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옮기는 部處 공무원들 "설마 했는데…"
"장관들, 1주일에 3~4일 귀경 서울 사무실 계속 유지할 것"
20~30대초 공무원은 "긍정적" "물가싸고 주택마련 혜택 기대"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돼 이사(移徙)를 가야 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수의 공무원은 "오랫동안 설마 설마 했는데 결국 가게 됐다"며 "앞으로 여러 가지 번거로운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정부 부처 가운데 국무총리실·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국가보훈처·법제처·국세청·소방방재청 등 1실 9부 2처 2청과 산하기관 등 모두 36개 기관이 2012년 하반기부터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 1만400명을 포함, 모두 1만2000명이 세종시로 이사를 가게 된다.
- ▲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영향을 받게 되는 과천 정부청사 공무원들은 국회와 청와대는 서울에 그대로 남아 있고 행정기관만 옮기게 되면서 발생할 행정비효율을 우려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일을 마친 사람들이 걸어나오고 있는 모습.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국회 개회 때에는 장관을 포함해 간부들이 모두 서울에서 대기하게 될 것"이라며 "부처 사무실과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관들, 일주일에 3~4일 귀경=장관들은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도 일주일에 3~4일은 서울로 출근해야 한다. 청와대 보고(報告)를 하고, 서울에 남은 다른 부처와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처들은 세종시 이전 후에 사용할 장·차관 집무실을 서울시내에 확보할 계획이다. 과천에 청사가 위치한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등은 장관의 청와대 보고 편의를 위해 서울 명동이나 광화문 근처에 임시 사무실을 두고 있다.
◆'기러기 공무원' 늘어날 듯=세종시로 옮기는 부처 공무원들은 대부분 가족은 남기고 혼자 세종시에서 사글세나 전세를 살면서 '기러기 생활'을 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한 공무원은 "아이들이 초등·중학생이어서 교육문제 때문에 데리고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며 "나 혼자 내려가 주말마다 차를 타고 올라오겠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협의를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긍정적 반응도=30대 중반 이상의 공무원들은 '두 집 살림'을 하면서 생활비가 더 많이 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 반면 자녀가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20대와 30대 초반의 일부 공무원들은 "세종시에 내려가면 물가가 더 싸고 주택 마련에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 재테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만일 세종시에 좋은 학교가 생겨 자리를 잡으면 젊은 공무원들은 서울을 떠나 세종시에 정착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