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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주좋은 글,시♧ 스크랩 [시] 임동윤 시집 - 『따뜻한 바깥』(나무아래서, 2011)
톱클래스 추천 0 조회 18 11.08.31 14: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임동윤 시집 - 『따뜻한 바깥』(나무아래서, 2011

 

 

 

1 시인의 말

-제1부:늑대의 얼굴
13 그늘
14 여독
16 절명의 순간
18 적멸을 위하여
20 저녁을 만지다
21 어둠과 놀다
22 마른 바닥
24 적막
26 물의 집
28 만장
30 순례자
32 늑대의 얼굴
34 어떤 삶의 방정식
36 밤 12시
38 저무는 풍경에 서다

-제2부:풍경은 쑥쑥 자란다
41 내 속의 깊은 못
42 섣달그믐
44 그해 겨울
46 찰옥수수가 익는 저녁
48 환한 아침
50 풍경은 쑥쑥 자란다
52 닫힌 우물
54 바깥에 서다
56 공동묘지
58 달빛둥지
60 바람의 강
62 터줏대감
64 오래된 나무
66 지워진 바닥
68 하늘고물상

-제3부:따뜻한 바깥
73 겨울 불영사에서
74 겨울연가
76 맨발나무
78 따뜻한 바깥
80 서늘한 공양
81 마음 한 채
82 빙어낚시
84 장식론
86 빈집을 허물다
88 거미인간
90 바깥에 대한 변명
92 알파문구와 소망약국 사이
94 일식
95 마른 우물
96 적막 한 채

-제4부:죽은 것들에 대한 변명
101 문수암
102 어두워질 때까지
103 호도협
104 상고대
105 죽은 것들에 대한 변명
106 만봉림
108 소금우물
110 아침눈짓
111 둥근 것을 생각하는 저녁
112 사라진 밑바닥
114 겨울동행
116 겨울산책
118 만월
120 고요한 귀향
122 강의 중심

-시인의 말
124 탄생, 그 처연한 그리움의 세계

 

 

소개 : 1948년 경북 울진 출생으로 청년기는 물론 오랜 날들을 춘천에서 보냈다. 1968년 강원일보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도내 최초로 시동인 <표현>을 결성하여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 후, 1992년 문화일보와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재개하였다. 1963년 <시와시학>,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2000년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특별창작지원금을 수혜 받았다. 시집으로 ‘나무아래서’ ‘함박나무가지에 걸린 봄날’ ‘연어의 말’ ‘아가리’ ‘따뜻한 바깥’등이 있다. 금번 시집에서 시인은 주변부에 머무르는 것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낸다. 그들에겐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많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주문학상과 김만중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월간 <우리詩> 발행인으로 있다

 

 

강의 중심

 

   임동윤

 

 

 

얼어붙은 중심에

꽝꽝 못질을 한다

날카로운 얼음끌이 구멍을 뚫는다

얼음조각이 날리며

구멍에 물이 차오른다

뚫린 구멍은 폐쇄된 강의 숨구멍이다

구더기를 끼우고

바늘을 내려 보낸다

기다림은 손끝을 타고 머리끝까지 전해진다

빙판엔 팽팽한 기다림이 이어진다

순간, 파닥임이 손끝에 전해진다

물의 중심이 흔들리고

빙어가 솟구친다

그 파닥임은 송곳처럼 예리하다

나무들이 내려와 빙판에 미끄러진다

미끼를 끼우기엔 너무 손이 시리다

가까스로 다시 낚싯바늘을 내려 보낸다

죽어있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도 바닥은 고인 어둠뿐인 것 같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드러나지 않는다

끝없는 투항,

페트병은 빙어로 넘쳐난다

파닥파닥 빙판 위에서 미끄럼을 탄다

강의 중심이 움찔, 일어서는 것 같다

 

 

 

 

 

순례자

 

 

이 오체투지의 길, 납작 엎드리는 흔적마다

몸은 오르간 소리를 낸다, 잘 여문 소리가

하늘에 닿기까지

해진 무릎과 찢겨진 뱃살문양을 남겨야하는 밑바닥

고행은, 라싸*에 가 닿기까지

설산을 오르는 야크의 숨결만큼 거칠어야 한다

포탈라 궁*에 닿을 때까지 횡단하는 모래언덕

먹고 마시는 일조차 호사스럽다

일어섰다가 구부리고 바닥에 다시 입 맞추는, 그것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하나의 의식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쉽게 허락되지 않는

대평원 라싸사막을 바람처럼 휩쓸고 간다

모든 얼굴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태양빛에 그을려

붉게 상기되어 있다, 경건하렴!

소리가 모든 소리를 다 비울 때까지

열려있으면서도 무한히 닫혀있는 좁디좁은 문(門)

다가갈수록 더욱 옴츠려드는 우주를 향해

저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마다 그늘과

가벼운 허물이 남아있다, 라싸 가는 길

수없이 꽃들이 피었다 지고 다시 피어난다

유목민의 하루가 수유차 한 잔으로 저무는 저녁

거북이 등껍질 같은 손으로 납작 엎드리는 나날

누군가 먼저 밟고 간 길이 모래먼지에 또렷하다

 

 

 

????

* 라싸 : 중국 남서부에 있는 시짱 자치구의 도시. 달라이라마의 궁전과 대사원이 있고 모직물·피혁·금속제품·불구(佛具) 제조 따위의 공업이 발달한 곳이다.

 

* 포탈라 궁 : 중국 티베트 자치구, 라사에 있는 관세음보살의 성지. 라마의 신도들이 오체투지로 온몸을 던져 찾아가는 곳.

 

 

 

 

따뜻한 바깥

 

 

하늘과 땅의 경계가 어두워졌지만 미명 같은

물빛은 남아있다, 감추지 못하는 꼬리 때문이다

좀처럼 어두워지지 않는 이 저녁을 나는 품에 안았다

눈발은 안팎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징검다리를 지우고

마을로 가는 모든 길을 무너뜨렸다

새들도 제 둥지 찾아 돌아간 지 이미 오래다

어두울 시간인데도 좀처럼 어두워지지 않고

번지는 저 물살엔 형형한 그리움이 묻어있다

서서히 저무는 풍경이란 것은 마음들을 일으켜 세우는 법

전나무가 제 팔 부러뜨리는 소리를 내질렀는지도 모른다

 

 

그 겨울밤, 너를 돌려세운 것도 눈보라였던가

움켜쥘 수 없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던가

돌아보면 빈들처럼 쓸쓸하지만

그래도 희미한 물살은 남아있다

바람이 추녀 끝을 빠르게 흔들고 가고

깊어지는 눈발 사이, 컹컹 승냥이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이대로 흰 봉분 몇 채 만들 것인지 산도 숲도 몽실몽실

깊어지고 있다

검둥이도 곳간에서 지그시 눈을 감는다

모두 그리워지면 저렇게 눈감는 것이리라

윗바람 많은 아랫목으로 손을 넣어본다

뒷산에서 다시 직립의 나무들이 우지끈, 정신을 꺾는다

무참히 퍼붓는 백색 총알 세례, 벌써 많이 밤이 깊었다

 

 

 

 

                             ?시집『따뜻한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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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윤 / 1948년 경북 울진 출생, 춘천에서 성장. 1992년 문화일보와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당선. 1993년 《시와시학》,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연어의 말』『나무아래서』『함박나무가지에 걸린 봄날』『아가리』『따뜻한 바깥』등. 월간 《우리詩》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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