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6일 맑음, 70도 정도
서울에서 직항으로 7시간 걸려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 한식당에서 저녁 먹고, 산행 팀과 인사 , 카트만두 카멜 거리에 있는 숙소 근처에서 환전, 근처 약국에서 고산증 약 구매, 숙소에서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더플백에 짐을 꾸림. 이 짐은 앞으로의 산행에 필요한 물품들로 포터들에게 전달. 그 외 당일 산행에 필요한 물건은 개인 배낭에 꾸림.
4월 27일 맑음, (산행 1일차)
숙소에서 6시쯤 조식 후 국내선을 30분간 타고 안나 등반의 시작 마을 포카라로 도착 후 벤 타고 서너 시간 산쪽으로 이동 후 트래킹 시작. 전체 산행은 9일간 진행됨.
(전반적 일정은 바로 안나로 안가고 2일 동안 등반하여 3000미터가 넘는 푼힐 전망대에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에 다녀온 후, 고도를 더 높히지 않고 옆으로 2일 동안 오르락 내리락 하며 목적지인 안나 트래킹에 진입 후 2일 동안 올라가고 3일 동안 하산 한 후 다시 벤 타고 포카라 도착, 포카라에서 1박 후, 국내선 타고 카트만두 처음 숙소에 도착, 카트만두에서 2일 동안 관광 후 5월 9일 서울 도착)
첫날 트래킹은 고도도 낮고 길도 넓어 아주 쉬었음.
첫번째 lodge에 도착 후 온수에 사워하고 같이 올라간 포터들이 우리가 묵을 라지의 부엌을 빌려 밥을 준비해줌, 방 배정 받고 포터들이 짐을 돌려 주면 내일 산행을 위해 배낭을 다시 꾸리고 나머지 짐은 다시 포터들에게. 난방은 안되어도 침낭으로 충분
(제가 찍은 거 아님) 국제선 국내선 모두 비행기 창문으로 이런 뷰가 쭉 펼쳐지니…. ~ 과연 신들이 사는 곳 맞구나 ~
4월 28일 맑음, 더웠음 (산행 2일차)
12km / +1,200m / 5시간+
Tikhedhungga(1,580m)에서 시작하여 Ulleri를 거쳐Ghorepani(2,850m)까지 이동하는데 1,200미터를 올라감.
5시 기상, 6시 조식, 7시 트래킹 시작 , 11시 쯤 라지들러 휴식 및 식사, 1시 쯤 오후 산행 시작하여 다음 마을로 이동, 산들은 엄청 급경사 인데 그 위에 다랭이 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들, 마을과 마을 사이 길은 다 돌계단, 깊은 계곡은 출렁다리로 연결, 길은 소똥 말똥 밭, 중간 중간 그 좁은 길에서 만나는 소, 말, 양, 개, 닭들, 하늘은 파랗고, 산은 높고 푸르며, 공기는 맑디맑고 …
그런데, 산알아 님이 갑자기 퍼졌다. 더 이상 못걷겠단다. 전날부터 음식이 비위에 안맞아 잘 먹지 못한 탓이려니 했다. 산알아님는 결국 조랑말을 탔다($50).
난 아직 쌩쌩했다. 다른 분들과 보조를 맞추며 걸었다. 그런데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고 비옷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급히 먼저 올라갔다. 살짝 힘들었지만 괜찮았다. 도착한 라지 창문 넘어 뷰는 비현실 적이었다. 안나프루나 남봉이 창문 가득히 보이는데 마치 커다란 현수막에 그림을 그려 걸어 놓 듯 했다. 저녁이 되니 살짝 추워졌다. 지붕에는 녹다 남은 눈들도 군데군데. 다행이 거실에는 화목난로가 있고 빙 둘러 앉아 생강차를 마시니 즐거웠다.
산알아 님은 난로에 몸을 녹인 후 식사도 못한 채 방에 들어가 침낭 안에 누웠다. 1리터 짜리 물병에 뜨거운 물을 넣어 침낭 안을 데우면서.
포터팀이 만들어준 닭볶음과 한국에사 싸온 밑반찬으로 저녁을 먹었다. 내일 푼힐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꼬기가 필요해. 억지로 더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중간 중간 산알아님을 살피기 위해 가파른 이층 계단을 올라가는데 다리가 너무 무거웠다. 피곤해서 일까. 허름하게 지어진 이층 라지가 삐걱대며 배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잠을 설쳤다.
4월 29일, 맑은 편, 춥지 않음 (산행 3일차)
(11km / +550-720m / 6시간+
Ghorepani(2,750m)에서 poonhill 전망대(3,200m) Tadapani (2,590m)까지
다음날 아직은 깜깜한 새벽, 산알아님은 밤새 자는둥마는둥 결국푼힐 일출을 포기했다. 나는 해드라이트를 머리에 두르고 조심 조심 짐을 챙겼다. 엄청 껴입고 일행은 푼힐 전망대(3200m)를 향해 출발했다. 조금 걷자 다들 겹겹히 감싼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날씨는 흐려 멋진 일출은 못볼거라는 말이 들렸다. 그래도 전망대에서 볼 안나를 상상하며 나는 앞장서서 힘차게 걸었다. 삼십여분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래 산행 삼십분이 제일 힘들었잖아. 조금만 견디면 괨찮아 질꺼야. 참고 계속 걸었다. 호흡은 더 거칠어졌다. 일행 중 경험 많으신 한 분이 호흡이 이상하다고 아주 천천히 걸으라고 했다. 난 아차 싶었다. 난 호흡은 가다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오를수록 점점 몸이 너무 무거웠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일직선 오르막 돌계단길. 뒤 일행이 모두 나를 패스하고 난 마지막에서 아주 천천히 올라가야 했다. 나도 그분들처럼 처음부터 천천히 걸었다면 괜찮을 수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부터 내 몸은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산알아님처럼 푼힐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푼힐 전망대에서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일출은 없었지만 첫번째 보는 360도 희말라야 뷰.. 멋있었다. 하지만 나는 힘이 없었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록 힘드니 가만히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고산증에 대해 모르기에 무서움도 느꼈다. 그래도 올라왔기에 사진 몇컷 찍고 천천히 내려왔다. 그리고 결론지었다. 그분이 드뎌 오셨구나!! 아침을 먹을 수가 없었다. 체한 느낌, 자꾸 화장실 가고 싶은 느낌.
소화제를 한 알 먹었다. 아직 고산증 약을 먹고싶진 않았다. 그 약이 처음 내 몸에 들어와 어떻게 반응할지 두려웠다.
다들 모두 배낭을 꾸리고 힘차게 출발하는데, 산알아님 과 나 그리고 우리를 챙겨주시는 팀장님 그리고 우리 담당 세컨 가이드 는 뒤쳐져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한손으로 배를 맛사지하며 걷고 너무 힘들어하자 가이드가 내 배낭을 들어줬다. 나를 살펴보신 팀장님이 입술이 너무 핏기가 없다고 고산증 약을 먹을 것을 권했다.
산알아님, 나 둘 다 결국 고산증 약을 먹었다. 일행중 한 분이 고산증 약을 먹었을 때 손 발을 아주 따뜻하게 해야 한다 말해주었다. 날씨는 그닥 춥지 않았지만 털모자야 장갑을 챙겼다. 얼마 후 낯설은 느낌이 들었다. 손 얼굴 코 입술 피부에서 찌르르 전기가 이는 느낌, 참 낯설었다. 고산증 약이 혈관을 확장해서 그렇단다. 낯설었지만 참을 만 했다. 코 속 점막도 약간 불편함이 느껴졌다. 나는 혹시나 하여 몇 번 확인해 봤다. 다행히 코피는 나지 않았다. 산알아님 역시 힘들어 했지만 덜 내색하려 애쓰며 천천히 걷기에 집중하는 듯 했다. 특히 산알아님은 고산증도 고산증 이지만 식사를 전혀하지 못해 기운이 더 없었으리라. 다행히 오늘 산행은 고도를 그닥 높히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몇개의 마을을 지난다. 산은 아름답게 열대우림으로 우거져 있었다. 네팔 국화 랄리구리스 꽃이 아름드리 나무에 가득했다. 낯선 고산증에 점차 몸과 마음을 적응시키며 라지에 도착했다. 저녁은 소화를 돕기 위해 죽을 먹었다. 몸은 너무 피곤했다. 산알아님과 나를 제외하고 다른 분들은 전혀 고산증 문제가 없어보였다. 다들 온수에 샤워를 했다($1-$3). 고산증에는 체온유지가 중요하다. 드라이기가 없으므로 우리는 샤워를 포기했다. 고산증으로 잘 먹지못하여 기운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제 별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밤에 푹 자기 위해 고산증에 효과가 있다는 타이레놀을 한알씩 먹고 잤다.
4월 30일, 흐림, 약간의 비, 춥지 않음, 산행 4일차
(11km / +140-430m / 5시간+
Tadapani (2,590m)에서 Siuna(2,210m) 주로 하산)
굿모닝, 고도를 낮추었고, 고산에 몸이 적응한 듯해서 컨디션이 좋았다. 게다가 오늘 산행은 계속 내려간다. 물론 중간 중간 오르막이 있지만. 조식을 먹은 후 비가 꽤 내려 다들 판초를 입고 출발했다. 우기에 접어든게 확실하다. 예상보다 빨리 우기가 찾아온 듯 하다. 꽤 깊게 내려왔다. 고산증 속에 겨우 겨우 올라왔건만 이렇게 다 내려가 버리다니 속상한 맘이 들었다. 이렇게 많이 내려가면 다시 많이 올라가야 하는데.. 깊은 계곡 경치가 참 신비로웠다. 계곡 중간 중간 흐르는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 일행 중 산나물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여기저기 싱싱하게 올라온 취나물을 뜯어 식사 시간에 된장과 함께 쌈으로 먹었다. 향이 참 좋았다. 이렇게 먹어도 탈이 없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모두들 무탈했다. 현지 네팔인이 궁금해 해서 그 분이 취나물 식별법과 요리법에 대해 알려주셨다. 참 웃기다. 현지인도 모르는데….
우리 나라 사람은 어딜가도 굶여죽지 않겠다 싶다.
고산증도 없고 날도 춥지 않아서 돈을 지불하고 온수에 샤워를 했다. 저녁도 잘 먹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 산행이다. 단단히 맘을 먹었다. 몸 상태가 좋아 다행이다.
5월 1일, 흐림, 비, 산행 5일차
(13km / +900m / 5시간+
Siuna(2,210m)에서 Deurali(3,100m)까지 등정)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난 고산증이 소화 문제로 오기 때문이다. 이제 내 몸이 고산에 적응했으리라는 기대 속에 산행을 시작했다. 길을 이전보다 많이 좁고 가팔랐다. 여전히 오르막길은 몸이 무거웠다. 아 ~. 아직 고산에 완전 적응한 것이 아니구나! 아쉬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천천히 오르니 이전에 겪었던 배아픔은 없었다. 단지 다리의 피곤함과 무력감 때문에 힘차게 산을 못오르는 상황이었다. 예방 차원에서 중간에 고산증 약을 먹었다. 산알아님은 많이 좋아졌다. 식사는 여전히 많이 못하셨지만 고산에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적응된 듯 보였다. 참 다행이다. 다른 분들은 여전히 고산에 문제가 없어보였다. 연세가 많으셔도 다들 산행에 경험이 풍부하신 베테랑이신 분들이다.
중간 중간 비가 세차게 와서 추웠다. 특히 손이 젖어 많이 시려웠다. 오늘 산행은 마을 몇 개를 지나가는데 마을 마다 랏지, 가게,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있다. 우리는 한 카페에 들러 라테를 주문했다. 깊은 희말라야 속이건만 커피 맛은 어디나 똑같다. 라테 한잔에 4달러, 높은 곳으로 갈수록 물가가 비싸지는데 아무리 비싸도 보스톤 물가는 못따라온다. 여전히 착한 가격. 커피로 손을 녹인 후 다시 출발. 비 좀 그만 내렸으면.. 걷기도 힘든데…폴 대를 잡은 손이 비를 계속 맞으니 시려온다. 마을 주변 길은 모두 돌계단이어서 비가 와도 길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
점심을 먹은 후 충분히 쉬지 못하고 다시 출발했다. 매 식사마다 포터들은 가져온 도구와 재료로 랏지 부엌을 렌탈하여 음식을 만들어 우리를 대접한다. 식사 후 그들은 설것이를 하고 식기도구를 챙기고 짐을 실어 이동한다. 랏지에서 사먹으면 되는데 여행사에서는 현지 식이 입에 안 맞아 식사를 제대로 못 하면 산행이 힘들 수 있어서 이렇게 한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참 번거러워 보였다. 여행팀과 셀파들 이십명이 넘는 사람들의 식재료와 음식 만드는 모든 도구 식기들 이 모든 것을 지고 온다. 적어도 점심 정도는 랏지에서 현지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 음식도 먹어봐야지. 메뉴도 핏자, 카레 등등 다 똑같은데.. 쩝… 아뭏튼 이런 상황에서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원성이 들려왔다. 속도를 조금 내 달라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눈치가 보였다. 상황이 이러한지라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다른 분들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듯 했다.
길은 점점 더 가팔라지고 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경치는 점점 멋있다. 이름 있는 산이 아니더라도 다 높고 우뚝우뚝 우람한 산들이 겹겹이다. 그 산들 사이 사이 저 높은 설산들이 보인다. 아직 멀리 보여서 밋밋해 보였지만.게다가 우기여서 아득한 저 계곡 아래서부터 하얀 구름과 안개가 몽실몽실 산을 휘감으며 오라오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고산증 덕에 천천히 산을 오르니 경치 하나하나를 다 감상할 수 있었다. 멋진 곳에서는 쉬어가며 사진도 찍어가며.. 천천히만 오르면 별 문제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많이 걸었는데도 근육통이 없다. 음식도 많이 못먹어 체중도 많이 줄었는데, 허기지거나 힘들지 않고 몸이 가볍고 편안했다. 단식했을 때의 편안함 같은 느낌이랄까. 공기가 좋아서 일까, 그동안 몸에 쌓아둔 독소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머리도 맑아진 듯하다.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여 다들 거실로 모여들었다. 먼저 오신 일행 한 분이 가스난방을 렌탈하여 거실 테이블 밑에 켜주셨다. 참 따듯했다. 우리는 젖은 몸도 녹이고 젖은 옷가지와 양말 등을 말렸다. 이제 고도가 꽤 높아지고 해가 떨어져서 춥다. 내복과 오리털 파커를 입었다. 생강차를 마시며 팀장님으로부터 내일 산행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내일이 우리 산행의 마지막 하일라이트다. 고도를 4천 이상까지 올리니 고산증 약을 먹고 자고 맘 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 점심까지는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그 후 500미터 더 고도를 올려 대망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오른다. 가슴이 떨려왔다. 와! 정말 거기에 가나보다. 두려움도 몰려왔다. 거기는 어떤 곳일까. 얼마나 추울까, 산소는 얼마나 희박할까. 고산증 문제는 없을까 등등..
저녁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갑자기 구토증이 났다.
여태껏 느꼈던 고산증과는 좀 달리 처음 겪는 느낌이다. 덜컥 겁이 났다. 다들 점점 피곤해 진 상태라 누굴 의지 할 수 없었다. 여태컷 챙겨주시던 팀장님도 나름 힘겨워하시고 나만 챙겨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난 저녁을 포기하고 침낭 속으로 들너갔다. 잠이 쏟아졌다. 고산증 약을 먹었다. 잠시 후 현지 가이드가 날 살피러 왔다. 다행히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충분했다. 그는 자기네 들도 가끔 구토증도 오고 토하기도 한다며 내 눈을 보고 손을 만져보더니 괜찮다 안심시켜줬다. 난 그래도 너무 힘들면 산행을 포기하겠다 말하고 그런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그런 경우 다른 팀은 내일 산행하고 나는 세컨 가이드와 함께 500미터 정도 하산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일단 잠을 자기로 했다. 침낭안에 핫팩 두개와 뜨거운 물통, 그리고 겨울 내복으로 몸을 따듯하게 하면서..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삼키면서..
꿈을 뀄다. 난 꿈 속에서 죽기도 하고 살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빠와 함께였다. 십오년 전쯤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머리는 안다 그러나 마음 온전히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꿈 속에서 만나는 아빠는 젊고 강하셨다. 처음엔 자주 아빠 꿈을 뀄다. 최근엔 잊혀졌었다. 그러다 가장 힘든날 오늘 아빠를 만났다.
자면서 내 기억엔 두세번 코걸이 무호흡 같은 증상으로 두세번 깼다가 길고 거칠게 호흡 후 다시 잠들었다.
5월 2일, 흐림, 산행 6일차
(9km / +1,000m / 5시간+
Deurali(3,100m)에서 세계 3대미봉의 하나인 마차푸차레를 등정하는 베이스캠프(MBC 3,700m)를 지나 Annapurna Base Camp(4,130m) 까지 등정
굿~ 모닝!!
다행히 자고 나니 몸이 가볍다. 구토증도 사라지고. 기운은 좀 없다. 천천히 움직이며 랏지 앞에서 새벽 신선한 공기를 크게 마셨다. 아 공기 공기 .. 이렇게 상쾌한 공기 .. 이 공기 속 산소량에 내 몸이 적응해야 할텐데..
날은 흐렸다. 더 이상 비는 없다. 진눈깨비. 이제 겨울 산행이다. 이 정도 겨울 날씨면 안심이다. 작년 시월 보산회 가입해서 처음 산행을 시작했다. 첫 산행은 가을 단풍 곧 겨울이고 난생 처음 아이젠을 신었다. 아이젠을 신고 걷는 눈길 산행은 내 생각과는 달리 안전했다. 십이월 희말라야 트래킹을 결심했다. 보산회에서 정기 비정기 산행 대여섯 차례 후 보산회 맴버들이 이제부터 난 산행 A그룹해도 된단다. 난 아직 아닌데. 매번 산에 갈 때마다 해낼 수 있을까 여전히 걱정스러운데. 그 날 십이월 겨울 산행 후 돌아오는 차안에서 희말라야 트래킹 얘기가 나왔다. 저도 가고 싶어요 난 그저 꿈처럼 희망사항을 얘기했다. 그런데 산알아님이 나도 충분히 갈 수 있단다. 고산증은 체질에 따른 복불복, 체력과는 상관없다 한다. 그리고 고산증상이 보이면 아주 천천히 가면 된단다. 헐~ 정말 가능할까. 내 머리속 희말라야는 전문산악인의 영역이다. 한번도 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긴 이제 산행한지 두어달 남짓인데. 그렇지만 겨울 산행 그 하얀 눈산의 아름다움. 날카로운 차가운 공기의 시원함을 맛보기 시작한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희말라야가 보고 싶었다. 그 후 유투브를 샅샅이 봤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맘이 어제 오늘 다르게 오락가락 했다. 두어주 고민으로 머리가 아펐다. 여행참가비 2000달러를 송금해 버렸다. 이것으로 결정 끝. 비행기 티켓팅. 이제 빼박. 남은 4개월 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을 키워야만 한다. 매일 걷고 짐에 가서 수영하고 일주일에 두번 산행하고….
몸이 점점 좋아졌다. 일년 전 나와 너무 달라져 있었다. 그 땐 몸이 항상 아프고 부어 있었다. 집안일 조차 쉬어가며 해야했다. 난 남편에게 말했다. 난 이미 희말라야 성공했다. 내가 희말라야를 가던 못가던…
아침을 걸렀다. 고산증을 대비하기 위해. 어제 저녁도 굶었는데.. 짐을 정리하고 배낭을 꾸렸다. 보온병에 따듯한 꿀물, 중간에 먹을 사탕 몇개 주머니에 넣고, 오리털 파카, 아이젠, 스패츠, 이번 산행을 위해 맘먹고 준비한 고어텍스 자켓, 장갑, 모자 그리고 핫팩 .. 가방이 무겁다. 맘을 단단히 먹고 활기차게 산행시작,, 아주 천천히.. 남자분들은 훨씬 앞서서 가시고 여자분들은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고산증 대비는 천천히 움직이는게 최고의 방책이니. 난 오늘도 여전히 꼴찌다. 오늘 일차 목표는 MBC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랏지. 500미터를 치고 오른다. 계속 오르막길이다. 여기부터는 마을이 없다. 계단길도 없다. 중간에 랏지나 레스토랑도 카페도 없다. 각오를 단단히 하는 한편 이제부터 즐기기로 맘을 먹었다. 몇개월을 준비해서 온 곳인데 고산증 공포에 떨기만 하다가 돌아갈 수 업진 않은가~ 천천히 걸으며, 경치도 즐기며, 여기 희말라야 산에 내가 있음을 맘껏 누리며 가자~ 여기부터의 경치는 더 멋있어 졌다. 멀리서만 보였전 설산들 사이로 걸어간다. 설산들이 저 멀리 그림처럼 보이지 않고 주름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희말라야 산 속에 있음이 느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가파르게 우뚝 솟은 산들 사이 계곡을 지날 때였다. 이 지역에 들어가기 전 Avalanche risk area
경고사인이 있었다. 저 멀리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마른하늘인데 뭐지 싶었다. 여기 저기서 마치 물폭포 처럼 저 높은 곳에서 눈이 쏟아져 내린다. 천둥 소리 같은 굉음을 내면서. 저 높이 있어거 설마 트래킹 길까지 영향을 주겠나 싶었다. 그러나 몇몇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까지 작게나마 눈이 밀려왔다. 눈이 많이 내린 후에 이 길을 가면 위험하겠다 싶었다. 가이드한테 물어봤다. 가이드 왈, 위험할 수 있어요. 그런 경우 빨리 걸어야 해요. 타이밍 잘 맞춰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연속적으로 터지는 눈산태에 대한 대책이 잘 보고 있다가 얼른 건너가는 거라니.. 적어도 헬멧 정도는 써야하지 않을까?! 다행히 우리가 지나갈 때는 아무 일이 없었다. 주변을 감상하며 걷다보니 저멀리 랏지가 보인다. 드디어 마차푸차례 베이스 캠프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우리와 같이 천천히 오르시던 언니들이 오히려 힘들어 하셨다. 그 분들도 드디어 고산증세를 겪는 것 같았다. MBC 랏지에서 점심을 먹는듯 마는듯 했다. 배가 고팠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있기에 조심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마지막 구간 500미터를 더 올라가면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다. 이 구간은 어떨지, 어떤 뷰를 보여줄지, 얼마나 혹독할지 사전 정보가 없다. 다행히 추위가 혹독하지는 않았다. 의외로 MBC 올 때 보다 길이 완만했다. 여기부터는 눈이 제대로 쌓여서 아이젠을 신었다. 구름이 껴서 추워지기 시작했다. 내복, 중간옷, 오리털 파카, 겨울용 고어텍스 자켓, 4겹의 상의를 껴입고 모자 세개, 하의는 두터운 바지 하나 이렇게 입으니 춥지않았다. 이 정도 날씨면 이렇게 까지 입지 않아도 돼는데 천천히 걸으니 몸에서 열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천천히 꾸준히 걷다보니 어느덧 앞에 ABC 환영 플랭카드가 보인다. 난 생각보다 수월했다. 특별히 고산증세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감격하여 연신 사진을 찍었다. 조금 더 놀라가니 드뎌 안나 캠프에 있는 우리들의 랏지가 보였다. 먼저 도착하신 남자분들은 공용 거실에서 차를 드시고 언니들은 숙소에서 누워계셨다. 고산증으로 머리가 아프고 피곤해 하셨다. 산알아님과 나는 오히려 멀쩡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주변에 구름과 안개가 많아 아무런 뷰가 없었다. 좀 허탈했다. 팀장님은 오늘 못봐도 좋으니 내일 아침 맑아서 멋진 일출을 꼭 봤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한참을 공용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가이드가 날이 개었다며, 내일 못볼수도 있으니 기회될 때 봐야한다 하였다. 숙소에서 누워있는 언니들을 다 깨워 알려주고 서둘러 숙소 뒤 안나푸르나를 보기위해 작은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을 오르니 그 반대는 아찔한 낭떨어지 계곡이었다 아찔하다. 그 언덕길을 따라 서 있는 나를 중심으로 8천 미터 이상의 안나푸르나 봉우리들, 남봉 2봉 주봉 그리고 약간 떨어져 있는 마차푸차례 봉우리들이 둘러 쌓여있다. 손에 닿을 거리에… 새하얀 봉우리들.. 너무나 아름다웠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뷰. 디즈니만화 프로즌에서 본 그 얼음 궁전 한가운데 내가 있다. 내가 4천미터 베이스 캠프고 저 봉우리들은 여기서 다시 4천 미터 더 높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높아보이지 않았다. 그저 내눈엔 이삼층 건물 높이로만 보였다. 그저 맘 먹으면 올라갈 수 있는. 저 봉우리에 오르려 도전했던 수많은 산악인들, 안나푸르나 산행 중 돌아가신 우리나라 산악인 들의 묘지가 있어 참배를 드렸다. 울컥했다. 사진을 찍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사진, 항상 비실비실 대던 엄마가 아닌 희밀라랴 설산에 둘러쌓인 엄마 사진. 이 핸드폰 사진에 이 아름다움을 어찌 담을 수 있겠냐마는.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인생 최고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 중에 한커플이 웨딩촬영을 한다. 신부는 새하얀 드레스, 남자는 턱시도.. 와우 ~ 그 추운 날씨에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한다. 주변 사람들의 축하환호성, 참 젊다, 추위 고산증 아랑곳하지 않는 젊음과 용기에 박수를~
충분히 찍고 감상하고 다시 안개가 몰려온다 몸도 추워져서 공용거실로 갔다. 우리 팀은 난방히터를 사서 거실 탁자 밑에서 불을 피웠다. 발 밑이 훈훈하다. 그런데 그 히터는 사실 요리요 프로판개스 버너다. 거실 탁자 밑에서 그 버너에 불을 붙히니 불꽃이 탁자 밑에서 넘실넘실, 잘못하다간 내 다리가 바베큐된다, 헐~
저녁을 조심조심 조금 먹었다. 아직은 조심해야 하기에.. 도데체 몇끼를 굶는지… 그래도 참 신기하게도 심하게 허기지거나 기운이 딸리지 않는다. 희말라야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몸에서 독소가 빠져나가고 정화되는 느낌이다. 고산증 알약 하나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겨울 침낭안에 핫팩 두개 넣고 자니 아침까지 따듯하다. 산알아님이 지인분한테 얻은 성능 짱짱한 핫팩 덕분에 감사하게도 무사히 추운 밤을 보냈다.
5월 3일, 아주 맑음, 산행 7일차
(14km / -1,800m / 6시간+
Annapurna Base Camp(4,130m)에서 Bamboo(2,300m) 까지 하산)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다행히 어젯밤 푹 잤다. 몸이 개운했다. 날씨는 감사하게도 아주 화창했다. 이제 하산길이므로 식사를 충분히 해도 된다. 아침을 간만에 맛있게 고산증 걱정없이 먹었다. 짐을 다 꾸리고 한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맑은 햇살에 반사된 희말라야 거봉들의 모습은 어제와 사뭇 달랐다. 어제는 눈 덮힌 산이었으나 오늘은 찬란한 빛에 반사된 눈산은 얼음수정이었다. 그래 이거지! 싶었다.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어제 수없이 찍어대던 그 자리 그 곳에 다시 올라 안나프르나 봉우리들과 마차프차레를 카메라에 수없이 담았다. 햇쌀이 너무 강해 전혀 춥지 않았다. 나는 사진을 포기하고 눈 위에 누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파란 하늘과 반짝반짝 빛나는 드높은 산들을 내 눈에 담았다. 이 공기와 이 햇살과 저 높은 산에서 품어나오는 정기를 온 몸에 담아가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ABC를 내려왔다. 하산길은 고산증에서 해방되었다. 주위에 눈이 녹기 시작하여 길은 미끄럽고 질퍽였다. 더웠다. 엄청 걸었다.
5월 4일, 흐림, 산행 8일차
(12km / -500m / 5시간+]
Bamboo(2,300m)에서 Jhinu Danda(1,780m)까지 하산)
이번 하산길은 중간 중간 오르막 길이 있다. 역시 오르막길은 고산증 여파인지 그동안의 피로가 축적된 건지 힘들었다. 숙소 근처 아래 강가에 자연 온천이 있었다. 온천은 생각만큼 뜨겁지 안았다. 그래도 간만에 샤워를 충분히 해서 행복했다. 그리고 우기에 접어들면 나타나는 반갑지 않은 손님- 흡혈 거머리- 가 나타났다. 슬이퍼를 신은 몇몇 분한테. 피는 봤지만 별 해는 없었다. 오늘 밤이 우리들의 짐을 들어준 셀파들과의 마지막 밤이다. 그 사이 정들었다. 그 해맑은 얼굴들. 저녁을 먹고 다같이 파티 타임. 옆 숙소 팀들과 우리 숙소 모두들 다같이 음악에 맥주에 춤에 ..
5월 5일, 맑음, 엄청 더움, 완전 여름, 산행 9일차 마지막 산행
(15km / -950m / 5시간+
Jhinu Danda(1,780m)에서 Pedi(930m)까지 하산)
오늘이 마지막 하산 날이다. 엄청 덥다. 완전 여름 옷. 이제부터는 더위와의 전쟁. 아직도 하산길이 멀다. 길이를 단축하기 위해 가이드가 주민들이 이용하는 길과 오래된 옛길을 선택했다. 길이 험했다. 드뎌 트래킹을 마치고 벤에 모든 짐을 싣고셀파들과 작별인사를 한 후 포카라로 이동하였다. 길은 비포장의 좁고 험한 길. 차라리 눈을 감고 있어야 맘이 편하다.
여기까지 9일간의 푼힐전망대와 안나프루나베이스캠프 트래킹 후기를 마침니다. 기억나는데로 그냥 막 써서 정보가 부정확합니다. 같이 가신 10명중 남자분이 4분 여자 분이 6분 저와 산알아 님을 제외하면 육칠십대 이시고 최고령은 78세였습니다. 그 분들은 모두 큰 어려움 없이 잘 하셨습니다. 저랑 산알아님이 고산증이 빨리 나타나서 좀 고생한 편이고 다른 분들은 마지막 날 고산증 있었지만 별문제 없었습니다. 산알아님과 저도 팀 속도에 맞추지 않고 힘들 때 랏지에서 푹 쉬고 움직였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안나프르나 베이스캠프보다 열배 감동이라는 아나프르나 서킷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2주 트래킹, 최고 오천미터 이상).
첫댓글 드디어 시작하셨네요 잘 하셨습니다
고산지대의 산행 걸음처럼 천천히…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경험 나누심에 감사하며… 기대해요!^^
"바다"가 "산"에 올라간 이야기!
매일 단계별 공개되는 안나푸르나 연속 드라마!!
이제 겨우 이틀 되었으니...앞으로 흥미 진진!!!
살아 돌아오셨다는데 그러면 죽을만큼 힘들었던 이야기가 펼쳐지나요???
산아라님의 회복도 궁금해지고...
바다님 계속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산아라님은 제가 생각하기는 탱크처럼 강한태 그런 분도 퍼지니 에베래스트가 대단한가 봅니다. 바다님은 고도 0피트부터애서부터 20000피트까지도 상관없이 활약하실 수 있나보네요. 참 부럽습니다.
공기와 햇살과 산의 정기를 흠뻑 담아 오셨군요
바다님 히말라야 고교를 졸업하고 오신 기분 일 것 같습니다.
학부과정과 석.박사 코스를 할수있는 능력을 겪어내심에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이름모를 수많은 고산 고봉의 울타리 속, 적응 해 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체험함은 앞으로의 님의 MOUNTAINEERING 뿐만 아니라 인생여정에 커다란 디딤돌이 되리란 생각을 해 봅니다.
가장 큰 역사는 고산증을 준비.대비하고 경험하고 극복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 확대해 생각해 보면, 향후 모든 미지의 어려움을 극복할수있는 자신감을 갖게되었음 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좋고 커다란 경험. 지났으니 할수있는 말이지만 하루하루 겪어내야하는 두려움을 먼 이국의 고산지대에서 그것도 의지할 사람없이 생의 큰 자신감과 또다른 확신을 만들어내신 바다님께 영광의 찬사를 표현해 봅니다.
"YOU GOT IT." "YOU MADE IT"!!!
4주간의 ABC 산행후기 올리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가장 힘들 때 아빠가 함께 하셨네요. 후기 읽고 나서 저도 서킷에 도전해 보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감사해요. 폰으로 쳐서 오타도 많네요 :)
히말라야 뿐 아니라 네팔이라는 나라 자체가 참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후기에는 쓰지 않았습니다만.
여행도중 네팔을 혼자서 자주 여행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그 분 말씀이 삶에서 지쳐 쉬고싶을 때 오는 곳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분 말이 정말 딱 맞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네팔 여행후 등산에 대한 태도가 ..
이전엔 도전과 강함을 의미했다면 지금은 순응과 어울림 이라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등산의 첫걸음이 되어주신 보산회에 감사하는 맘이 새록새록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