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이츠 마트. 쿠팡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B마트를 겨냥해 한 달 전 문을 연 도심물류센터(MFC·Micro Fulfillment Center)다. 약 1만가구가 입주한 헬리오시티 단지에서 직선거리로 200m도 안 떨어진 알짜 입지다. 왕복 2차선 도롯가에 약 150평 부지의 2층 건물을 쿠팡이 통임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건물 외관만 보면 쿠팡이츠 마트인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 간판도 붙어 있지 않다. 센터 앞에 쿠팡이츠 로고가 붙은 오토바이 30여대가 줄지어 서 있을 뿐이다. 이따금 주문이 들어왔는지 라이더들이 드나든다. 잠시 열리는 문틈으로 상품을 적재한 선반들이 보인다. 쿠팡이츠 마트 인근에서 30년 넘게 영업해온 한 공인중개사 대표와 MFC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 마트 입지의 경우 매입하면 땅값과 건물값을 합해 50억원 안팎, 월 임대료는 45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쿠팡이 배민과의 전선을 확장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배달 앱 시장은 물론, 퀵커머스, 식자재 유통 시장에도 출사표를 내며 배민의 아성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배민도 단건 배달 맞불, B마트 확장으로 받아치고는 있다. 하지만 5조원의 자금줄을 앞세운 쿠팡이 물량 공세에 나설 경우 대응 카드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한쪽에서 제기된다. 단, 쿠팡도 출혈 경쟁 부담이 적잖다는 점에서 전선 무한 확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이츠가 B마트 대항마로서 지난 7월 서울 송파구에 문을 연 도심물류센터 ‘쿠팡이츠 마트’. 직고용한 라이더 30여명이 센터에 상주,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달에 나서 신속한 배달이 강점이다. <최영재 기자>
▶배민과 전선 확장하는 쿠팡
▷쿠팡이츠딜, 식자재 최대 50% 할인
쿠팡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배달 앱 시장에서는 배민과 일대 자웅을 겨루고 있다. 지난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쿠팡이츠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올해 15%까지 급성장했다. 요기요가 20%대 초반 점유율을 지키며 방어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는 전국 단위 데이터여서, 쿠팡이츠가 집중하고 있는 수도권만 놓고 보면 사실상 쿠팡이 업계 2위를 꿰찼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자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요기요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요기요 기업가치는 지난해 약 2조원에서 최근 5000억원 안팎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고도 공정위가 제시한 1차 기한 내 매각에 실패, 내년 1월까지로 기한을 연장하는 수모를 겪었다. 쿠팡이츠의 가파른 성장세에 놀란 인수 후보들이 잇따라 인수를 포기, 배민과 DH의 합병이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쿠팡은 배민의 주력 신사업인 B마트에도 선전포고를 했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 이어 7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인근에 약 150평 규모 도심물류센터를 잇따라 오픈했다.
배민은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등지에 30여개 B마트를 열고 7000여가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B마트는 지난해 매출 1억700만유로(약 1417억원), 주문 건수는 약 1000만건을 기록했다. 이르면 오는 9월 대전 중구에도 B마트를 오픈, 비(非)수도권으로 첫 확장을 시도할 예정이다.
쿠팡이츠가 100% 단건 배달 전략으로 묶음 배달하던 배민의 허점을 노렸듯, 쿠팡이츠 마트도 ‘초고속’으로 B마트의 약점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B마트는 위탁 배달 계약을 맺은 라이더들이 주문이 들어오면 B마트에 가서 상품을 받아 배달한다. 픽업하러 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 쿠팡이츠 마트에는 직고용한 라이더 30여명이 상주한다. 주문 즉시 상품을 픽업해 출발하니 빠르면 10분 이내로 배달이 완료된다. 여기에 MFC로서는 대형인 150여평 부지에 쿠팡 장지물류센터와는 불과 3㎞ 거리로 인접해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인기 상품 소진 시 빠르면 당일에도 재입고가 가능한 것. 업계 관계자는 “상품 다양성과 배달의 신속성 측면에서 쿠팡이츠 마트가 B마트보다 강점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쿠팡은 최근 식자재 유통 시장에도 ‘쿠팡이츠딜’을 내세워 부분적으로 진출, 배민상회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올랐다.
쿠팡이츠딜은 쿠팡이츠 평점이 높고 배송이 빠른 ‘치타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채소, 고기, 우유 등의 로켓프레시 식재료를 저렴하게 납품하는 방식이다. 납품가는 정가보다 최대 50%가량 저렴하다. 점주 입장에서는 식자재를 저가에 구입하고, 쿠팡은 로켓프레시의 신선식품 재고 처리와 입점 식당 로열티 제고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다.
물론 쿠팡이 아직은 식자재 유통 사업에 전면 진출한 것은 아니다. 쿠팡이츠딜은 현재 로켓프레시 재고 상품만 취급해 재고가 없거나 많지 않은 식자재는 품절이 나는 경우도 적잖다. 반면 배민상회는 2017년 4월 시작한 종합 식자재몰이다. 배달 용기, 포장 용품 등의 배달 비품부터 육류, 농수산물 등 식재료까지 가게 운영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판매한다는 설명이다. 배민 관계자는 “지난 7월 기준 식재료 1만개, 비품 5000개 등 총 1만5000여가지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배민 입점 식당의 3분의 1 이상이 배민상회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 현재 식자재 유통 시장은 배민상회를 비롯해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등 대기업 중 어느 곳도 두 자릿수 점유율을 갖지 못한 무주공산 시장이다. 영세 식당이 많은 탓에 유통업체가 물류비를 건질 만큼 주문량이 확보되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만 쿠팡이츠 입점 식당과 쿠팡프레시 물류량을 보유한 쿠팡이 본격 영토 확장에 나설 경우 판도가 확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치킨집, 분식집 등 식당을 10개 이상 운영하는 한 다점포 점주는 “배민상회에서 배달 포장재를 이용해봤다. 초기 매장에서 테스트용으로 잠깐 쓰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고정적으로 받아 쓰기에는 온라인 포장재 전문업체보다 단가가 비싸더라. 단가를 경쟁력 있게 낮출 만큼 주문량이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의 식자재 유통 서비스 ‘쿠팡이츠딜’. 원가보다 최대 50%가량 할인 판매해 배민과 쿠팡이츠를 모두 쓰는 식당에서 배민상회 대체재로 부상할 전망이다. <쿠팡 홈페이지>
▶전망은
▷결국 출혈 경쟁…추가 투자 쉬어 가나
여러 전선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쿠팡과 배민.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언뜻 보면 뉴욕 증시 상장으로 5조원의 자금을 조달한 쿠팡의 물량 공세가 만만찮아 보인다. 그러나 쿠팡도 마냥 쿠팡이츠에 투자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 마트는 MFC 월세와 직고용 라이더 인건비 등 고정비만 월 3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B마트 30여개를 운영 중인 배민처럼 확장한다면 연간 1000억원씩 매몰 비용이 든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마트와 네이버를 견제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결국 배민과 쿠팡 모두 다중 전선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판세를 예의 주시하며 추가 투자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MFC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무조건 적자인 사업이다. B마트도 수년째 30여개에서 정체 중이다. 최근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자체 라이더에서 외주 라이더로 전환했다. 라이더를 직고용하는 쿠팡이츠 마트 모델은 더욱 비용 부담이 커서 B마트와 전면전을 펼치기는 쿠팡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오토바이가 수십 대씩 드나드는 도심 MFC는 민원 발생 위험도 커서 적정 입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결국 주사업인 배달 앱 시장에서 점유율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업체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1호 (2021.08.11~2021.08.17일자) 기사입니다
노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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