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어른들의 말씀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정한 물건을 증오하거나 그것에게 정을 주고 계속 말을 걸면 물건에 생명이 깃들어 자신이 사람인 줄 안다는 이야기말입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여름 장마철이나 영하 2~30도를 넘나드는 혹한에도 늘 근무에 투입되는 허병장이라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군대에 다녀오신 남자분들이라면 이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것입니다. 한결같이 다 낡아빠진 전투복하나를 달랑걸치고 늘 같은 장소에 배치되는 허수아비를 우린 허병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주간에는 그것이 마네킹이라는게 들키기 때문에 늘 야간근무에 투입되었던 허병장을 우린 줄여서 허병이라고 불렀는데요 전 야간 근무를 철수할때마다 오늘도 무사히 근무마치느라 수고했으니 푹 쉬라며 늘 그렇게 말을 걸곤 했습니다. 짬밥이 얼추 반년쯤 되어갈 무렵 시기상으로는 여름이 다 저물어가던 때였습니다. 당시 근무였던 저는 평소대로 오밤중에 졸린눈을 비비며 일어나며 근무투입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실에 있던 호반장이 통신수단을 가지고 온갖쌍욕을 하면서 장난친놈 잡히면 뒤진다고 역정을 냈습니다. 저는 또 어느 말년이 장난을 치나보다하고 말았습니다. 쓰파이더는 일반 가정집 전화처럼 번호만 알면 외부에서 휴대폰으로도 장난전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모 휴가자가 후임에게 스파이더로 전화를 걸었다가 영창과 징역을 먹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교대할 때 교대하던 초소의 선임 분대장이 뜬금없이 조심하라 이르더군요 상병 사수였던 저는 이 인간이 장난을 쳤구나 하고 말았고 근무에 투입한 후 후임과 열심히 노가리를 깠습니다. 밤은 길고 긴데 이야깃거리는 두어시간만에 동이 나니 그 후로는 졸음과 싸우는 시간입니다. 후반야의 지루함을 알만한 분들은 아실겁니다. 그 때 상황실에서 각 초소로 스파이더를 돌렸는데 그 내용인즉슨 허병을 걸어둔 초소에서 자꾸 상황보고가 온다는 것입니다. 상황실에서는 말년이나 아니면 다른 병사가 그곳을 지나며 장난을 친 것이 분명하다면서 범인을 색출해내려했고 우리야 그럴 리 없으니 있는 그대로 보고를 했습니다.
"초소 상병 김민우입니다.저희이제 밀주한바퀴인데다가 밀주간 특이사항 없었습니다."
보고를 마쳤는데 스파이더가 또 오더라고요
"아 시발 누가자꾸 빈 초소에서 장난질이야 전반야 후반야 느그 전부 미쳤냐 "
고반장은 부소대장에게 연락을 넣었고 밀조를 돌면서 다시 확인해보라 지시했습니다. 우린 예정보다 빠른 밀조를 돌게 되었고 상병사수인 저는 문제의 빈 처소를 확인차 순찰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 곳에 배치된 스파이더의 수화기가 내려가있었고 선이 헤져있는겁니다. 전 이래서 혼선이 왔나보다 하고 수화기를 원위치시킨후 상황보고를 했습니다. 저와 후임은 초소를 지나면서 허병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이 허병 그런 장난 이제 그만하고 우린 나머지 근무좀 잘 서보자 알겠지?"
그 후로 저와 후임은 다시 근무를 섰고 철수한 뒤에는 아침부터 점심나절까지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다시 시작된 후반야 근무 첫 대기에 들어간 저는 밀조를 나서면서 허병이 있는 빈 초소를 지나쳤습니다.
"나간다 수고해라 허병"
그렇게 초소로 들어가서근무를 서는데 이번에는 구급회의로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형방에 수신대기중인 123초소 본국456 송신바란다"
여기서 123은 제가 들어간 초소 번호 456은 허병의 초소번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무선망은 현재 근무에 투입된 분대원들의 채널과 동일했기 때문에 모두 그 무전을 들었고 뒤를 이어 분대원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지금 수화자가 누구냐는 무전이 차례대로 들어왔습니다 저희 역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었는데 그 때 동일한 무전이 한 번 더 들어왔습니다.
"현망에 수신대기중인 123초소 본국456인데 송신바란다.
현망에 수신대기중인 123초소 본국 456인데 송신바란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치나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대기 초소의 소대장이 스파이더로 저에게 연락을 해서는 그 무전에 응답을 해보라 지시했습니다.
"123 송신"
"123 123 본국 456 456 현재 근무중 특이사항 없고 789철쭉 근처로 고라니 한 마리가 다니고 있다. "
"456 남은 근무 잘 서라"
그렇게 저는 허병초소에 이름없는 누군가와 태연하게 무전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때 심정이란 참 누군가 장난치는 거란걸 알면서도 소름이 짜릿하게 돋아나며 심장이 한없이 오그라 들더군요 그 후에 소대장이 통신병과 각 초소를 돌았고 제 초소에 와서는 저의 별명을 부르며 말했습니다. 어이 무식이 깜놀이 니 아까 허병초소에서 온 무전에 응답했지
"네 했습니다."
"기분이 어땠노"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소름돋습니다. 소대장님"
"니 진짜 이상한게 뭔 줄 아나"
"누가 장난친거 아닙니까?"
"아까 무전에서 789철쭉 근처에 고라니 돌아댕긴다했제 내가 오면서 확인해보니까 그 앞에 진짜 고라니 한 마리가 풀 듣어먹고 있더라 근데 더 이상한게 먼지 아나 내가 아까 눈 딱 감고 허병 초소 문을 확 열어재꼈는데 이거 주워왔다 함 봐바라"
소대장님이 저에게 보여준 것은 이름을 알 수 없는 구형 무전기였는데 영화 알포인트에서 봤던 기다랗고 네모난 휴대용 문전기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엇습니다.
"아무도 없는 초소에서 이런게 나왔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게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런 무전은 왜 하필 나에겔 온 건지 기분이 복잡 미묘해지더군요 어차피 상황은 당사자인 우리 분대만 알고있었고 위족에 보고해봐야 믿어줄거같지 않아 그일을 그냥 넘겨버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첫댓글 뒷편....뒷편...!!!!@
ㄱㅆ 업로드 오나료
@누가 문을 이렇게 황현희?! 고마워!!!!!헉헉 존잼존잼
그래서요...!!
ㄱㅆ 업로드 오나료
헉헉 대박스
불쌍해ㅠ외로운거아니여ㅜ
허수아비라니까 약간 귀여운거 같기도하고 ㅜㅜㅜ 다음편 잘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