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법 영화 복제 현장을 가다 - 긴급 취재! 인터넷 떠도는 영화 파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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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X>의 개봉일이 10월 3일이라고? 천만의 말씀, 8월에 이미 개봉했다. 어디서? 인터넷에서. 얼마 전부터 시내 일반 극장과는 또다른 극장이 인터넷에서 성업중이다. 버젓이 한글 자막까지 단 채 인기리에 복제, 배포되고 있는 인터넷 불법 영화 파일이 그것이다. 그 주체와 사용자 모두 베일에 가려 있는 불법 복제 현장, 그러나 도대체 몇 명의 네티즌들이 사용하고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극장.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엄연하고 뜨거운 현장에 FILM2.0이 접촉을 시도, 그 생생한 모습을 취재했다. 단언컨대, 어떤 유명 영화 제작자도 이들보다 만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불법 동영상을 인터넷에 배포하는 릴리즈 그룹(영화나 유틸리티, 게임 등을 특정 서버에 배포하는 그룹)은 물론, 자막 번역팀, 와레즈(WAREZ. 자료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 박스 참조) 서버 운영자, 자막 프로그램의 매뉴얼 개발자, 그리고 각개 전투해서 작품을 내놓는 네티즌, 책상머리에서 이를 즐기는 네티즌까지, 이들은 인터넷 불법 영화의 복제와 유포에 크든 작든 관여하고 일조하는 사람들이다. 평소에도 ‘언더’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수시로 아이디와 이메일 주소 등을 변경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이들은 “민감한 문제라 평소 되도록 몸조심하는 편이다”라며 이름, 전화번호 등의 신상은 밝힐 수 없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를 시도한 이들 7명 중 단 한 사람만 직접 만날 수 있었으며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화 통화도 아닌, MSN 메신저로 온라인 인터뷰를 시도해야 했다. 매체는 물론 일상에서도 정체를 숨기고 있는 이들은, 그러나 자신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원히 음지에서 양지 문화인 영화를 그네들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트리플 X> <스파이더맨> <맨 인 블랙 2> <몬스터 볼> 등의 최근 인터넷 불법 영화가 조사 대상에 올라 있는 지금, 홈엔터테인먼트 개념을 누구보다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영화 마니아라 호언장담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건의 주인공들을 FILM2.0이 만났다. <소림축구>의 동영상과 자막을 인터넷 동호회에 올린 박기준(가명. 20대)씨는 사실 ‘이 바닥’의 선수는 아니었다. 가끔 영화동호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회원들과 영화를 주고받으면서 즐기는 정도였지, 직접 나서서 제작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그나마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면 주성치와 중국영화의 열혈 팬이라는 것. 주성치의 영화라면 데뷔작부터 출세작까지 줄줄 꿰고 있다는 그에게 지난 2001년 7월, 주성치 주연, 제작, 감독의 희한한 축구 영화가 홍콩 극장가를 휩쓸었다는 소식은 그 즈음 가장 기대되는 사건이었다. 이로부터 몇 개월 후, 홍콩 현지에서 <소림축구> DVD 타이틀이 출시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는 홍콩 사이트에 접속, 물건을 직접 주문했다. 그가 고대하던 DVD 타이틀을 받아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하루 반나절. 주문한 바로 다음날 <소림축구>의 DVD 타이틀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막상 DVD를 통해 주성치의 결정적 유머들을 보고 나니까 이 좋은 것을 혼자 즐기기가 아쉬워지더라”는 것이다. 때마침 주성치의 최신 DVD 타이틀을 입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회사 동료와 주위 사람들은 타이틀을 빌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주성치 영화를 즐기기 위해” 박씨는 직접 나서서 자막과 동영상 ‘작업’에 착수했다. 퇴근 후 두문불출하기를 몇 날 몇 일, 드디어 그는 DVD만한 고화질에 한글 자막까지 곱게 입혀진 또 한 편의 <소림축구>를 완성했다. 2001년 10월의 일이니 <소림축구>가 국내 개봉하기 무려 7개월 전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4월 <소림축구>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주성치는 매체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한국에도 인터넷을 통해 이미 본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주성치를 긴장시켰으니, 이쯤 되면 일단 박씨의 작업은 아주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자막과 동영상, 악어와 악어새 박씨가 <소림축구>의 동영상과 자막을 함께 유포시킨 장본인이기는 하나, 지난 2월 <소림축구>의 수입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찾아다닌 문제의 범인(?)이 바로 박씨라고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내 혹은 해외에 인터넷으로 유포된 한글판 <소림축구>가 전부 박씨의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와 일본영화, 홍콩영화 등 주로 아시아영화의 동영상을 배포하는 A 릴리즈 그룹의 리더 이병훈(가명. 30대)씨는 “우리도 <소림축구>가 홍콩에서 개봉했을 무렵, 동영상을 립(Rip. DVD 영상을 컴퓨터에서 볼 수 있는 동영상 파일로 전환하는 것)해서 돌렸다. 보통 릴리즈 그룹끼리는 속도 경쟁이 붙어서 가장 빨리 동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내가 이 영화의 자막을 번역해서 공유하겠다’라고 선포하면 다른 사람이 작업중인 영화에는 손을 대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강호의 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인터넷으로 <소림축구>를 보았는가 라는 사실만큼이나 <소림축구>의 동영상과 자막을 유포시킨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초고속 인터넷 인구 2천5백만 명 시대, 보는 것이 곧 유포하는 것이 돼버리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그 숫자의 시작과 끝을 잡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개개인의 컴퓨터 환경이 월등히 향상된 지금, 박기준씨처럼 개인적으로 DVD를 직접 구입해 동영상으로 전환하고 자막을 입혀 네티즌들과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외국에서 립한 동영상을 국내에서 받아 복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외화 동영상이 유포되는 채널도 일반인들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 'VITE'라는 Divx(Digital video express의 약자. DVD 화질과 거의 흡사한 해상도에 초당 30프레임 정도의 고화질 영상을 적은 용량으로 전송, 저장할 수 있다) 그룹이 있다. 이들은 전세계 몇 대 없는 몇 억 달러짜리 장비로 고화질의 Divx 파일을 만들어내는 걸로 유명하다. 보통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한 그 다음날 혹은 DVD가 미국 현지에서 출시되기 전에 VITE 그룹이 립을 해서 Divx 파일을 릴리즈하기 시작한다. 이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서버를 이용한다. 이 서버들은 IRC(전세계 유저와 채팅이 가능하며 원하는 자료와 영화를 요청하면 P2P 방식으로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와 연동돼 있어 IRC에 로그인 돼 있는 커리어(자료를 배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가 또다른 서버에 이 자료를 올려놓을 수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피라미드 형태로 전세계에 퍼지는데, VITE 그룹이 만든 자료가 미국에서 전세계로 유포되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세계를 떠돌다가 이 자료가 국내 서버에 도착하는 즉시 자료들은 또다시 피라미드 형태로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FTP서버(파일이 저장된 창고. 접속자가 원하는 자료를 마음대로 꺼내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P2P(개개인의 컴퓨터가 소형 서버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1:1 전송 방식) 프로그램인 ‘구루구루’나 ‘E-Donkey’ 같은 툴을 이용한 사용자에게도 닿게 된다. 이들이 이 동영상을 각종 동호회나 와레즈 등에 올려놓으면 거의 피라미드 하단에 있는 네티즌들과도 다 공유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형태상으로야 피라미드처럼 퍼지지만 결국 인터넷이라는 곳은 자료를 일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수한 방식으로 국내 유포된 인터넷 영화만 해도 1만 여 편에 이른다. 피라미드와 같이 무제한적으로, 급속도로 동영상 자료가 뻗어나가는 이유는 또 하나 더 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동영상 유포의 가장 강력한 활성제로 한글 자막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코렛’ ‘사우스파크’ 등 인기 자막 전문팀은 “자막은 동영상과는 달리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국내 상황에서도 자막 번역은 거의 규제하지 않는 편이다. 문제는 자막 번역이 곧 동영상을 유포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 자막 번역팀은 3-4명의 팀원끼리 번역, 싱크(입모양을 맞추는 것), 수정 등을 나누어 맡아 작업을 진행하는 등 "보다 정확한 자막을 제공하기 위해" 꽤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번역권이 없는 상태에서 자막을 번역, 공유하는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덜미를 잡힐 수도 있다. 일반 네티즌들은 한글 자막이 없다면 동영상을 즐기기가 쉽지 않고 동영상의 가치도 그만큼 하락하기 마련이다. 보고 싶은 영화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구했을 경우,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자막 사이트에서 그 영화에 맞는 자막을 찾아 동영상과 함께 즐긴다. 또한, 자막에 대한 정보를 먼저 입수한 후 동영상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그물처럼 얽힌 이런 과정에서 어떤 부지런한 네티즌이 동영상과 자막 파일을 함께 압축해 공유한다면 영화의 유포 속도는 두 배 이상이 된다. 네티즌들에게 남은 것은 자막 입혀진 고화질의 영화를 모니터에서 편안히 즐기고 다시 다른 네티즌 친구들에게 권해주는 일뿐이다. 나는 영화를 사랑해 그럼, 이렇게 어렵고도 복잡한, 때로는 슬금슬금 수사기관 눈치도 봐야 하는 이 일을, 그들은 왜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영화를 포함한 아시아영화를 전문으로 릴리즈하는 A그룹의 리더 이병훈씨는 2년 전, 고화질의 Divx 파일이 실용화되면서부터 불법 영화 복제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취미 생활로 시작했으며 지금도 여전하다. 원체 영화를 좋아했다는 그의 생각으로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특정 서버에 영화를 올려놓는 식의 작업을 통해 한국영화와 아시아영화를 서구 네티즌들에게 맘껏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국영화가 요즘 잘된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됐던 굵직한 영화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유럽에 팔려도 극장을 많이 잡을 수도 없고, 그래서 만날 수 있는 네티즌도 한정돼 있고요.” 한국영화나 아시아영화에 관심은 많은데 볼 기회가 없다는 서구 네티즌들의 연락을 받은 그는 그들에게 한국영화를 알리자는 거창한 뜻을 품고 그룹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국인을 멤버로 합류시킨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이다. 언뜻 보아 참 훌륭한 취지다. 그러나 문제는 서구 네티즌들을 위한 한국영화 동영상이 국내에서도 버젓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이씨는 “요즘 이런 인터넷 복제 영화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온라인상에서 알고 지내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야 서로 좋은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거니까요. 현재 국내에는 딱 두 군데 서버에만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것마저도 안 하게 되면 저희도 국내에서는 다른 자료를 얻기 힘든 상황이 되어 어쩔 수 없이 국내에도 유포하게 되는 겁니다”라고 해명한다. 동영상을 유포하는 릴리즈 그룹뿐만 아니라 자막 번역 작업팀의 경우에도 자칭 영화에 대한 애정면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다. 현재 직배사 콜럼비아트라이스타코리아와 저작권 관리 전문회사 아이피에스가 수사하고 있는 자막 번역팀 '초코렛'의 리더 브라이언(아이디. 20대 - <트리플 X>의 자막 번역)은 기자와의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영화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를 네티즌과 함께 즐기고 싶어서 자막 번역 작업을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이런 문화를 접한 지 2년 정도 됐다”는 그는 유명 해외 블록버스터 같은 경우에는 동영상이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12시간 만에 자막을 만들어내기도 한다(어떤 작품인지는 비밀이라고 했다). 올해 초, 이들 ‘초코렛’ 팀과 <스파이더맨>의 자막을 두고 하루 일찍 올리느냐, 하루 늦게 올리느냐 경쟁했던 ‘사우스파크’ 팀의 번역 멤버 키드프롬커(아이디. 20대)는 영화를 좋아하는 건 물론이고, 비디오 자막에 오역이 많은 것이 짜증나서 이 일을 시작했다. 미국 코미디를 좋아한다는 그가 보기에는 “다른 자막을 보다 보면 미국 코미디나 문화,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을 했구나 싶었다”는 것.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프렌즈> 등의 미국 코미디를 주로 번역하는 이들에게는 네티즌들이 미국식 생활 유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막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소림축구>의 자막 작업을 한 박기준씨 역시 주성치를 좋아하는 마음이 앞섰다. 그는 보통 극장 자막과는 달리 자막 중간 중간 주성치의 사생활에 대한 설명 등도 위트 있게 곁들여 번역했다. “주성치가 홍콩에서 염문설을 자주 뿌리고 다니는 배우이고, 그런 유머가 원래 대사에는 묻어 있는데, 사실 극장이나 비디오 번역은 그런 것을 일일이 챙기지 못하죠.” 그는 네티즌들이 그런 작은 부분에 특히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또,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직접 <소림축구> DVD판 번역을 열어 보여주며 “이 부분은 원래 이렇게 짧아서는 안 되는 대사예요. 실제로는 굉장히 길죠. 이러니 네티즌들이 인터넷 불법 영화를 더 재미있게 봤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라고 꼬집는다. 박기준씨는 자신이 번역한 <집으로 가는 길> <책상서랍 속의 동화>의 한글 자막을 공유한 어느 해외 네티즌이 그에게 직접 보낸 “'좋아하는 영화인데, 혹시 영어 자막을 가지고 있으면 공유하자'는 내용의 메일이 기억에 남아 작업을 계속하게 한다”고 덧붙인다. 이런 이유뿐만이 아니다. 이쪽 세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200여 페이지의 자막 매뉴얼 결산판을 만든 쿨맨(아이디. 30대)은 “이런 개인적인 불만이나 필요성은 네티즌들에게 인터넷 영화를 찾거나 직접 복제에 참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종종 인터넷 불법 영화를 즐겨 본다는 강세민씨(가명. 20대) 역시 영화 <상실의 시대>의 동영상을 우연히 접했다가 답답한 김에 아예 한글 자막까지 만들어버린 케이스. 검열로 가위질 당한 영화나, 지난해 여성영화제 상영작이었던 <걸파이트>처럼 작품성은 있으나 흥행성을 이유로 국내에서 개봉하지 못한 영화 등을 찾는 네티즌들로선 인터넷 불법 영화라 해서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차피 국내 극장에서는 보지 못하는 영화를 내가 시간 들이고 힘들여 찾아 번역해서 보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투다. 또한 이들은 “생수를 사다 먹느냐, 약수터에서 물을 떠 먹느냐의 차이를 묻는다면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 먹는 사람은 그 행위 자체가 곧 취미다. 극장에서 완성본을 보고 감독이나 배우 이름만 달달 외운다고 해서 마니아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피력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취미로 한 일이 네티즌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그로 인해 다시 내가 기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마당 쓸고 돈도 주울 수 있는 일석 다조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불법이라는 의식보다 “영화를 가장 고차원적으로 즐기고 있는 영화 마니아”라 자신하는 이들에게 인터넷 불법 영화와 관련한 모든 작업은 농구하고 조깅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취미 활동이다. 그것도 그중 가장 매력적인. 마니아와 범법자, 두 얼굴의 해커 쿨맨은 국내 인터넷 영화 자막 번역 분야에서는 1.5세대 정도 되는 초창기 세대다. 처음에는 그냥 애인이나 친구와 좋은 영화 돌려보려고 조촐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는 자막 번역을 그만둔 상태다. 그는 “인터넷 영화 파일 공유가 불과 몇 년 사이 활황을 이뤘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많이 생겨나 회의가 들었다”고 말한다. 쿨맨이 지적한 부작용이란, 사실 전적으로 인터넷 불법 영화 복제 현장에서만 통하는 기준에 의해 판단되는 것들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 다운로드 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운로드 자체를 위해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네티즌들이 늘어난다는 것, 다른 사람이 번역해놓은 자막을 표절하는 것 등은 철저히 그쪽 세계의 에티켓에 관련된 일이다. 자기 과시, 자기 만족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심지어는 새로운 자료가 떴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걸 다운로드 받지 않고서는 안절부절못하는 중독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쿨맨은 “속보 경쟁에만 집착하다 보니 영화가 버젓이 극장에 걸려 있는 데도 인터넷에 유포한다. 그 와중에서 상업적인 이윤을 취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그러나, 이 일이 그네들의 말처럼 진정한 취미 활동이 되려면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영화를 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인터넷 불법 영화를 규제하려는 법적인 문제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사실 영화 파일 복제와 유포에 관련된 이들은 물론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들도 저작권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현행법상으로 저작권 소유자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영화 등 영상물을 유통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및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 제27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에서 이용하는 경우에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특별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영화 파일을 공유하는 네티즌들은 이를 근거로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최근 변화한 소리바다 베타 버전처럼 아예 서버 없이 완전한 P2P 방식으로 파일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영화와 저작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광희 변호사는 “시대가 변했다. 인터넷을 통한 복제, 유포가 영화 등의 문화와 경제 발전의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 시대이니 만큼 이 문제는 사회적인 토론에 의한 저작권법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 모두는 광의의 해커들이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해커가 없는 곳이 없다.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는 리눅스는 물론, 음반 시장의 판도를 뒤엎은 냅스터, 영화사와 극장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간 문제의 Divx까지. 이들은 자유로운 인터넷 세상을 꿈꾼다. 취재에서 만난 대부분의 해커들은 “난 아무런 보상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 네티즌과 함께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나서서 아낌없이 공유하는 장벽 없는 정보 유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몇 시간에 걸쳐 영화를 다운로드 받고, 1년에 공CD를 300-400만 원 어치 사는 이들에게는 ‘시간은 돈이다’라는 개념도, 생산자나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남의 물건에 손대느냐는 비판도 어울리지 않는다. 서로간에 알아듣지 못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 한, 인터넷 불법 영화 해커들의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을 영원히 잠재울 수 없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