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천주욱의 특강 목포시 경영혁신방안

[참사랑]

 천주욱의 특강 목포시 경영혁신방안
 
 2004년 11월 26일 금요일 오후 4시 목포시청 강당.
목포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90분 특강을 했다. 주제는 “경영의 차원에서 본 지자체의 혁신”, 부제는 “싱가포르와 삼성의 사례 및 우리 지자체들의 혁신 아이디어”.
 
먼저 40여분 동안 싱가포르와 삼성의 성공과 혁신에 대해서 언급. 목포와 신안군을 합친 것 정도 밖에 안 되는 싱가포르가 어떻게 해서 오늘 날 세계 최고의 국가경쟁력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LG전자는 물론이고 소니 마쓰시다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전자업체에 상대도 안 되던 삼성전자가 어떻게 해서 10여년만에 초일류기업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혁신의 차원에서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싱가포르는 처음부터 <동남아의 물건과 사람과 돈과 비즈니스의 중심이 된다>는 분명한 비전을 설정하고,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최고 엘리뜨공무원전략, 선제압도전략, 고객편의 최우선전략, 세계최고전략, 이익최대전략, 입체복합적종합전략 및 국제화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앞에서 설명한 여러 가지 혁신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입니다.
 
삼성그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건희회장은 <세계 초일류기업이 된다>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위기의식, 발상의 전환, 기술중시, 질위주경영을 제창했으며, 이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혁신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자식과 마누라 빼고는 다 바꾸자"는 이건희회장의 폭탄적인 말이나 "7시 출근, 4시 퇴근하기"도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 위한 혁신적인 분위기조성을 위한 조치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것은 제가 지금까지 설명한 <비전의 설정>, <추진전략> 그리고 <혁신적인 조치>를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보면 <비전의 설정>과 <전략>이 다소 애매한 면도 없잖아 있는 듯 합니다.
 
기업의 예를 들어보면, CEO 자기 자신이 직접 앞장 서서가 분명한 <비전>과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여러 가지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강력하게 이끌고 가야 그 비전이 달성되고 그 혁신적인 조치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CEO들은 비전이나 구체적인 전략도 없이 회사가 변해야 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만 합니다. 사장 자기는 제일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예외인 것처럼, 남의 일인 것처럼 말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에 사무실 불을 끄자, 업무시간에 개인적인 전화를 하지 말자, 이면지를 사용하자는 등 지엽적인 아이디어만 사원이나 초급간부들 사이에서 나오는 겁니다. 이런 회사에서는 혁신이나 개혁이 절대로 성공하지 못 합니다.
 
지금 목포시는 동북아 물류거점, 조선업, 문화 및 관광산업 육성 등 몇 가지 산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기 위해서 여러 가지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기업에서 이런 일을 한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문화산업 및 관광산업과 관련하여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목포시의 비전으로 <3D에니메이션산업의 국내 최고 메카가 된다. 10년 후에는 아시아 3D에니메이션산업 메카로 발전한다>는 것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3D에니메이션이란 쉬렉이나 주라기공원 같은 영화, CF 또는 게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요사이 어떤 영화라도 3D에니메이션 장면이 들어가지 않는 영화가 없을 정도로 이 산업은 계속 고속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비행기나 다리 폭파 장면 같은 것이 모두 3D에니메이션입니다.   
 
3D에니메이션산업의 메카가 된다는 비전과 전략이 수립되었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비전과 전략은 누구나, 어느 도시나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전략과 혁신적인 조치가 있느냐, 얼마나 강한 의지로 그것을 추진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자, 지금부터 말씀 드리는 것은 목포시의 실정과 한계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구름 잡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공상입니다. 그러나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가 생각하기로는 아래에 말씀 드리는 정도의 각오와 이 정도 혁신적인 조치까지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가능한 혁신목표입니다.   
 
저가 보기로는 최근 개관한 목포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 자연사박물관 홍보영화를 3D에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직접 국내 최고 3D에니메이션 제작사를 방문하여 제작을 의뢰하는 것입니다. 파격적인 제작료를 주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얼마 후 시장과 부시장 그리고 시의회 의장이 함께 그 회사를 방문하여 제작계약서 서명식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목포시 간부 전원이 차례로 그 회사를 방문하여 3D에니메이션 제작현장을 견학도 하고, 개발자나 기획자와 대화도 하며, 제작하는 동안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즉결로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회사가 목포를 진정으로 좋아하게 된 나머지 자기들 스스로 본사를 아예 목포로 이전하게 되거나, 목포시가 일부 지분을 참여하여 그 회사를 목포로 유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목포에니메이션공사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목포에니메이션공사가 설립되면 첫 작품으로 국내 최초로 목포시 관광홍보물을 3D에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관광홍보용 3D에니메이션에는 홍도 다도해 동백꽃 유달산 갓바위 자연사박물관 남농기념관 신안해저유물전시관 남도먹거리 삼합 KTX 종착역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겨울연가 못잖은 스토리가 있거나 또는 배꼽 잡는 개그 스토리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니면,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공룡이 환생하면서 갓바위와 신안유물선이 연관되면서 전개되는 최고의 3D게임을 하나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이 어느 정도 진전되면, 3D영화제작사 3D광고제작사 3D게임제작사 3D외주제작사, 디지털장비개발사, 소프트웨어개발사들을 유치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특히 이런 관련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조치들이 있으면 더 좋을 겁니다.
 
즉, 목포시 청사를 유치기업의 작업장이나 사무실로 제공한다거나, 목포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곳에 고급빌라형 작업장을 지어서 제공하거나, 이런 작업장에는 유치업체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디지털장비들을 마련해 놓거나, 역이나 터미널과 이런 작업장과 사무실 사이를 오고 가는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목포 앞 바다 어느 섬 하나를 이런 작업자들이나 기획자들이 머리 식히는 휴식공간으로 개발하여 제공하거나, 목포대학을 3D에니메이션 특화대학으로 만들 필요도 있을 것이며, 매년 아시아 3D에니메이션 영상제를 개최하여 에니메이션영화 CF 및 게임은 물론이고 에니메이션 제작장비와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아시아 최고의 이벤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쥬라기공원 라이온킹 쉬렉 등 세계 최고의 3D에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한 미국 드림웍스의 카젠버그 같은 유명인사를 목포 에니메이션공사 회장이나 경영고문으로 위촉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세계적인 3D에니메이션회사에 가보면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이 제작현장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3D작품에 대한 멋진 아이디어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을 영입하여 작업할 수 있는 공간과 장비와 자금을 지원하여 목포에니메이션공사로 유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사 사장에게는 시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에서 목포행 KTX를 타고 오면 좌석은 1000개 이상 되는데 승객은 100명도 안 됩니다. 그리고 천정에 설치된 TV에서는 이 방송 저 방송이 10여분씩 번갈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니 그 TV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조금 전에 설명한 자연사박물관 홍보용 3D에니메이션이나 관광홍보용 3D에니메이션 게임을 상영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균형발전이라는 것도 이처럼 각 지방이 분명한 비전과 전략과 혁신적인 조치를 취해서 어떤 분야에서 국내 최고, 아시아 최고 또는 세계 최고가 되어 서울과 지방이 고루 발전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바, <3D에니메이션산업의 최고 메카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도 어떤 분명한 비전과 전략과 혁신적인 조치를 구체적으로 기획하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는 노력과 마인드가 각 지자체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며, 그런 일을 여러분들이 해야 하는 것이며, 그런 일을 하는데 있어 혁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 여러 지자체들이 오늘 제가 예를 든 것과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전략 없이 이런 사업을 하겠다, 저런 시설을 하겠다면서 예산을 달라고 하니 정부로서도 난감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말씀 드린 3D에니메이션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자는 아이디어는 비단 목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 인근의 지자체면 더 좋습니다. 부산 마산 진주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어느 지자체가 더 먼저, 더 전폭적으로 그런 산업을 이해하고 도와주며 초기에는 일감을 주면서까지 모든 공무원과 주민들이 하나 되어 그런 업체들을 열성적으로 유치하느냐 하는 것이며, 그 결과 우리 나라 모든 3D관련업체들은 물론이고 해외의 유명회사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모여들도록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말씀 드리면 인천 용인 수원 등 수도권 인근의 도시도 이런 것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목포 여수 진해 충무 사천 제천 대전 충주 안동 같은 지방도시도 이런 것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정부로서는 아마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를 지원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3D에니메이션산업 하나라도 확실하게 국내 최고, 또는 아시아 최고로 육성 발전하게 되면 해당산업은 물론이고 관광업, 건설업, 컨벤션산업, 벤처사업, 의료사업, 운수업, 식당사업 등 해당 지자체의 모든 산업과 대학이 발전하는 것이며,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모든 공직자들은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종합전략을 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몇 년 후 목포행 KTX를 타면 항상 최신 3D에니메이션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꽃 피는 봄이 되면 목포에서 3D게임 올림픽이 열리고, 낙엽 지는 가을에는 아시아 3D영상제가 열려 목포행 KTX는 언제나 만원이 되고, 목포의 먹거리가 아시아 최고의 먹거리 중 하나가 되는 그런 날을 기대하며 오늘 특강을 마치겠습니다.(끝)
 
 
(위의 글에 대한 설명)
이 글은 2004년 12월 5일 내 개인 홈페이지(www.myinote.com)에 올렸던 글임.
그런데  Myinote 사이트를 2000년에 만들었기 때문에 오래되어 시스템에 많은 문제도 있을 뿐 아니라, 글이나 사진을 올리기도 무척 어렵게 되어 있어 여기 블로그에 옮겨 놓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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