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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어 빈티지 리시버 QX646>
초보의 사용기를 올립니다.
참고로 저는 오디오 용어나 하이파이적인 소리엔 전혀 문외한입니다. 이해해주시길...
1. 소리를 찾아 방황했습니다.
- 직업이 방송사 PD라 날마다 편집기 붙들고 시름하다보니 귀가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아 5년전 오디오계로 입문(?)하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영상에 더 관심이 높아 AV쪽으로 관심을 가져오다 클래식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3개월전부터 HIFI쪽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아쉬웠지만 셔우드 963을 처분하고 소니 GA8ES 중고로 대리만족하며 AV의 업글병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소리를 찾아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각종 사용기와 게시판을 뒤지며 제게 적절한 소리는 무엇일까 고민해보기도 하고 소위 고수들의 조언도 듣고 이곳저곳 청음이 가능한 곳을 쫓아다니며 3개월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제가 원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저 자신이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2. 바꿈질의 나날들.
- 일단 유명하다는 기계들을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JBL L96, JBL CONTROL 1, Pioneer 603, 소누스파베르 콘체르토, 다인50, 스펜더 1/2, TCD-1, TCD-2, HONOR A-90, 소니 GA8ES ... 그러다보니 아내와 마찰도 잦았습니다. 애기는 안보고 집에 오면 컴퓨터만 한다고(이점 너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짧은 기간의 열병은 스펜더 1/2와 TCD-1, A-90을 입양하면서 끝이나게 되었습니다.
3. 너무나 만족스런 시스템
- 스펜더 1/2, TCD-1, A-90
아!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중고로 200여만원 들여 구비한 이 시스템에서 바로 제가 원하는 그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하지도 튀어나보이지도 않는 스펜더의 석가탑같은 소리와 천년동안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깍인 다드미돌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TCD-1, 마지막으로 육중한 몸매를 세련된 옷맵시로 살짝 가린 아가씨같은 A-90! 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내는 소리는 저의 최종 종착역이란 결론을 내리게 했습니다.
4. 마지막 뒤집기
- 어제였습니다. 이젠 다시는 보지 않으려했던 중고장터에서 안양 사시는 김정훈님이 올리신 '파이오니아 QX646'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저희 집에 있던 전축이 생각나 문득 갖고 싶은 생각이 나서 덜컥 구입을 해버렸습니다. FM수신이 조금 걱정된다면 팔기보단 염려를 더 많이 하신 김정훈님께서 안양에서부터 손수 들고 한 걸음에 달려오셨습니다. 너무나 좋은 인상에 흘러넘치는 인격이 오디오하시는 분의 모범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FM이 여전히 걱정된다면 단 돈 8만원에 저에게 양도하시고 만약 불만스러우면 반품하라며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5분후 반신반의하며 스펜더에 물린 후 전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93.1 KBS 1FM에 채널을 맞췄습니다.
"아....." 저의 아내와 저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품 같기도 하고 봄날 피어오르는 고향집 아지랑이 같기도 한 너무나도 따스한 소리. 이게 과연 8만원짜리에서 나오는 소리란 말인가? 꼼꼼하진 않지만 필요한 소리만 가려서 내어주는 정결하고 맛깔스런 소리.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내친김에 체스키 음반을 틀어봤습니다. 흠칫! A-90에선 맛볼 수 없었던 또다른 아름다움. A-90이 현대식 한정식같은 맛이라면 646은 재래식 시골밥상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디지털에 길들여 있던 저의 귀가 오랜만에 인공양념을 치지 않은 털털한 된장국같은 소리에 묵은 때를 깨끗이 씻어낸 것 같습니다. 웬지 A-90의 자리를 요 파이오니아 QX646이 대체할 것 같은 느낌이 쫘~악...
5. 결론
- 사실 오디오에서 만족감이란 '가격대 성능비' 뭐 그런 것 아닐까요? 실제 가격보다는 저렴하게 구입해서 느껴지는 자아도취, '누가 뭐래도 내가 선택한 이 기기들이 이 가격대에선 최고'라고 생각될 때 느껴지는 희열감, 이런 것들이 오디오의 가격에 관계없이 좋은 소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교함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 빈티지. 여기엔 0과 1의 조합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이틀만이라 다소 성급합니다만 넘 좋아서...)
첫댓글 추억도 한자락 보탬이 되었을꺼 같습니다. 소리란게 마음과 기억이 멈추어진곳 딱!!! 그소리만큼 행복해질순 없더라구요^^
행복을 득댐하셨네요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