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조선일보 DB
지난2014년04월03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에서 만취한 여성 한 명이 자살 소동을 벌여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 그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내가 죽으면 다 끝난다”고 소리를 지르며
한강 쪽으로 걸어갔고, 그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여인은 순간 한강으로 뛰어들려는 몸짓을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안정을 찾았다.
경찰은 여인을 파출소로 옮긴 뒤 가족에게 인계했고,
여인은 이후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살 소동을 벌인 여인은 황모 씨로, 최근 ‘황제노역’ 논란에 휩싸인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여성이다. 그녀는 최근 검찰과 국세청의 압박에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끼고,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은 벌금 낼 돈 없지만, 황 씨의 재력은 엄청 나
지난 3월 31일 검찰은 황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황 씨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여러 사업체에 관련한 조사였다.
핵심은 황 씨의 재산이 허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이 아닌지와
사실혼 관계의 입장에서 남편의 벌금을 대납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해 보는 것이었다.
허 회장이 400억원대 벌금과 세금을 내지 않고 “낼 돈이 없다”고 버티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벌금은 노역으로 대체되면서 하루 노역에 5억원이라는 벌금을 탕감해주고 있었는데,
이것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법원과 검찰의 봐주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 전 회장은 법조계 인맥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그의 친동생 A 씨는 2000년대 초중반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현직 판사들의 골프모임 ‘법구회’ 스폰서로 알려졌고,
매제는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지냈으며,
사위는 현재 광주지법 판사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 허진명씨는 광주·전남지역에서 37년간 판사로 일했던 향판이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장과 목포지원장을 지냈다.
그렇다면 사실혼 관계인 황 씨는 대체 어느 정도의 돈이 있는 것일까?
일단 허재호와 황 씨와의 관계부터 알아봐야 한다.
허재호 전 회장은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 유명하다.
그의 법적 아내는 2013년 12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전부터 소위 살림을 차린, 사실혼 관계의 여자가 서너 명이 더 있었다. 허 전 회장은 그들 사이에 자녀 7~8명까지 두고 있었다.
이중 황 씨는 그의 법적 아내가 살아 있을 때도 허 회장과 공식적인 행사에 나서며 안주인 노릇을 해왔다.
검찰은 황 씨와 자녀들의 재산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허 전 회장의 자금이 흘러갔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일단 황 씨의 재산은 상당하다.
그녀는 대주그룹 자회사인 ‘HH레저’와 ‘HH개발’의 등기이사다.
회사 지분도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HH레저’는 전남 담양 다이너스티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HH개발’은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살던 아파트를 인수했던 업체다.
또 뉴질랜드에 본인과 법인 명의로 170억 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초호화 골프장으로 알려진 담양 다이너스티 골프장은 허 전 회장의 벌금을 집행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황 씨는 벌금 납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민법상 부부별산제에 따르면 남편의 벌금 집행을 이유로 아내의 재산을 강제로 압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허 전 회장 아내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다행히 황 씨는 골프장을 담보로 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여의치 않으면 처분해서라도 벌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골프장을 처분하는 데에 따르는 막대한 세금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만약 황 씨를 통한 벌금 납부가 여의치 않을 경우 허 전 회장의 아들인 스캇 허 씨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뉴질랜드 현지법인 KNZ건설 등의 재산이 대납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마어마한 재산, 국내뿐 아니라 뉴질랜드에도
그럼 허 전 회장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확인된 허 전 회장의 국내 재산은 5백억 원 정도다.
국세청은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대지 2만 평을 비롯해 광주, 화순 일대 수만 평을 압류했다.
광주시는 5천7백만 원이 든 차명통장을 발견했는데, 허 전 회장은 대주그룹의 전 직원 명의를 빌려 본인 소유의 빌딩 관리비를 이 통장에 차곡차곡 모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자녀 명의 아파트 두 채에 숨겨뒀던 미술품과 도자기 141점이 있다.
한편, 뉴질랜드에 은닉되어 있는 허 전 회장의 재산 규모는 1천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허 전 회장 본인 소유가 아니라 가족이나 아는 사람의 명의로 되어 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교민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심의 노른자는 모두 허재호 전 회장의 땅이다. 빈터는 모두 허재호 전 회장의 소유라고 보면 된다는 말이 떠돈다”고 전했다.
허 전 회장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뉴질랜드로 은닉했다고 알려졌지만,
해외 재산 압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허재호 전 대주건설 회장은 누구?
허재호 전 회장은 대주건설을 모기업으로 하여 한때 제지·조선·보험 등 계열사 30여 개를 거느렸던 대주그룹의 회장이었다. 한때 잘나가던 대주그룹은 2010년 대주건설이 부도나면서 사실상 해체된 상태다.
2007년 11월 광주지검은 허 전 회장이 5백8억여 원의 탈세를 지시하고 1백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로 불구속기소하며 출국금지 조치를 풀었다. 이듬해 9월 징역형과 벌금 2천5백50억 원을 구형하면서 이례적으로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광주지법은 석 달쯤 뒤 허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백8억 원을 선고했고, 1년여 뒤 광주고법 형사1부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2백54억 원으로 삭감해줬다.
허 전 회장은 항소심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2010년 1월 22일 뉴질랜드로 출국해 두 달 뒤 뉴질랜드 영주권을 취득했다.
뉴질랜드에서 호화 생활을 하던 허 회장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모습이 발각되면서 미납 벌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또한 허 전 회장의 영주권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뉴질랜드 정부에 영주권 취소를 통한 추방 조치까지 요청할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3월 22일 자진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