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 고장나서, 2주 정도 컴퓨터를 못했다. 스마트 폰은 영 아니다. 스마트 폰은 익숙치 못하다. 자판이 작아서 서투르다. 카톡도 처음 해봤다. 별로다. 울리는 소리도 싫다. 잠이 깊어 소리에 방해받지도 않지만, 괜히 싫다. 한마디로 체질이 아닌 것이다.
컴퓨터는 체질이다.
오랫동안 컴퓨터로 먹고 살았다. 처음엔 프로그래머로 홈피를 만들었고, 검색환경이 변해서, 월정액 CPM 광고에서 클릭당 광고 CPC 광고가 야후와 함께 오버추어가 우리나라 광고 시장을 점령하게 되었고, 전 포탈사이트들의 최상위에 링크 되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네이버가 먼저 CPC 광고를 시작하고, 뒤따라 다음에서도 CPC 광고를 자체 제작했다. 오버추어는 설 자리가 없어져서 한국을 떠났다. 야후와 함께.
나는 2004 년 오버추어 마케터가 되었다. 다행히,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광고계정은 그대로 남아있어, 먹고 살 수는 있었다.
마케터는 CPC 광고를 대행해주면서, 포탈 사이트에게서 광고주가 지불한 광고비 중에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광고주는 마케터에게 광고를 의뢰해도 손해가 없다.
이런 작업들은 스마트 폰으로는 하기 힘들다. 하더라도 너무 불편하다. 그래서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쓰는 것이 익숙해졌고, 편했나 보다.
작업을 하다가, 글을 쓰는 일도 하게 되었다. 전문적을 쓰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재미있어서, 책을 읽고 독후감 같은 것처럼. 또는 일기처럼.
어느 순간 자판을 옮겨다니는 내 손이 마치 피아노를 치는 듯 착각이 들었다. 나의 머릿속과는 상관 없이, 손가락이 글을 쓰는 듯한.
심지어는 춤을 추는 듯한.
그곳은 분명 다른 세상이었다. 나의 세상이 아닌, 너의 세상도 아닌, 제 3 의 세상인가.
생각지도 않았던 단어와 내용들이 쓰여지고,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가 생각나고, 심지어 미래가 그려지고.
난, 노트북으로 먹고 살다가, 내가 내가 아닌세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난, 피아노를 치면서 춤을 추게 된 것이다.
스마트 폰의 글쓰기는 너를 배려하고 의식하는 너의 글쓰기다. 그건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나의 글쓰기는 나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준다. 나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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