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상화의 노력이 필요할 때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시작된 부동산시장 빙하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 동안 많이 올랐으니 어느 정도 조정이 되는 것은 정상이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급히 먹은 떡이 체한다고 이런 식의 조정은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10월 첫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국 -0.2%, 서울-0.2%, 수도권-0.25%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된 세종시는 -0.39%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똘똘한 한 채의 대표였던 재건축아파트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신축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 등 정부의 규제완화가 기대에 못 미쳤고, 전세가율이 낮은 탓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 금리인상에 더 취약한 부분도 있으며, 실 거주가 아닌 투자수요가 많이 유입되다 보니 부동산시장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 수요자들이 주축인 청약시장도 한풀 꺾였다. 특히 작년 주택 조기공급을 위해 도입된 사전청약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추정분양가가 주변 시세대비 많이 낮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정부는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사전청약 받은 아파트는 언제 입주할 지 모르는 불확실성 악재 속에서 차라리 포기하고 관망하다가 더 떨어지면 그때 내 집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확실한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아파트는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조합 분양 취소 분 6가구를 일반분양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수 천명이 몰려 전용74타입은 1000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당첨만 되면 1억5,000만원 이상 확실한 시세차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몰린 탓인데 이걸 정상으로 볼 수는 없다. 아무리 금리가 높아도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도 확실한 투자수익이 보장만 된다면 투자수요는 몰려든다.
문제는 지금 확실한 투자수익이 보장되는 부동산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파트의 경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꺾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시장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전세대출금리부담이 커졌고, 집이 안 팔리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전세로 돌리면서 전세공급이 늘어나면서 전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역전세난이 발생한 일부단지의 집주인은 떨어진 전세가격을 대신해 명품백을 주면서 세입자를 찾으면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며칠 전 방문한 세종시 모 부동산사장님은 7월 이후 매매, 전세계약을 하지 못했고 월세계약으로 겨우 버틴다고 했다.
저금리, 유동성 파티에 취해 보지 못했던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급격한 금리인상 직격탄을 맞은 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금리인상의 불확실성이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고 한국은행의 빅 스텝(0.5%p)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12월이 되면 차라리 10월이 좋았다고 말할 것 같다.
부동산시장이 이런데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PIR 타령만 하면서 55% 떨어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가격조정이 되더라도 시간을 두고 서서히 거래가 수반되면서 진행이 되어야 한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경제위기 속에서 내수경제의 버팀목인 부동산이 무너질 경우 세수감소, 부실채권, 역 전세, 소비감소, 내수경기침체 도미노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앵무새처럼 문제없어 괜찮아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금리인상의 불확실이 제거될 때까지 적어도 거래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자세라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 김인만 칼럼니스트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