80세로 늘었으니 이는
모사재인(謀事在人)은 성사재천(成事在天)이 아닐까? 그래서 인간의 수명도
자신이 관리한다면 연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뜻하는 오복(五福)... 어떻게 받을까?
함양터널을 지나니 근처에 지곡면 개평리... 일두 정여창의 고택이 있다.
조선 5현의 하나인 그는 영남학파의 거두(巨頭)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세기 후에 지은 이 고택은 3,000여 평의 대지에 12동(棟)의 건물...
TV드라마 토지의 촬영장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곳의 쳐진 소나무... 천연기념물로 볼만하다. 巨頭하니 포니정(Pony鄭)
혁신상을 수상한 장하준박사가 생각난다. 1990년 27세의 나이에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였으며 동생 장하석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석좌교수이니 명문가문임에 틀림없다.
포니정(鄭) 혁신상... 자동차를 개척한 정세영회장이 세운 재단이다.
가끔 보면 자기자랑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볼펜
토막만도 못하다. 그래서 ‘적어야 산다.’는 적자생존(生存)’인지...
요즘 많이 쓰는 핸드폰, 컴퓨터, 카메라 등 일상용품... 사용법을 배우지만
자꾸 잊어버린다. 옛것은 자꾸 생각이 나는데... 그래서 송창식이 부른 노래
처럼 ‘네 박자’ 인생인가? 아니면 옛날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인가?
굵고 못된 인생보다는 짧고 멋있게 사는 인생길이 더 보람일 것이다.
함양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민속주가 전해지고
있지만 함양에 오면 국화주(962-7755)가 있다. 중국에서는 국화는 불로장수
와 상서로운 영초(靈草)로 동의보감에 의해 양조법이 전수되어 왔다.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등에 의해 소개된 국화주는 태종 이방원이 신하에게
즐겨 하사하였다고 전한다. 7월에는 산삼축제, 10월에는 물레방아 축제가
열리는 함양을 떠난 여행길... 산청으로 이어진다.
합천 황매산으로 6... (생초면을 지나며)
지리산 청정골 산청... 무병장수(無病長壽)의 꿈을 여는 산청...
‘하늘은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는 지리산 천왕봉이 있는 산청이다.
고려시대 목화를 가져 온 문익점, 영남학파의 거두 조식 선생, 의성(醫聖)
허준의 스승인 류의태 선생,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법력을 겨루었다고
전해지는 율곡사와 정취암... 현대 불교의 큰 스승이신 성철 스님이 태어난
산청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하나 뿐인 돌무덤... 즉 백성을 사랑한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돌무덤이라고 전해오는 릉(陵)이다.
왕이나 왕비의 무덤인 陵, 능상(陵上), 능침(陵寢), 선침(仙寢)이라 하고,
기타 빈(嬪), 왕자, 공주, 옹주 등 왕족과 귀족 등 일반인의 무덤을 묘(墓)라
한다. 주인공은 알지 못하지만 벽화 등 특징적인 것이 무덤 안에 있으면
총(塚), 무덤의 주인공도 모르고 특징도 없을 경우에는 분(墳)이라 칭한다.
서울 방학동에 있는 연산군 묘와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 광해군 묘는 왕을
지냈지만 군(君)으로 격하되었기 때문에 陵으로 인정을 받지 못해 묘(墓)다.
연산군은 조모인 인수대비를, 광해군은 인목대비를 죽인 죄로 폐위되었으니
이는 숭조(崇祖)사상에 어긋난 폭군(暴君)이 아닐까?
여행길은 생초IC를 지난다. 바로 근처에 유의태 약수터가 있는 곳이다.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가 한약 제조에 사용하였다고 전해오는 이 약수는
위장병과 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근처에 구형왕릉... 피라미드 형 7개의 계단으로 쌓여져 있다.
그래서 구형왕이 있는 산을 왕산(王山)이라 부르는지... 한편 김유신의 사대
(射臺)가 있는 왕산에서 필봉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은 부담이 없는 길이다.
필봉산(筆峰山)은 붓끝을 닮아 이름이 지어졌다 한다.
경호강을 따라 이어지는 진주행 고속도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차안에서 술잔이 돌아간다. 아직 12시도 안되었는데... 술꾼은 해장술에
망한다는데... 어느 카페에서 본 인생과 술에 상관된 이야기가 생각난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아직도 충분하도다.
술 속에 진리가 있고 술은 사람의 거울이다. 술잔 아래는 진리의 여신이
살아 있고 기만의 여신이 숨어 있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명언(名言)이다. 여행길은 산청IC로 나간다.
합천 황매산으로 7... (산청읍을 지나며)
산청IC를 나온 여행길... 산청한의학박물관 안내판이 있다.
전국 최초의 한의학 관련 전문 박물관이다. 한의학의 우수성과 전통요법,
또한 약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한방을 테마로
한 건강 체험 관광지로 개발하였다. 그 옆에 국새 전각전이 조성되고 있다.
지리산 천황봉에서 시작된 능선이 동북단 방향으로 끝나는 곳으로 강한
기운이 휘감아 돈단다. 이곳에서 4대 국새(國璽)를 제작하여 산청국민의
자부심이 강한 곳이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밀랍으로 본을 뜨는 전통
방식이 아닌 왁스 본에 본을 떴다하여 구설수에 올랐으니 안타깝다.
산청읍내를 통과하는데 가전제품 판매소가 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는 어느 회사의 광고... 경쟁회사에서는
이를 누를 광고 내용을 전 국민을 상대로 모집하였지만 당선작이 없었단다.
최근 산수유 광고에서 그 회사 사장이 직접 광고한 내용...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 전 국민이 공감대를 형성... 화제가 되고 있다.
한편 부부 직장인이 증가함에 따라 가사 분담이 남자들도 부담하였으니
이에 창안하였다는 세탁기... 이제 집집마다 청소기, 밥솥도 머슴이 아닌가?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는 광고... 인생의 직업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선배의 아들이 바레인으로 취업하러 간다고 인사를 왔다.
2년간 계약 하에 간다는 그는 40년간 변함없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지속적
으로 유지하여 달라고 부탁하니 마음이 무겁다. 인생의 의리...
평생을 교직에서 주산 수업을 하였던 나로서는 그 선배의 영향이 깊었다.
교직에 입문하기 전에 그 선배의 학원에서 강의를 하였으니 바로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지 않았을까? 나로서는 잊을 수 없는 선배다.
산청읍내를 지나 60번 도로를 따라 신등면으로... 원효대사가 창건한 율곡사...
대웅전과 괘불탱이 문화재다. 근처의 정취암...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대성산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그 풍경이 소금강에 비유될 정도로 아름답고
바위 끝에 서서 산 아래를 바라보면 온갖 번뇌를 잊고 속세를 벗어나게 한다.
고종시를 원료로 임금님께 진상한 곶감이 유명한 청정골 산청... 군청 옆의
춘산식당(973-2804)의 백반을 소개하며 여행길은 합천군 가회면으로 떠난다.
합천 황매산으로 8... (영암사지에서)
산청군 신등면에서 합천군 가회면으로 가는 곳곳에 다랑이 논이 즐비하다.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하여 층층이 만들어진 계단식 다랑이 논... 남해군
가천마을이 생각난다. 명승(名勝) 16호로 지정된 남해 다랑이 마을은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만든 인간의 삶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 형성된
곳이다. 100여 층의 논이 계단식으로 형성된 이곳은 배후의 높은 산과 넓게
트인 바다가 어우러져 예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어느 농부가 논의 개수를
세었는데 하나가 모자란단다. 알고 보니 맥고자 아래에 논이 하나 있었단다.
가회면 소재지에는 곳곳마다 관광객 환영 플랜카드가 즐비하다.
황매산으로 가는 길에 오도리 이팝나무가 활짝 만개하여 수관이 아름답다.
나무 높이 15m, 수관(樹冠)의 지름이 21m의 이 이팝나무는 아카시아 꽃이
필 때 같이 하얗게 피는데 마치 흰쌀밥을 담아 놓은 듯 보인다.
마을 주민들은 꽃 피는 상태에 따라서 흉년과 풍년을 점치며 현재 마을의
당산목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팝하니 쌀을 뜻하는 이밥이 생각난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의 주민... 일부에서는 식량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의 사과와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지원은 있을 수 없다.
이제 여행길은 황매산 영암사지에 도착한다. 앞에 보이는 모산재...
신령스러운 바위산이라 영암산(靈岩山)이라 불렀던 모산재는 삼라만상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개를 뜻하는 재로 부를까?
평소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이 바위의 틈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순결바위, 높은 쇠사다리 위의 넓은 암릉 끝에 돛대처럼 우뚝
솟은 돛대바위, 한국 제일의 명당자리로 알려진 무지개 터 등이 절경이다.
특히 북서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황매평전의 철쭉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다리가 불편한 관계로 올라가지 못하는 내 마음이 야속하다.
근처의 사적 제131호인 영암사지로 갔다. 금당지(金堂址), 3층 석탑, 귀부
(龜趺), 쌍사자석등, 석조(石槽), 기단, 계단 등의 석조물이 남아 있는 모습...
그 유래를 알 수가 없으니 세월이 무상(無想)하다고 할까?
법보(法寶) 사찰인 해인사가 있는 합천군... 푸른 숲 맑은 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고장이다. 전에 해인사에 갔을 때 산채정식으로 유명한 고바우
식당(931-7311)이 생각나면서 오늘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이팝나무
영암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