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보고

[한영자]

산업화의 물결은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키면서 근면한 정신과 노동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며 가난에서의 탈출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게 만든다.
서서히 삶의 여유를 느끼며 그 동안 일속에 파묻혀 여유로움이 없었던 정신세계가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면서 여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허락이 되는 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사실 옛 선인들은 노동을 하면서도 노래를 불렀고 특정기간에는 제천의식을 통해 종합적으로 유희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선천적으로 놀이문화가 우리의 피 속에 잠재해 있다고 본다. 그 후예인 현대인들도 어떤 놀이나 문화를 공유하는데 의기투합만 이루어진다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월드컵 대회 때의 ‘대한민국‘을 외치는 그 함성도 일종이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갈 젊음이 들의 문화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영화 관람, 연극, 음악회, 공연, 관광, 해외나들이, 쇼핑등도 문화의 한 양상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산으로 다니며 제주도의 소중함을 하나씩 배워나가며 자연해설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우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혼자서 극장을 가야 했다. 공동 관람하려던 프로는 어느 사이 걷혀 졌고 생각지도 않았던 영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허 진호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순정 남 황 정민을 내세우고 임수정의 청순한 이미지를 이용해 정통멜로를 부담 없이 소화시킨다. 도입부분의 빠른 속도는 서사부분을 관객들에게 이야기 하고 져 한 두 마디 대화를 이용하며 영상으로 처리됨으로써 주인공 영수 (황정민)의 근황을 알려준다. 자유분방한 주인공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몸도 마음도 다 지쳐있다. 더군다나 클럽은 망하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버림받고 설상가상 병까지 얻었다. ‘쪽팔리니까’ (영화대사중) 주위사람들에게는 유학 떠난다고 거짓말을 해놓고 시골의 한적한 요양원인 희망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 된다
요양원에는 8년째 살면서 스탭으로 일하는 은희 (임수정) 가있다. 은희는 숨이 차면 죽을 수도 있는 폐질환환자다. 그러나 언제나 밝고 명랑하며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낯선 시골 요양원에 온 영수는 처음엔 요양원 분위기가 어색하기만 하지만 은희의 배려로 차쯤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다.
어느새 은희 와 영수는 사랑을 하게 되고 급기야 동거 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 은희는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는 자기 몸은 돌보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 한다. 일년이 지나자 영수의 건강은 되찾을 수 있게 된다.
조연들의 연기도 한 몫을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흡연을 40년동안 하다보니 폐암을 앓고 있는 이가 있다. 흡연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그 유혹을 떨쳐내지 못해 담배 한 가치를 빌려 피우고는 자살이라는 소극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반면 자신의 처한 상황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며 건강을 되찾고 요양원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행복해 하는 은희와는 달리 도시의 생활에 젖어 생활하던 영수는 단조롭고 재미없는 시골 생활에 차쯤 싫증을 느끼고 있을 때 헤어진 옛 애인과 친구가 시골을 방문해 영수의 지금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다시 서울로 올라올 것을 종용 한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던 영수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대도시의 생활은 말초 신경적이고 현란하다. 건조하고 정이 없다.
시골의 자연스러움과 맑은 공기, 정감있는 이웃, 평화스러움 이러한 것은 대도시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영수는 다시 병을 얻게 되고 병원에서 우연히 희망의 집 원장을 만나 은희의 죽움이 임박함을 알고 옛날에 했던 약속을 상기하며 임종을 지킨다 . 먼 길을 떠나는 은희의 표정이 평화롭다. 둘이 행복해 하며 다니던 산기슭에 유해를 뿌리고 돌아선 영수는 오열한다.
희망의 집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영수의 뒷모습은 세속을 떠난 야인 같다.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은희의 입장에서는 내가 숨쉬고 있는 날 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즐거워하고 함께 있음만으로도 축복인 냥, 죽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임종을 지켜주는 것 아마도 이러한 소박한 바람이 아니었을까?
영수의 입장에서는 일회적이고 욕망에 충실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 따위는 웃기는 일이라 치부해 버리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그리고 미련이 없는 메마른, 하지만 가만히 속을 들여 다 보면 영수가 걸어가는 길이 바로 행복을 찾기 위해 온 몸으로 세상과 부데 끼면서 긴 여정의 길을 헤매 이는 것 같이 보인다.
문명이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편리한 생활에 길들여졌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관계에서 조차도 과학의 논리로 접근하게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평가하고 그러면서 갈등과 욕구의 충돌은 갈수록 첨예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시멘트 벽의 냉냉한 기운은 인간의 감정을 논리적인 동물로 길들이고 마는 것이다.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사회적인 갈등이 조금은 해결 될 수 있겠으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능 중 가장 자연적 본성에 가까운 이성의 기능을 잘 발휘하여 습관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영수의 행복 찾기는 현대인들이 진정 갈구하는 자연에로의 회귀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사랑은 가슴 아픈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세월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나이 쯤 되서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바라보는 것도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여자주인공을 폐질환 환자로 설정한 것도 관객들로 하여금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로 풀어나갈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고 남자주인공이 간 질환은 다분히 도시적이며 자유분방하며 무절제를 깔아 놓은 내면의 갈등을 다루고자 함이 짙게 뵈어난다.
요양원 생활 8년 숨이 차면 죽을 수 있는 은희는 떠나 가 버린 사랑 때문에 가슴 앓이 하다 끝내 죽어갔다 그러나 임종 직전 그 사랑을 바라보며 행복 해 하는 모습 그 눈빛이 선 하게 다가옴은 유난히 쓸쓸 해 지는 올 가을, 어느 구석진 곳에 쪼그리고 앉아,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도 눈물 흘릴 수 있는 나의 사랑을 찾아 길 떠남의 모험을 유도함직 하다. 영화속 들꽃들이 만발한 화면 속으로 풍덩 빠져 들고 싶다.

[김미옥]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 네요. 언니 고생했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해방이]

어쩌면 죽는날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감상 잘 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눈물을 뿌렸습니다. 감동~~~~~~

[김혜승]

문득... 영화 평론의 끼를 감지했어용. ㅎㅎ~ 푹 곰삭은 연륜에서 나오는 감상이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무작정 풍덩 풍덩 빠지고 싶네요. 들꽃이든 뭣이든... ㅎㅎ~

[유수유]

원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