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둘리] 두번째 인연 -Prologue (부제:너한테 또다시 끌리는것도...)
"끄아아아-!"
이런, 젝일슨 스럽게 시리-.
대본 리딩한다고 10시 20분까지 본관에 도착하라 그랬는데, 벌써 10시 15분이다.
더군다나 화장도 못하고 이게 뭐람.
"창의오빠, 나 좀 늦을꺼 같다고 감독님한테 전해줘요. 죄송하다고도 말씀드리고~!"
-누구...세요?
"아, 오빠아-!"
-큭큭, 알았어, 알았어. 알았다니까?
핸드폰을 거의 침대를 무슨 휴지통으로 아는지, 쓰레기 버리듯 휙- 던져놓고선 가방을 챙기는데, 끝까지 보이지 않는 립틴트에 입을 삐죽인다.
아, 난 몰라. 틴트 하나 안바른다고 사람 죽는거 아니잖아?
***
빼꼼-.
꼭 공포영화에서나 삽입될듯한 끼익- 거리는 문소리에 신혜가 진땀을 뻘뻘 흘리고는 들어선다.
아놔... 진짜 이 공기는 뭥미, 나보고 어쩌라는거?!
"죄송합니다아-."
눈치껏 앉은곳이 용화와 창의 사이. 앞에서 미칠듯이 째려보는 감독님의 눈빛도 패스해버리고, 바로 대본으로 시선 집중이다.
"꼬미남은 어디서나 민폐성이구만?"
"에씌, 누군 늦고싶어서 늦었는지 알아요? 이씌-."
주먹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키특거리는 창의를 건너편에 앉아있는 민혁이 말똥말똥히 바라본다.
몇번 본적이 있는것 같...기도 한 신혜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다시 안경을 올린다.
이리저리 시간이 지나고, 감독님이 잠시 10분 휴식시간을 주신다.
가만히 다음 씬에 나올법한 대사들을 열씸히 쭈욱- 훑어보는데, 옆에서 누가 자꾸 옆구리를 찔러댄다.
고개를 획- 돌려 주시니, 너무 가까이 있었는지, 자신의 머릿카락에 눈이 닿였는지 눈을 꼭- 감고있는 용화가 보인다.
"깜~짝이야, 그러게 누가 이렇게 가까이 있으래?"
"아, 눈따가워..."
"괘,괜찮아? 눈떠봐, 많이아파?"
"그건 둘째치고, 나 형광팬 하나만 빌려주라."
응-? 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둥그렇게 뜨고있는 신혜가 답답한지, 먼저 필통에서 오렌지색 형광팬을 가져가버리는 용화, 고개를 절래절래 젛으며, 아직도 따가운 눈을 손으로 비빈다.
그러다가, 갑작이 자신의 손을 잡아오는 신혜의 온기에 놀라는데-,
"눈에 뭐 들어갔을때 비비는거 아니랬어."
***
"어이, 박신혜!"
"앞에 어이는 왜 붙이시는데요?"
입이 삐죽- 하게 나와서는 뾰투룽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거의 꼬마라고 해도 될만한 나이차이를 가진 신혜를 보며 창의가 웃는다.
"어우, 이게 오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에씌이... 감독님한테 대체 뭐라고 하셨길래애-!"
"왜, 많이 혼났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신혜를 보던 창의, 키특거리면서 웃어버리고 만다.
그녀의 머리를 완전히 헝클어트려놓구선 좋아서 넘어간다.
"아, 진짜아-. 완전... 아하항-! 오빠 완전 최고! 오늘 저녁은 내가 쏠께요, 덤으로 댁 여차칭구로 나오는 이현이 언니도 대려가는거 어때요?"
"어이, 난 지금 니 입에서 덤으로 용화도 대리고 가자고 하는줄 알았는데?"
"오빠가 대리고 가고 싶으면 대리구 와요,"
자신의 목에 갑작이 무언가가 탁- 하고 막힌다 싶어서 올려다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용화가 한쪽 입꼬리를 이만큼이나 올리고는 자신을 노려다 보며 해드락을 건게 보인다.
"친구는 개뿔. 야, 어떻게 너는 나한테 아는척 조차 안한다 싶드니, 셋이 밥먹는데 날 안대려간다 이거지? 죽구싶냐?"
"끼고 싶으면 나한테 잘보여야 하는거거든? 아니다, 그럼 오늘 저녁 니가 살래?"
"아쭈, 뭘 모르나 본데, 이번 드라마에서 완전 상황 뒤바꼈거든? 내가 널 좋아하냐? 니가 좋아하지."
"극본 니까 쓰냐? 작가언니가 쓰지."
어씌... 이게 한마디도 안밀리고!
조근조근히 넘어가는 법이없어, 박신혜!
인상을 파악- 찌푸리고는 앞에있는 창의를 용화가 올려다보자, 정작 저는 몰라라 하며 감독님한테 무슨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다리 움직임이 안보이는 달리기로 가버리는 창의의 배신스런 뒷모습을 보며 신혜가 고개를 파악- 숙이다 만다.
"씨잉-. 이거 놔아아아-."
"치, 신우형 서브남이었다고 인사도 똑바로 안하고 말이지? 완전 섭섭해."
"댁도 나한테 인사 안했잖아,"
"창의형이랑 닭털이 풀풀이네. 더빙 하나 같이했다고 설마 사귀는건 아닐테고,"
"무슨 이런 진짜 개소리를. 야, 솔찍히 내가 10살 연상이랑 결혼할꺼 같으니? 응? 쯧쯧.. 하여간 머리 돌아가는거 하고는."
"그런가?"
하여간, 멍- 하니 입 떡-하니 벌려서는 하늘에 풀린 동공이 향할때를 보면, 진짜 순진해 보이는데 말이지...-
..은근슬적 내 허리로 한쪽 손이 가는건 어쩔껀데, 정용화?
***
[리얼둘리] 두번째 인연 -1 (부제:소심하게 간직한 너-.) "와하하항. 그래서요?" "그러기는 뭐가 그래. 그냥... 저, 부산 안와봐서요. 하고 딱 잡아 땟지." "그럼 교통카드를 하나 사지! 그럼 쉬운데. 난 부산 내려갔을때 그랬었거든요, 일일히 표 끊는거 귀찮아서." "그런가? 아아-, 근데 교통카드 사는것도 귀찮았어.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구." "그럼 용화를 대려 가시지! 용화 원래 부산에서 왔는데." "아, 진짜? 용화 부산이 고향이야?" 신혜가 계속 창의와만 말을 섞는이에 쓰리 에이형 답게 삐친 용화, 앞에서 창의가 뭘 물어보던 말던, 손에 들린 맥주만 몇잔째 홀짝 홀짝거린다. "야아-, 오빠가 묻잖어." 신혜가 그의 다리를 쿡쿡- 찌르자, 그제서야 고개를 힘겹게 끄덕인다. 얼굴을 팔로 공구고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생을 재미있다는듯이 보는 창의, 이어서 울리는 이현의 핸드폰 벨에 깜짝 놀란다. "응, 어, 신혜씨가 잠깐 저녁 산다고 해서 나와있어. 응. 어, 알았어." "가야되?" "응, 메니저 오빠가 벌써 와있다네. 오늘 저녁 잘 먹었어, 신혜야. 용화는 정신차려서 집에가라그래, 창의오빠." "알았네요, 분부데로 합죠오-." "흥, 제 내일 정신 못차려서 촬영장 들어오면 감독님한테 창의오빠가 술먹였다고 할꺼야." "내가 왜! 나 아니거든?!!!!" "그러니까 제좀 말리라구. 나 간다, 신혜야!" "내일 아침에 봐요, 언니!" 손을 짤랑짤랑 흔드는 신혜를 보며, 이현이 먼저 가방을 챙겨서 나간다. 곳이어 질문공새를 심-하게 하시는 창의. "둘이 사궈?" "에에에~?!!! 무슨 그런 심각한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릴 하시구 그러세요~!" "3초만 있으면 그런 소리 못할껄," 신혜가 '예-?' 하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용화의 고개가 푹- 숙여지면서 신혜쪽으로 몸이 쏟아지자, 앞에있던 창의가 키특키특거리다 못해 주먹을 거의 입에 넣다싶이 웃어버린다. 자신의 어깨에 완전히 편하게 잠이든 그를 보고는 무표정을 짓는 신혜, 어깨를 몇번 들썩이며 '야, 정용화!'를 외쳐보지만... 저-언혀 효과가 없다. "아님, 용화가 신혜를 짝사랑 하는건가?" "에이! 무슨 서현씨한테 혼날 소리를 하고 계세요? 얘, 이래배도 간이 배밖에 나온 인간이에요. 방송에서 서현씨 사랑한다구 고백했던 앤데요?" 쯧쯧거리며, 고개를 설래설래 젓는 신혜의 어깨에서 갑작이 고개를 들고선, '니가 아는게 뭐가 있어-' 한마디 외치곤 곳바로 다시 잠이들어버리는 용화. 무슨 애들 소꿉장난 보는것만 같은 느낌에, 창의가 고개를 푹- 숙이고선 또다시 키득거린다. *** "자, 그럼 규원이 학생? 언능 용화 대려다 주고 집에 가야지? 형은 간다, 용화야~" "어어, 오빠아-!!! 와~!!! 이러는게 어딨어요! 이렇게 무거운 애를 나보고 대리고 가라고?! 장난해~?!" "목소리 낮추지, 여기서 니네 둘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아, 그러니까 얘좀 대리구 가요오-. 여자인 제가 할짓이에요, 이게에~?" "미안하네, 형은 니네 둘을 밀어주려고 온거지, 용화를 너한테서 뚝- 떨어트리려고 온게 아니네." "뭔 소리에요, 얘좀 대리구 가라니까아?" "어, 차왔다. 나 먼저 간다?" "어, 어어-! 오빠아! 창의 오빠아~!!!" 그대로 블렉 쎄단를 타고 슝- 하고 사라져버리는 창의를 보며, 어마어마한 배신감을 느끼는 신혜. "...어아으아악-." 곳이어 자신의 어깨에 눌린 용화의 뺨이 느껴지자, 불쾌지수가 퐈악- 올라가는 느낌에 머리를 짚는다. 그러다 그만 그가 중심을 못잡고 앞으로 기우뚱- 하자, 힘겹게 그를 잡고는 여기저기 주머니로 보이는곳을 더듬어본다. "어이씨... 용화 핸드폰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 핸드폰의 주책맞은 정체에, 점점 땀이 비오듯이 흐르는데, 결국에는 자켓 안주머니에서 나오는 핸드폰에 눈을 감고있는 용화를 툭- 친다. "어느 바보가 핸드폰을 안주머니에 넣고 다녀~!" 핸드폰에서 민혁의 전화번호를 찾는데, 강민혁- 이라고 쳐서는 절때 나오지 않는 그의 폰 넘버에 신혜가 인상을 구긴다. 통화기록목록을 보니, 박신혜 13통, 송창의 2통, 귀여미여준희♡ 5토... "이,이러니까 안찾아지지~!" 그래, 귀여미 여준희한테 지금 전화 겁니다, 걸어요. *** "어우, 무슨 술을 이렇게 떡이 되게 마셧데요~?!" "아, 대리고 오는데만 죽는줄 알았어요. 어후, 더워." "시원한 오미자차 다려둔거 있는데, 좀 드릴까요?" "어, 집에서는 언니라고 안하네. 으하항-, 웃긴다." "에이, 그래뵈도 연기 잘하는 민혁이라고 해주세요-." 후다닥, 부엌에서 무언갈 꺼내오더니, 곳바로 용화를 업쳐들고선(?) 녹차를 신혜에게 권하는 민혁이다. 어제 저가 오미자차를 다 마셔버려서 없다며, 그만 울쌍을 짓는 그를 보고는 신혜가 웃어보인다. 벌써 와버린 창마철때문에 습하면서 푹푹 찌기까지 하는 날씨에 신혜가 에어컨 앞에 선다. 곳이어 화장실에서 마침 세수를 마치고 나오는 종현과 마주치는데, 아무리 아이돌들을 많이 봐도 그렇지, 난생 처음 보는 씨엔블루 멤버들을 하나 둘씩 보게 되자, 이 상황이 도저히 적응이 안되는 신혜다. "어, 오셨어요?" "에-. 용화가 많이 취해가지구. 몸도 못 가누더라구요." "쯧, 못말리는 형일쎄." 젖어있는 앞머리를 몇번 가다듬더니, 곳이어 용화의 방으로 들어가보는 종현의 뒷모습을 보며 신혜가 풋- 하고 웃어보인다. 대체 누가 리더고 동생인건지, 원. 시간도 넉넉히 지났겠다, 이제 일어서야지- 하고 생각하는 신혜를 곳이어 잡는 이가 있었다면, 안그래도 어색해 죽겠는 이 공간들을 다 보여주겠다며 집자랑을 하고 나서는 민혁이다. "어,어어어-"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어어-. 그,그전에 이것부터 좀 놓..-" 꽉 잡힌 손목때문에 손이 저려올 지경인데, 여전히 이놈의 민혁이 쑝키는 조잘조잘 거리느라 바쁘다. 역시나. 이번 감독님, 배역을 너무 잘 주셨다니까. 너무 잘 주신게 탈이지. "여기가 누나가 기다리고 있을 용화형 방! 뭐, 오면서 다 맡았을 알콜냄세는 오늘만 봐줘요, 원래 저렇게 술 많이 마시는 형 아니니깐." "응응-, 알아요." 은색 펄이 은근히 도는 문 손잡이를 돌리고 힘을 주어 문을 열자, 저번에 미남이시네요 드라마 촬영후, 멤버들이 왠일로 다 나가봤다며 자신에게 보여주던 용화의 모습이 갑작이 생각난다. 조금도 어색하지도 않은, 친근함까지 도는 그의 방때문에 웃어보인건데, 민혁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잘못을 해도 한참 한건지, 입을 삐죽삐죽거리며 그제서야 신혜의 팔목을 놓는다. "미안해요, 둘이 오붓한 잘 보내요. 그럼 전 이만 올라갈께요." "어어, 그런거 아니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진짜 오랜지 껍질보다 못한 머리통인가봐. 흐응-." 신혜가 변명을 하기도 전에, 더운지 셔츠를 팔락이며 방문을 닫고선 나가버리는 민혁의 뒷모습을 보며 신혜가 또다시 핏- 하고 웃어보인다. 올때 입고있던 점퍼만 벗어놓은체 자고있는 용화를 보며 신혜가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방구경을 하고있는데, 그의 책장 옆에 있는 장식장에 예전에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자신과 함께 찍었던 폴로라이드 사진들이 몇개 간직되어있는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웃어보인다. 옆에는 자신이 줬던 쪽지도 남아있다. 화가난 감독님 때문에 아무 말도 못꺼내고 있던 배우들, 테이블 아래로 저가 쪽지를 접어서 줬던 새록새록한 기억들. -큰일났다. 나 배고픈데.- 흐-, 그때 그 쪽지의 내용만 생각해도 온몸이 배배 꼬이는것 같다. 뭐 오글거린다거나 그런게 아니고, 그 무서웠던 감독님의 얼굴때문에. "신혜야아-." "어악!" "아, 깜짝이야. 갑작이 소리는 왜 지르는데?" "넌 왜 소리소문도 없이 깨는건데?" "글쎄. 별로 뭐 소리소문 없이 안깼는데. 너 들어올때부터 정신은 좀 들어있었어." "그럼 나 정신 돌아왔다, 이 얘기는 했어야지, 이런 배은망덕한...!" "배은망덕했던 돼지토끼가 나한테 할 소리는 아닌거 같은데." "어, 그러고 보니까 저 돼지토끼 인형이 아직도 저기 있네." 또다시 장식장을 올려다보며, 신혜가 베시시- 웃어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하나 있어 뾰투룽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너, 서현씨랑 찍은 사진은?" "없는데?" "뭐어~? 그럼, 그거 방송에서 다 거둔건가? 아니, 왜 너 분명히 그때는...!" "아~ 그거 내 짐 다시 옮겨올때 버렸었나, 그랬을껄?" "꿈에서 소녀시대한테 발길질이나 당해라." "허, 죽을라고-." 입꼬리를 한쪽으로 쫙- 올렸다 내리는 용화를 보며, 신혜가 콧웃음을 친다. 또 이해할 수 없는건, '버렸었다' 그 한마디에 기분이 은근 좋아진 자신이라는거다. 아니, 어쩌면 진짜 막 하늘을 날아갈 정도로 좋아졌다고 표연하는것도 틀린건 아닌것 같기도 한데-. *** "어아... 무슨 비가 이렇게 갑작이 쏟아져?" "이규원 집에 가지 말라고 쏟아지는거지, 뭐." "진짜 이유도 참 가지가지...- 어악! 1시다악-!!! 지하철 끊겼겠다! 아놔..." 고개를 푹- 숙이던 신혜, 드라마에서 카푸치노 값, 2,800원 달라던 규원의 모습 그대로 손바닥을 쫘악- 펴며 싱그럽게(?) 웃어보인다. "정요-옹화아아-. 내 택시비." "자고 가, 늦었는데." 갑작이 뇌리가 정지된듯한 느낌이다. 곳이어서 못된 영상이 머릿속에서 슬슬- 돌아가기 시작하고, 신혜의 두 뺨이 발그래- 해진다. "응큼한 이규원 같으니. 야, 정신 안차려어? 칫솔 새거 안줘버린다~?!" "으하항. 칫솔을 새걸 안주다니! 쓰던 칫솔에 얼마나 많은 세균이 있는지 알아? 정 쓰던거 줄꺼면, 냄비에 끓여서 소독 한번 해주고 주시던지," 자신만만하단 모습으로 양쪽 허리에 손을 올리는 모습이 아이같아 보인다. 입을 한번 삐죽이고선 새 칫솔을 가지러 방에서 나가는 그의 모습에, 신혜가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선 웃어보이는데. 어쩌면 자고가라는 그 말을 저가 더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 찔리기 시작한다. 용화가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야유에,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고함에 놀란 신혜가 털썩- 하고 침대에 자빠져 버린다. "와아~! 대박! 용화형이 우결에서도 안하던 짓을, 신혜씨한테! 와아아-!!!" "잠깐만, 잠깐마안-. 우리 팬픽이 갑툭튀 용화형이랑 종현이형 러브라인에서 신혜누나로 바뀌는거야, 그럼? 이야아아~" "씁, 팬픽 그만 보랬지, 강민혁!" "와아-! 그게 지금 이 사건에 주동자인 형이 할 소리야~? 대박! 쩔어어어~!" "소심, 그것도 왕소심 트리플 A형 정용화가 갑작이 B형으로 탈바꿈하다. 이거 대단한 뉴스 아닌가? 우리 강심장 나가면 말해야겠다, 그지?" "하면 죽어어어어-!" "아니다, 그전에 형이 우리 사궈여-. 하고 알리려나? 아, 상상만 해도 오그라든다, 진짜!" "새 칫솔부터 주고 말하는건 어때, 정신친구." "왜애-? 아아, 죽어도 신혜씨꺼부터 먼저 챙기겠다 이거지? 흥, 나 새 앨범에서 베이스 안하는 수가있어, 형!" "야-들아, 벌써 1시라고! 나 내일 촬영장 10시까지 가야된단말야! 신혜도 빨리 재워야지...-" "빨리 재우고 뭐 하려구우~?" 점점 심각해져가는 그들의 대화에, 용화가 꺼내놓고 간 이불을 알아서 바닥에 깔고는 일단 앉아서는 핸드폰을 꺼낸다. 한숨을 바닥이 푸욱- 꺼져라 쉬면서도 입꼬리를 슬쩍- 올린다. 알람을 6시 40분에 맞춰놓고선, 그래도 메니저 오빠한테 알려주는게 예의겠지 싶어 문자함에 들어간다. 속으로는 예의는 무슨. 나 용화네서 자고 가는거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서인걸 다 알고있으면서 말이다. 『오빠, 나 오늘 집에 못들어가. 지하철 타고 갈라 그랬는데 용화가 자고 가래~ 내일 나오 지 말고, 소속사 싸장 님한테는 비밀롱. 알즹 ? ㅋㅋ..극하게 아낀당 오빠야~ 나 이만 잘께 p.s. 걱정마 나 용화랑 침대에서 자는거 아냐 ㅋㅋㅋ 혼자잔다공!!!』
***
[리얼둘리] 두번째 인연 -2 (부제: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악-! 압." 아침부터 이 무슨 소란이란 말인가. 거의 무슨 순정만화에서나 나올법한 포즈로 자고있는 용화와 신혜를 보고선 민혁이 뒤로 한발짝 주춤- 한다. 얼굴 크기도 조막만해가지구는, 꼭 무슨 강아지처럼 잠이든 두 사람이 안귀여울 수가 없지만, 민혁이 입을 손으로 가리고선 경악을 하게 만든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어…아-" 침대 위 이불이 구겨져 있는것을 보면, 분명 두 사람이 따로 잠이 들었던것 같은데. 창문과 침대 사이에 이불을 펴고 누운 사람이 용화라고 치자. 형은 분명 여자를 땅바닥에서 재울 사람이 아니니깐. 그럼... 신혜 누나가 저렇게 택- 대구르르 떨어져서 혀,형한테 저렇게 무슨 코알라 안기듯이 자-,잤다는 건가. 갑작이 뇌리에서 해괴망측한 영상들이 샤라락- 돌아가자, 민혁이 부스스- 한 머리를 몇번 가다듬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애써 잠이 덜 깬, 그래. 이것도 이신과 이규원일 뿐이야, 단정지으면서. "자면서 그럴 수도 있지, 뭐. 에이. 형이 진짜 안고 잔거면 또 어때? 형도 이제 애인이 생길때가…" "뭘 혼자서 아침부터 그렇게 궁시렁 거려?" "컥-." "왜 이래? 용화형 안깨워? 너 오늘 또 토스트 한장 물고 튈래?" 용화의 방문을 부쉴기새로 자신을 노려보다, 결국에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종현을 온몸으로 막아선다. "아, 안돼-!!!!!!!!!" *** "어앙-.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반쯤 힘겹게 뜬 눈으로 침대 옆에 있어야할 탁상시계를 보려 고개를 드는데, 왠 낯이 익은 여자가 무슨 저가 곰인형이라도 되는마냥 폭- 안겨서 자고있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싶어서 고개를 샥- 들어보니, 낯이 익은 여자가… 이규원이다. 아니네, 이규원이 아니네. 자세히 보니 이건 박신혜다. …박신혜? "응?" -아 왜 안된다는 건데에에에~!!! 엉? 나도 좀 알고 살자!- 아아. 밖의 상황이 적당히 짐작이 간다. 이 상황을 누군가 봤을테고, 지금 소리치는게 종현인걸 봐서 다행이도 내가 셧업- 시킬 수 있는 막내들중 하나인가보다 싶어 안심하다가… 큰 낭패 봤다. *** "신혜 누나," "어어-. 민혁군. 무슨 일이에요?" "헤헤, 그게요오-. 아침에요오, 진짜 죄송한데… 다 봐버렸거든요." "응? 뭘요?" "그것두… 저만 본게 아니구… 혀,형이랑 정신이도…" 저 색휘가. 감히 박신혜한테 작업을 걸고 있다. 하여간. 막내라고 성격이 고분고분한게 아니라니까. 손까락을 꼼지락대면서까지 무언가를 설명하는거면, 정말 중요하다는건데. 진짜 너 여기 사람들만 없었어도 돌돌돌 말아서 칵- 그냥 저기 있는 물 웅덩이에 퐁당 빠뜨릴 수 있다고, 민혁아. "용화가요? 왜요? 에-! 서,설마… 용화가 또 민혁씨 때렸어요? 아님, 막 협박했나?" 갑작이 등골이 싸- 해지는게, 찔려도 너무 찔린다. 왜 이러지, 별로 잘못한것도 없… "어, 어악-!!! 강민혀억~!!! 너 입 안다물어?!!!!!!!" 민혁아, 이 리더 형이 말이다. 캐 소심한 트리플 에이형이라서, 그런걸 절때로 약점으로 잡히면 안되는 사람이란 말이지. *** 이상하다. 내가 입 다물라고 거의 협박 아닌 협박을 한건 강민혁인데, 저 한 구석에 있는 신혜가 계속 이현이 누나랑 창의 형이랑만 얘기를 나눈다. 체, 오늘 너한테 소리지르는 씬 있었다고 설마 벌써 삐친거냐, 박신혜. 입이 저- 만큼 나와서 뚤래뚤래 어디까지 걸어가는데, 항상 극중에서 규원이가 신이의 카푸치노를 사러가는 커피숍이 눈에 띈다. 블링블링한 아이디어가 갑작이 머리에 들어온다. 곳이어서 카푸치노 만큼이나 달달할 신혜의 얼굴도 상상되… "아아, 나 왜 이러는거야." 설마, 신우형 병증이 다시 돋아오고 있는건가. *** '넌내반 배우팀 열공생 박신혜 커피임. 침 왕창 뱉는 대신에 거품 더 띄워달라고 했음. 너 나한테 화났냐 시원스럽게 물어볼 수 없는 (너도 아는) 소심한 내 마음을 알아죠~ 흑흑.' 커피를 받아들더니, 신혜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자신의 눈을 보더니 몇번 키특거리고선 커피를 받아마시는데, '아 뜨-뜨-.' 를 연신 외치며 그를 또다시 노려보는 그녀를 보고선 용화가 고개를 또 툭- 떨어트린다. "소심해서 아주 죽겠지, 정용화? 근데 나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할것 같지? 응?" "아,알면 그냥 마시지, 뭘 물어봐? 물어보길." "오늘 아침에 해장국도 안먹고 나오던데. 속 괜찮아? 참… 커피를 줄 수도 없고." "어, 그냥 민혁이 가방에 있던 약 하나 먹었어. 아침에 촬영하는데 배아파서 울었다니까, 진짜." "점심먹으러 갈까? 오랜만에 다 같이!" 미쳤어, 미쳤어. 커피를 너한테만 사줬으면, 점심도 나한테만 사줘야 할꺼 아냐, 박신혜. 하아-.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이 이런건가. 용화는 저렇게 사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혜는 벌써부터 방방 떠서는 그렇게 멀리 있지않은 민혁에, 창의에, 이현에… 정말 용화가 달갑지 아니할만한 멤버들만 쪼로록- 대려가려고 하는데. *** "응하하하학-! 맞어, 맞어. 나 그때 자전거 열쇠 어디다 뒀는지 기억 안나서 촬영 시간 늦어졌던거 기억난다. 아, 그때 진~짜 감독님 미웠어요! 계속 저만 뭐라 그러시고!" "그거야, 당연히 신혜가 잘못을 했으니까." "그때 저 열쇠 감독님한테 드렸었단 말이에요, 모니터링 바로 끝난 후에!" "그래도 신혜 메니저가 찾았으니까, 나랑은 무관련인거지. 안그래들?" "맞아요. 완전 누나 누명 씌우는데 뭐 있어. 그죠, 그죠?" "근데, 용화는 어째 얼굴이 안좋아? 무슨일 있었어?" 대뜸 옆에서 (다 알면서, 궂이 얄밉게) 물어오는 창의때문에 미칠 지경인 용화, 안그래도 속도 안좋은데 화까지 부글부글 솟아오르게끔 만드는 이 형때문에 더욱 사색이 된다. "아, 말도 마세요. 어제 용화가 술을 어찌나 마셨는지, 진짜 어제 제가 얘네 숙소에 대려다 준다고 완전 고생 했다니까요. 씨, 게다가 창의 오빠는 먼저 가버리고! 완전 배신자! 정용화 술 먹인게 누구였는데~!" "내가 먹였냐, 용화가 먹었지? 안그래?" "그럼, 그럼, 신혜 너… 용화씨랑 같이 오늘 들어온게…" "예, 실음과 이신이라는 애가 신혜 어제 대꾸 갔을껄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야유소리에 신혜가 아무것도 모르는듯 웃어버리고 만다. 정작 모든걸 다 알고있는 민혁과 용화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도 못들고 있을 뿐이고. "준아, 니가 좀 말해봐! 둘이 어제 뭐 했는데? 막 둘이서 문잠그고 얼래리 꼴래리~ 막 이랬어?" "네. 형이 누나 덥…헙." "더어어업~?! 덥쳐~?!!! 이야~!!! 용화 너 에이형이라더니, 완전 순 내숭이었구만? 그래, 신혜는 어떻게 오늘 잘 걸어왔네?" "덥치기는 무슨 덥쳐요! 제가 덥친게 아니고, 박신혜가 침대에서 떨어진건ㄷ…압." "오와~!!! 그럼 박신혜가 덥친거네?!!!!! 능룍자다-!" 아직도 상황 정리가 안된듯 보이는 신혜가 고개를 몇번 양쪽으로 움직여보더니, 옆에 앉아있는 용화를 보고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근데, 왜 그럼 내가 오늘 아침에 깻을때는 침대에 있었어?" "그럼, 용화씨가 신혜씨 안아서 침대에 올려놨다는거네에에에~? 와하하하하항! 야~!!! 둘이 그럼 벌써 한방 쓴거야~?! 으아아, 내가 진짜 용화씨가 접대 신혜씨 백상때 꽃다발 전해줄 때부터 알아봤다니까아~? 와아아-! 둘이 그럼, 이제 커플링도 맞추고 막 그러는거야? 응? 그런거야, 신혜씨?" 강민혁… 이 색휘…. *** "혀엉-. 내가 진짜 그렇고 싶지 않았단… 아… 누나! 진짜 미안해요! 진짜 막 나 그러려던건 아니었는데…" "이제 어쩔꺼에요,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으셨는데." "…누,누나아-" "칵, 그냥! 네, 형이 누나 덥-. 더업~?!! 죽을래?!!! 내가 언제 어떻게 덥쳤냐!" "모,목소리 낮춰어… 사람들 다 들어어…." "으하항. 역시 누나밖에 없- 아, 아퍼어~" "맞을짓을 했지, 강민혁? 죽을래~?!! 이걸 진짜 콰악 그냥!" "에,헤헤헤헤헤…" 뒷머리를 글적이며 요구르트를 떠먹는 플라스틱 스푼을 입에물고 용화가 나서서 또 뭐라고 하기 전에 달려나가는 민혁. 그가 나가고 나자, 이 어색한 기류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헛기침만 나온다. "저,저기이-." "미안, 이렇게 만들려고 한거 아닌데. 괜한 소문 돌게 생겼네."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괜한' 소문이라는 말에 신혜가 고개를 푹- 떨군다. 뚜벅뚜벅 걸어온 창의가 씨익-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는다. 날씨도 더운데 가뜩이나 볼이 달아올라있는 신혜를 보고서는 저가 마시던 얼음이 담긴 아이스티를 건낸다. 금세 또 뾰루룽 해져서는 오전 일들은 죄다 잊고서 탁- 뺏어저는 저가 모두 마셔버리는데, 옆에 서있던 신혜가 상당히 삐졌는지 입을 어디까지 내밀어본다. "아, 완전 더워요. 불쾌지수 상당히 상승이라니까?" "그나저나, 이제 둘이 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둘이, 진짜 사궈?" "아, 오빠! 아니라니까요? 사귀기는 무슨, 제가 소녀시대 팬들을 죄다 안티로 거져먹을 일 있어요? 가뜩이나 요즘 불경긴데." "그런가? 난 잘 모르겠던데." 하긴, 나도 잘 모르겠는 내 마음을 니가 어떻게 알아주겠니. 그냥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수 밖에. *** "효오오오옹-," "어디서 애교질이야? 닭살돋아! 하지마아-!" "헤헤. 형! 나 형 애인만들어 주려고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할까 하는데, 형 생각은 어때?" "풉…. 애인? 허…" "응, 애인! 신혜누나!" "야!!!! 그렇게 크게 말하면 어쩌자는건데!" "으하항! 형도 좋다는걸로 알아듣겠어! 으하하하하아…악! 누,누나!" 배를잡고 웃어보이며 좋아하더니, 캔음료를 손에 들고 돌아서다 그만 바로 옆에있는 신혜때문에 놀라서 뒷걸음질을 다닥- 친다. "어, 나 불렀어?" "어? 아니? 누나를 우리가 왜 불러? 아니야! 절때 아니야." "어. 진짜 너 부른거 아니야." "정용화 애인 생겼어?" "뭐어~?!!!!" 가뜩이나 심난해 죽겠는데, 불난곳에 부채질 하고있는 신혜를 보고선 용화와 민혁이 쇼크를 받는다. 이거, 이래서 그 장기 프로젝트라는거 시작 할 수나 있으려나. *** [Epilogue] "으하하항. 형, 형, 형, 현진이형!" "어, 민혁아." "으하하항. 나좀 도와주면 안될까, 형이?" "뭘?" *** "세미누나, 나좀 도와줘요. 아, 그러니까. 나라기 보다야 우리 리더 형." "응? 내가? 나 말이에요?" "응응! 대신, 이거 누나랑 몇몇만 알고있는거니까, 절때 비밀이야! 우리 형한테두요!" "뭐,뭘…"
***
[둘리커플] 두번째 인연 -3 (부제:소리없이-.)
"헤잉-. 그런거 아니라니깐요?"
"맞잖아, 너 이신 좋아하는거. 그지?"
"허, 좋아해요? 이신을요? 아, 제가 왜 걔를 좋아해요~!"
창의가 대사를 머뭇거린다 싶더니, 신혜가 갑작이 코피를 뚝뚝- 흘리자 놀라서는 눈만 동그랗게 뜬다.
코디들이 어서 뛰어오기도 전에 촬영하던걸 같이 지켜보고있던 용화가 먼저 달려가 신혜의 콧잔등을 손수건으로 감싸주는데, 앞에있던 창의가 저-만치 멀찌감치 서있는 민혁을 보고는 눈을 끔뻑이면서 키특인다.
"어어, 괜찮은데."
"어제 밤 새면서 촬영 할때부터 알아봤다니깐. 구미호도 아는 '아~ 힘들어요~'를 어떻게 연기파 박신혜가 못하냐?"
촬영중이던 메인 카메라에 불이 꺼지고, 감독이 신혜에게 다가와서는 이리저리 살펴본다.
결국에는 잠시 쉬라는 사인을 주고는, 창의와 이현을 불러서는 세트장을 옮긴다.
"신혜, 괜찮은거 맞지?"
"그럼요! 딱 5분만 쉬었다가 촬영 들어갈께요, 걱정마세요."
"아냐, 오늘은 이만 하고 들어가서 쉬어. 몇일동안 집에도 못들어갔었잖아. 오늘 신혜 네 분량은 다 끝났어. 용화도 같이 들어가서 쉬어도 되. 오늘은 그냥 석현이랑 정교수 씬들만 찍으려고."
"아, 정말요? 저도 가도 되는거에요?"
"정용화, 너무 좋아한다? 그럼 없던 분량도 만들어버리리?"
머쓱은 용화가 뒷머리를 글적이자, 감독이 털털하게 웃으면서 둘에게 가라는 손짓을 한다.
옆에 있는 간이의자에 풀썩- 앉는 신혜를 보고는 마시고있던 레모네이드를 건내주는데, 고개를 절래절래 젓자 또다시 입술이 툭- 튀어나와서는 벽돌로 된 벽에 몸을 기댄다. 등으로 스며드는 시원한 돌의 착감에 눈을 살며시 감으려는데, 옆에서 신혜가 빵빵터지는 멘트를 날려주신다.
"거기 개미 댑따 많아, 용화야."
"으아아악-!"
***
"집이 어딘데?"
촬영장에서 어느정도 나와서는 신호에 금방 걸려버리자, 운전대를 손으로 툭툭- 거리며 치던 용화가 자신이 지금 신혜를 대리고 가야하는 주소를 물어보는데, 이 아가씨 말이다. 정말 친한 친구라고 해도 그렇지, 명색이 정용화가 남잔데… 또 잔다.
"야, 박신혜."
절때 그녀가 깨어 있을땐 볼수 없는 다양한 표정들이 잘때 나오는것을 지금처럼 디테일하게 발견한 적이 없었다. 졸아도 고개를 푹- 숙이고 조는 그녀때문에 항상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느라 바빴지, 이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줄이야, 누가 알았나.
그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심-하게 있었는지, 뒷차가 신호 바꿨다며 크럭션을 울리고 난리가 아니다.
이놈의 박신혜, 하여간에 남자들 정신 못차리게 하는데 뭐 있어요.
***
"아, 난 몰라. 오는 길에 몇번이나 깨웠는데 안일어난건 너야."
숙소 앞에 차를 대고서는 누가 볼새라 신혜를 후다닥- 등에 업고 들어가는데, 마침 빨래를 들고 나오던 정신이 둘을 발견하고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 벌써 왔어?"
"아, 어. 촬영이 좀 일찍 끝나서. 빨래 널어?"
"응. 오늘 도우미 아주머니 안오는 날이잖아."
"아, 그런가?"
"근데… 신혜씨는…"
"아, 어. 좀 그렇게 됬어. 어떤 아가씨가 메너도 없이 차에 침이나 뚝뚝- 흘리고 주무시더라고. 대답을 해도 안일어나고."
등에 업혀있는 신혜를 보고선 어깨를 두어번 들썩인다. 그에 그녀의 고개가 움찔거리자, 그만 인상을 팍- 찌푸리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용화.
씨엔블루 리더가 저렇게 순정파인거 알면 팬들이 난리나려나? 어느쪽이든 좋다는 듯이 입을 몇번 달싹이고는 다시 빨랫줄로 걸어간다.
***
"혀어어~…. 시,신혜씨? 뭐야. 쓰러졌어?"
제 손바닥만한 머그컵을 들고서는 신혜를 업고 들어오는 용화를 보더니, 종현도 아니나 다를까 정신만큼 놀란다.
"아니. 그냥 잠들었어. 민혁인 아직 안들어왔나? 아, 아까 나랑 같이 있었지, 참."
"에이, 뭐야. 금세 신혜씨가 민혁이보다 형한테 더 중요해진거야? 민혁이 오면 다 일러줘야지."
대답없이 그저 베시시- 웃어보이고서는 2층으로 올라가는 용화를 보고선 종현이 머리를 글적인다.
숙소에 여자가 들어와서 그런가. 온 몸이 간지러운게, 핑크빛 가루에 전염이 된듯하다.
***
"야,"
'아웅-.' 한마디 하고선 또다시 푹- 쓰러져서 자는 신혜를 보더니, 얼마나 피곤했으면 저러나 싶어서, 저도 저를 부르고 있는 레드 와인색 쇼파에 달려가서는 온몸을 묻어버린다.
잠시 쉬려고 했던것 뿐인데, 둘다 촬영때문에 지쳤었는지 잠이 깊이 들어서는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왠지 모르게 문 밖에서도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온몸을 무슨 성난 고양이마냥 부르르- 떨고서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민다.
"혀…엉,"
제일 먼저 보인건 침대에 누워있는 신혜길래, 못볼걸 볼것같아 문을 닫으려다 다시 고개를 빼꼼- 넣어본다.
어쩐일로 저번과는 다르게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자고있는 용화를 보고선 기타 피크를 갖으려 들어간다.
"피크가… 어딨지."
이리저리 고개를 들어 용화의 책장도 보고, 그가 항상 기타를 끼고 작곡을 하던 곳도 찾아보는데, 원하던 피크가 없자 입을 삐죽- 내밀고선 신혜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있는 사이드 테이블에 가본다.
자고있는 신혜의 분위기가 어딘가 모르게 벤에서 항상 보던 눈을 감은 용화의 모습과 오버 매치되자, 이것도 무슨 배다른 형제 아닌가 싶어 풋- 하고 웃는다.
"어…."
찾았다. 붉은 적색 피크를 들고서는 방에서 나가는 종현.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덤으로 드디어 이 핑크빛 가루가 폴폴 날리는 간지러운 방에서도 나갈 수 있게됬고….
***
종현이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때문에 일어난 용화, 평소 귀가 밝은건 아닌데, 왜 갑작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눈으로 블라인드가 아직 처져있는 창문 밖을 보려한다.
손으로 레일 사이를 벌려보지만, 들어오는건 오로지 햇쌀뿐이어서 눈을 찡그리고선 기지개를 핀다.
쇼파에서 일어나 자면서 어디 눌린 자국은 없는지 확인하려 화장대에 가려다,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있는 신혜를 늦게 발견하고선 뒷걸음질을 두발자국 치고선 놀란다.
"허헛…."
이 녀석. 아직도 안일어났어?
웅크려 자는 신혜를 보더니, 왠지 모르게 텁텁한 공기를 삼켜보려 입을 벌리다 그만 더운 공기를 마시자, 인상을 빠악- 찌푸리며 에어컨을 튼다.
아, 더운날씨는 정말 최악이야.
불쾌지수가 올라가자, 들고있던 책을 테이블에 짜증난다는듯이 던져놓고선 드레스룸에 딸린 욕실에 들어간다.
용화가 물을 트는 소리가 들리자 슬금슬금 뒤척이던 신혜, 누가 자신의 단잠을 방해하나 싶어서 눈을 슬-며시 떠보는데, 또다시 주변이 이틀전에나 봤던곳과 같아보이자, 충격에 휩싸이며 벌떡- 일어난다.
"어! 누나! 일어났어요?"
"어어…, 민혁아."
"이거, 파인애플 갈았어요, 금방. 형은 샤워하러 들어갔나보네요, 안보이는거 보니까?"
"어어… 야, 우리 아무짓도 안했어. 알다싶이 내가 지금 금방 깬 사람이에요. 응? 알아듣지?"
"어우, 제가 형이랑 누나를 놓고 무슨 상상을 해요. 해도 용화형이 하지. 으하항-."
"민혁이는 웃는것도 귀엽게 웃네,"
"응? 진짜요? 우와, 나 살다가 학생 넘어들어서 그런소리 처음들어요. 아, 나도 빨리 형처럼 여자친구 생겨야 될텐데."
"응?"
"아,아니에요…. 얼음 녹아요, 누나! 얼른 마셔요."
왠지 모르게 저를 재촉하는 느낌에 입을 동그랗게 모으다가, 또 그럼 어떠나 싶어서 그냥 시원한 쉐이크부터 마셔 넘기는데, 목 아래로 흘러들어가는 차가운 결정채가 좋은지 컵을 내려놓고선 웃음을 씨익- 지어보인다.
"맛있다, 진짜. 정용화는 진짜 좋겠네, 이런 요리사도 집에 두고. 누구는 매일 아침마다 우유 한잔 마시고 나가는데."
"헤헤-."
소심한 A형 답게, 절때 저도 아침에 토스트와 우유만 들고 나가는게 다반사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 민혁이다.
***
민혁이 나가고 나서야 다시 침대에 눕는 신혜.
어릴때부터 엄마가 남에 집에서는 침대에 올라가는게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어겨도 되겠지 싶은 악심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아 메니저에게 또다시 문자를 한통 넣고서는 이것저것 둘러본다.
저번에도 되게 디테일 하게 봤던것 같은데, 온통 책으로 덥힌듯한 저 공간은 못본것 같다.
조심스래 발을 움직여 작은 미니용 레드와인색의 쇼파가 자리를 차지하고있는곳에 가보는데, 정작 책장으로 온 사방이 둘러싸인 곳에 들어가려자, 왠지 용화만의 공간에 발을 디딧는것 같아서 죄를 짓는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쇼파에 슬적- 앉아서는 사방을 둘러보자, 통기타 하나와 음악에 대한 책들만 가득한것에 신혜가 눈을 때지를 못한다.
"우와…"
"신기하지? 이 정용화가 이런 인간이라고는 절때 생각 못해봤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신혜가 고개를 돌려 어느새 자신의 곁에 서있는 용화를 올려다 보는데, 이규원이 항상 서있으면, 밑에서 보는 이신의 느낌은 이런건가 싶어서 기분이 몽롱해 진다.
"배고프다, 나가서 저녁 먹자. 애들이 피자 시켰더라."
"응, 알았어."
자신이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정리할때까지 옆에서 같이 기다려주는 용화가 고마워서 활짝 웃어보인다.
진짜 이럴때는 오빠 같다니깐. 이럴때만.
***
"것봐, 신혜 누나 있으니까 이집 피자 제일 큰사이즈가 다 해결 되잖아, 형! 신혜누나, 여기서 아얘 살면 안되요? 드라마 찍을때까지만이라도?"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그런게 어딨냐기 보다야, 정이 그만큼 들어서 떠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신혜이기에 말을 더욱 조심스럽게 한다.
"그럼, 우리 피자먹을때마다 전화하면, 이렇게 와서 같이 먹으면… 악! 왜 때려!"
"니가 우리 신혜누나에 대해서 뭘 안다구 입을 별려요, 정신아?"
"허, 우리 신혜누나래. 용화형, 안혼내? 이런건 완전 엎어치기 해서 궁디팡팡! 응? 몰라?"
"구,궁디…팡팡?"
"정신이 얘가 원래 이런 애라니까요. 궁디팡팡. 으으으… 정신연령이 몇살인지 도대체가 모르겠다니까."
뭐가 그렇게 웃긴지 뒤로 넘어가더니, 결국에는 사래가 걸려서 쿨럭거리는 신혜의 등을 쇼파위에 앉아있던 용화가 두드려준다. 피자와 함께 따라온 1.2리터짜리 콜라를 종이컵에 '자상하게' 따라서 건내주는 그를 보고선 거실에 앉아있는 모든 이들이 간지러운 느낌에 입을 다문다.
톡 쏘는 느낌에 눈물이 핑- 돌면서 남은 잔기침을 하는 그녀를 앞에 앉아있던 종현이 웃으며 바라본다.
키특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는 민혁과 정신이 있는가 하면,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는 신혜도 있다.
***
"오늘 저녁 잘먹었어, 멤버들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주고."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내일 아침 7시 반까지 오는거 잊지말고!"
"응, 알았어."
"저기… 신혜야,"
"어?"
대려다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했는데, 머뭇머뭇 거리는 용화를 보니 막상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눈까지 못마주치며 머리를 글적이는 그를 보고는 얼뚱하게 서있는 신혜, 아직도 이럴때 보면 과연 동생이다 싶어 웃으려는데, 자신의 뺨에 말캉한게 부드럽게 닿였다가 떨어지자 놀란다.
"잘 자라구."
***
무슨 정신으로 걸어서 5층까지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새빨간 얼굴을 하고 거울앞에 서있는 자신을 보더니 그제서야 '돌았어, 제정신이 아닌거야.'를 연신 반복하는데.
'잘 자라구.'
소리없이 스치고 지나간 말캉한… 무언가.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잘 알고있으면서 아는척을 할 수가 없는 저가 불쌍해질 뿐이다.
***
"용화형! 신혜씨 잘 대려다 주고 왔어?"
"잘 대려다 주기만 했겠어?"
"어어, 지금 그거… 으하항. 무슨뜻이지이~?"
"이 용화형이 대형 사고 치고 왔다, 임마."
남은 피자크러스트를 먹고있던 민혁, 눈이 동그래져서는 콜라를 한번에 원샷해버린다.
서서 커피테이블에서 홍차를 타고있던 종현도 꽤 놀랐는지 뒤로 돌아보는데,
"뭐,뭐야. 벌써 막 껴안은건 아닐테고…"
씩-. 썩소를 한번 짓더니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 거리는 용화를 수상한 눈으로 보던 정신과 민혁, 동시에 숨을 들이킨다.
"서,설마아-. 키스했…한건 아니지, 형? 뒷처리를 어떻게 하려고…"
"걱정마, 볼에다 뽀뽀만 해줬으니깐."
"아…. 돌겠어. 진짜 형이 웬 여자를 집에 대리고 온다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와, 돌겠네. 고미녀와 신우형의 만남은 또다시 이렇게 시작되는겁니까."
"따라하지마. 하나도 안똑같애, 정신아."
"너도야."
"야아-!"
그래, 뭐가 어떻게 똑같건 안똑같건, 기분만 좋으면 됬지 뭐가 어떤가. 실실거리며 2층으로 올라가는 용화를 종현만 알아보고선 똑같이 웃어보인다.
"좋겠네, 누구는 여자친구도 생기고."
***
아오... 오늘 분량 어찌 괜찮았나욤?
토플 숙제에 파 뭇혀 사는터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흑흑.
저번주에 단어만 100개 외웠어요! ssat 단어덜! 캬항항.
달달한 용화랑 신혜를 표연하고 싶었는데.. 흑흑, 잘 됬는지 모르겠습니다.
들마에서 싸우면, 소설에서라도 알콩달콩하게 이어줘야죠!
다음화도... 얼른 들고올께요 ㅠㅠ
(참고로 나 이거 여기 올려도 되는건지 잘 모르게쓰용 ㅋㅋㅋㅋㅋ)
첫댓글 오오, 100단어? 언니 좀 쩌는둡ㅋㅋㅋ역시 눈송이 언니 소설은 달달한 맛에 본다니까! 이제 다음화 보러 뿅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