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셋째날, 나만의 꿈해몽

무상사 자원봉사정진을 가기전에 하던 일을 웬만큼 진행을 시켜놓아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에 쫓기며 며칠을 보내고, 오늘은 그 절정에 다다른 날입니다. 이렇다하게 한 것도 없이 오늘도 하루가 훌쩍 가버리고 마음은 급하고... 기도라는 것이 자기자신을 극복하는 일이라는 걸 더욱 절실히 느꼈어요. 저는 결국 저 자신과 타협을 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전반부를 쓰는 날인데, 조금만 해야지...하고. 일단 책상정리를 하고, 씻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발원문을 낭독할 때, 지난 번처럼 목이 메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집중하려고 노력을 하자 소름이 돋는 현상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하는 부분에서요. 간절하게 두 손을 모으고, 또 마음을 모으니 어떤 기운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이겠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어제 후반부 사경을 하면서, 마지막 부분의 진언을 할 때에는 더욱 강하게 이런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피부로" 느낀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어요. 꿈 이야기를 해야겠는데요, 꿈이라는 게 어떨 때는 현실과 뒤집힌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연결돼 있는... (매트릭스에서 처럼...^^) 지난 주에 특이한 꿈을 꾸었어요. 좀 끔찍했는데요, 어머니가 목에 칼로 베인 상처를 입으시고는 벗은 채로 제 방 침대에 누워 계시는 거예요. 저는 놀라서 괜찮으시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괜찮다고 하시며 주무시더라구요. 그 꿈에 이어진 꿈은 유럽여행에서 만나 한동안 친하게 지냈던 한국사람들 중 한명이 과도칼을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저는 그 칼을 찾아주려고 이게 니꺼니, 아님 이거니? 하면서 그 친구가 잃어버린 칼을 찾아다녔습니다. 그 친구는 이 칼이 맞는 것 같은데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좀 뒤숭숭하기도 하지만, 깨고 나서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죠. 꿈에 피를 보는 것도 그렇고 칼이 나오는 것도 좋은 징조라기에 실은 2,000원을 내고 로또 복권을 한장 샀었더랬어요.^^ 물론 꽝이었죠. 그리고, 이것과 연관이 있는 한 가지...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이라크 사람들이 미국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소식을 듣고, 현기증이 나도록 끔찍한 기분이 들고 그들 모두가 너무나 측은했습니다. 궁금증풀이&토론방에 이재호님이 관련내용으로 토론제안글을 올려주셨을 때만 해도 제가 알고있는 한 무엇이 옳은 것일까를 열심히, 그리고 냉철하게 고민했었죠. 그런데, 이 소식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고 원한, 분노, 고통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습니다. 그 꿈과 이 사건이 어떤 연관이 있느냐하면... 이건 제 나름대로의 해몽입니다. 그 꿈은 피나 칼이 등장하기에 무조건 길몽이다... 이렇게 볼 일이 아니라, 어쩌면 하나의 법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라크인의 손에 죽임을 당한 미국인... 꿈 속의 제 어머니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그를 죽인 이라크인과 그 무리들... 꿈 속의 제 친구들의 모습과 비슷하죠. 국가와 국가, 종교와 종교 간의 원한과 보복으로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되어 버린 미국인과 이라크인들이 꿈 속에서는 제 어머니, 제 친구들이었던 겁니다. 악행을 저지른 이도 결국은 제 친구들이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이도 제 가족이라는... 평소에는 뉴스에서나 볼 뿐, 나와 직결되는 문제란 걸 느끼지 못하지만, 꿈 속에선 관계가 멀고 가까운 것을 떠나서, 내 가족의 고통, 내 친구의 곤란으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꿈에 미래에 일어날 일을 비슷하게 본다거나 한 경험이 몇 번 있어서 제 맘대로 이런 해석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 제게 중요한 건 그 꿈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했다는 점이 아니고, 그 것이 제게 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사경을 하면서 그 가르침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게 된 계기가 나타나 있는 제2장-마른 뼈의 가르침에서는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 마른 뼈무더기에 절을 하시는 모습이 나옵니다. 아난이 이유를 묻자, 여러 겁 전 어느 때에 나의 조상이나 부모였을지 모르기에 그렇게 하신다고 부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미국인은 어쩌면 어느 때에 제 어머니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를 죽이는 우를 범한 이라크인들은 어쩌면 어느 때에 제 친구였을 거구요. 오늘은 시간이 모자라 제2장까지밖에 사경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무상사에 가져가 새벽예불과 아침공양 사이나 짬짬이 틈을 이용해 계속 하려고 챙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