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환 교수와 100세 장수를! (33) / 위산 역류가 원인…과음·과식 피해야
#위산이 역류하는 이유=음식이 우리 몸 안에서 잘 소화되게 하려면, 우선 이로 잘게 썰어 으깨야 한다. 또 입안에서 침이 충분히 분비되어 그 속에 들어 있는 소화효소가 으깬 음식에 잘 섞여야 한다. 그 다음 위산이 음식의 나쁜 세균을 죽이고 음식을 죽처럼 만드는 작용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만 그 다음 단계인 소장으로 넘어간다. 소장에서는 소화효소에 의해 당분은 1탄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지방은 지방산으로 분해되어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
위산은 강산성을 띠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점막 덕분에 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식도나 후두의 점막은 산에 약하기 때문에 위산에 반복 노출되면 점막이 상해 심각한 증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 몸은 위산이 역류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한 장치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식도의 가장 아래 있는 횡격막 협착부다. 이 부분은 식도와 위가 직접 연결되는 곳으로, 하부식도 괄약근이라는 근육이 일정한 힘으로 조이고 있기 때문에 위로 내려간 음식물이 식도로 거꾸로 넘어오지 않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하부식도 괄약근이 구조적으로 느슨하거나 죄는 힘이 약하면 역류가 발생한다.
또한 위 내 압력이 증가하는 상황, 즉 지나친 과식이나 과음으로 장이 막히거나 압력이 증가해 음식이 내려가지 못할 경우 위산이 역류하게 된다.
하부식도 괄약근이 약해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점차 서구화되는 음식문화다. 서양 음식에 많이 들어 있는 지방과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위산 분비가 자극되어 음식물이 위 안에 오래 머물게 만든다.
이때 음식물이 역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렇게 되면 위액이 역류해 식도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점막을 떨어져나가게 하는 역류성 식도염이 된다. 또 후두까지 위산이 역류하면 역류성 후두염이 발생된다.
#위산이 역류하면 나타나는 증상은=위산이 식도 부위까지만 역류하는 역류성 식도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흉골(가슴 맨 앞의 한가운데 위에서 아래로 뻗어 있는 딱딱한 뼈 부분) 뒷부분이 쓰리거나 뜨거운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나타난다.
이 같은 증상은 주로 식후 20~30분쯤 시작해 여러시간 지속되므로 밤에 잠을 깨기도 한다. 때로는 칼에 찔린 듯한 가슴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마치 협심증·심근경색증 등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한 답답함이나 가슴이 조이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위산이 식도를 넘어 후두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위산이 후두까지 넘어오면 역류성 식도염일 때 느끼는 가슴이 타는 듯하거나 쓰린 고통에다 신물이 목까지 넘어와 목이 쉬는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증상은 처음에는 며칠 내 사라지지만 나중에는 반복된다. 이렇게 되면 염증이 후두 점막에 일시적으로 발생하지만 반복될수록 목소리가 만성적으로 쉬게 되고, 결국 만성 후두염으로 발전하여 치료가 매우 어렵게 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이 두가지 질병은 모두 위산의 역류가 원인이므로 치료 또한 같다.
즉 위와 식도간의 역류를 줄이는 방법과 함께 위산 자체를 중화시켜 산도를 낮추는 치료를 통해 식도와 후두의 점막을 보호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역류 초기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우선 위산의 역류 유발 요인이 과식·과음과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 복부비만, 흡연 등이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하부식도 괄약근의 힘을 강화시키면서 위 내용물이 빨리 소장으로 내려가도록 돕는 위장 운동기능 개선제와 제산제, 점막보호제, 위산분비 억제제 등을 동시 복용한다. 이런 치료효과가 나타나면 몇시간 내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염증이 완전히 줄어들려면 보통 2~3개월 소요된다.
따라서 소방수가 물로 불을 끄듯이 위장 운동기능 개선제와 제산제, 점막보호제, 위산분비 억제제 등을 동시 사용해 초기에 빨리 염증을 줄여 증상을 완화시키는 적극적인 치료법을 쓴다.
하지만 1~2주간 약을 복용해 역류가 심하지 않을 경우는 잠자기 전 위산분비 억제제 한알만 먹고 자도 된다. 다만 이 같은 치료를 2~3개월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으므로 치료중에 임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위산 역류를 진단하는 방법은=위산 역류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려면 우선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내시경은 위산 역류 질환뿐만 아니라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40세 이후부터는 2년에 한번씩 받아야 한다. 위산 역류 질환의 증상이 반복되지만 위내시경 결과 정상으로 나올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소화기내과가 독립되어 있는 대형 병원에서 식도 압·역류 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증상의 경우 정밀검사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 위내시경 검사로 진단하고 증상에 따라 치료하면 된다.
#위산 역류를 예방하려면 =우선 과식과 과음을 피해야 한다. 과식과 과음은 위 안의 압력을 높여 소화를 방해하므로 위산 역류를 잘 일으킨다. 배에 압박을 가하는 몸에 꽉 끼는 옷도 피하는 것이 좋다. 허리띠를 윗배까지 올리거나 꽉 끼도록 하는 습관도 피해야 한다. 모두 복압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사이다·콜라·스파클링 와인 등 탄산음료를 피해야 한다. 탄산음료는 트림을 일으키고, 그때마다 위산이 함께 역류하므로 피해야 할 음식이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대개 트림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같은 현상 때문에 소화가 잘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탄산음료는 역류 증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당의 칼로리는 체지방을 늘리기 때문에 멀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하부식도 괄약근의 힘을 약하게 하는 생활·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흡연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 커피, 초콜릿, 술, 오렌지주스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음식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먹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이들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역류 증상을 경험한다면 금연하고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체중도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복부비만은 복강 내 압력을 높이기 때문에 위산 역류를 잘 유발한다. 그래서 비만인 사람이 위산 역류 질환을 앓는 경우가 흔하다.
증상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위내시경을 해보면 위식도 역류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처럼 본인도 모르는 사이 치료시기를 놓쳐 만성 위산 역류에 의한 식도염과 후두염으로 고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평소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자주 쪼그려 앉거나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역류성 식도염과 후두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밤늦게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곧바로 자는 습관은 좋지 않다. 뿐만 아니라 퇴근 후 회식하면서 과식·과음하는 경우가 잦다면 위산 역류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밤늦게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가능한 저녁식사는 일찍 하고 식사 후 두시간이 지난 다음에 자거나 눕는 것이 좋다.
속이 허전해서 잠자기 전 과실 등 음식을 먹는 습관 또한 피해야 한다. 음식을 조금 먹기 때문에 아무런 증상을 못 느낄 수도 있지만 밤에 간식을 반복하면 밤새 위산 분비가 늘어나고 위산이 역류할 가능성이 높다.
위산 역류 질환이 반복되는 경우 상체를 15도 정도 높여 자는 것이 좋다. 환자용 침대가 아닌 일반 침대에서 상체를 높이고 자는 것이 쉽지 않지만 베개나 쿠션, 이불 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역류 질환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면서 건강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위 기사는독자의 '역류 질환' 문의에 따라 작성된 기사입니다. 건강관련 궁금증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들은 건강담당 오현식 기자의 이메일(hyun2001@nongmin.com)이나 전화(02-3703-6147)로 문의하시면 성의껏 지면을 통해 답하겠습니다.
[최종편집 : 2009/03/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