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류인록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전화가 왔다. 서울에 살고 있는 ‘기호’의 전화다. 정월 대보름 잘 쇠었냐며 안부를 물었다. 귀 밝기 술만 빼고 오곡밥에다 갖가지 나물 그리고 부럼도 깼다고 했다. 그 좋은 막걸리 한 잔 안 한지가 햇수로 3년 이라고 말하니 벌써 그렇게 됐냐며 묻는다. 이제 마스크착용이 해제됐으니 동창회 모임을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단체 카톡에 다음 토요일 지하철 8호선 남한산성 역 1번 출구에서 만나자고 공지하라는 것이다. 총무 ‘경임’이와 의논했다고 했다. 나는 동창회 회장직을 내려놓긴 했지만 친구들보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많이 다루다보니 동창들의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전해 듣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해 백신을 맞고부터 동창모임을 시작했지만, 참석률이 저조했다. 처음 모임을 가졌을 때 보다 많이 줄어 이제는 회원이 10명 남짓이다. 동창모임이 얼마나 더 이어질 줄 모르기에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참석할 생각이다. 나는 겨울 내내 이발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이발도 하고 나름 새롭게 준비를 했다. 설레 이는 마음을 딸이 알아 차렸는지 소풍가기 전날 초등학생 같다고 했다. 이제 이대로 코로나19와 이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랄뿐이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부천역까지 걸어가며 ‘심곡천’을 지나다보니 주말이라서 아침 산책 나온 사람들로 많이 붐볐다. 하지만 나는 주말 아침 산책보다 즐거운 동창모임에 가는 것이 신이 났다. 이른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전철은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신도림역까지 편안하게 갈수 있었다. 동창회장인 ‘기호’는 나보다 2살이 많지만, 뇌경색을 앓고 나서 다리가 약간 불편한 나를 위해 신도림으로 마중을 나왔다. 회장인 ‘기호’와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덧 ‘잠실역’이다. 다시 8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다보니 ‘남위례’라는 역이 새로 생겼다. 그동안 코로나 19가 생겨 이곳을 찾은 지 오래된 탓이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00% 다 참석하기는 어렵지만 이번에도 3명이나 개인사정으로 불참이란다.
우리들은 남한산성에 자리를 잡을까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해 입구를 산책하다가 돌아서서 식당에 자리를 잡고 푸짐한 먹거리와 술잔을 주고받으며 그동안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1960년 3월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63년이란 세월이 흘러 모교인 황강 초등학교도 금년에 69회 졸업식을 가졌단다. 그러나 학생 수가 줄어 같은 면에 있는 공덕초등학교로 합치고 본의 아니게 폐교가 된다하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6.25전쟁이 1950년도 6월25일 발발되어 1953년도 7월 27일에 휴전되었으니 전쟁 중이라 제때에 학교를 보내지 못하다가 1954년도에 입학했기에 누나와 같은 학년인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한 학년에서 많게는 5살 차이가 났다. 우리 동창생 중에는 76살부터 81살까지 있다. 우리 모임에도 올해 80살인 사람이 2명 79살이 3명 그리고 나머지 5명이 나와 같은 77살이다. 오늘은 공교롭게 ‘귀례’의 80살 생일이라서 가족들과 같이한단다. 전화를 해서 축하한다고 전했다. 10년 전 칠순 잔치 땐 나도 성남 ‘모란’에 가서 참석했었는데…… 나이 40대에 혼자되어 아들, 딸 잘 키워 효도 받으며 열심히 잘 살아온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일행들 중 두 명이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야 한단다. 총무인 ‘경임’이가 카운터로 계산하러 가는데 ‘연영’이가 카드를 내면서 오늘 계산은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멀리서 오느라고 수고했는데 고맙다고 우리들은 다 같이 말했다. 서울에 살다가 ‘세종시’에 혼자 살고 있다. 오늘은 서울 집으로 간단다.
나머지 5사람은 시간이 조금 남아 2차로 가기로 했다. 어는 겨울날 들렸던 집을 찾았다. 오랜만에 찾으니 쉽게 찾을 수 없어 어렵게 찾아갔더니 주인이 바뀌었다. 그 어느 날 눈이 펑펑 내리든 날 추억을 이야기 했더니 그래도 단골집을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술을 주문하고 안주를 시켜놓고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며 그 옛날 불렀던 교가 그리고 동요를 부르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초등학교 교가(校歌) 6학년 담임 ‘류인열’선생님 작사다.
1. 만경강 굽이로다 그 금수 내 보자 / 옥야지 평천리에 풍년가는 높고
바른길 환한 길로 달려 나가며 / 강철같이 뭉쳐야지 희망의 꽃들
눈서리 비바람에도 금자탑 이루리 / 아 장하고 장하다 우리 황강(黃岡)교
같이한 ‘정영’이는 지금까지 미혼이며 춤 선생이다. 키도 크고 ‘아랑드롱’같이 생겼다. 전철에서 경로석에 앉았는데 누군가가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드란다. 그래서 보니까 자기가 보아서는 그런 정도가 아니어서 주민등록증을 대조해보니 자기보다 아래 사람이더란다. 이번에는 ‘순옥’이가 계산했다. 그리고 4월 둘째 주 토요일 다음 모임은 부천 생태공원에서 갖기로 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부천 생태공원에 ‘누구나 숲길’ 데크길은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아주 잘해 놓았다. 우리부천을 알릴 겸 내가 소개했다.
부천역에 도착하니 8시였다. 걸어서 집에 오니 스마트폰 만보기가 17.000보를 넘었다. 보릿고개, 6.25전쟁을 겪었지만 지금은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 멀리 차비 안들이고 여행할 수 있는 이런 복지국가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고 감사하며 살아간다. 이제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를 지나면 본격적인 봄이 온다. 그동안 코로나 19로 못 다한 일들을 찾아 정리도 하고 뇌경색이란 진단을 받은 지도 3개월 후면 만 2년이 된다. 건강회복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절실히 깨달았기에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
2023년 2월 11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