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만들어 낸 ‘라디오는 사랑을 싣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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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박중훈 안성기가 빚은 ‘라디오스타’, 세상과 소통하는 법 일깨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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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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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로 '천만관객동원'에 성공, 대박감독의 반열에 오른 이준익 감독이 조금은 소박한 영화로 추석 극장팬 곁에 돌아온다. 영화 '라디오스타'(영화사 아침ㆍ이준익 감독)는 한물간 '비디오스타'가 지방 방송 라디오 DJ로 재기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88년도 가수왕'의 영광에 빛나는 한물간 퇴물 락커 '최곤(박중훈 분)'은 대마초 사건, 폭행사건 등 사고란 사고는 골라가며 치는 사고뭉치다. 오늘도 그는 매니저가 힘겹게 따준 '라이브 카페'에서의 일자리를 손님과 시비 끝에 유치장에 끌려가는 것으로 잃고 만다. 20년 넘게 그의 곁을 수족처럼 지켜온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는 합의금 마련을 위해 방송국 김 국장을 찾아가고, 김 국장은 최곤이 강원도 영월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DJ 자리를 수락한다면 합의금을 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제안을 받아들인 최곤은 "매니저 잘못 만나 내가 이 고생"이라며 돼지가 도축장 끌려가는 심정으로 박민수에 이끌려 영월로 향하는데...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영월에서 최곤이 라디오 DJ로 데뷔하면서 벌어지는 못말리는 방송사고로 시작된다. 방송 첫날 후배가수 김장훈에게 축하멘트나 해달라며 전화연결을 하지만, 장훈은 축하멘트는 커녕 빌려간 3천만원이나 갚으라며 윽박질러 끝내 방송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장훈이 얘기한 3천만원은 매니저 박민수가 구속된 곤을 빼내기 위해 '깽값'으로 빌린 돈이지만, 최곤은 되려 자기 이름 팔아서 후배한테 돈이나 빌리느냐며 박민수에게 화를 낸다. 영화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며, 혼자서는 담배 하나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지만 여전히 자신은 '스타'라고 굳게 믿는 '최곤'과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재기 가능성을 믿으며 담배를 챙겨주는 매니저 '박민수'가 펼치는 두 남자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20년 넘게 가수와 매니저로 지내오며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삶 자체를 지탱해주며, 살게하는 이유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본 무시, 선곡 무시는 기본이고 청취자가 듣던 말던 막말로 일관하는 그의 라디오 진행은 그만의 '스타일'로 굳어져 하나둘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라디오 스튜디오로 커피 배달을 나온 김 양에게 마이크를 넘겨 그녀의 사연을 이야기하게 하고, 집 나와 가출한 그녀의 사연은 라디오 전파를 타고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라디오스타'에서의 '라디오'는 DJ와 방송 스텝들이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노래만을 듣는 일방적 매체가 아니다. 10년 전 만해도 우리 모두에게 일상적이었던 기억, 사연을 적어 신청곡을 보내면 DJ의 친근한 음성으로 내 사연을 소개해주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가능했던 아련한 추억 속의 '라디오'를 기억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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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디오스타> 한 장면 ⓒ영화사 아침 제공 | 철없던 가수 최곤은 그러한 사람들과의 허물없는 '소통'을 통해 함께 웃고 때론 함께 울기도 하면서 스타로서의 화려한 삶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함과 DJ로서의 보람을 찾아가게 된다. '스타'로서의 그가 아닌 촌구석 지방방송 라디오 DJ로서 최곤은 사람들의 일상을 참견하고, 때론 연인을 맺어주기도 하며, 집 나간 아버지를 찾는 아들을 대신해 라디오 전파를 통해 집으로 돌아올 것을 간곡히(?) 부탁하기도 하는 등 차츰 영월 주민의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 간다. 그러한 '소통을 통한 관계맺음'을 통해 철저히 혼자였던 그는 삶의 소중함과 소박한 일상의 따뜻함에 눈을 뜨게 되고, 시종일관 그가 틀어대는 8∼90년대 유행하던 노래는 그들의 행복한 일상을 지켜보며 미소짓는 관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라디오스타'로 돌아온 감독 이준익은 감히 말하지만 '왕의 남자'의 그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초기 기획작이었던 '간첩 리철진'의 사람냄새 나는 유머와 풍자, 그리고 '아나키스트'에서 보여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이 영화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 좋은 웃음과 공감 어린 눈물을 흘리게 한 '라디오스타'는 이준익 감독의 무대인사처럼 "누구나 이 영화를 보고나면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람냄새 진한 영화로 관객들의 가슴속에 남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