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벌레'의 신형원은 서울 출신으로 동덕여자대학교 실용음악학과,
단국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1982년 '불씨', '유리벽'으로 데뷔했으며,
1987년 2집 '개똥벌레'로 MBC 아름다운 노래 대상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방송사 프로듀서들이 뽑은 한국방송 프로듀서상 가수상과 가장 문학적인 가수상
(한국문인협회 주최)을 수상하였으며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의 공식 추모곡인
'당신은 우리입니다'의 작곡과 노래를 맡았습니다.
박원순시장과 함께 세계환경올림픽 람사르총회 홍보대사를 하였으며
제1회 민족통일 음악회(MBC주최) 평양공연에서 남측대표 가수로 공연하였습니다.
사회성이 짙은 노래를 따뜻한 인간애에 담아 노래하는 가요계에 독보적인 가수입니다.
작사, 작곡을 한 한돌과의 인연은 1982년 대성음반 문예부장 서희덕이 기획 발매한
'웃기는 노래와 웃기지 않는 노래' 수록곡 '불씨'와 '유리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84년 발매한 신형원 1집 '불씨', '유리벽'이 음악다방과 라디오 신청곡 1위를 기록하며
잔잔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두 사람은 콤비를 이뤄 발매한 2집 수록곡 '개똥벌레', '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개똥벌레'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로도 사랑받으며 무수하게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 음악 활동을 이어갔지만, '개똥벌레'와 '터'를 수록한 이 앨범은
그들의 대표 음반으로 남아 있습니다.
개똥벌레
한돌사 곡 신형원 노래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마라 가지마라
가지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를 해 주렴
나나 나나나나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마음을 다주어도
친구가 없네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 뿐인 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
가지마라 가지마라
가지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손을 잡아 주렴
아아 외로운 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울다 잠이 든다.
개똥벌레는 흔히 반딧불이로 더 잘 알려진 곤충입니다.
6월이면 성충이 되어 주로 밤에 활동합니다.
어린 시절에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한자어를 배우면서 반딧불이를 모아
그 빛으로 책을 볼 수 있는지 실험해 보기도 했습니다.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는 슬프고도 아름답습니다.
그러면서도 은유가 차고 넘침니다. 1984년 발표된 이 노래는 ‘홀로아리랑’의 작가 한돌이
어린이를 위한 연극에 쓰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제작에 차질이 생겨 무대에 올리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마치 한 편의 단편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외로운 밤 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는 노랫말처럼 개똥벌레는
여름밤에 홀로 빛나다가 스러집니다.
개똥참외, 개똥지빠귀, 개똥쑥 등 개똥이 들어간 것들은 왠지 ‘주변’의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처럼 한 번도 중심인 적이 없지만 소중한 그 무엇입니다.
한돌이 이 노래를 만들 즈음은 10·26과 5·18 민주화운동을 거쳐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선 시기였습니다.
한돌은 이 노래를 통해 저항을 얘기하고 있는데, 개똥벌레가 자라 밤을 밝히는 성충이 되듯
시대의 어둠을 몰아내자는 의미를 노래에 담았습니다.
밤을 밝히는 반딧불이는 곧 울분에 찬 민중들이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슬픈 동화 같지만
그 속에 자리 잡은 은유는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