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 떠난 다섯 시간 -, 보은 속리산(俗離山)!
- 언 제 : 2014. 1. 24(금) / 681차
- 누 가 : 계룡산악회원 41명
- 어 디 : 속리산(경북 상주시 화북면/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소재 / 20,000원)
- 날 씨 : 흐림
- 산행거리 : 15km / 산행시간 : 5시간
- 산행코스 : 상오마을 - 금란정 - 천왕헬기장 - 천왕봉 - 천왕헬기장 - 갈림길 - 세심정 - 법주사 - 속리주차장
산행여정(앨범)
(사진을 클릭하면 크고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 속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 올라 잠시 대간 맛보는 날입니다.
부실한 도가니지만, 나라의 정기가 흐르는 백두대간 능선에서 무한자유를 만끽할 것을 생각하니 집 떠나면서부터
설렙니다. (계룡시청 앞/08:10)
▽ 노인네들에게(^^) 속세를 한번 등져보자고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마르고 닳도록 세속에 익숙해졌는데, 속세를 떠난다는 것이 설령 잠시라 해도 엄청 불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도 무작정 떠나자고 하면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포기하라는 말이냐고 대들 줄 알았는데, 화~ 모처럼 가마 속이
꽉 찼습니다.
사람은 모두 언젠가는 속세를 버리고 영원의 세계로 가게 마련이지만, 이 풍진세상 잡다한 것 다 잊고 속리(俗離)길에
나섬은 어쩜 떠나는 날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ㅎ
▽ 보은에서 속리산에 들라치면 길 막고서 노자돈(^^) 걷지만, 상주에서 오르면 속리비(俗離費)가 없습니다.
법주사 재정 보태줄 필요 없다며, 애써 충청도에서 경상도까지 넘어왔습니다. ㅎㅎ
▽ 겡상도 상주 화북면 상오리 들머리입니다. (09:55)
이쪽에서 속리산 천왕봉으로 오르기는 처음입니다.
▽ 오늘 코스는 장장 15km에 육박하여 6시간 이상 예상되는데, 짠돌이(^^) 산대장님은 5시간에 주파하라니 자꾸 백 코스
쪽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도 나이 탓만은 아닙니다. ㅎ
허나 비록 하루살이지만, 장각계곡을 통해 천왕봉을 오르는 신선이 되고파 속세를 버립니다.
▽ 늘 부실하지만, 단디 챙깁니다.
1,000m가 넘는 천왕봉까지 오르려면 입에서 단내깨나 날 테니까요. ㅎ
▽ 장각폭포(長角瀑布) 물줄기가 용소(龍沼)로 떨어지는 절벽 위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금란정(金蘭亭)입니다. (10:00)
▽ 예전에 이곳에서 방귀깨나(ㅎ) 끼던 지방유지 12명이 금란계(金蘭契)를 맺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세운 정자랍니다.
▽ 폭포와 정자 그리고 노송이 조화를 이룬 비경으로 촬영명소로 알려진 곳입니다.
천왕봉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용유천을 이루어 상오리 오층석탑 앞을 거쳐서 장각계곡을 굽이쳐 흐르다가 6m 높이의
절벽으로 떨어져 그 아래에 작은 소(沼)를 만들었습니다.
▽ 금란(金蘭)은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이로움이 쇠붙이도 끊을 수 있고, 같은 마음이면 냄새가 향기롭다는 의미로
주역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마음을 같이 하면 강하고도 향기롭다니 마음을 같이함이 지극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렇게 될 수 있으리오. ㅎ
▽ 한 폭의 동양화를 보듯 보고 또 봅니다.
금란정과 장각폭포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을 애써 접으며 산으로 향합니다.
▽ 장각천을 따라 걷습니다.
산으로 숨으려면 입구에서부터 약 1.4km 정도 가야 합니다.
▽ 속리산은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그리고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1970년에 6번째로 국립공원이 되었습니다.
▽ 백두산에서 발원한 산줄기가 대간을 형성하며 남으로 뻗어 12대 종산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속리산입니다.
▽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 새긴 마을표석이 눈길을 끕니다.
하늘을 숭배하고 인간을 사랑한다는 말인데, 이곳 사람들의 심성일까요?
▽ 석탑을 보고 가자고 해도 모두들 걍~ 지나갑니다. (10:20)
'궁금하면 오백원~' (썰렁~ㅎ)
▽ 평지보다 높아 계단을 오르면서 보이는 상오리칠층석탑(上吾里七層石塔)이 아름답습니다.
높이는 9.21m로 보물 제683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석탑입니다.
▽ 이곳은 장각사(長角寺)라는 절이 있었던 곳으로 전하나, 관련 문헌이 부족하고 언제 어떤 이유로 폐사되었는지도
알 수 없답니다.
단지 사지에는 1977년 복원된 탑과 건물에 사용된 초석이 몇 개 남아있을 뿐입니다.
▽ 2단의 기단 위에 7층의 탑신을 세운 일반적인 석탑으로 흙을 다져 만든 단 주위에 돌로 테두리를 잡은 후 그 위에 탑을
세웠습니다.
탑신도 경쾌하지만, 크기가 장중하고 전체적인 균형미와 정제미가 뛰어나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양식을 이어받은 고려
전기의 작품으로 추정합니다.
▽ 우리 가마는 예까지 들어온다해도 회차가 안되겠군요. ㅎ
▽ 여기서부터 약 4km의 고된 여정이 시작됩니다.
▽ 차가운 겨울인데도 의젓하게 서있던 칠층석탑을 뒤로 하고 장각계곡으로 들어섭니다. (10:30)
잡목과 산죽사이로 물소리가 낭랑합니다.
▽ 속리산은 많은 이름(소금강산, 광명산, 지명산, 미지산, 구봉산, 형제산, 자하산)을 가지고 있지만, 삼국시대부터
속리산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답니다.
▽ 산명(山名)은 신라의 진표율사가 이곳에 이르자 밭갈이를 하던 황소가 무릎을 꿇고 율사를 맞이했는데, 이를 보고
깨달은 농부가 속세를 버리고 율사를 따라 입산수도했다는 전설에서 연유하기도 합니다.
▽ [도불원인(道不遠人) 인원도(人遠道), 산비이속(山非離俗) 속리산(俗離山)
도는 사람을 멀리 하지 않았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 하고,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
▽ 중용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도는 사람에게서 멀지 않으나[道不遠人] 사람이 도를 행한다면서도 사람을 멀리하면
[人之爲道而遠人], 도를 이룰 수 없다[不可爲而道]‘에서 힌트를 얻은 듯합니다.
▽ 신라말기 문장가인 ‘최치원’이 속리산에 왔다 남긴 말이라는데요, 조선시대 백호 ‘임제’가 썼다고도 하여 헷갈리지만,
산명의 연유를 짐작케 하는 시(詩)입니다.
▽ 하여간 속리산(俗離山)을 속세를 버리고 출가한 산이라고 하지만,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건만 세속이 스스로 산을
떠났을 뿐이라고도 합니다.
글쎄요, 과연 오늘 속리산은 내게 있어 어떤 모습일까요?
▽ 속리산에서도 내속리는 아늑한 금계포란형의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허나 우린 오늘 속리의 등줄기를 넘어 명당을 찾아가는 결코 만만치 않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 눈 내린 산길을 걷노라면 어릴 적 덮었던 솜이불처럼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순백의 눈길을 가다보면 가슴을 짓누르던 일상의 잡념들이 녹아내려 마음마저 편안해지니, 그래서 겨울 산을 자꾸
찾습니다.
▽ 이곳은 우복동천(牛腹洞天)으로 유명한 상주시 화북면입니다.
지자체마다 길 만들기가 유행인데, 이곳도 환종주(環從走) 길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 이곳 팔경이 유명합니다.
문장기운(文藏起雲/문장대에 일어나는 구름), 견훤모아(甄萱暮鴉/견훤산성의 저녁나절 까마귀), 오송비폭(五松飛瀑/
오송폭포의 날리는 폭포수), 초산목적(草山牧笛/초산 목동의 피리소리), 도장낙조(道藏落照/도장산의 해지는
저녁노을), 삼봉제월(三峯霽月/삼봉산에 비 개인 후 뜨는 달), 원적효종(圓寂曉鍾/원적사의 새벽 종소리),
부소어옹(釜沼漁翁/가마소에서 고기 잡는 늙은이) 등이라는데 언제 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정감록(鄭鑑錄)에 나온다는 우복동천은 소 뱃속(자궁)모양의 명당 터를 일컫는 말로 영남일대에서 예전부터 전해오는
피란지(避亂地)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전란과 굶주림 등 천재지변을 피할 수 있는 예언의 땅 십승지(十勝地)중 한곳이 바로 속리산에
둘러싸여있는 화북면으로 믿고 있습니다.
▽ 실제로 6.25 때 화북면으로 피난 온 사람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헌데 속리산 동쪽의 상주시 화북면 7개 동민들은 저마다 자기 동네가 진짜 우복동(牛腹洞)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네요.
▽ 십승지의 공통적 특성은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라 하여 흉년, 전염병, 전쟁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을 말합니다.
대개 속리산을 비롯하여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 등 높고 험한 산에 위치합니다.
▽ "'세실리아'님~, 내 몸이 콜라비를 기억해요~" ㅋ
▽ 십승지는 외부와의 연결통로가 한곳 밖에 없지만, 수량이 풍부한 평야가 있어 1년 농사에 3년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급자족이 가능합니다.
허나 한때 난리를 피하긴 좋을지 모르지만, 현재로 보면 별로 발전가치가 없어 여러 대를 살면서 번창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ㅎ
▽ 책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대략 십승지로 경북 영주시 풍기읍일대, 경북 봉화군 춘양면일대,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과
경북 상주군 화북면일대, 전북 남원시 운봉읍일대, 경북 예천군 용궁면일대, 충남 공주시 유구읍일대, 강원 영월군
상동읍일대, 전북 무주군 무풍면일대, 전북 부안군 변산면일대, 경북 합천군 가야면일대를 꼽습니다.
그 십승지 가운데 하나인 경북 상주시 화북면과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의 산길을 오늘 걷는 것입니다.
▽ 상주시가 2007년 개설한 우복동천코스는 3개의 산을 하나로 엮은 종주산행코스입니다.
기존 등산로(30.1km)를 정비하고 도장산(5.2km)과 청화산(2.5km)의 7.7km 구간을 새롭게 개설했답니다.
▽ 청화산을 진산으로 서쪽에 속리산, 동편에는 도장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습니다.
마치 속세를 떠난 유불선(儒佛仙)의 대가들이 모여 앉아 담론하는 형세랍니다.
▽ 우복동천을 감싸고 있는 삼산(도장산, 속리산, 청화산)이 어울린 원점회귀코스이지만, 여러 봉우리를 엮는 산행도
가능하답니다.
산행거리가 37.8km로 산행에만 20시간 가까이 소요된다니 울트라마라톤 수준이지만, 고갯마루와 계곡으로 명확히
구분되어있어 끊어 타기도 가능하다니 또 숙제네요. ㅎ
▽ 눈까지 섞인 수북한 낙엽을 밟으며 산우들이 들려주는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노라니 그럭저럭 견딜 만도 합니다.
8부 능선쯤 오르니 조릿대 숲 사이로 주변의 산들이 머리를 내밉니다.
▽ 속세를 벗어나 신선이 되고자 고행 길을 자초하며 가파른 정상부를 향해 한발자국씩 올라갑니다.
숲길은 추운 날씨에도 깊은 산골짝의 적요와 어우러져 일상탈출을 시도하는 꾼들을 흥분시킵니다.
▽ 드뎌~, 하늘이 터집니다.
▽ 천왕헬기장인 능선삼거리 -, 드디어 대간 길에 발을 디딥니다. (12:00)
▽ 문장대 방향의 암봉들이 유혹하지만, 300m 거리인 천왕봉을 다녀와야 합니다.
▽ 힘들어하는 꾼들에게 산하는 기암괴석으로 그린 동양화 병풍을 선사합니다.
▽ 꽁꽁 얼어버린 차디찬 하늘은 왜인지 잔뜩 찌그리고 있습니다.
▽ 땀 훔치고 가쁜 숨 진정시키기 바쁩니다.
▽ 천왕봉에 빨리 오르려고 팔을 휘저어대지만, 풍광이 놓아주질 않습니다.
▽ 오르내리는 바위길이 험하기에 걸음은 꾸물거리는데도 시간은 구름마냥 달아납니다.
▽ 산행 때마다 홀로이기 일쑤인데, 오늘은 일행들과 죽기 살기로 함께 하기로 다짐합니다.
▽ [산은 등허리에 큰 바위들을 업고 왜 아프다고 않는지 세월한테 물어볼까?
바위는 제 몸 빠개서 왜 소나무를 키우는지 바람한테 물어볼까?
▽ 바람은 잠자면서 코를 고는지 안 고는지 별들한테 물어볼까?
상수리나문 뭘 먹고 살라고 열매를 다 터는지 다람쥐한테 물어볼까?
▽ 단풍지고 깨 벗은 나목들은 겨울밤에 이불 덮는지 안 덮는지 된서리에게 물어볼까?
아! 단풍이 저리 이쁜데 왜 벌 나비가 안 오는지 새들에게 불어볼까?] (‘오성일’/검색)
▽ 오늘도 나무늘보 걸음질입니다.
벼랑길 오르며 바위를 건너뛰다가 산죽줄기에 몸뚱이 의지해야 하니 엉덩방아 찧기 다반사입니다. ㅎ
▽ 꽃뱀처럼 길게 늘어진 꾼들의 행렬이 교차합니다.
▽ 험한 길 오르내리면서 손 잡아주고, 엉덩이 밀어주며, 때론 벼랑 뛰어내릴 때 보듬어 안아야 할 때도 많은데, 동행하는
정 없는 여인네들은 눈길도 안 주네요. ㅋㅋ
▽ 산 사랑이란 말이 좋습니다.
▽ 일상에서 짊어지고 온 온갖 투정도 품어주고, 몸과 맘의 건강을 챙겨주며 사랑의 가교역할도 기꺼이 거드는 산은
모든 걸 베풀며 감싸는 사랑입니다.
▽ 오호~, 속리의 정수리가 보입니다.
▽ 진을 다 빼내고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속리산의 고스락 천왕봉(天王峯, 1,058.4m)입니다. (12:15)
충북과 경북 도계(道界)를 따라 이어지는 산하가 장엄하게 마루 금을 긋고 있습니다.
▽ 예전의 속리산 최고봉 이름은 천황봉(天皇峯)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이름으로 일본 왕을 뜻한다하여 일제잔재를 없애는 측면에서 중앙지명위원회가 동의하고
국토지리원이 지명변경고시를 해서 2007년에 천왕봉(天王峯)으로 개명되었습니다.
▽ 대동여지도엔 천왕봉으로 표기되어있는데, 1918년 일본 총독부에서 만든 지도부터 천황봉으로 표기되어 온 것이라니
변경이 아니고 환원인 셈이네요.
국립공원의 최고봉답지 않게 작은 정상표석이지만, 지리산의 천왕봉과 구분을 위해 속리산이란 글자가 포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합니다.
▽ 천왕봉이란 이름의 봉우리도 많지만,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은 한남금북정맥의 분기점입니다.
백두대간 13정맥 중 3개의 정맥을 품고 있는 속리산입니다.
▽ 천왕봉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목으로 삼파수(三派水)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천왕봉에 떨어진 빗방울들이 모여 동쪽으로 흐르면 낙동강(화북)이 되고, 남쪽으로 흐르면 금강(삼가저수지)이 되며,
서쪽으로 흘러내리면 남한강(법주사)이 됩니다.
▽ 발아래 펼쳐진 산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웅대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모든 산들이 오직 천왕봉을 우러러보며 경배를 올리고 있으니, 그 웅장하고 장엄함을 필설로 표현할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 속리산 주능선 9개 봉우리 중 남쪽 끝머리에 위치한 천왕봉은 멀리서보면 육산 같지만, 실제는 바위가 엉켜있습니다.
흐릿한 가스로 시계는 좋지 않지만, 막힘없는 조망이 가슴을 확 트이게 합니다.
▽ 높낮이를 자랑하며 속리산 동릉으로 흘러가는 능선 뒤로 청화산과 도장산도 희미하게 꿈틀거립니다.
힘들게 올라온 깊고 기다랗게 골진 장각계곡도 아득합니다.
▽ 풍광이 빼어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오염이 덜 되었다는 만수계곡도 보입니다.
‘천왕봉하(天王峰下) 오승지(五勝地) 정재명당(正在明堂) 우복동(牛腹洞)’이란 정감록의 기록이 바로 만수동을
일컫는다고도 합니다.
▽ 비로봉을 넘어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흰색 기암괴석의 암봉들이 줄을 섰고, 반대로는 형제봉까지의 백두대간 능선이
기다랗게 뻗어있습니다.
사방이 오로지 산, 산, 산뿐입니다.
▽ 거대한 산군이 물결치듯 에워쌌습니다.
천왕봉은 그중 한 섬이요, 내가 그 위에 섰습니다.
▽ 하늘과 땅 그 사이에 내가 있으니 천지인(天地人) 삼위일체입니다.
내가 우주고, 내가 자연이고, 내가 바람입니다.
▽ 몰려오는 구름과 함께 거센 바람이 심술을 부립니다.
마음은 벌써 봄인데, 바람결은 한 겨울입니다.
▽ 헬기장에서 점심상을 펼치려다가 예서 먹기로 합니다.
와~, 진수성찬입니다. ㅎ
▽ 수십 폭의 자연산(^^) 산수화 병풍이 걸려있는 식당입니다.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석 공예품을 감상하며, 곁들여 반야탕(^^)까지 한잔 걸치니 오늘 모두가 신선이 된 기분입니다.
▽ 멋진 추억 남기고... 내려갈 채비를 합니다. ㅎ
▽ 뱃속을 채운 후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산죽들이 길가로 나와 도열하며 환송을 합니다.
▽ 문장대 방향의 아름다운 암봉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 능선은 백두대간길이요, 충북알프스 길을 프로흉내(^^)를 내면선 걷습니다.
▽ 속리능선은 그야말로 일망무제입니다.
용의 등줄기처럼 삐죽삐죽 치솟아 날카롭기만 하던 구병산도 발치 아래로 깔립니다.
▽ 상주 장각동으로 빠지는 길목 헬기장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12:45)
훤한 조망을 보니 마음은 벌써 한강의 품 찾아 두물머리로 향합니다.
▽ 우리가 참으로 겸허한 눈을 가진다면, 자연의 그 어느 것 하나라도 경외심 없이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 인간의 힘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도시와 지식 그리고 모든 문명을 합친다 해도 어느 날 자고나면 자동차 지붕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쌓인 눈과 쓰레기장에서도 피어나는 꽃 한 송이의 신비와 생명력을 넘어설 수는 없답니다.
▽ 그러기에 산에 오르면 늘 감사하게 마련입니다.
먹고사는 일의 아주 작은 것이라도 무엇 하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인간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거저 주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육산느낌의 산등성이 밟으며 훠이훠이 노니는데, 어느 순간 거대한 기암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오묘한 솜씨여~, 자연의 위대함이여~!
▽ 천왕석문(天王石門)을 만납니다.
비로봉을 앞에 두고 부처님이 사는 피안(彼岸)과 우리 중생들이 사는 차안(此岸)을 나누는 문인지도 모릅니다.
▽ 비로봉(毘盧峰)을 앞에 두고 법주사 쪽으로 좌틀합니다. (12:50)
▽ 속리산으로 들어온 진표율사가 새벽에 좌선할 때 맞은편 봉우리에서 눈부신 햇빛이 오색 무지개를 띄고 사방팔방
비췄다는 그 비로봉입니다.
▽ 속리산에는 팔봉(八峰), 팔석문(八石門), 팔대(八臺)가 있습니다.
모두 8에 맞추어져 있는 것은 불교의 실천수행인 8정도(八正道)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 천왕봉에서 문장대에 이르는 10여리 길은 신선이 빚지 않고는 만들 수 없다는 수석전시장입니다.
오묘한 바위들이 그럴듯한 전설과 함께 이름을 하나씩 꿰차고는 서로 잘났다고, 다툼이 치열합니다. ㅎ
▽ 멀리서 봐도 백미입니다.
그 아름다움에 도가니의 신음도 잠시 잊습니다.
▽ 오늘 아쉽게도 방향을 틀지만 비로봉을 지나면 ‘임경업’장군이 7년간 수도하여 신통력을 얻었다는 입석대와 경업대
그리고 옛날 산봉우리에 백학이 수없이 날아와 춤추고 신선들이 놀았다는 신선대와 청법대가 나옵니다.
그리고는 문수봉을 거쳐 문장대로 이어집니다.
▽ 문장대는 구름에 묻혀 있다하여 운장대(雲藏臺)로 불렸으나, 세조가 열섬의 환약과 열 두동이의 탕약으로도 낫지 않는
괴질을 고치려고 오른 곳이기도 합니다.
▽ 거기에서 삼강오륜을 읽고 병을 고치니 구름 운(雲)자를 글월 문(文)으로 바꾸어 문장대(文藏臺)로 고쳤다고 합니다.
▽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집니다.
암봉의 절경에 푹 젖어 맘껏 빠져들고 싶은데, 시간은 촉박하고 갈 길은 멉니다.
▽ 곤고한 심사와 잡다한 일상 다 내려놓고 오로지 자연 속에 묻혀 하루를 유유자적 노닐고 싶은데, 엄수해야 하는
산악회 하산시간이 자꾸 뇌리를 짓누르니 신경이 쓰입니다.
속리산이 속세와 이별하는 산이라 했는데, 이렇게 세속을 버리지 못합니다. ㅎ
▽ 이정표가 상고암(上庫庵)이 200m에 있다고 알려줍니다. (13:05)
옛날 법주사를 지을 때의 자재창고였던 곳이 후에 암자가 되었답니다.
▽ 중고암(中庫庵)과 하고암(下庫庵)도 있었으나 지금은 상고암만 남았답니다.
신라 성덕왕 19년에 창건하여 속리산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절로 법주사전경이 한눈에 보인다는데, 마음은
망설이지만 도가니는 주춤도 안합니다. ㅎ
▽ 여기저기 연리지(連理枝)들이 보입니다.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우기지만 연륜은 피할 수 없는데, 올겨울이 가기 전에 저 연리지처럼 매력 있는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네요. ㅋㅋ
▽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송이송이 내리는 것이 춘삼월 나비 같고, 밟고 가는 소리 유월의 개구리 소리 같네.
추워지면 가지 않을까 눈이 온다고 떠벌이고, 취하면 머물까 거듭 술잔을 권하네]
▽ 김삿갓의 설(雪)이라는 시인데요, 눈 밟는 소리가 정말 개구리소리 같습니다. ㅎ
까짓것 바쁠 거 있나요, 열심히 눌러대던 디카마저 내려놓습니다.
▽ 바위에 끼어 오랜 세월 짝사랑만 하고 있는 소나무가 애처롭습니다.
쪼개진 옹색한 바위 틈새에 발목을 붙잡힌 채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저 나무들도 있는데, 조금만 힘들어도 투정하는
인간들이 부끄럽습니다.
▽ 한국팔경 중의 하나인 속리산은 화강암의 기봉(奇峰)과 산 전체를 뒤덮은 울창한 산림이 천년고찰 법주사와 잘
조화되어 멋진 승경(勝景)을 이룹니다.
명소 계곡들은 자연자원의 보고(寶庫)입니다.
▽ 속리산국립공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특징이 뚜렷합니다.
봄가을에는 산(문장대, 천왕봉, 도명산, 칠보산, 군자산)과 여름에는 계곡(화양, 선유, 쌍곡) 그리고 겨울에는 능선에
펼쳐지는 설원의 장관을 탐방하는 게 좋습니다.
▽ 석문을 만납니다. (13:25)
좀 쉬고 싶은 온화한 곳입니다.
▽ 다른 산들은 좁은데, 이곳은 꽤 넓습니다.
속리의 품 답습니다.
▽ [가파른 비탈길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습관이 남아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 산은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속에 갇힌 시간일거라고...
▽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주었다] (‘나희덕’/속리산에서)
▽ 들어갈 이유도, 시간도 없습니다. ㅎ
▽ 상환암을 지나 계속 내려갑니다. (13:40)
법주사 때문인지 웬만한 절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ㅎ
▽ 아~, 참 좋습니다.
이 맛에 산에 오릅니다. ㅎ
▽ 노송에... 기암에... 오손도손 이어가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 암봉을 눈에 넣고, 돌부리가 즐비한 만만찮은 산길 따라 물소리를 귀에 담으며 내려갑니다.
▽ 나무다리 건너고, 쉼 바위를 지나며 걸음 재촉하니 어느덧 속세소리가 들립니다.
▽ 많이 내려왔네요.
지금부터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 태실을 지나 거침 없이 나아갑니다. ㅎ
▽ 세심정이 보이네요. (14:00)
▽ 헌데 잠시 엉덩이를 붙일 시간도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법주사로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또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 산길이 빤질빤질 합니다.
하긴 게으른 나도 속리산을 몇 번째 왔는지 가물가물하니 일조를 한 셈이네요. ㅎ
▽ 피부병을 앓았던 세조가 목욕했다는 목욕소(沐浴沼)를 스칩니다.
땀을 씻어내고 싶지만, 목욕비(^^)가 꽤 비쌉니다. ㅎ
▽ 어린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은 피부병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꿈에 단종의 어머니이자 형수인 현덕왕후가 현몽하여서 세조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는데, 그 침이 튄 그 자리에
피부병이 생겼다네요. ㅎㅎ
▽ 성경 말씀대로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습니다.
욕심 없는 나는 참 선한 사람입니다. ㅎㅎ
▽ 태평교를 건넙니다. (14:20)
▽ 속리산하면 우선 법이 머문다는 사찰 법주사(法住寺)를 떠올립니다.
산의 한 쪽 품을 내주고 있으니, 시간이 없지만 함 들려봐야 합니다.
▽ 신라 진흥왕 14년에 천축국(인도)에서 불법을 구하고 돌아온 의신조사가 흰 나귀에 불경을 싣고 절을 지을 자리를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나귀가 법주사 터에 이르러 제자리를 맴돌매 느낌을 알고(ㅎ) 절을 지은 게 오늘날 법주삽니다.
▽ 또 하나의 설은 진표율사가 계시를 받고 미륵불 세울 장소를 찾던 중 황소가 계법 받은 율사를 보고 무릎 꿇어 눈물
흘리니 그 장소에 세운 절이 법주사라네요.
▽ 미륵도량 법주사답게 경내에는 거대한 미륵입상이 있습니다.
동원한 인원만도 5,500여 명이요, 소요된 금만도 80kg이었다니 대단하네요.
▽ 법주사는 미륵신앙의 요람으로 살아있는 문화재박물관 같은 절집입니다.
여기서 최소한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것은 국보 3점과 보물 12점입니다.
▽ [호서제일가람 일주문 우뚝하니 내 마음 둘 데 없어 한 걸음 옮겼도다.
▽ 세상을 떠남이 속리이니 언제 환속인가.
▽ 금강문 저곳 가면 극락인가.
▽ 도솔천 멀다더니 여기 사천왕문일세.
▽ 석가스승 팔상도가 이곳에 흔적 있고, 미륵부처 미소는 그저 말씀 없으니 희견보살 묵언은 관세음 대자비라.
▽ 당간지주 저 끝에는 구름 빛 상서롭네.
▽ 범종각엔 중생구제 묘음 들리고 휘돌아가는 바람에는 진리가 담기니 이 길 가면 언제 돌아 올 것인가]
(‘권대욱’/법주사에서)
▽ 바빠도 마애불상까지 보고 법주사를 나옵니다.
▽ 법주사 길은 대가람답게 백년이상 된 나무숲 터널입니다.
매표소까지 오리(五里)나 되어서 오리숲이라고도 합니다.
▽ 호서제일가람(湖西第一伽藍)이라는 현판이 있는 일주문을 지납니다. (14:45)
▽ 다시 세속으로 나오니 기분이 홀가분한데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범인인데 어디 속리(俗離)하기가 쉽던가요? ㅎ
▽ 입으로만 속세를 떠난 사람에게 산이 쉽게 마음을 열어줄리 없겠지요. ㅎ
▽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매표소를 바라봅니다. ㅎ (14:50)
▽ 지금은 굴이 뚫려 쉽게 넘지만, 속리산 법주사를 향하는 사람들이 꼭 넘어야 하는 고개가 말티고개였습니다.
원래 박석(薄石)고개였는데, 옛날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법주사를 찾아 올 때 박석고개에 이르렀더니
고개가 너무 가팔라서 임금이 탄 연(輦)으로는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자 말로 바꿔 타고 넘었다하여 말티고개[馬峙]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 말티고개를 넘은 세조가 다시 연(輦)을 타고 가다가 상판리에 당도하여 소나무 밑을 지날 때 왕이 나무 가지에 연
걸린다고 말하자 신기하게도 밑가지를 들어 왕의 연을 무사하게 통과시키매 벼슬을 내리니 바로 정이품송입니다.
요즘 잘 있는지 ‘정이품’님께 물어봐야겠습니다. ㅎㅎ
▽ 다섯 시간동안 속세를 떠났다가 다시 일상으로 나왔습니다. (15:15)
순두부를 끓여놓고 기다리는 ‘일상’총무(^^)가 있는 속세가 더 좋습니다. ㅋ
▽ [갑오년의 새해벽두 계룡산악 사십일명 / 일주만에 재회하여 속세떠나 속리가네
▽ 화북초입 시작하여 된비알길 바로드니 / 우렁각씨 물만난듯 초장부터 달라빼네
▽ 천왕봉의 엄동설한 우리산님 못막으니 / 점심식사 약주한잔 달디달은 보약일세
▽ 세심정의 맑은물에 몸과마음 모두씻어 / 법주사에 들어갈땐 바른심신 갖고가세
▽ 주차장옆 식당가는 손님없어 쓸쓸한데 / 길가할매 주름얼굴 얼음손이 안쓰럽네
▽ 시큼털털 뒷풀이로 허한속을 채우나니 / 미숙총무 지극정성 우리모두 행복하네
▽ 더욱커진 일상음성 회장님의 너털웃음 / 전국산하 방방곡곡 메아리로 퍼져가니
▽ 다음주엔 칠갑산서 건강하게 다시만나 / 산을통해 맺은인연 오래도록 간직하세]
▽ 게시판지기 '놀뫼'님이 회갑을 맞았다네요.
이제 유통기한(^^)도 넘고... 후반전 인생 화이팅~! ㅎㅎ
▽ 귀로에 빙어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ㅎㅎ (16:20)
▽ 아직 보은군인데요, 대청댐 상류랍니다.
▽ 조금 자잘한데... 그래도 팔딱팔딱~~. ㅎ
▽ 회무침도 좋았구요.
▽ 튀김도 일품이었습니다. ㅎ
▽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ㅎㅎ
▽ 특히 이 아지매의 섹스폰연주는 최고였는데... 전화번호라도 함 타올 껄... ㅋㅋ
▽ 괜히 센치해지기도 합니다. ㅎ
▽ 다시 라이브로... ㅎ
▽ "아니 안 갈껴~???" ㅎ
▽ 2만원주고 극락 행 티켓을 끊어 다녀왔더니 몸은 피로하지만, 마음은 거뜬합니다.
속리산이 내준 품에 안겨 하루를 보낸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 오늘도 그저 산이 좋아서 걸었고, 조망 좋은 곳에서 쉬며 감탄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다가 이런 곳에 들리며 그렇게 추억도 만들었습니다.
▽ 산은 건강과 자신감을 심어주지만 즐거움도 줍니다.
서쪽으로 기울은 해를 보며 인생도 그러겠지 하는 생각에 은근슬쩍 시름이 돋습니다. (출발/16:50)
▽ 순백세상에서 머물렀던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며, 또 집구석으로 돌아왔습니다.
멋진 눈 세상에 흠뻑 취했던 대박산행을 위해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하구요, 임원진의 수고덕분에 행복했던
산행과 즐거웠던 기억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계룡/18:00)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잊고 살았는데, 문득 내 삶 속으로 들어오는 정겨운 이들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있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힘겹고 외로운 날에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만남은 그저 일회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기억되고 오래도록 유지되는 관계라서 아름답습니다.
오래 묵기에 그윽한 냄새와 깊은 맛을 보여주는 된장처럼, 창고에서 오랫동안 먼지를 뒤집어 쓴 세월이 오랜 만큼 더
진하고 아름다운 맛을 낸다는 포도주처럼, 오랜 세월 함께 하며 그윽한 정이 들은 사람들이 아름답습니다.
그러고 보면 잊혀져간 친구들, 소리 없이 떠나간 친구들도 많습니다.
손을 잡으면 정이 흘러 가슴을 헤집어 보여주고 싶은 친구들도 많은데, 어찌하다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먼저 떠나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보낸 것도 아닌데, 공간적인 거리가 멀어진 것입니다.
면목이 없어 떠난 이도 있고, 빚이 있어서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진실을 보여준다면, 면목이 문제되지도 않으며 빚이 문제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근데 우리는 왜 가면을 쓰고 사는지 모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평소엔 느끼지 못하는 가족들과 너무 가까워서 특별하게 생각되지 않는 사람들처럼, 지금 주위에
남아있는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진실한 친구들입니다.
너무 편해서 잊고 있는 이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맛을 내며, 오랜 세월 우려내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 듬직한 친구들을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펌)
친구 -.
잊혀져간 이들이 무척 생각나는 세밑입니다.
설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오랫동안 연락 없던 이들과 너무 자주 만나서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이들에게 문안과 감사의 말을 전해보지요.
즐거운 설 보내시고, 한주 쉰 후에 시산(始山) 때 뵙겠습니다.
토욜(1. 25) 오전에 금바우에서 갯바위가
첫댓글 엄청 대단한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