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텔레비젼을 '바보상자'로 치부하며 아예 관심 끊고 살았습니다.
신문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길 읽고
책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출퇴근 시간에 음악을 들으며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질좋은 삶이라 자부했었지요.
부모님이 바보상자에다 눈을 고정시킨채
두분이 대화도 없이 귀한 저녁시간을 보내는게 진짜 이해불가였었답니다.
이제 그전의 부모님 나이가 되고나니
그때의 부모님과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가는 나를 발견합니다.
오랜 세월 함께 한 부부는 특별히 눈 마주보며 하하호호 하지 않아도
서로 뭘 원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으니
굳이 마주보고 미주알고주알 수다 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바보상자로 치부하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텔레비젼에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듣고 볼수가 있어서 너무너무 좋습니다.
2010년 전후해서
한동안 슈퍼스타K, K팝스타, 보이스코리아, 프로듀101, 나는가수다,
히든싱어. 팬텀싱어, 슈퍼밴디,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등
그야말로 장르불문 음악프로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텔레비젼과 친해진 계기가 바로 Mnet 채널 개국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눈에 띈
'나 혼자산다'라는 프로에 출연한 김충재라는 젊은이의 인품에 매료되어
예능프로에도 눈길을 돌리게 되었지요.
연예인의 우스꽝스런 과한 몸짓으로 억지웃음을 동냥하거나
연예인 가족들의 생활을 엿보는 리얼리티 관찰예능 프로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꽤 재밌는 예능 프로도 가끔씩은 있더라구요.
요 몇주전부터는 자타공인 인격좋은 대한민국 탑 예능MC 유재석씨가 진행하는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와
'일로 만난 사이'라는 프로 시청을 시작했답니다.
둘중에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는 완전 제 취향이라서
다시보기 기능을 이용해서 두세번씩 시청하기도 합니다.
'놀면 뭐하니~'는
메인MC 유재석씨에게 전혀 생소한 분야인 드럼을 처보라고 하고는
그가 아무생각 없이 두들긴 8비트의 짧은 음원을 가지고
실력파 대세 뮤지션인 유희열씨와 이적씨를 게스로 불러서
그 비트에 마음대로 연주를 입혀보라는 미션을 줍니다.
몇마디 하지도 않고 16비트로 쪼개는 어이없는 음원에 폭소하면서도
근사하게 비트에 옷을 입히는 과정에 감탄하며
"맞아~이들은 진짜 천재 뮤지션이었지~"
실감하게 되는 멋진 프로더군요.
첫 방송때
유희열씨와 이적씨가 서로 음악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토론을 하자
유재석씨가
"아, 정말..그런 전문용어 쓰지말고 나도 알아듣게 말 하라고~ 둘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나 무시하는거야~?"
라고 멘트를 하는 순간 난 웃음이 터지고 말았지만
유재석씨가 그리 말한 이유를 알기에
"역시 유재석이구나~"
감탄을 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거잖아요.
투정을 빙자해 그들의 학벌을 슬쩍 치켜세우면서.
급 당황한 이적씨와 유희열씨가
"재석이 너도 서울대잖아~서울예대...."
라고 했고
" 나 졸업 못했어~"
라는 유재석씨의 말에 유희열은 다시한번 당황하고...
난 진짜 누가보면 미친사람이라고 느꼈을 정도로 배꼽을 잡으며 보았습니다.
졸업을 못했어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불허하는 1인자입니다.
예술분야는 학문 만큼이나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이 중요하다는걸 알려주는 산 증인이지요.
아무튼 유재석씨의 형편없는 드럼에
유희열씨와 이적씨가 각각 건반과 어쿠스틱기타를 덧입힌 음원은 두갈래로 나뉘어져
또 다른 뮤지션들에게로 전해지고 또 전해지고....
유희열씨쪽 음원은
유재석(드럼)-유희열(건반)-윤상(베이스)-이상순(어쿠스틱)-적재(일렉)-그레이(사운드 프로그래밍)-다이나믹뉴오.리듬파워(랩)
이적씨쪽 음원은
유재석(드럼)-이적(어쿠스틱)-선우정아(코러스)-정동환(건반)-이태윤(베이스)-폴킴.헤이즈(보컬)
다음 회차에는 또 어느 훌륭한 뮤지션의 손을 탈까요?
어린애 장난같은 진짜 보잘것 없는 드럼소리 하나가
아티스트들의 손길을 한번씩 거칠때마다 점점 그럴싸해져 가더니만
어느새 훌륭한 음악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이런 천재뮤지션들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가 정말 자랑스러웠답니다.
새로이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알게 된 기회라서 제겐 더 의미있는 프로입니다.
이태원이란 걸출한 아티스트가 재조명 되는 기회라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지요.
그는 부활, 송골매, 조용필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3대밴드의 멤버로서
연주인의 외길인생을 걸아온 자타공인 국내최고
대단한 베이시스더군요.
적재는 요즘 아주 핫한 세션이더군요.
일전에 '비긴어게인3' 이태리편에도 함께했던 적재 그 젊은이입니다.
일렉기타 하나로 별별 소리를 다 만들어내며
밋밋하거나 빈틈이 생길수 밖에 없는 음원에 무섭도록 아름다운 혼을 불어넣어 주더라구요.
정동환은 멜로망스의 건반주자인데 요즘 핫한 아티스트들의 세션 섭위 0순위라고...
허접한 드럼소리를 칭찬으로 치켜세우며 장르 불문 음원생산,판매 기술도 뛰어난
그야말로 실력도 인성도 입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멋진 젊은이였습니다.
다이나믹듀오(최자, 개코)는
싸이먼D 리듬파워 프라이머리 자이언티 크러쉬등 걸출한 힙합스타들을 키워낸 그야말로 힙합계의 조상격은 못되어도
할아버지쯤은 되는 래퍼 듀오라는거 다들 알고 계시지요?
이번주엔 또 어떤 뮤지션이 유재석비트의 노예로 등장할지
또 이 작업이 언제쯤 끝이 날지
어떤 장르의 곡으로 완성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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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릇님 안녕하세요
제번 큰 손주가 있으신가봐요
손주들과 소통하기엔 음악만큼 유용한게 없지요
세련된 조부모님이세요 플릇님께선~
감사합니다~^^
@플릇 와우~
손주가 워너블이군요
한때 가수에 몰두하고 열광하는 시기가 있지요
우리들도 다 그런 시기를 겪었잖아요
요즘아이들처럼 요란하진 않았지만.
HOT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서 SKY 간 학생들도 꽤 있었다니
긍정정적으로 이용하면 콘서트 티켓 비용 50만원보다
더 효과를 보실수도 있겠어요~
멋쟁이 조부모 플릇님 최고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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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익님~
고스톱 지는 화투판에서 이 말을 자주 쓰는군요
김태호 PD가 고스톱을 좋아하나 ...ㅎ
덕분에 새로운 상식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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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클로이님~
얼마전에 제게 글 짧게 쓰라고 하셨던 분이 클로이님 맞으시지요?
ㅎㅎ 또 클로이님을 힘들게 해드렸나봅니다.
많이 줄여서 쓴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읽기 버거우시면 애써 읽으려 하지 마십시오.
클로이님껜 별로 영양가 없는 내용일거에요~
일기방 불이 꺼진지 오래인지라
텔레비젼 본 소감을 흘려적은 허접한 글이옵니다^^
놀면 뭐 하니?
티비 볼 시간 없어서 무슨 이야긴지
살짝 긴가민가 ㅎㅎㅎ
그냥 놀바엔 즐거운 취미생활로 삶을 다채롭게, 풍부하게 만들어 가며 사는게 좋은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긴지 긴가민가...ㅎ
대댓글을 달아드려야 하는데
무어라고 달아드려야 할지...ㅎ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하늘은 맑고 즐거운 오후 시간 되세요~^^
유익한 프로그램 많이 있더라구요
안녕하세요 맑은산님~
저는 맑은 하늘이 좋고
맑은산님께선 맑은 산이 좋으시고~^^
말씀처럼 유익한 TV프로그램이 제법 많더군요.
IPTV 시대이다 보니 생활에 도움이 되는 채널도 많아서 좋습니다~^^
진솔한 일상의 공감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즐겁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안녕하세요 온마음으로님~
잘 지내시지요?
추석 직전에 태풍 링링이 다녀가더니만
또 태풍 타파가 올라온다고 떠들썩 합니다.
바람만 거세던 링링과는 달리
타파는 엄청난 비를 뿌릴거라고 하는군요.
계시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장대비 대비 잘 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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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슬기님~^^
음악프로 좋아해요
그냥 노래를 듣는것 보다는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짜릿하게 감정이입 되는걸 즐기는 편입니다.
그런걸 보면 PD들이 트랜드를 참 잘 읽는거 같아요.
노래방 기기 도입 이후
전국민의 가수화가 되다시피 했잖아요.
물론 그거 때문에 노래를 끝까지 다 외워서 부른다는건 옛말이 되어버리긴 했지만...ㅎ
아무튼 사람들의 욕구는 언제나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게 되니
아예 음악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거야말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격이니까요.ㅎ
요즘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들도 가창력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포로듀싱 능력이나 인성이 가늠되도록 연출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