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작법
* 수필에 대한 기본적 이해
. 수필의 종류
진술 방식에 따라 1)교훈적 수필 2) 희곡적 수필
3)서정적 수필 4)서사적 수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교훈적 수필
필자의 오랜 체험이나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하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수필을 말한다.
그 내용이라든가 문체가 다 같이 중후하며,
필자 자신의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신념과 삶의 태도 등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이광수 '우덕송(牛德頌)' 이어령의 '삶의 광택' 심훈의 '대한의 영웅'
이양하 '나무' 조지훈 '지조론'
2_)희곡적 수필
필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체험한 어떤 사건을 생각나는 대로 서술하되,
그 사건의 내용 자체에 극적인 요소들이 있어서, 대화나 작품의 내용 전개가
다분히 희곡적으로 이루어지는 수필로서 사건의 전개가 소설에서처럼
유기적, 통일적인 진행을 이룬다.
그리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문장에 있어 극적 현재의 시제가 흔히 쓰인다.
계용묵 '구두' 이숭녕 '오봉산 등산기'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피천득 '은전 한 닢'
3)서정적 수필
일상 생활이나 자연에서 느끼고 있는 감상을 솔직하게 주정적,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수필이다.
서정의 내용은 정서, 즉 희(喜) 노(怒) 애(哀) 낙(樂) 애(愛) 오(惡) 욕(欲) 이라고도 설명된다.
교훈적 수필에 공리성이 강하다면, 서정적 수필에는 예술성이 강하다.
그것은 작자의 의도가 자기의 정서적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해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으므로 표현에서 주로 기교에 유의하게 된다.
이효석 '청포도(靑葡萄)의 사상(思想)', '화초(花草)' 이양하 '신록예찬(新綠禮讚)'
김진섭 '백설부(白雪賦)' 이병기 '백련(白蓮)' 피천득 '꿈' 김동리 '수목송'
4)서사적 수필
지은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쓰는 수필이다.
이야기를 소설처럼 행동과 사건으로 표현한 것으로,
주관성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이러한 수필은 기행 수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계용묵의 '제주도 기행' 최남선 '백두산 근참기(白頭山覲參記)',
'심춘순례(尋春巡禮)'이광수 '금강산유기(金剛山遊記)' 이병기 '낙화암을 찾는 길에'
김동인 '대동강' 이희승 '딸깍발이' 윤오영 '방망이 깎던 노인'
@태도상 종류으로 볼 때
1)경수필과
2)중수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경수필(비격식 수필, 인포멀 에세이, informal essay, 미셀러니, miscellany).
내용과 분위기가 친근하며, 주로 개인적 신변의 일들이 소재가 됨.
- 수기(手記), 수상록(隨想錄), 잡문(雜文) 등 예술적 가치 추구 개인적 감성과
개성 중심 신변적 이야기 감성적, 주관적 성격을 지니되,
일정한 '주제보다 사색이 주가 되는 서정적 수필.
2)중수필(격식 수필, 포멀 에세이, formal essay)
지성적, 객관적 성격을 지니되, 직감적, 통찰력이 주가 되는
비평적인 글 논리적, 지적인 문장/
. 수필의 특성
수필은 인생과 사물에 대한 개인의 느낌과 사색을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쓴 산문이다.
형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대단히 다양하고 폭 넓은 경험을 직접 드러내기 쉬운 글이다.
개인의 작은 감상이나 깊은 사색은 물론,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까지도
내용으로 삼을 수 있다.
형식의 자유로움이 수필의 특징이지만, 문학이 되기 위해서 구체적인 형상화는 있어야 한다.
수필은 글쓴이의 개성이 짙게 드러나는 문학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직접 고백하거나,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이것은 소설이 가공의 인물을 설정하여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과 다른 특징이다.
수필은 심미적이며 철학적인 글이다.
글의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작자는 사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깊은 자성(自省)을 하게 되고, 자신이 내리는 결론에 대해 반추하면서
깊이 있는 명상을 하게 된다.
이는 수필이 철학성을 가지는 요인이 된다.
그러한 과정을 독자에게 보여 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 글 속에 몰입하도록 한다.
수필이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사물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주는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수필은 그 소재가 대단히 광범위하다.
수필은 그 작자가 인생이나 사회, 역사, 자연 등이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해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무엇이나 다 그때 그때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자유자재로 서술하는 것이다.
수필은 글쓴이의 유머, 위트, 비판 의식이 나타난다.
유머, 위트, 비판 정신, 이런 것들은 다른 문학 양식에서도 나타나지만,
어떤 사건의 구성이 없는 수필에서는 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머나 위트는 수필의 평면성, 건조성을 구제해 주는 요소이며,
비평 정신은 수필의 아름다운 정서에 지적 작용을 더해 주는 요소이다.
수필은 간결한 것이 특색이며 산문으로 씌어진다.
수필은 비교적 길이가 짧은 산문이다.
근래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수필 작품의 길이는 2백 자 원고지로 5매 정도에서 10여매 정도인 것이 많다.
수필은 생활인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비전문적인 문학이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수필의 요건
수필은 자연 발생적이고 지속적인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
사색과 명상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사색의 체계이다.
가치 감각과 느낌, 공감력을 가져야 한다.
개성의 발로이되, 겸허하고 품위 있는 개성의 반영이다.
수필은 문학성을 지녀야 한다.
. 수필의 내용
일상 생활, 자연 및 사회 현상에 관한 관찰과 생각, 느낌 등이 수필의 내용이다.
수필의 내용에는 감동과 해학이 따른다.
*참고
1. 수필의 정의
수필은 인생이나 자연에 대하여 느낀 바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부담 없이 산문으로 쓰는 글이다.
2. 수필의 어원
(1) 중국에서의 어원 : 남송시대의 홍 매(洪邁; 1123∼1202년)가
'수필(隨筆)'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썼다고 한다.
그의 저술'용재수필(容齋隨筆)'의 서문에서,
저술 제목에 '수필'이란 말을 붙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습성이 게을러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썼기 때문에 수필이라고 한다."
(2) 서양에서의 어원
①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수필이라는 용어는
영어 '에세이(essay)'를 번역해서 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essay'는 'assay'에서 비롯된 말인데, 'assay'는 '시금(試金)하다',
'시험하다'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또 이 'assay'는 프랑스 어'essai'에서 왔으며, 'essai'는 '계량하다',
'음미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exigere'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② 이러한 뜻의 '에세이'라는 용어를 실제 작품에 처음 쓴 사람은 몽테뉴다.
몽테뉴는 1580년 'Les Essais(수상록)'라는 수필집을 출판하였다.
현재 사용하는 에세이라는 용어는 몽테뉴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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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隨筆 essay
요약
산문문학의 하나. 수필이란 형식의 제약도 없고, 내용에 있어서도 자연·인간·역사·사회에 관한 견문·비평·사색 또는 연구·고증 등 다방면에 걸쳐 붓이 가는 대로 적어나간 산문문학이며 필자의 개성·자질·재능의 단적인 표현도 된다.
1) 자유로운 형식 : 시, 소설, 희곡 등은 그것이 갖추어야 할 고유의 형식이 있으나, 수필은 어떤 형식으
로도 주제를 형상화할 수 있는 개방적 형식의 문학이다. 수필에서 형식이 다양하다고
하여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2) 다양한 소재 : 인생이나 자연 등 소재를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3) 개성적. 고백적인 글 : 글쓴이의 개성과 적나라한 심성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글이다.
4) 심미적. 철학적인 글 : 흔히 글쓴이의 심미적 안목과 철학적 사색의 깊이가 드러나는 글이다.
5) 유머.위트.비판 의식이 요구되는 글 : 때로는 글쓴이의 유머와 위트와 비판 의식이 나타난다.
6) 간결한 산문의 문학 : 수필은 간결한 것이 특색이며 산문으로 씌어진다.
7) 비전문성의 문학 : 수필은 생활인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1. 수필의 요건
1) 수필은 자연 발생적이고 지속적인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
2) 사색과 명상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3) 가치 감각과 느낌, 공감력을 가져야 한다.
4) 개성의 발로이되, 겸허하고 품위 있는 개성의 반영이다.
5) 수필은 문학성을 지녀야 한다.
2. 수필의 구성 요소
1) 소재 : 수필의 재료로서, '청춘, 사연, 인생,체험....'등 모든 것이 수필의 재료가 될 수 있다.
2) 구성 : 수필의 짜임을 말한다.
3) 문체 : 글에 나타나는 글쓴이의 개성을 말한다.
4) 주제 : 글쓴이가 그 글에서 나타내려고 하는 주된 생각, 제목이 그대로 주제임.
'청춘 예찬, 매화찬, 국토 예찬'
3. 수필의 종류
1) 내용에 따른 분류
(가) 경수필(miscellany) : 우리가 보는 보통의 수필처럼 정서적인 경향을 띠는 수필. 개성적이고 체험적
이 며 예술성을 내포한 예술적인 글이다.
(나) 중수필(essay) : 가벼운 논문처럼 지적이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경향을 띠는 수필
2) 내용상의 분류
(가) 사색적 수필 : 인생의 철학적 문제를 다룬 글이나 감상문 따위.
(나) 비평적 수필 : 작자에 관한 글이나,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 작품에 대한 글쓴이의 소감을 밝힌글
(다) 기술적 수필 : 주관을 배제하고 실제의 사실만을 기록한 글.
(라) 담화 수필 : 시정의 잡다한 이야기나 글쓴이의 관념 따위를 다룬 글.
(마) 개인적 수필 : 글쓴이 자신의 성격이나 개성, 신변 잡기 등을 다룬 글.
(바) 연단적 수필 : 실제의 연설 초고는 아니나, 연설적이고 웅변적인 글.
(사) 성격 소묘 수필 : 주로 성격의 분석. 묘사에 역점을 둔 글.
(아) 사설 수필 : 개인의 주관이나 의견이긴 하지만 사회의 여론을 유도하는 내용의 글.
3) 진술 방식상의 분류
(가) 교훈적 수필 : 인간이나 인생. 자연 등에 대한 글쓴이의 오랜 체험이나 깊은 사색에서 이루어진
지혜를 바탕으로 하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수필. 계몽적,설득적 요소가 무척 강하다.
(나) 희곡적 수필 : 글쓴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체험한 어떤 사건을 생각나는 대로 서술하되, 그사건
을의 내용 자체에 극적인 요소들이 있어서, 대화나 작품의 내용 전개가 다분히 희곡적으
로 이루어지는 수필. 사건이 유기적. 통일적으로 전개된다.
(다) 서정적 수필 : 일상 생활이나 자연에서 느끼고 있는 감상을 솔직하게 주정적, 개성적, 주관적으
로 표현하는 수필. 서정적 정조와 관조, 예술성등을 중요시한다.
(라) 서사적 수필 : 인간 세계나 자연계의 어떤 사실에 대하여 대체로 글쓴이의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수필. 내용의 사실성, 서술의 정확성 등을 중요시한다.
4) 제재에 따른 분류
(가) 수상적 수필 :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적은 수필
(나) 기행적 수필 : 여행하는 동안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행문 형식으로 적은 수필
(다) 기록적 수필 :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적은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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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개념
수필이란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생각나는 대로 붓가는 대로 견문이나 체험, 또는 의견이나 감상을 적은 글을 말한다.흔히 수필을 essay의 역어로 생각하나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써왔다. 중국 남송 때 홍매의 '용재수필(74권 5집)'의 서문에 '나는 버릇이 게을러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 두었으므로 수필이라고 한다'라는 말이 보이고, 한국에서는 연암 박지원의 연경 기행문 '열하일기'에 '일신수필'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보인다.
프랑스어의 에세(essai)는 '시도' 또는 '시험'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이 말은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엑시게레(exigere)'에 그 어원이 있다. 영어의 essay는 프랑스어의 essai에서온 말이다. 에세라는 말을 작품 제목으로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의 몽테뉴이며 그의 '수상록'(1580)은 에세라는 제목을 붙인 서책으로서는 서양 최초의 저서이다.
어원으로 볼 때, 동서양의 수필의 개념은 거의 일치한다. 수필은 일반적으로 사전에 어떤 계획이 없이 어떠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느낌·기분·정서 등을 표현하는 산문 양식의 한 장르이다.
그것은 무형식의 형식을 가진 비교적 짧고 개인적이며 서정적인 특성을가진 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홍매의 정의나 '수필은 한자유로운 마음의 산책, 즉 불규칙하고 소화되지 않는 작품이며, 규칙적이고 질서잡힌 작문이 아니다'라는 S.존슨의 정의나, '수필은 마음속에 표현되지 않은 채 숨어 있는 관념·기분·정서를 표현하는 하나의 시도다. 그것은 관념이라든지 기분·정서 등에 상응하는 유형을 말로 창조하려고 하는 무형식의 시도다'라는 M.리드의 정의 등도 모두 대동소이하다.
수필은 그 정의가 좀 막연한 것과 같이 종류의 분류도 일정하지 않다. 수필을 에세이와 미셀러니(miscellany)로 나누는 이가 있는데 전자는 어느 정도 지적(知的)·객관적·사회적·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소평론 따위가 그것이며, 후자는 감성적·주관적·개인적·정서적 특성을 가지는 신변잡기, 즉 좁은 뜻의 수필이 이에 속한다.
영문학의 경우를 전제로 하여 포멀 에세이와 인포멀 에세이로 나누는 이도 있는데, 인포멀이란 정격(正格)이 아니라는 뜻이므로 전자는 소평론따위, 후자는 일반적인 의미의 수필에 해당한다.
또 중수필(重隨筆)·경수필(輕隨筆)·사색적 수필·비평적 수필·스케치·담화 수필(譚話隨筆)·개인 수필·연단 수필(演壇隨筆)·성격 소묘 수필(性格素描隨筆)·사설 수필 등으로 나누는 사람도 있다.
수필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다.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론', 플라톤의 '대화편', 로마시대의 키케로, 세네카, 그리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도 수필이라고 할 수 있으나 프랑스의 몽테뉴의 '수상록'을 수필의 원조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영국 수필의 원조는 그보다 17년 늦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수상록'을 꼽는데 영국에는 그 이후에 C.램, W.해즐릿, L.헌트, T.드 퀸시 등의 유명한 수필가가 배출되었다. 특히 램의 '엘리아 수필집'(1823)은 시정인(市井人)의 여유와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신변적·개성적 표현이면서도 인생의 참된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영국적 유머와 애상이 잘 드러나 있다.
한국에서는 김만중의 '서포만필', 편자·연대 미상의 조선초의 '대동야승', 유형원의 '반계수록', 그리고 고려시대 이인로의 '파한집', 최자'보한집'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최초의 수필은 유길준의 '서유견문'(1895)이며, 이어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 '심춘순례'(1927), 이광수의 '금강산유기' 등이 간행되었으나 이것들은 모두 기행문으로서의 수필이다.
그 뒤 김진섭의 '인생예찬', '생활인의 철학', 이양하의 '이양하 수필집', 계용묵의 '상아탑' 등이 나왔으며, 이 밖에 조연현·피천득·안병욱·김형석·김소운 등의 등장으로 한국의 수필 문학은 종래의 기행문적인 것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생 체험에서 우러나온 수필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실제로 수필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와 수필을쓰기 위한 준비와 의미, 그리고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인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문학 지망생이 처음 생각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시가 아니면 소설이다. 그러다가 여의치 않으면 수필이나 써보자고 한다. 수필이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수필이 어떤 글인가를 모르고 하는 생각이다. 여하간 수필을 쓰고자 할 때에는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문장이 좋은 것을 읽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벽에 부딪힌다. 모범이 되는 글을 찾아 읽어야 하는데, 수필(에세이)이라는 이름이 붙은 베스트셀러면 문장이 좋은 것인 줄 안다. 이래서 첫걸음의 방향이 잘못 잡힌다.
문장에 재질이 있어도, 모범이 될 만한 글을 읽지 않으면 만권의 책을 읽어도 글다운 글을 쓸 수 없다. 좋은 글이 몸에 배지 않은 상태에서 쓰는 것은, 어둠 속을 헤매는 것과 같은 까닭이다. 최근에는 각종 문학 강좌에서 수필 강좌가 공개적으로 열리고 있어 쉽게 공부할 수가 있으나,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좋은 글을 찾아 읽는 일이다.
하지만 초보자는 좋은 글을 찾아 읽는 일이 쉽지 않다. 작자의 유명도나 또는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베스트셀러라는 것에 빠지기 쉬운 까닭이다. 따라서 좋은 글의 선택을 위해서는, 스승이나 선배에게서 소개 받는 것이 무난한 방법이다.
여하간 좋은 글에 의해 스스로 안목을 키워나가지 않으면, 그만큼 바른길로 들어서는 일은 늦어진다. 수필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선 문장이 돼야 하는 글이다. 따라서 좋은 문장을 가려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좋은 글을 대하는 일밖에 다른 길이 없다.
그렇다면 수필을 쓰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소재를 만났을 때 수필은 시작된다.그러나 소재에서 오는 충동만으로 수필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 스스로 쓰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일단 생각해 보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남이 읽어서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미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공감을 주겠느냐 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다. 어느 시대이든 그 사회 속에 소속되어살고 있으며, 사회적 유대와 인간정신에 의해 지탱된다. 수필에는 그런정신이 담겨져야 한다. 말하자면 인간끼리의 공감하는 세계다. 수필이 신변 잡담의 차원을 넘어, 문학의 영역이고자 하는 이유는 이러한 요소가들어 있는 것을 뜻한다.
수필에는 일정한 형식이 없다.도덕적 가치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무엇 때문에 썼는가를 모르게 쓴 글이 있다. 이 말은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든가 요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조그마한 얘깃 거리밖에 안되는 소재일지라도,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하는 것이 인간적일 때, 수필은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는 얘기다.
이웃과의 사랑·고뇌·연민·시대적 우수(憂愁) 또는 비분(悲憤) 등이내부에서 연소되어 나온 글이면, 이것이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글이며 의미를 지니는 글이 된다. 그러면 좋은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
좋은 수필이 되자면 몇 가지 규범이 따르는데, 무엇보다도 문장이 솔직하고 소박해서 진솔성(眞率性)이 있어야 한다.사물을 나타내는 말에는 오직 그것에 맞는 말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진실을 나타낸다는 뜻이며 솔직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수필의 본질이다.
문장은 아름답게 꾸미려고 할수록 진실과 멀어진다. 꾸미는 글은 좋은글이 될 수 없다. 수필의 문학성을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으나, 본질론으로 말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이나 동화는 허구(虛構)이고, 시는 심상(心象)의 형상화라고 한다면, 수필이 지니는 문학성은 개인의
인격적 고백성에 있다.
이와같이 수필의 문학성은 1차적으로 개인의 인격적 고백성으로 독자를감동시키는 데 있으나 그것은 내용과 함께 문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작자의 사상과 감정이 내부에서 걸러지고 삭혀져서, 잘 익은 술처럼 향기를 내야 한다.
흔히 수필의 문학성을 서정성에 두고 있으나, 지적(知的)이거나 논리적이라 해서 문학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것이든 인간의 문제가 담기면서 공감을 주는 것이면 그것이 수필의 문학성이다. 그러면 좀더 구체적으로, 좋은 수필이 되게 하는 요건들이 어떤 것인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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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소제와 주제
소재(素材)란 글을 쓰고자 하는 재료를 말하며, 일상 속에서 보고 느낀것은 모두 소재가 된다. 이를테면 눈 쌓인 창가에 핀 매화를 보았을 때라든가, 신문 사회면에서 선행(善行)에 관한 기사를 읽고 감동했을 때라든가, 길 모퉁이의 포장마차와 그 주인을 보고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든가 할 때, 매화·선행·포장마차가 소재가 되어 충동을 일으킨다.
일상 속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고는 했으나, 작자의 체험이 특이하면더욱 좋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한 것이라 해도 남다른 관찰력과 높은 식견의 인격에 사색이 따르면 좋은 수필이 된다.
이와 같이 소재에 의한 충동이 수필을 쓰게 하는 것이나, 앞에서 말했듯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쓰는 의미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즉 쓰고자 하는 중심 사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곧 주제다.글에 나타나는 주제는 문체나 형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작자의 개성적 인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어떤 형태로든 중심 사상이 들어있어야 하고, 이것이 없으면 수필의 가치는 없다.
주제는 같은 대상이라 할 지라도 작자의 시각(인격)에 따라 달라지므로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가시적으로 겉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보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시인이 소재의 대상에서 심상을 잡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수필도 실체적 대상에서 심상의 대상으로까지 확대시킬 때 주제는 분명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주제 의식이다.
가령 찬바람이 부는 밤길 모퉁이의 군밤장수가 있다고 하자. 큰 봉지를 사드는 사람, 작은 봉지를 사드는 사람, 어떤 날은 사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 날도 있다. 이 때 작자의 눈에 비치는 군밤장수의 모습에 작자의 느낌(사상)이 붙는다. 이러한 군밤장수가 소재가 되었다고 했을 때 군밤장수는 작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첫째, 군밤장수가 있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둘째, 그저 있구나 하는 정도일 수 있으며,
셋째로 군밤을 사면서 그가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기울여 자신과 비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관계 이상으로 군밤장수에 대한 사정이나 연민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 정신에 바탕을 둔 것과, 타산적·이기적인 상반된 인생관의 글로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이 소재와 주제와의 관계는 작자의 시각에 따라 갈려진다. 글이사람이란 말은 이런 데서 나오는 말이다. 독자를 움직이자면 글 속에 인간정신이 깔려 있어야 한다. 짤막한 수필이 장편 소설 못지않은 질량감을 지니는 이유도 이런 점에 있다. 예문을 통해 소재와 주제의 갈림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보자.
[예문 1] 군밤장수
밤 늦게 돌아오는 동네 어귀에 군밤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어디에 사는지는 모르나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좀처럼 사드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어쩌다 사는 사람을 보면 내가 군밤장수가 되기라도 한 듯 마음이 밝아진다.
아주머니는 오래 전부터 철따라 리어커 장수를 한다. 여름이면 참외, 수박을 팔고 가을이면 밤을 굽기 시작한다. 가을이 가고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카바이트 등불을 깜박이며 밤 늦게까지 행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학생 아니면 중학생쯤의 딸아이가 번갈아 나와 어머니를 돕는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혹시 없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지나가다녔다. 나는 무심할 수가 없어 팔리지 않는 모습을 볼 때 가끔 군밤봉지를 사들곤 했다. 고향에서 군밤을 만들어 먹던 일을 회상하면서 하루에 팔리는 양을 묻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밝게 웃으면서 팔릴 때도 있지만 별로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군밤을 사면 두서너 개를 언제나 덤으로 집어주곤 한다. 어렵게 살아도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그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있어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길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리 속에서 동생과 먹으면서 군밤장수 아주머니 얘기를 했다. 동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 어머니를 따라 나와 있는 딸아이를, 동생은 자신에게 비교하면서 말했다. 살아가는
길이 제각기 다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고난을 딛고 살아가는 아주머니 가족들의 얼굴엔 어둠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들으니 날씨가 또 추워지려는 모양이다. 늦은 밤 귀가를 서두르는 발걸음 소리와 차 소리가 소란스럽다. 자주는 못 팔아줘도 정직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군밤장수 아주머니의 희망을 돋구기 위해서도, 이따금 나는 군밤봉지를 사들곤 한다.
*회사원의 글*
[예문 2] 군밤장수
냉장고에는 언제나 갖가지 먹을 것이 채워져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입맛대로 먹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 사시사철 음료수는 물론, 이른 봄부터 딸기로 시작해서 한 여름의 수박에 이르기까지 고루 갖춰 놓아야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불평이다. 어쩌다 미처 대놓지 못할때가 있으면 참지를 못한다. 그럴 때면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불평을 왜들으랴 싶어 열심히 채워 놓는다. 하지만 그래도 정성이 부족할 때가 있다.
우리집 아이들은 이처럼 군것질을 즐기는데, 지난 가을에는 밤 줍는 모임에 데리고 나갔다. 남이섬으로 갔지만 거기까지 안 가도 밤은 얼마든지 살 수가 있다. 하지만 맑은 공기 마시며 즐기고자 해서 승용차로 나섰던 것이다. 돌아올 때는 상당한 분량의 밤을 싣고 왔다. 오던 길로 삶아서 주었더니 군밤 맛만 못하다고 한다. 이튿날 군밤을 만들어 먹었으나웬일인지 길가에서 파는 것과 같지 않았다.
아이들의 불평에 따라 어제는 동네 어귀의 군방장수로부터 사들고 돌아왔다. 동창회를 마치고 늦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큰 봉지를 집어들자 덤으로 두서너 개 넣어주었지만, 내가 몇 개 더 집어 넣었다.
동네 어귀의 그 군밤장수는 매우 궁색해 보인다. 지나다니며 몇번 팔아주었더니 나를 보면 인사를 하지만, 그 인사가 내게는 부담스럽다. 군밤을 팔아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이다.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나나를 샀다. 며칠 전부터 바나나가 떨어져 있었던 까닭이다. 동네로 들어섰을 때 군밤장수의 시선을 느꼈지만,못 본 체하고 지나쳐 왔다.
*주부의글*
같은 소재를 쓴 글인데도 주제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문 1]은 삶의 진실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 자기 성찰이 깔려 가치 있는 글이 되고 있으나, [예문 2]의 경우는 문장으로서 흠잡을 데가없어도 한마디로 속된 글이다. 이런 글을 속문이라 한다.
자신의 행복감에만 도취되어 있고 진실성이라든가 삶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물질주의, 이기주의의 극치를 드러내 자신의 행복만을 그리고 있다. 이것을 수필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두 예문을 비교할 때, 전자는 미혼 여성이지만 삶을 보는 눈과 생각의 깊이가 있고, 후자는 인생을 알 만큼의 나이에다 자녀를 가진 주부인데도 삶에 대한 생각이 천하고 속되기 그지없다.
오늘의 한국 수필에는 이런 류의 글이 적지 않다. 물론 작자의 개성적 영역이므로 남이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글을 써야 할 이유와 읽어야 할 가치가 없다. [옮긴글]
첫댓글 좋은 내용입니다.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날씨 차가운데 건강하시길 빕니다.
글쓰기를 좋아 하는 저에게 많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봄비 내리는 아침 이네요. 차분해진 마음으로 진실한 사랑의 노래를 써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