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신인왕 대결 오세근 VS 김선형, "코트에서는 내가 최고!"

[정석이랑(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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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원주 동부 김주성을 만났을 때 김주성이 기자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요즘 대세는 오세근과 김선형이에요. 전 이제 한물 간 선수고요”라며 신인 선수들의 인기와 실력에 대해 부러움 섞인 푸념을 늘어놨다.

2011-2012 프로농구가 ‘대형’ ‘거물’ ‘괴물’ 신인들의 등장으로 농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신인드래프트 전체 1,2순위로 나란히 프로 무대에 입문해 뜨거운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안양KGC 오세근(24)과 서울SK 김선형(23)이 주인공들. 두 선수는 중앙대 52연승(2006년 11월~2008년 11월) 신화의 주역으로 4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쌓았다. 지금은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적군’의 일원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절친 사이의 신인왕 경쟁은 팬들에게 보고 즐기는 재미를 선사한다.

연일 계속되는 경기들로 인해 체력 소모가 심하다 못해 방전되기까지 한 두 선수들을 ‘미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요즘 나는…kkh1064, 커먼그라운더

오세근(오): 요즘 팀 성적이 좋다 보니 몸은 힘들어도 농구할 맛이 나요. 개인적으로도 잘 하고 있는 편이고요. 지금 감기 몸살로 고생 중인데 감독님한테 말씀도 안 드렸어요. 왜냐고요? 용병 화이트도 부상으로 빠졌는데 저까지 약한 모습 보이면 감독님께서 많이 힘들어하실 것 같아서 참고 뛰는 중입니다.

김선형(김): 시즌 전부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최근 팀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분 좋게 운동하고 있습니다. 프로 데뷔 첫 시즌이지만 욕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중요한 승부처에서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속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뭐,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프로는 경험이 중요하더라고요.

세근 VS 선형 휘찜, ChoiYS

김: 세근이 형에 대해 말해달라고요? 하하 1학년 때부터 룸메이트였어요. 굉장히 성실하고 농구만 아는 형이에요. 농구 일기를 매일 쓰면서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정확히 꿰뚫고 있는 무서운 선수죠. 형이랑 같이 생활하면서 저도 형의 그런 장점을 닮아야 하는데, 전 경기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장난치고 노는 걸 더 좋아해서…. 형이랑은 생활면에서 다른 부분이 많아요.

오: 선형이는 장점이 많은 선수예요. 스피드도 좋고 골밑 돌파도 훌륭하고. 요즘 문경은 감독님한테 잘 배워서인지 슈팅력이 굉장히 좋아졌더라고요. 대학 때보다 더 막기 어려운 선수가 됐어요. 제가 한 살 많은 형이지만 친구이자 동기이기 때문에 확실한 절친이죠. 비록 신인이지만 어느새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더라고요. 선형이를 보면서 자부심도 생기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저한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선수임이 분명합니다.

자기 자랑을 해보라는 질문에 자랑할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재치있게 대답하는 오세근. 몸살 감기로 힘든 상황에서도 인터뷰 내내 즐거운 입담을 선보였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대놓고 자기 자랑 dnfxmfk0824, 띠누

오: 전 ‘방송용 멘트’를 못해요. 뭐든지 솔직하게 대답하는 스타일이죠. 선형이보다 더 나은 점을 말하라고 하셨죠? 그게 너무 많아서(웃음). 전 선형이(186cm)보다 키도 크고(200cm) 골밑 플레이가 훨씬 더 압도적이고 상대한테 위압감을 주는 선수입니다. 단, 스피드만큼은 선형이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제가 더 나은 편 아닌가요?

김: 분명 세근이 형이 자기 자랑 신나게 했을 텐데, 일단 전 세근이 형보다 착해요(웃음). 제가 진짜 착한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훨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고요. 그리고 전 자존심이 별로 센 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거의 없어요. 사람한테 잘 맞춰주는 스타일이죠. 팀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뜻입니다. 스피드와 3점슛은 제가 훨씬 월등해요.

이건 비밀인데요 할짓없다, hengy

김: 이건 여기서 최초로 공개하는 얘기인데요, 제가 유연성을 기르고 스피드를 내기 위해 따로 연습한 게 있어요. 바로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펌프’입니다. 오락실에 갔다가 우연히 펌프를 하게 됐는데, 그게 몸이 느리거나 둔하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게임이거든요. 노래를 들으며 나오는 동작대로 발을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 하다보니까 중독이 돼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펌프하고 있는 절 발견하시곤, 바로 PC용 펌프를 구입해오시더라고요. 스피드 높이는데 ‘짱’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면서요. 고등학교 3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펌프를 했어요. 덕분에 제 장점이 스피드가 돼버린 거죠.

오: 제물포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슬럼프를 겪었어요. 포지션이 센터였는데 감독님이 포워드를 원하셔서 그 포지션을 배우면서 새롭게 적응해 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마냥 너무 견디기 힘들었어요. 오죽했으면 숙소에서 혼자 울었겠어요. 그것도 사내자식이. 그때 농구부 형이 같이 야간훈련을 하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새벽 한두 시까지 그 형이랑 훈련을 반복했어요. 스타트가 늦은 만큼(중 3때 농구 시작)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잠을 줄이고 연습량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더라고요. 그 당시의 야간훈련이 농구에 대한 재미를 새롭게 느끼게 해줬던 것 같아요.

한눈에 잘 생긴 외모가 돋보이는 김선형.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스타플레이어 탄생을 예견케 한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내색 못하는 부상 Gimme, gkrudans

오: 제가 발목과 발 뒤꿈치가 많이 안 좋아요. 족저근막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데 수술을 못하니까 운동 안 하고 쉬는 거 외엔 뾰족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대학 때는 족저근막염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에서 팀이 대회에 나갔다가 처음으로 예선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어요. 어찌나 감독님께 죄송하고 선수들 보기에 민망하던지…. 제가 팀에 도움이 안 되는 선수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김: 전 큰 부상은 없지만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상황에서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어요. 하루 쉬고 경기하는 일정들이 계속되는 탓에 지치는 느낌이 들지만, 선배들도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표현은 못하고 속으로만 앓고 있습니다. 가끔은 세근이 형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형은 농구를 시작하면서부터 개인 트레이너를 두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거든요. 지금 그 효과를 보고 있고요.

‘핫이슈’ 김승현 cloud0520, 동네노는형, 산입에거미줄

김: 김승현 선배가 처음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경기를 봤는데, 왜 그 선수를 ‘천재 가드’라고 하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아직 몸이 덜 풀린 탓에 이런저런 실수는 있었지만 패스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단신이면서도 할 거 못할 거 다 하시던데요? (김)태술이 형도 굉장히 여유롭게 패스하는 편이신데, 김승현 선배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우리팀이라 붙을 때 김승현 선배가 나오신다면 굉장히 설렐 것 같아요. 드디어 최고의 천재 가드랑 붙는구나 하는 생각에서요.

오: 승현이 형이 뛰었던 부산아시안게임부터 대구 오리온스에 있을 때의 플레이 등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요. 패스가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삼성에 복귀하신 경기를 보니까 진짜 먹기 좋게 패스를 주시더라고요. 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어요. 만약 직접 맞붙게 된다면 상대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고요. 그래도 많은 사연이 있으셨지만 유니폼 입으신 모습 보니까 기분 좋았습니다. 선수 대 선수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요.

신인왕? 당연히 욕심이 난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오세근. 농구인들은 그를 가리켜 '괴물 신인'의 탄생이라고 말한다.(사진=연합뉴스)

신인왕은 누가? Stork34 Lincecum Go_Giants K

오: 하하, 드디어 이 질문이 나오는 군요. 신인왕은 평생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이잖아요. 당연히 욕심이 나죠. 그러나 지금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최선입니다. 그래서 시즌 막판까지 다치지 않고 몸 관리 잘해서 팀이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더 많이 뛰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대학 4학년 때 상을 하나도 못 받았거든요. 선형이란 (함)누리가 번갈아 가며 수상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상을 받고 싶어요. 두 사람은 내년에 다른 상 받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웃음).

김: 제가 신인왕을 탔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세근이 형한테로 그 상이 기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세근이 형은 신인왕을 넘어서 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저랑 비교조차 안 돼요. 다른 사람이 아닌 세근이 형이 신인왕을 타게 된다면 배 아파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습니다.

신인왕을 받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형' 오세근이 신인왕을 수상하게 된다면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다는 김선형. 그러면서 "아직 시즌이 중반 밖에 지나지 않아 크고 작은 건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긴다.(사진=연합뉴스)

같은 팀에서 뛰고 싶은 선수 띠누

김: 이건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요, 진짜로 전 세근이 형이랑 한 팀에서 꼭 뛰어보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안 된다고 해도 은퇴 전에 한 번은 세근이 형이랑 같은 유니폼을 입고 생활했음 좋겠어요.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서 그 형이랑 같이 있으면 제 실력도 덩달아 좋아질 것 같거든요.

오: 저도 선형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우린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정도로 잘 지내왔거든요. 이렇게 다른 팀 선수로 만난다는 게 처음엔 어색하고 서운했을 정도입니다. 장점이 많은 친구라 같은 팀에서 뛰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아요. 그래서 농구인생의 마지막은 선형이랑 같은 팀에서 뛰는 걸로 정하려고 해요.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바람 1211rose

오: SK가 6강에 올라온다면 선형이도 신바람 내면서 뛰어다닐 것 같아요. 부상 조심하고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서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멋진 승부를 펼쳤으면 좋겠어요.

김: 신인임에도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같은 신인의 기를 팍팍 죽이는 세근이 형! 부상으로 많이 힘들 텐데 끝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중앙대 출신의 자부심을 잃지 말고, 서로 열심히 뛰어보자고요!

서로에게 궁금한 세 가지

오세근, 김선형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두 선수에게 똑같은 ‘숙제’를 내줬다. 상대방에게 궁금한 질문 3가지씩 준비해달라고. 이렇게 해서 받은 질문을 들고 기자가 인터뷰 때 대신 질문을 했는데, 대답들이 재미있다.

오세근→김선형

-선형아, 신인왕, 내가 타도 되는 거지? 그렇다면 천천히 살살 좀 해라.

"형, 만약 우리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면 형한테 기꺼이 신인왕을 양보할 게요. 그러니 제발 SK가 6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응원 좀 많이 해줘요."

-‘나보다 못생긴 선수’ 선형아! 헤어스타일을 바꿔 볼 생각은 없니?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퍼머를 한 번 더 할까 생각 중이에요. 형이 다니는 그 단골 미용실에서(웃음). KGC 형들이 주로 다니는 미용실을 잘 알고 있거든요. 저도 거기 이용하고 있는 거 아시죠? 곧 압구정동으로 뜰 겁니다. 그리고, 참! 형은 헤어스타일부터 옷 입는 것까지 나름 파격적이고 ‘패셔니스타’란 자부심을 갖고 사시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전혀 아니거든요. 팬들도 많으시니까 너무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지 마시고요, 자칭 ‘패셔니스타’란 말, 제발 좀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외박 나가면 주로 뭐하고 노니?

"보통 외박을 경기 끝난 날 주시거든요. 그런데 전 그 날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숙소에서 자요. 그 다음날 일어나서 영화를 보러 가거나 맛있는 고깃집에 가서 배부르게 고기 먹고 들어오는 걸 좋아해요. 아직 여자친구가 없다 보니 휴가가 조금 단조로운 편이죠."

김선형→오세근

-형, 여자친구 있어요? 대학 때는 만나던 분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와, 너 이거 일부러 물어보는 거지. 나 당황시키려고. 진짜로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헤어질 판이야. 만날 시간이 없고, 관리도 안 되고, 신경 쓸 여유도 없고, 한 마디로 ‘남친’이 될 만한 자격이 없는 거지."

-화이트 대신 새로운 용병 앨런 위긴스가 들어왔는데, 그 용병과의 호흡은 어떤 편인가요?

"위긴스랑 딱 한 번 훈련해보고 바로 KCC전에 투입이 된 탓에 아직 그 선수가 어떤 스타일인지 잘 모르겠어. 스피드는 있는 편인 것 같은데 파워가 조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화이트가 부상에서 돌아올 때까지 여섯 게임 정도를 치를 텐데 화이트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야."

-전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어요. 형은 그런 거 잘 못 느끼시죠?

"난 무슨 철로 만들었냐? 나도 힘들다. 그러나 대학 때보다 프로 들어와서 몸 관리를 체계적으로 받다 보니 더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아. 하지만 부상이 많다. 허리 빼고 안 아픈 데가 없어. 발목과 뒤꿈치가 제일 괴롭히는 부위고. 물리치료 밖에는 할 수 없는 상태라 많이 힘들긴 한데 그래도 참고 뛴다. 팀 성적이 좋다 보니까 아파도 아픔을 느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