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正見] (280) 존재와 의식 활동
"지금 이 순간 감(感)을 잡아 보세요"
진짜 중요한 것은 의식활동을 하는 것 보다도 항상 자기가 [지금여기 존재함]에 집중하는 것이다. /셔터스톡
잠잘 때처럼 의식 활동을 하지 않아도 우린 존재로서 항상 잘 있습니다. 그렇다면 깨어남을 위해 이 존재를 조금 더 깊숙이 알아보도록 합시다. 먼저 우리가 존재하려면 가장 중요한 [제1원인]이 되는 건 바로 [생명]입니다.
그래서 예수의 말씀처럼 [생명=진리=길=나(참나)]인 겁니다. 한편 의식활동은 다른 말로는 [마음]이라고도 합니다. 따라서 의식활동을 내려놓거나 쉴 때 우린 [마음을 쉰다]고도 합니다.
진리인 생명을 생각만으로 이해하고 묘사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보고 체험하려면 그래서 마음을 잠시 쉬거나 중단해야 합니다. 이걸 명상, 선정이라고도 하지요. 마음의 대표주자가 바로 생각이지만 생각으론 깨어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생각은 의식활동이고 존재(생명)은 그 의식활동이 일어나는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보다 선험적으로 늘 먼저 있는 존재의 진면목(생명)을 후천적으로 배운 관념단어로 상상하는 생각 가지곤 도저히 알 수 없는 겁니다.
생각 이전 생명의 본래적 기능 속에는 [봄]과 [앎]이 있습니다. 이두가지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한 덩어리 실재이며 모든 존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사람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도 다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앎]의 질료랄까 본질적 성분은 대체 뭘까요? 제가 생각으로 가장 가깝게 추측해낸 말로는 생체전기(生體電氣)비슷한 겁니다. 하지만 우린 전기(電氣)도 그 특성만 말할 수 있을 뿐 그 실체는 똑같이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린 이런 개념들을 통해 또 생각만 할뿐 그 본질을 알 순 없습니다. 그래서 선(禪)에서는 생명의 실상에 대해선 [오직 모를 뿐!]이란 말도 나왔지요. 하지만 생각으론 더 이상 알수 없어도 우린 직관 속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피부로 느끼는 감촉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이렇게 느낌을 감(感)이라 합니다. [감 잡는다]란 말이 있습니다만 이건 말할 수 없는 무엇의 본질이나 실상에 대해 직관적으로 체험하고 [온몸으로 체화(體化)해 하나됨으로 수용한다]는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자 실상인 생명에 대해 감 잡는 것을 바로 깨어남이라 합니다. 그래서 깨어남은 생각으로 이해하는 게 아닌 [온몸으로 직관을 통해 체화하여 문득 하나가 됨]을 뜻하는 겁니다. 마치 가족은 생각 없이도 접하면 바로 알듯이.
그래서 이게 되려면 가능한 의식활동(마음)은 쉬거나, 수동적이며 소극적으로 그때(깨어남의 순간)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깨남은 수동적이며 우발적이지 절대 계획적이거나 의도적으로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존재(생명)가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감지되게 하기위해 사람들은 늘 좌선을 하고 명상하거나 묵언(默言)도 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의식활동을 하더라도 그것보다는 항상 자기가 [지금여기 존재함]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지금 여기 존재함]이란 것은 생각이 아니라 사실(fact)입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내 생명이 [지금 여기 존재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보이고 들리며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보며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뭘까요? 지금 이 순간 아무 의식활동도 하지 않은 채 다만 온몸(온 존재)으로 직관을 통해 이것의 감(感)을 잡아보세요. 이것은 오늘 아침도 날씨가 쌀쌀하다는 느낌으로 지금 여기 이렇게 생생하게 잘 나타나 있습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