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
(제80회 낭송회) 결과보고
일시 : 2022.6.27.(월) 13:00
장소 : 박강남 시인 별장
글핀샘 문학회
Httpː//cafe.daum.net/KULPINSEAM
2022년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
사회 : 조규수
정기 총회
1. 성원보고 -------------------------------------------사회자
2. 개회선언 -------------------------------------------사회자
3. 국민의례 --------생략--------------------------------사회자
4. 인사말 ---------------------------------------- 회장 이명진
5. 2021년 회계결산 보고-----------------------------주간 현성희
6. 2021년도 감사보고 ------------------------------주간 현성희
7. 차기 테마시 선정 -------------------------------시인 현성희
(테마 : 나무)
회장 이·취임식
1. 개회선언 -------------------------------------------사회자
2. 이임사-----------------------------------------회장 이명진
3. 취임사 ----------------------------------------회장 조규수
6. 공로패 및 꽃다발 증정--------------------이임회장 – 취임회장
7. 취임 임원 선출 보고 ----------------------------회장 조규수
(부회장, 주간, 감사)
- 부회장 현성희, 주간 김천수, 감사 이명진
8. 시 낭송(테마시 및 자유시)-------------------------------전원
9. 글핀샘 문학회 기타 토의 --------------------------------전원
_이번 회기부터 감사는 직전 회장이 자동으로 감사 역할을 한다
(만장 일치로 통과)
-내년부터는 1년에 엔솔리지 한번씩 발행한다
(만장 일피로 통과)
10. 회의 주관 순서 : 이의영, 박강남, 김영숙, 이복자, 이명진, 현성희,
조규수, 고선이, 김묭언, 김천수, 권옥주,
글핀샘 문학회 제80회 낭송회
복숭아처럼 익어가던 내 사랑
고선이
다락방 같은 외갓집 원두막
어린시절 그 곳을 내집처럼 드나들었다
약간은 높은 듯해서
더 정감이 갔던 곳
얼마나 큰 복숭아가 날 기다리고 있는지
외갓집 식구들이 천사처럼 맞이해 주던 곳
그 사랑이 묻어 있는 듯 맛나게 느껴졌다.
복숭아처럼 익어가던 내 사랑
냇가 다리를 건널때면
송사리떼 돌틈 사이로 숨박꼭질하고
물장구치며 뛰노는 정겨운 모습에
반해 한참을 들여다본다.
지금도 중년이 된 내 가슴에
잔잔하게 살아있어 어느새
복숭아밭 원두막에 가 있다.
하늘은 낮아지고
고선이
유난히 추웠던
모진 겨울
그 끝에서 봄은 시작되고
앞산 중턱 하늘 꽃구름
어머니 품처럼
쉬어가는데
언제나 푸르른
기백으로
우뚝선 잣나무처럼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다른 미래가 시작되는
대통령 선거일이
운명처럼 다가오고
하늘은 낮아지고
청명을 맞이한다.
원두막
이복자
근본이 울컥 그리울 때가 있다
탯줄 잘린 후 방전되어 닳은 몸
참외밭 모서리, 과수원 길쯤에 원두막 있으면
지나다가도 들어가 충전하고 싶은
내 살던 마을, 늘 봤던 오동나무의 영혼이
아버지의 얼굴로 불쑥 찾아와
‘내 딸, 살기 힘들었구나’하고 어루만질 때
고단했던 삶의 눈물 미소로 훌쩍거려 보고 싶은
비 안 샐 만큼 하늘 가린
사방이 열린 집에 바람 한 번 퉁치면 세상사가 곰삭는
열려 있어도 날 훔칠, 태생이 훔쳐지지 않을
뉜 몸, 도장이 되도록 놓아 보고 싶은
한나절 순수를 단 참외처럼 꽁냥꽁냥 씹으면
잔뼈 굵어진 역사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편안하게 들어와
잠처럼 선명한 추억을 꾸게 하리라
배꼽의 자존감 닳지 않아 아무리 허름해도 좋은
새끼줄
이복자
헛간에 아버지가 겨우내 꼬아놓은
새끼줄 두루마리 몇 개 늘 걸려 있었다
줄은 타는 것이라서 잘 익은 나락도
뭉치면 휩쓸리고 혼자는 약해 후르르 넘어지는 것도 봤다
한 번 잡으면 매달릴 수밖에 없는 중심
운명 같은 것이라 낭패일 때도 있어
줄은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잘 타는 것이다
줄 잘 타서 출세하고 명예도 얻고
간혹 갈아타는 사람도 있더라만
줄도 여러 줄 잡으면 길이 복잡해
차라리 한 줄만도 못할 때가 있어
줄은 타는 것이 아니라 잘 잡는 것이다
바람에 꼬이면 허공이거나 상처 나거나 떨어지거나
그 전에 놓고 바닥에 주저앉을 줄도 알아야 일어서는 것이니
풀 줄도 알고 다시 잡을 줄도 알아야 한다
줄, 생명이 다하도록 타고 잡고 풀고
못 보고 못 찾아 헤매면 끊어질 수밖에 없는 것
삭지 않는 줄 없고 끊어지지 않는 줄 없고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줄, 잘 잡았냐?’
든든한 건 그 옛날부터 배워 아버지가 꼬았던 새끼줄
줄, 살다가 마지막 생명줄은 거기에 매달려 있더라.
원두막
이의영
가을걷이 끝난 들판 같은
내 마음에
노란 참외 익어가는 참외밭에
이엉으로 엮은 원두막 하나 있다.
부슬비 내리는 날
낙수 지는 빗방울 소리 들으며
사랑하는 연인과
노란 참외 깎으며
서로 마주치는 눈웃음으로
달콤한 참외 맛 같은 사랑 나누기 바라는
이제 막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초봄 같은 내 마음에
수박 향기 물씬 풍기는 수박밭에
지붕뿐인 원두막 하나 있다
뙈 약 볕 내리쬐는 날
연신 부채질하며
마음 맞는 친구와
수박을 쪼개 빨간 물 마시며
수박 넝쿨 같이 얽기는 정겨운 환담으로
하루를 보내기 바라는
봄이 왔습니다.
이의영
영!
봄 왔습니다.
복수초 향기 취한 겨울이 졸고 있는 동안
봄이 그림자같이 왔습니다
성난 겨울이 심술을 부리지만
봄이 달래여 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영
봄이 왔습니다
고드름 낙수 소리에 겨울이 귀 기울이는 동안
봄이 졸졸거리는 실개천 따라 왔습니다
놀란 겨울이 손사래를 치지만
봄이 다독여 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영
봄이 왔습니다
버들강아지 짖는 소리에 겨울이 주춤거리는 사이
봄이 재 넘어 오솔길 타고 왔습니다
겨울이 다시 성을 내려 하지만
봄이 구슬려 북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영
봄이 왔습니다
연초록 달래 냉이가 겨울 눈 가리고 있는 틈 타고
봄이 이슬비를 몰고 왔습니다
겨울이 젖은 옷 털며 일어나려 하지만
봄이 다독여 북으로 보냈습니다
봄비에 벚꽃이
박강남
도토리가루 풀어 쑥전을 부치고
머위순 키다리나물 돌나물을 버무린다
갓밝이에 겉절이와 밥 짓느라 부산을 떨어
누옥을 찾은 벗들에게
막걸리에 진달래 띄워 두견주를 내놓는다
함께 봄을 마신다
흙냄새와 어린잎 틔워낸 나무아래서
벗들은 목이 긴 수선화 목련
햇살과 수런거리며
달래와 왕고들빼기 씀바귀 망초대를 뜯는다
싱그런 연둣빛이 흐트러지기 전
원두막에 둘러앉아 사색을 나누는 사이
봄비에 벚꽃이 젖는다
원두막
김영숙
우리 아제는,
개구리참외 도둑을 지키려는 게 아닙지요.
일 하기 싫어서
솔가지와 볏단을 성글게 걸쳐놓은
지붕 아래
소나기와 바람이 스치우는 서늘함이
좋아서
별들이 내려앉는 영순냇가가(문경시 영순에 있는 냇가 이름)
좋아서
저 멀리 윗마을 단발머리 경순이가
좋아서
달빛에 반짝이는 경순이네 지붕에
둥근 박이 좋아서
아,
지금은 경순이의 촌티 나는 웃음을
노란 민들레가 대신 웃어주는 모퉁이엔
참외를 많이 먹고 그날 밤 이불에 오줌 싸던
참으로 그리운 나의 유년시절
내 늙은 나이가 된 고모네 참외밭엔
파란지붕의 자그마한 보건소가 들어앉아
허리 병을 앓는 경순이의 고혈압 약을 짓고 있다
사월의 햇살
김영숙
색을 피우고
그 위에 향기를 깔고
그 위에 인정으로 덮어
사월의 햇살은
곤한 잠을 잔다,
종달새도 울다가고
까치도 울다가고
산제비도 수선을 떨지만
잠이든 사월 햇살은
하루 종일 이불을 걷지 않는다,
청개구리들의 추억
조규수
꿈에 그리던 노란 참외
내가 아니면 누가 차지 하려나
'먼저보는 사람이 임자다' 라는 수박
초승달이 뜨는 여름밤이면
청개구리 같은 친구들이 모여
낮은 포복 전쟁놀이를 한다
가시덤불 헤치고
철조망을 건너며
졸고 있는 허수아비 초병을 피해서
작은것, 큰 것 따지지 말고
달콤한 향기가 욍크하는 놈으로
품에 안으며 땀 흘리는 시간
이놈들! 누구냐?
원두막안에서 떨어지는 불호령에
꽁지야 나 살려라
헉헉헉 가뿐숨 몰아쉬며
그래도 지울 수없는
추억을 품고가는 청개구리들
농부와 비
조규수
비가 내린다
시원하다
달콤하다
뿌듯하다
행복하다
한 달포쯤 내렸으면
.내 속도 뻥 뚫릴 것 같다
원두막
권옥주
햇살 쨍쨍 쏟아붓던 한낮의 여름
요란하게 내린 한바탕 소나기에
매미들의 울음소리 이어지고
그 길 따라 나서면
끝이 긴 과수원 길모퉁이 원두막
불어오는 솔 바람에
참외랑 수박이
맛있는 향기로 익어갈 때
팔베개 하고 누우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름이었다
호박꽃
권옥주
오늘도 무심히 지나가버린
구박덩이와 미움 거리들
하지만 슬퍼하지 않을 거여요
밤새껏 이슬 먹고 단장하며
벌들이 찾아올 아침이면
텃밭 한가득
활짝 핀 황금꽃 일테니까
원두막 터
김 천 수
분토골 긴 밭에
똥재를 뿌린다
소가 느긋하게 끄는 길에
보습이 흙을 뜨면
스삭 스삭 흙덩이는
볏에서 잘도 뒤집혔다
버걱 우직
보습에 돌이 걸려
우뚝 서서 먼 산을 보는 소
워 워 이랴 어디여
아버지의 소몰이에
넓은 땅에 촘촘히 그어진 금
참외 꽃이 피는 날
뚝딱 뚝딱 기둥이 서고
서까래 몇 개 엉성해도
이엉 두르고
아카시 나무 툭툭 찍어
사다리 걸어 멍석 얹으면
세상 아늑하고 시원한곳
달리는 저 차는 알까
지나가는 거기가
원두막 터 인 것을
앵초(櫻草)
김 천 수
잔기침으로 깨운 숲
아직은 춥다
한 해를 여는 봄
수많은 새싹에게는
희망의 멍 자국이 선명하다
산새들 물고 가는 섶
둥지를 짓는 번식의 시간
보송보송 솜털옷
앵초에 이는 물결
한줄기 긴 대궁을
숨어보는 가슴은 떨리고
꽃대에 밝혀진 분홍색
정신을 혼미하게 물들이는
다섯 장 사랑의 열쇠
차마 가까이 가지 못함은
설렘이 천식 같이 밀려와
너를 보는 나를 들키지 않으려
울렁증을 삼키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