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또다시 '가격 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1998년 월마트가 한국에 상륙할 때 국내 할인점과 외국계 업체 사이에 벌어졌던 가격 파괴 경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이승한 사장은 5일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일부터 전국 22개 매장에서 쌀.콜라.기저귀 등 인기 생필품 1천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5~48% 영구적으로 내리는 이른바 '프라이스 컷'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李사장은 이어 "이 제도 실시로 홈플러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올 한해 동안 5백억원 가량의 혜택을 나눠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할인점이 상품 가격의 상시할인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할인된 품목은 ▶가공식품 5백70개▶생활용품 3백개▶의류 1백개▶신선식품 10개 등이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1.5ℓ)는 종전 1천1백80원 하던 것이 9백50원으로 19.5% 내리고, 김제 고향내음 쌀(10㎏)은 2만4천원에서 2만2천5백원으로 6.3% 인하된다. 또 홈플러스 자사 브랜드(PB) 상품인 라이프웨이 체크 남방은 40.8% 떨어진 가격에 판매된다.
李사장은 또 "일부 품목의 경우 납품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도 있다"며 "투자 여력이 되는 한 가격 인하 품목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홈플러스가 파격적인 할인 제도를 전격 도입하자 나머지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인하를 선언하고 나섰다.
롯데마트는 홈플러스의 프라이스컷 제도에 의해 할인되는 품목을 비교해 최대 10%까지 추가로 할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할인점은 가격이 싸야 고객이 찾아오는 것"이라며 "이윤을 덜 남기더라도 경쟁사보다 제품을 더 싸게 팔아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는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홈플러스보다 비싼 상품이 있다면 당장 내일부터 가격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자사 판매상품(신선식품 제외)의 값이 반경 5㎞ 이내에 있는 다른 할인점보다 비쌀 경우 신고만 하면 5천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최저가격 신고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랜드마트도 "자사 판매상품이 다른 업체보다 비쌀 경우 차액의 2배를 보상해 준다"며 "이번에 보상액을 3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점업계 관계자는 "2000년 이후 할인점이 급증하면서 손님을 끌기 위한 가격인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은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품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할인점 간 인하경쟁은 불가피하게 납품업체에 대한 납품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해 부작용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