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내일 동대문가서 이걸로 옷 사줘" 씨익 웃는다. 돈 욕심이 없는건지 희한한 기지배이다. 사북으로 내려가 다리가에 있는 한우집 스페셜 세트를
세접시나 시켰다. 소맥으로 축배를 들때 술이 목을 적셔 넘어 가는데 쉴새 없이 서로 좋다. 나는 그때까지도 스타킹의 이름을 몰랐다. "오빠.!" 대화의
텀이 있었을때 왠지 겁주는 톤으로 날 불렀다. "어.! 왜.?" 고기를 한번에 두첨 먹다가 들킨게 저린 듯 대답했다. "오빠 내 이름 알아.?" 난 머뭇 거릴
수밖에 없었다. "몰라.! 안알려 줬잖아.!" 솔직히 답했다. "치이.! 오빠가 먼저 물어 봤어야 되는거 아님.!" 솔직히 미안했다. "미안.! 이릉 이 뭐야.?"
연희라 했다. 강연희, 나이는 스믈 한살이며 집은 경기도 광주이고 가엾게도 제 작년에 엄마는 아주 먼곳으로 떠났고 아버지가 근래 재혼했는데
새엄마도 싫고 집에 들어 가기도 내키지 않아 친구따라 서울와서 돈도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며 하루살이를 하고 있다가 날 만났다. 입가에 된장을
뭍히고 쇠고기를 낼름낼름 맛있게도 잘 먹는다. 그리고 한참 후에 을왕리에서 처럼 뻗었다. 마른 체격인데도 한우집 아주머니와 같이 들어 택시에
태우느라 힘을 다뺐다. 강랜 호텔에 업어 모시고 객실로 향하면서 오만원권 뭉치를 생각하니 술 취해 늘어진 연희는 아주 가볍게 느껴졌다. 호텔룸에
들어 가서는 700만원 선물에 대한 몸파티를 다시금 애썼다. 술 취해 뻗었던 연희는 맘대로 하라는 듯 중간중간 미소만 흘렸으며 두다리는 거꾸로 Y자
모양을 보였고 그녀의 물이 넘쳐서 한쪽 침대도 마져 엉망으로 만들었다. 실컷 자고 체크 아웃을 묻는 인터폰이 울려 깨어났다. 술기운에 밍밍했지만
다시 푹신한 침대의 쿠션을 체험하며 그 할일을 더 하였다. 햇빛에 드러난 연희의 동그랗고 볼록한 공기밥 뚜껑 손잡이는 분홍의 매화 꽃 망울과 같았다.
사북열차를 타고 경포대의 바다로 항했다. 가격은 상관도 없이 푸짐한 회파티를 열었고 오독 오물한 회접시와 소주에 이은 파도 소리는 밤새 쉬지도
못하고 정겨웠다. 점심 나절 얼큰한 매운탕 땀내어 먹고 서울로 출발 하였다. 동대문의 옷가게에서 열벌의 옷을 샀지만 비싸지 않아 돈을 얼마
쓰지도 않았다. 신정네거리 부동산에 가서 보증금 300에 월 40만원짜리 원룸을 구했고 마트에서 먹을것과 간단한 살림을 샀다. 우리는 전혀
계획에 없었던 동거를 시작했고 할 일을 찾아 보기로 했다. 뭔가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 보자고 상의했다. 연희가 말했다. "조그만 분식집을 할까.?"
예전 부터 두루치기와 김치 볶음밥을 맛나게 할줄 알았던 나는 잘되면 좋고 안되면 우리가 먹지.! 라는 생각으로 분식집 자리를 알아 보았지만
가진돈 오륙백으로 택도 없었다. 좀 후미진 쪽에서 배달 위주의 분식집을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지리도 잘 몰랐고 오토바이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어 주저하였다. 저렴한 가게 자리는 너무 좁고 지저분했다. 동네 당구장에 드나들며 백수들이 모여드는 훌라판에 끼어 놀다가 잔돈을 조금 잃기도
했지만 포커나 바둑이 판이 열리면 쏩쏠히 이기기도 했다. 하지만 돈잃은 사람의 서울식 꼬장이 지방보다 심하여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연희는 매일
갖가지 요리를 구사하여 소꿉놀이 하기에 바빴고 날마다 몸을 깨끗히 씻고 기다렸으며 낮에는 무료하다 하여 중고 노트북을 하나 사주었더니 싸이질과
맞고 테트리스, 베틀 가로세로를 돌려가며 매우 집중하였다. 머리에 든것은 딱히 없어 보였다. 요근래 잘먹으며 머리도 손질하고 옷입는것에 신경도
씀에 보기가 좋아 화장품도 사주었더니 제법 폼도 나고 길을 지나면 곁눈질 하는 남자들도 많았으니 피씨방에서 캐낸 여자애가 나날이 레벨업
되어 유쾌 하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계획대로 안되면 최후 막노동을 하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바카라에 도전 해보기로 했다. "가자 카지노로.!"
연희에게 출사를 권하니 '꺄르르' 좋아했다. "스테이크랑 한우먹자 오빠 나 그거 또먹고 싶어" 사북으로 향했다. 연희의 지난 쐐복에 기대를 조금 해보고
30만원을 몇번 떼어 주었지만 20분을 안가서 올인했다. "오빠 빨간색에 놨는데 파란색이 자꾸나옴.! 희희희" 지고 나서도 재미 있는지 그저 신났다.
'바보년.!' 나름 올인 되었던 아픔을 거울 삼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열흘 후 남아있던 돈은 결국 바닥을 치고 이제 마지막 50만원은 신정동의
월세를 내고나면 없다. '바보놈' 낼모래 부터 막노동 강행을 결심하고 남은 포인트로 연희에게 깔쌈한 핸드백을 하나 사주고서 나머지는 막일을 위해
값비싼 포인트 양말을 샀다. 한켤레 만원짜리 양말을 신고 노가다 갈일에 웃겼다. 연희는 그러던 말던 올인된 아줌마들에게 붙들려 이야기 삼매경에
푸욱 빠져있다. "가자 서울로.! 올인됐다." 아쉬웠지만 재촉했다. "오빠 더해.! 나 여기 재미있어 저 이모가 있다가 카레 덮밥 사준데 내일가자" 연희는
깊은 생각이 없다. "나 이제 돈 없어 올인이야 일박 더 하려면 길에서 자야해 가자.!" 솔직히 말했다. "기다려봐 오빠 내가 전화 좀 해볼께"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나야 연희, 천만원만 보내 얼른 보내 필요해" 맡겨 놓은 돈 받는거 마냥 당당히 말하기에 "너네 부자냐.?" 물어보니 "어 부자야" 짧게
답 해왔다. 자존심 상했지만 돈도 떨어지고 비겁해도 막노동 할 생각에 깝깝하여 가만이 있었다. 잠시후 "오빠 계좌번호"묻기에 알려주니 문자
메세지에 1,000만원 입금 이라고 바로 떴다. 돈 200을 찾았다. 그 돈을 펼쳐 보자니 도저히 그걸 찍을 마음이 서질 않았다. 뭐하는 짓인가 싶고
열흘 동안 이기고 지고 또지고 이거는 아닌거 같다는 생각으로 주저했다. 찾은 돈을 애서 손가방에 넣고 되돌아 가자 생각하고는 연희를 불렀다.
"우리 서울 가자 게임은 안되겠다. 오빠가 일을 하면되" 연희가 아쉬워 하며 "그럼 오빠 나 30만원만 줘볼래.! 히포 이모(하마처럼 생김)가 그러는데
저쪽 머신 기계가 곧 터질거래 우리 오락실 와서 오락기는 못해 봤잖음.?" 하며 '헤헤헤' 또 웃는다. 귀여웠다. 그뇬 참.! 오십만원을 주었다. 어차피
지 돈인데 실컷 기계나 돌려 보라했다. 이모라고 부르는 히포 아줌마가 머신 돌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며 죽이 맞아 데리고 가는걸 보니 뭘 좀
얻으려고 하는것이 보인다. 어차피 잃을것 아줌마에게 좋은 일이라도 베풀게끔 관심 두지 않았다. 입구쪽의 머신들이 있는곳으로 가는걸 보고
담배를 피우러 갔다. 담배 두개피를 연달아 피우고 다시 이곳에 안오기로 맘 먹고는 주머니에 자투리 칲을 환전한 후 블랙커피도 한잔 곱씹은 후
머신쪽으로 다시 돌아 가다가 보니 왠 사람들이 잔뜩 모여 머신을 몇 줄 에워싸고있는 풍경을 보았다. 누군가 쫌 큰것이 맞았나 보다 생각하고
저런 기계는 누가 하는건지 모르겠고 흥미도 없었다. 연희를 찾아 그쪽으로 갔다. 많이 모인 구경꾼 틈 사이에 찾으려니 어디에 쳐박혀 있는건지....
머신쪽에 웅성웅성한 무리속을 지나 연희를 찾아 보았지만 화장실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십분을 찾아도 보이지 않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아
살짝 짜증이 났지만 확인하고 연락 주겠지 기다리다가 머신쪽엔 도대체 뭐가 터졌는지 궁금하여 인파들이 잔뜩 모인 병풍쪽 틈새로 살펴 보았다.
여럿의 사람들을 보안요원들이 제지하여 무리가 많이 줄어 들고 있었다. 헌데.! 머신 게임기에 앉아 입을 '헤' 벌리고 멍 두드리고 있는 뒤통수는
다름아닌 연희였다. '뭔가.!' 어리둥절 하여 "연희 너 거기서 뭐해.?" 부르니 놀라 뒤돌아 보며 "어.! 오빠 나 뭐가 맞았나봐.!" 대략 살펴보니 그 주변
20미터 반경 정도에 온통 난리가 난것 같았다. "음악이 계속 '쿵쿵' 거리고 지금 난리가 났어" 위쪽의 잭팟 전광판을 보니 1억 얼마의 불이 번쩍번쩍
였으며 연희의 머신 그림은 쎄븐하고 관련된 단순한 게임이었는데 예사롭지 않은 그림이 나란히 나와 있었다. 잭팟이 터졌나 보다. 정확히 그것을 알게
된것은 연희를 호객하던 히포 아줌마가 자세히 설명해 준 뒤였다. 카지노 매니져의 안내로 절차를 거쳐 현금을 수령하니 오만원권 지폐가 주체 안될
정도로 푸짐했다. 히포 아줌마에게 5만원권 스므장 100만원을 주니 연신 기뻐하면서도 더 안주는가.! 연희 옆에서 미련이 있어 보였다. 연희가
요청하길 "오빠 이모 50만원 더 드리자" 하여 더 주었다. 연희는 착하다. 돈을 수령 받으니 카지노 직원들이 호위하며 호텔은 언제 까지냐 더 붙들려
했지만 바쁘다 말하고 어서 가자고 연희에게 말했다. 쇼핑백 돈가방을 내게 건네주며 "이거 오빠 다가져 오빠가 오자 그랬으니까 다 오빠꺼야" 하고
함박 웃었다. 술을 짝으로 쳐먹고 내얼굴에 오줌을 싸더라도 계속 예뻐 보일것 같았다. 어디서 이런년을 주워 왔는지 강랜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쳐다 보는데 알려 줄 방법은 없었다.
첫댓글 천만원 쉽게 빌리기. 그리고 잭팟..ㅎㅎ 꿈같은 이야기네요^^
잘 봤습니다. 재벌집 딸 인듯 합니다.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옷사줘 ~ !!!
얼마만에 들어보는 말인가 ^^
잘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