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된 세르반테스의 굴곡진 삶
“이길 수없는 적(敵)과 싸우며, 얻을 수없는 사랑을 하고,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잡을 수없는 하늘의 별을 잡아라!”
언론사에서 일하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15년 동안 일하면서
사귀게 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사회적 성공 유무와 상관없이
한 두 가지,또는 그 이상의 말하지 못하는 ‘트라우마(trauma)’가 있다
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자신도 ‘마음의
근육’을 키워간다.태어날 때부터 좋은사람, 나쁜 사람이 나누어지는 것
은 아니다.개인적인 용무로 점심 때 지하철을 타기위해 시청역을 갔다.
벽에 걸린 글 귀가 눈에 들어왔다.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년 9월29일 ~1616년 4월23
일)의 생애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
《영어권 최고 극작가를 셰익스피어라 부른다면 스페인어를 대표하
는 작가는 세르반테스라고 평합니다. 우연히도 두 사람은 1616년 4월
23일에 서거했습니다.세르반테스의 생애는 많은 역경으로 기록됩니다.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 형편은 그저 평범하게 기록될 정도입니다.군
에 입대한 그는 레판토 해전에서 총상을 입었고,이로 인해 평생 왼손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8세에는 제대해서 귀국하던중 해적에게 붙잡
혔고 5년간 비참한 노예 생활을 했습니다. 네 번의 탈출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으며 이를 불쌍히 여긴 지인들의 도움으로 풀려날 수있었습니다.
38세 때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의 작품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
고 힘든 가정 형편은 비리 혐의로 감옥 생활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출옥
후 감옥에서 구상했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반 쯤 정신이
나간 늙은 기사 돈키호테의 모험이었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였지
만 돈키호테를 통해 그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무게는
다를지언정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나 고난에 지쳐 주저앉
는 인생이 있는가하면 고난을 극복하며 강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난
에 감사하는 삶을 통해 당당함과 인내를 배워 간다면 당신의 내일은 어
떠한 도전 앞에서도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위 내용이 사실인지의 여부
를 확인해 보았다. 모두 사실이었다.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세르반테스의
생애를 보니 어린 시절 무심코 읽었던 《돈키호테》 라는 소설이 다르게
다가왔다. 얼마 전 《돈키호테》를 완역한 고려대 안영옥 교수의 한국일
보(2014년 11월27일) 인터뷰에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돈키호테》의
내용을 가장 잘 해석한 것 같아 소개한다.
돈키호테와 산초
《’돈키호테’는 흔히 ‘인류의 바이블’이라고 불린다. 바이블이라는 건 가
장 모범적인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준다는 의미다. 내가 생각하는
‘돈키호테’의 메시지는 ‘인간은 자기 생의 창조자’라는 것이다. 남이 하기
때문에 하는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 육체는 망가져도
정신은 펄펄 나는 삶, 이런 삶을 사는 이에게는 좌절도 경쟁도 상대적 박
탈감도 없다. 대기업 취직에 목매는 현실에 저자의 메시지가 살아서 작동
하길 바란다. 사회적으로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본다. 일자무
식인 산초가 한 섬의 통치자가 됐을 때 모두들 비웃지만, 어떤 지식인보
다 훌륭하게 통치하는 모습을 통해 정치에 필요한 건 법이나 정치학이
아닌 바르게 통치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평범한 서
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이같은 설정은 당시라면 종교 재판에 회부돼
화형에 처해질 수 있을 내용이지만 세르반테스는 이를 웃음으로, 미치광
이의 짓거리로 포장했다. 포장을 벗기고 그안의 텍스트를 흡수하는게
오늘 우리의 할 일이다.》
세르반테스는 아래와 같은 명언도 남겼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풍족한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그것은
감사할 줄 모르게 한다. 부족한 것은 나쁜 현상이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
하게 만든다.” ▲“불가능한 업적을 손에 넣으려면 허황된 것을 꿈꾸고
시도해야만 한다.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얻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하늘의 별을 잡아라!” 팍팍한 현실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를 푸는 실
마리를 고전(古典)에서 찾을 수가 있다고 한다.그래서 ‘고전은 영원히
새롭다’고 하는 듯 하다. 독서는 영원한 나의 친구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