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음은 좋은 소식이지, 좋은 충고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소식과 충고의 차이는 내가 무엇을 행하는 가 아닌가의 차이이다. 충고는 듣고 내가 해야 하는 행위가 있지만 소식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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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는 이것을 "복음을 내가 무엇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행하신 것을 믿는 것이다." 라고 풀어서 설명했다. 오늘날 복음에 대한 이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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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복음을 오해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다가, 낙심하고 실망하고 좌절하거나, 교만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율법주의나 반율법주의로 왔다갔다 하게 된다. 결국 복음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비복음적 행위는 늘 내가 창조자의 자리에 앉아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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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리더나워의 책 <종교에 메이지 않은 그리스도인>에서 종교와 기독교의 차이는 인간이 신에게 손을 뻗어다가가는가? 아니면 신이 인간을 찾아오시는가의 차이라고 말하면서 종교는 하나님께 닿으려고, 하나님을 찾으려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행위적 노력으로 정의한다. 결국 자신의 헛된 노력으로 애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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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기 자신을 정죄하고 낙심하는 이유는 자신의 행위에 무엇을 기초한 비복음적 생각 때문이다. 복음은 내가 무엇을 하는 것에 정체성을 두지않고, 나는 죄인이지만, 형편없지만 나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약하지만 강하고, 아무것도 없으나 부요하고, 연약하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정체성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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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테일러는 오늘날의 시대를 "진정성의 시대"(The Age of Authenticity) 라고 말하면서 진정성이란 스스로 선택한 정체성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인종, 성별, 생활방식, 경제, 결혼모든 것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의 선택과 일치된 삶을 산다면 그것이 진정성있는 삶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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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런 시대 정신을 잘 표현해 주는 장면이 바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뉴욕대 졸업식 축사이다. 자신의 노래가사인 'you're on your own now"를 빗대어 인생은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그일은 전적으로 당신의 몫이고, 하지만 전적으로 당신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겁이 나기도 한다고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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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영화 <겨울왕국>의 OST인 Let it Go의 가사 중에는 "No right , no wrong, no rules, for me, I'm Free!" 가 있다. 옳은 것도 없고, 잘못된 것도 없고, 규칙들도 없는 것을 자유라고 외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해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는 결국 인간이 스스로 창조자가 되어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피조물이 창조자의 자리에 앉기 때문에 삶은 복잡해지고 더욱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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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디어스 윌리엄스는 <마음을 따르지 않을 용기>를 통해 오늘날 사람들은 데이비드 브룩스가 언급한 '보보족'을 꿈꾼다고 말한다. 개인의 자유와 반항의 상진인 '보헤미안'을 추구하면서도 자본주의의 상징인 '부르주아'를 꿈꾸는 사람을 '보보족' 또는 '보보스'라고 부른다. 자유와 자본을 모두 꿈꾸는 진정성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사람들은 결국 자아에 집착하는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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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가정, 직업, 연애, 감정, 종교, 정치같은 각각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부분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힘이 인간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판단과 행위는 결국 파편적 진리이기에 삶은 늘 복잡하면서 무거워진다. 감당하기가 어려워진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기준이 있을 때 모든 영역들은 질서가 세워진다. 내가 창조주가 아니라 내가 피조물임을 기억할 때 또 단순히 피조물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목숨을 버리는 사랑의 존재임을 기억할 때 삶은 자유롭고 염려에서 조금씩 자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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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복음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은 내가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일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복음을 믿으면 자기 자신을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복음을 적용하지 못하면 자신의 행위로 자신을 판단하기 때문에 기쁨이 사라지고, 하나님이 자신을 기뻐하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우울한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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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는 "현대 자존감 키우기 운동은 전적으로 자랑과 관련되 있는데, 너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쇼설미디어에 가득차 있다고 우려하면서, 진정한 자랑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며 하나님의 응원과 하나님의 박수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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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S.루이스는 <영광의 무게>에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검사를 받게 될 날이 있는데, 그 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하나님이 우리를 기뻐하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나의 행위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역으로 하나님 앞에 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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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님의 검사를 통과해서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하나님의 행복에 실제로 기여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됩니다.. 얼마나 영광스러운일인지.,.. 그저 불쌍히 여김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예술가가 자기 작품을 기뻐하듯, 아버지가 아들을 기뻐하듯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받는 존재가 됩니다. 이런 영광의 무게, 영광의 부담은 생각하기 조차 벅찰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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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금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 나를 기쁨의 존재로 보고 계신다. 나는 하나님의 기쁨의 존재이다. 내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존재 자체가 기쁨의 존재임을 회복하는 것이 복음의 시작이다. C.S.루이스는 이것을 '영광의 무게'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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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없는, 영광의 무게 이것은 가슴벅찬 감격의 고백이다. 복음은 내가 무엇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금 하나님의 사랑받는 존재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설사 죄 가운데 있다하더라도 하나님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것은 죄와 죄를 유발하는 세력이지 내가 아니다. 나를 병이 걸린 아이처럼 긍휼이 여기신다. 하나님의 분노는 병이지 내가 아니다. 이런 기쁨의 존재임을 회복할 때 비로소 죄를 이기는 출발선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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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복음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며, 그리스도께서 내게 이루신 일을 믿는 것이다. 무엇을 행하라고 요구하는 진정성의 시대에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미 그리스도의 인정과 안정이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 날마다 선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