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인터넷을 통해 인연을 맺은 오디오 동호인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 분은 전에도 한번 소개했던 분으로 내게서 앰프를 구입해 갔던 분입니다.
자정 무렵에 와서 오디오 기기를 바꿔 물려가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3시 쯤에 가신 분이지요.
인터넷을 통해 동향을 어느 정도 알면서 지냈는데 전부터 내게 시간나면 자기 집을 방문해 달라고 했습니다.
마침 이 분이 내놓은 것 중 마음이 당기는 게 있어 겸사겸사 이 분 집을 방문했습니다.
인터넷이 이 분이 올린 사진도 있어서 어느 정도 짐작을 하긴 했지만 정작 방문해서 방을 들어가 보니 기가 막혔습니다.
이 분 집은 성남시 태평동인데 사는 곳은 다세대 주택 일층입니다. 길에서 바로 거실로 연결되는 현관이랄 것도 없고 마당은 아예 없는 집인데 방 안에 버티고 있는 오디오는 주인의 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장비가 즐비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디오 기기 하나하나를 연결해 가며 들었는데 하나의 기기를 완성할 때까지 무지 노력해 왔더군요. 나 같은 건 아예 비교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 분의 취향은 잡식성이지만 특히 엘렉 계통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랑은 많이 달랐습니다.
(개성있고 자극적인 음색을 좋아하는 편이라 무색무취하고 균형잡힌 소리를 선호하는 나랑은 차이가 있음.)
이 날 이 분이 내게 들려준 기기는
앰프
인켈 SAE 씨리즈 : 생각보다 이 씨리즈의 성능이 괜찮네요. P502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 기종이 오히려 트랜스 험이 없어 괜찮았습니다.
인켈 AD 2200 : 이 기종은 깨끗한 것만 구할 수 있다면 저도 추천하는 기종인데 슬림한 형태와는 달리 전원부가 매우 충실해서 구동력이 괜찮습니다.
사이러스 인티 2와 인티3 두 가지.
클라세 프리, 파워 : 이 분이 가진 기종 중 가장 고가이고 명품 반열에 드는 것들인데 정말 소리가 좋았습니다.
아날로그
일본제 테크닉스 턴테이이블에 올토폰 MC 카트리지인데 디지털 못지 않은 음질을 들려 주었습니다. 본인 말로는 음반이 깨끗해서 스크래치 음이 안들렸을 뿐이라는데 아무래도 내공이 있는 듯. 사실 침압과 안티 스케이팅 조절이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디지털
재미있게도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 3를 디지털로 활용하더군요.
그 외에
태광 오너 TCD-1(이건 상당히 많은 분들이 호평하는 기계인데 오래 되어서 점점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켈 SAE CD플레이어인데 안경을 안가져 가서리..
사이러스 2 CDP
중요한 건 스피커인데 이 분은 아는 사람은 알아주는 보스 매니어입니다.
스피커
보스
VS100 : 이 스피커는 외양이 꼭 동사의 101mm과 거의 흡사해서 구분하기 어렵지만 소리는 정말 다르네요. 저도 이 날 이 스피커 소리를 처음 들어봤습니다. 조그만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당당한 소리를 내어 주는지...
3.5" 작은 유니트 한 개로 이런 소리를 낸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인데 먹성도 좋아서 출력이 50W 이상 되는 놈을 물려야 제 소리를 낸답니다.
제가 갖고 있는 101 int가 시시하게 느껴지네요. 그런데 구하기 힘들어 이건 팔 생각이 앞으로도 전혀 없다고 장담합니다.
그렇지만 오디오 매니어의 이런 장담을 믿어선 안되지요. ^^ 언제 맘이 변해서 내칠 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601-3 : 이 스피커는 아는 사람은 다 인정하는 명기에 속합니다. 실제 소리 들은 건 여기서 처음인데 정말 보스답지 않은 소리를 내어 주어 가져올 수 있다면 얼른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클래식을 보스 스피커 중엔 가장 잘 들려주네요.
402-2 : 이건 기대했던 거랑은 좀 다르게 들렸습니다. 유니트는 VS-100과 똑 같은 걸 4개씩 달린 놈인데 VS100과 비슷하면서도 좀더 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크로저의 영향 때문인가 싶습니다. 유니트 갯수에 비해 용적이 작은 인크로저라서 그런지 쨍쨍 거린다는 느낌인데 당사자는 이런 음색을 좋아하는 거 같더군요. 아마 재즈나 락 같은 거나 뉴에이지 피아노 소릴 들으면 딱 맞을 거란 느낌입니다.
802-2 : 이 스피커는 예술의 전당 분수대에서 쓰는 스피커입니다. 분수 뒤 편에 4개씩 두 군데에 달려있고 인조잔디에 하나씩 두 군데에 매달려 있는 시커먼 사각형 스피커가 바로 이 놈입니다.
이걸 가정집에서 어떻게 듣나 싶었는데 당일 이 놈을 누가 가져간다고 내어놓아서 보기만 하고 듣진 못했습니다. 전용 이퀄라이저가 있어야 제 소리로 듣는다고 하는데... 아마 아파트에서 이 놈을 울리다간 사방 이웃의 항의를 받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 임에는 분명합니다. 모양은 제가 가진 901과 비슷하지만 소리 성향은 매우 다른 놈입니다.
사이러스 스피커 : 사이러스 앰프로 유명한 회사의 제품인데 이 회사는 미션이란 유명한 스피커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사이러스란 이름으로도 스피커를 생산했군요. 소리는 미션과 다른 편입니다. 북셀프인데도 정말 풍부하고도 단단한 저음과 쭉 뻗는 중고역을 들려주었습니다. 스탠드도 미션 것을 사용했는데 가격이 무려 백만원에 달하는 놈을 사용해서 기가 질렸다는...
미션이 보급형 수준이면 이 사이러스 스피커는 고급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런 놈들이 작은 방안에 가득합니다. 상상해 보시길...
거기에 스피커 케이블이 방안을 여기저기 가로질러 있으니... ㅎㅎ
(다행히 이 분은 케이블에 대해선 별로 투자를 하는 분이 아니랍니다.)
한참 음악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분의 부인되시는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비교적 젊은 분인데 손님이 와 있으니 다른 방으로 가시네요.
혹 부인이 이런 취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으니 자기의 성장 과정이 혼자 자라서 굉장히 외로웠는데 이 오디오로 많이 외로움을 달래는 걸 아는 지라 그다지 반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 정말 복받은 분이네요.
결국 지금은 그냥 갖고 있겠다고 장담한 것들을 혹 내치게 될 경우 꼭 내게 양도해 달라고 당부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가진 게 여러 개라 막상 가져오면 어쩌려구?
사무실에 있는 것만 해도 5조나 되는데...
걱정되네..
(주영사랑님이 이 글 보면 또 뭐라고 빈정댈 거 같네. ^^)
첫댓글 오노~~
빈정은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아.. 분명 갖고 싶어 하실텐데..
지금 쌓아놓은 것도 상당한데 으짜실라꼬....라고 생각했긴 했어요..ㅎㅎㅎㅎ
근데..위의 분 대단하네요..
그저 통하는 사람끼리만 통할 수 있는 내용 같습니다.
저야 뭐..
본체 잡음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인지라...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 저 위인이 내게 스피커를 양도하겠다고 하고선 세 번이나 번복했답니다. 그래서 이젠 거래 안하기로 했답니다.
후 ㅡㅡㅡ재밋네요 .제동생의 한모습을 본듯 ㅡ
정말 소리를 사랑하시는 것 같군요~~~
윗 글을 읽고 감동 그 자체입니다~~~
복잡한 오디오의 세계에 대해서 쪼매 맛 만 봤습니다..
감동을 주는 환타스틱한 소리를 내면서
복잡한 오디오가 최대한 축소 되어서 노트북 만한 사이즈가 탄생하는 그 날이 오면
빵긋빵긋거리면서 땡겨 볼께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