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고
목련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좋은 문구를 보내주거나 가끔 안부를 물어 오는 톡이 있다. 나는 가끔 보내오는 톡에 답신도 하고 메시지를 잊지 않고 보내주신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리곤 했다. 며칠 전날에도 새벽 1시쯤 톡이 ‘꺄꿍’하고 울었는데 학생들이 시험 문제에 대한 오답을 물어 오는 톡일 것이라 짐작하고 아침에 보리라 미루었다. 아침에 일어나 톡을 열어 보니 M 장례식장에 재직하고 계신 J이사님 톡이었다. 나는 무심코 톡을 열어 내용을 읽다가 하마터면 휴대폰 전화기를 놓칠 뻔 했다. 가끔 안부를 전하시던 J이사님 당신의 부고였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의 정보를 잘못 읽었나 해서 다시 확인해 봤는데 맞는 것 같았다.
‘허걱! 이런 일이 다 있네’
J이사님과의 인연은 10여 년 정도 된 것 같다. 신장투석을 하며 병마와 싸우던 둘째 아주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우리는 급작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냉정을 찾은 남편이 J이사님께 의논을 하고 그 뒤부터는 장례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J이사님은 남편의 직장 동료였는데 오래 전에 퇴직을 하고, M장례식장의 영업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시어머님께는 둘째 아들의 사망 소식을 숨기기로 했다. 시어머니는 당신의 셋째 아들을 39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 마비로 떠나 보내고 나서 ‘자식을 에미 가슴에 묻었노’라고 괴로워 하셨기에 우리는 모든 것을 비밀리에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논란은 많았었다. 시어머니 당신 자식이니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측과 괜히 알렸다가 줄초상 날 일이 있느냐며 고개를 휘휘 젖는 측으로 나뉘었다. 결국 시어머니를 보호하자는 의견 쪽으로 기울어서 우리는 살얼음 걷듯 둘째아주버니의 장례를 치렀었다. 장례가 진행되는 3일 동안 우리는 각별히 더 조심을 하였다. 그때 J이사님의 심정적, 정신적 도움이 컸다. 막상 일을 당하고 나면 너나 나나 슬픔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망자의 가는 길에 해야 할 예우나 절차, 경비 등 많은 것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또 몇 해가 흐른 뒤, 이번에는 오랫동안 요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시던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우리는 다시 J이사님께 연락을 드려 차후 진행될 모든 절차를 상의해서 시어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대한의 정성을 들였다. J이사님은 당신이 재직하고 있는 장례식장에 대한 애정이 특별했던 것 같았다. 대부분의 손님이 돌아가고 우리 가족들만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던 밤늦은 시간에 우리에게 오셨었다.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난 늦은 시간의 방문이라 당황스러웠다. 바람이나 쐐라며 손에 커피를 들고 오신 것이다. 남편과 나는 장례식장 밖으로 따라 나가 나무 벤치에 앉았다. M장례식장은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평촌 시내가 다 내려다 보였다. 밤 야경은 고즈넉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내는 슬픔과 대비되게 세상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나는 여기가 참 좋은 자리라고 생각해요. 시내의 모든 장례식장은 다 지하에 있어서 향불 연기에 숨이 막히는데, 여기는 이렇게 시 내도 내려다 볼 수 있고, 뒤에 산도 있어서 공기도 좋고, 또 지대가 높아서 하늘길도 가까운 곳이니 이곳이 참 좋은 곳이요!”
J이사님은 한결같이 당신의 일에 성실을 다했던 분이었다. 시어머니의 운구 행렬이 M장례식장을 떠났는데도 그분은 친히 양재동에 있는 서울장례식장까지 손수 따라 오셔서 화장 절차를 알선해 주시고, 유골함 선택까지 친절하게 많은 것에 도움을 주셨다. 우리 가족은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분에게 도움을 받았기에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난데 없이그분의 부고라니.
당신의 고향이 나의 고향과 같다며 이렇게 낯선 도시에서 고향 후배를 만났노라며 유독 반가움을 드러내셨는데 당혹스러웠다. 그때 벤치에서 대화를 나눌 적에 지역 테니스 동호회에서 늘상 운동도 하고, 가까운 산도 자주 다닌다고 건강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별안간 난데 없었다. 몇 사람 건너 들리는 말에 의하면 갑자기 심장마비가 왔는데 그 후속 조치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뒤늦게 119응급 구급대가 도착해서 병원으로 모시고 갔는데, 전기충격기로 몇 번 응급처치를 해서 깨어나긴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후 약 20여일 만에 결국 일어나시지 못하고 소천하신 거라 한다.
J이사님의 아드님과 딸이 아버지소유의 휴대폰 연락처로 J이사님의 부고를 올렸던 것이라 당사자의 휴대폰으로 당신의 부고를 알리는 아주 희한한 부고를 받게 된 것이다.
평생 다른 이의 하늘 가신 길을 돕던 J이사님이 이렇게 훌쩍 세상을 떠나실 거라곤 생각 밖의 일이다.평소에 당신이 좋은 일을 많이 해오셨으니 J이사님이 편안하게 영면하실 거라 기원하는 마음이다.
첫댓글 갑작스러운 부고에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가족을 보내야 하는 힘든 일에 큰 도움을 주신 분이라 더 그러셨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이 세상 구석 구석에서 조용히 사랑을 전하며 살고 계셔서 우리들의 삶을 아름답게 지켜주고 계신듯 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특별한 부고입니다. 신세를 많이 지신 분이셔서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라고 당황하였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분과의 인연과 이야기를 쓰시면서 황망한 마음을 정리하며 편안하고 영면하시길 기원하셨습니다. 마음이 숙여해지는 글입니다.
네! 많이 당황했습니다.
살면서 갑작스러운 일을 가끔 경험하지만 돌아가신 분의 휴대폰으로 오는 부고는 처음 받아 본 터라 제 심정을 적어 보았습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그렇게 우리 일을 자기 일처럼 봐 주시던 고향 선배의 죽음이라니-
세상 일은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어서 황망합니다. 본인 휴대폰으로 보내온 갑작스러운 부음이 얼마나 연극 같았겠습니까?
가신 님의 명복을 빌며 평소 그렇게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이시니 좋은 곳으로 가셨겠습니다. 담담히 써 내려간 글 잘 읽었습니다.
슬픈 마음 천천히 삭이시면서 우리 모두 건강에 유의하셔야 겠습니다. 마음의 평안을 빌며 위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