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deulsoritimes.co.kr%2F_data%2Fimg%2F1284447168.jpg) 수해 현장을 돕고 있는 기길운 집사.
참 특이한 믿음의 사람을 만났다. 평촌교회 기길운 안수집사(52/사진)는 “하나님 이야기를 하지마라, 십자가 이야기는 더욱 하지마라. 그리고 교회 청년들아, 예수님을 안 믿는 사람과 결혼해라.”라는 다소 황당한 주문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러고도 작년, 재작년 연속으로 교회에서 전도왕이었다는 것이다.
의왕시의회 부의장으로 의회 활동을 하는 2선 의원이지만 초선 의원 같은 겸손과 열정으로 지역을 돌보며 섬기고, 교회에서는 주차, 차량 봉사를 하며 전도하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는 그에게는 특별한 전도 노하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눈높이 전도'이다.
# 예수 안 믿는 사람과 결혼해라
그는 불교집안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는 무조건 싫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예수님을 믿어야 천당간다”라고 말했다. 그럴 때면 “너나 천당 가라, 나는 십 만당, 백 만당 갈 꺼다”라며 비웃곤 했고 예수, 십자가, 구원 이런 말들이 참 이해하기도 어렵고 듣는 순간 귀를 닫게 만들었다.
이런 기 집사가 교회로 발을 딛게 된 사연이 재미있다. 대학교 때 지금의 아내인 이익현 권사를 만났는데 전혀 예수 믿는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교회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안 만났죠. 사귀고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막상 결혼을 하려고보니 아내의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고 아버지는 목사님이셨다. 극심한 반대는 당연한 것이었다.
어떻게든 결혼하고 싶었다. 길을 가다가 무궁교회라는 간판이 보여 답답한 마음에 그 교회 목사님 앞으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목사님은 `내가 도와주면 뭘 해 주겠느냐'고 물으셨다. 기 집사는 “예수님을 믿겠습니다”라고 고백했고 약속을 지켜 줄 것을 당부하며 지금의 장인장모님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이 사람을 보증할 테니 걱정 말고 결혼시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후 무궁교회를 다니며 목사님으로부터 철저한 신앙훈련을 받았다. 3일 줄 테니 주기도문을 암송해 오라고 하셨다. 3일 동안 열심히 암송했는데 막상 목사님 앞에 서니 떨려 제대로 외울 수가 없었다. 또 3일을 주시며 이번에는 사도신경을 암송해 오라고 하셨다. 훈련을 받으면서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됐고 몇 달 만에 세례도 받았다.
결혼하기 한 달 앞서 “목사 사위가 될 건데 집사직분은 받아야지”라시며 직분을 주셨고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게 된 것이다.
“우리 아내가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예수님을 알고 믿었겠어요. 그러고 보면 아내도 제게 눈높이 전도를 한 것 같네요. 교회마다 노처녀, 노총각들이 넘쳐나는데 안타까워요. 믿는 사람만 찾지 말고 안 믿는 사람 만나서 예수 믿게 만드는 것도 얼마나 중요합니까. 저 처럼요.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붙잡아야지요.”
믿음의 아내 덕분에 불교집안이 기독교인 집안으로 변했다. 종교가 달라 며느리를 탐탁지 않아 했던 기집사의 어머니도 최선을 다하는 며느리를 보며 결혼 3년 만에 “내가 너를 며느리로 인정한다” 하시면서 불교와 관련된 물건들을 다 태우시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다. 기 집사의 형제와 이모들까지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헌신된 아내의 역할이 컸다.
# 복음을 말하지 말고, 눈높이를 맞추라
“제가 전도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제 경험을 떠 올렸어요. 예수 믿어야 천당 간다라는 말은 맞지만 세상 사람들은 정말 듣기 싫어해요. 영생, 구원, 십자가 이런 말들을 생소해 하지요. 오히려 대화를 단절시켜요. 그래서 저는 절대로 복음을 먼저 말하지 않습니다. 먼저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죠.”
기 집사가 말하는 `눈높이 전도'란 바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전도할 대상이 은행에서 일을 하면 그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죠. 은행 업무에 대해, 경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을 합니다. 채소를 파는 상인이면 거기에 맞게 또 말해야 되겠죠. 상대방의 직업과 연관 있는 이야기를 꺼내면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 되죠.”
어느 부인이 그를 찾아와서 자기 남편을 전도해 줄 것을 간청했다. 그의 집에 찾아가니 남편은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기 집사를 보자 마시던 맥주를 치우려 했다.
“그때 제가 말했지요. 아니라고 계속 드시라고. 술 먹는 사람은 그 시간이 얼마나 즐겁겠어요. 절대로 전도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눈치를 주면 안 됩니다. 마음으로부터 그를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건강 나빠지기 전에 끊으시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나왔죠” 그랬더니 그의 아내에게 “저 사람은 예수 믿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라며 마음을 열었고 지속적인 만남 끝에 전도의 열매를 거두게 됐다.
그는 식당에 가면 사방의 벽을 훑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교회 달력이나 성구가 적힌 액자가 있는지 살펴본다. 그런 것이 하나라도 없으면 그 식당 주인은 분명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곳은 집중 공략 대상이다. 의회의 약속을 그 식당에서 잡거나 모임이나 회식 등 틈만 나면 가서 팔아주고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이다.
“투자 없이 전도 못합니다. 너무 신앙적인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귀를 닫게 할 수 있어요. 일단 교회로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복음을 듣게 되니까요” 이렇게 해서 갈비집이며 건강원 등 식당주인들을 교회로 인도 한 경우가 많다.
그에게 이런 `눈높이 철학'은 의회 활동에서나 전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의원으로서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춰야만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더욱 사람들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만 교회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도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의 눈높이에 맞춰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시지 않으셨을까?ⓗ
김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