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대게 특구’라 불리는 영덕 강구항의 밤 풍경. 이곳에서 16일부터 사흘 동안 대게 축제가 열린다.
*** 제철 만난 영덕 대게 ***
경북 영덕과 울진엔 요즘 대게가 제철이다.
지난 11일 강구항 음식점 거리. 시계 바늘이 오후 2시를 향하는 시간임에도 음식점마다 현관 앞에 찜통을 내놓고 뽀얀 김을 내며 손님맞이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거리 전체가 찜통 김으로 휩싸여 설날 직전에 가래떡을 뽑는 떡 방앗간에 들어선 기분이다.
"엄마, 저것 보세요. 찜통 안에 엄청나게 큰 꽃게가 있네요."
"저건 꽃게가 아니라 대게란다."
게는 꽃게만 있는 줄 알았던 아이가 긴 다리를 쭉쭉 펴고 있는 대게를 처음 본 모양이다. 대게를 맛보러 경기도 일산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맛 나들이를 온 이은경씨 가족이다.
"아주머니, 저기 다리에 석회질 같은 하얀 반점이 있는 건 왜 그래요?"
이씨가 아이의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질까 걱정스러운지 서둘러 궁금한 점을 음식점 종업원에게 묻는다.
"그건 러시아에서 수입한 대게입니다. 우리 영덕에서 잡은 것은 반점이 없이 매끈하지요.
아이를 포함해 5명의 식구가 국산 대게 2마리랑 수입산 대게 3마리를 수족관에서 골라 주문하고 실내로 들어간다. 먼저 자리잡은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게 다리를 쪽쪽 빨고 파느라 정신이 없다. 손님이 금방 나간 식탁엔 게 껍질이 가득하다.
20여분 뒤 빨갛게 익은 대게 5마리가 먹기 좋게 손질돼 식탁에 오른다.
"우와, 집게 다리는 내거야." 아이가 먼저 '찜'을 한다.
이씨가 빙그레 웃으며 통통한 다리를 골라 할머니에게 내민다. 다리에 가득 찬 살이 한 덩어리로 쏙 빠져 할머니 입으로 들어간다.
"얘, 역시 게 맛은 대게가 최고다. 살이 입안에서 쫄깃하게 씹히면서 결따라 부서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 푸른 바다의 향이 은근하게 깔려 있고, 달달하고 깊은 맛이 기가 막히는구나." 대게 다리 살 한 입에 할머니는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맛을 표현해낸다.
대게는 몸집이 크다고 해서 대게가 아니다. 대게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게는 11월부터 5월까지만 잡는다. 6월부터 10월까지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잡지 않는다. 어획 기간 중에도 어린 것(등딱지 9㎝ 이하)은 그물에 걸려도 놓아 준다. 빵게라고 부르는 대게 암컷은 번식을 위해 손도 대지 않는다. 그래서 대게를 먹을 땐 암수를 따질 필요가 없다.
대게가 맛있는 때는 2월~4월이다. 속살이 꽉 차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붙여진 박달대게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11, 12월엔 물게.수게라고 하는 살이 차지 않는 대게가 많다.
지금 영덕의 강구항이나 울진의 후포항의 대게 집에 들어가도 러시아산이나 북한산을 만나기 일쑤다. 국내산 어획량이 워낙 적기 때문인데 생긴 모양은 거의 비슷하다. 우리나라 대게는 몸통과 다리가 깨끗한 편인데 수입산은 몸통과 다리에 흰색의 작은 반점이 많다. 수입산이라고 맛 차이가 심한 것은 아니다. 국내산보다 맛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같은 크기를 3분의1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영덕 대게다" "울진 대게다"하며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내산도 사실은 똑같은 대게다. 영덕과 울진의 권역이 겹치는 동해 앞바다에서 잡은 것이니 다를 게 없다.
대게는 각종 양념으로 요리를 해먹는 꽃게나 참게와 다르다. 요리를 하지 않고 증기에 쪄서 먹는다. 대게 원조마을이라고 하는 축산면 경정리에서 '대구회타운'을 운영하는 박수남씨는 "대게를 아무런 양념없이 쪄서 먹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어떤 양념도 달콤한 대게 자체의 맛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6일부터 3일 동안 강구항 일대에서 '영덕 대게 축제'가 열린다. 대게잡이 일일체험.대게 요리대회.대게 조각 경연대회 등 다양한 먹을거리.볼거리.즐길거리 행사가 펼쳐진다. 겸사겸사 대게를 맛볼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맛 나들이 기분을 망칠 우려가 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울진 후포항에서 열린 '울진 대게 축제'때도 이 지역에 왔다가 고생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구항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고생을 덜 수도 있다. 강구항에서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만나는 경정리.축산항.대진항은 물론 행사가 끝난 울진의 후포항과 죽변항으로 이동하면 곳곳에서 대게 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강구항보다 덜 알려진 덕에 저렴한 값에 편안하게 대게를 즐길 수 있다.
*** 좋은 대게 고르려면 *** 영덕이나 울진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다면 대게를 고르는 법은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일단 몸에 비해 다리가 긴 것을 택한다. 다리를 활발하게 움직이고, 다리 색깔이 불그스름한 빛을 내는 게 싱싱하다. 같은 크기라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살이 꽉 찬 것이다. 찐 게의 경우엔 배나 다리를 눌러 보았을 때 말랑말랑한 것은 '물게'일 가능성이 크므로 피하도록 한다.
영덕이나 울진 토박이들은 크고 비싼 박달대게를 고집하지 않는다. 외지사람들에게 비싸게 팔려는 의도도 있지만 작은 것이 알차기 때문. 양이 부족하면 한 마리 더 먹으면 된다는 생각도 있다. 이들이 주로 찾는 것은 몸통 길이가 9㎝ 정도의 작은 것. 큰 것과 달리 수입하지 않아 모두 국내산이다.가격은 강구항이 오히려 비싸 항구를 벗어나면 실한 것도 한 마리에 1만원이면 된다. 등딱지가 손바닥만한 박달대게는 한마리(1㎏ 이상)에 최소한 10만원은 각오해야 한다.
*** 서울서 대게 먹기 ***
서울이나 다른 지방에서 국내산 대게를 먹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차를 몰고 달려갈 만만한 거리도 아니다. 그래도 길은 있다. 택배를 이용하는 것.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하면 다음날 먹음직스러운 대게가 집에 도착한다. 대게는 살아 있는 것과 찐 것을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지만 대부분 조리 과정이 필요 없는 찐 것을 찾는다고 한다(강구수협 054-732-9178, 후포수협 054-787-1337).
서울시내에도 유명한 대게 전문점(표 참조)이 많다. 국내산 대게를 쓰는 집은 드물지만 수입산으로도 맛있게 쪄낸다. 대게를 찌는 동안 생선회 등 해산물을 푸짐하게 내는 곳도 있다. 서울의 대게 전문점을 찾더라도 4인가족이 제대로 즐기려면 적어도 15만원가량 든다.
* 서울시내 유명 대게전문점 (상호 / 위치 / 전화번호)
■ 유빙 / 문정동 / 403-6400 ■ 무화잠 / 논현동 / 3443-7852
■ 왕돌잠 / 내자동 / 738-3331 ■ 기담 / 도곡동 / 577-4404
■ 해루 / 서초동 / 581-4200 ■ 죽해도 / 서초동 / 522-8181
첫댓글 으와, 진짜 맛나겠어요~ 먹구싶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