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차, 떡, 기름을 주는 나무 ‘감태나무>
감태나무는 나물로, 차로, 떡으로, 기름으로, 향료로, 약재로, 목재로 이래저래 쓰임이 많은 나무다.
감태나무 어린잎은 데쳐서 나물로 먹고, 차로도 마신다. 그늘에 말린 잎을 가루로 만들어 곡식에 섞어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감태떡’은 경북 칠곡군의 향토음식이다.
칠곡에서는 감태떡에 하얀 진이 콧물같이 길게 생겨 ‘코떡’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흉년이 들면 잎을 가루 내어 곡식과 섞어 먹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감태나무 줄기, 가지, 잎 등에 상처를 내면 독특한 향이 난다.
향은 겨울보다는 생육기간인 봄여름에 강한데 생강나무 향 같기도 하고, 창포 향 같기도 하다.
이렇게 향이 좋다보니 잎이나 잔가지, 껍질 등을 향료로 쓸 수 있다.
감태나무 열매에서는 기름을 얻기도 한다. 감태나무를 백동백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백동백(白冬栢)이란 흰 동백나무란 뜻으로 동백 앞에 ‘흰(白)“자를 붙인 것은 감태나무 줄기가 밝은 회색빛을 띠는 데다
백동백나무도 동백나무처럼 열매로 기름 짠 것에서 그 유래를 추정해 볼 수 있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잠시잠깐 님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위는 정선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봄이 오면 정선 아우라지 강 건너에는 동박꽃이 만발하는데 그 꽃을 딴다는 핑계로 사랑을 나누던 처녀 총각의 모습이 이 가사에 담겨 있다. 여기서 동박이 바로 감태나무와 한 가문인 녹나무과의 생강나무다.
옛 여인들은 동백기름으로 머리단장을 했는데, 동백이 자생하지 않는 추운지방에서는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열매의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사용했다. 감태나무가 백동백나무라는 이명을 얻은 데는 바로 이런 데서 연유한인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도 감태나무 열매로 기름을 얻어, 비누도 만들고, 기계기름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기계기름이 귀하던 시절에는 동백기름을 미싱기름으로 사용했었다.
<숲속의 명약 ‘감태나무>
지난 봄 MBN '리얼다큐 숨'은 “감태나무가 풍을 제거하고 해독해주며 어혈을 풀어 주고 지혈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방영하여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었다. 이 방송은 또 “감태나무는 뼈를 튼튼하게 해줘 관절염, 근육통, 타박상, 산후통, 골다공증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항암작용이 뛰어나 위암, 폐암, 식도암, 자궁암 등에 좋으며, 잎과 뿌리, 줄기, 열매 등 나무에서 나는 모든 것을 약재로 사용 할 수 있다.”고 방영하었다.
감태나무의 생약명은 산호초(山胡椒)이다. '약초도감([네이버 지식백과] 감태나무 (약초도감, (주)넥서스)'에 는 “중풍 마비, 관절통, 근육통, 두통, 소화불량, 산후통, 혈액순환 장애, 타박상, 삔 데, 상처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고, '한국본초도감'에는 “산호초(山胡椒)는 녹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 감태나무의 열매이다.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효능은 중풍으로 말 못하는데, 심복냉통에 사용한다. 중풍으로 갑자기 말을 못 하는 증상에 물을 넣고 달여서 복용하고 복부가 차서 일어나는 통증을 해소시킨다.”고 기록되어 있다.
<벼락맞은 감태나무 ‘용안목(龍眼木)>
그런가하면, 감태나무 하면 연수목(延壽木)이 떠오른다. 연수목은 문자 그대로 목숨을 연명해주는 나무라는 뜻으로 즉 지팡이를 일컬으며 도승들의 지팡이를 육환장(六環杖), 주장자라고 한다.
이런 연수목의 재료로는 역시 용안목(龍眼木)이다. 용안목은 벼락 맞은 나무에 용의 눈처럼 군데군데 검게 탄 자국이 있는 나무를 일컫는다. 바로 감태나무다. 감태나무는 벼락을 잘 피한다 하여 ‘피뢰목(避雷木)’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벼락 맞은 감태나무(용안목)로 만든 지팡이를 최고로 귀하게 여겼던 것이다. 특히 예부터 스님들이 용안목으로 주장자나 육환장을 만들어 애용했으며, 신선세계의 상징이 되었다.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큰스님이나 신선세계의 도인이 등장하면 으레 용안목 지팡이를 든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용안목 지팡이를 손에 든 큰스님의 영정이나 조형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계룡산 신원사 금룡암 회주 두타스님은 몇 해 전(2012년 4월) 용안목을 선보이는 이색 전시회를 열며, “주장자와 육환장은 크게 석장(錫杖)이란 의미에 포함되는 지팡이를 뜻하지만 일반적으로 육환장은 외출용으로, 주장자는 실내용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즉 육환장은 길을 걸을 때 몸을 의지하거나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사용되는 반면 주장자는 법상에 올라 법을 설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구별됩니다. 요즘도 큰스님들이 상당법어나 법회에서 설법을 할 때 주장자를 쿵쿵 치거나 높이 들어 보이는 등 법을 전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육환장은 아무나 들지 않고 도력이 높은 대덕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수행의 한 경지를 내보이는 법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불화에서 뿐 아니라 조형물로 조성되는 지장보살은 긴 육환장을 소지한 것으로 표현되며, 이 역시 지옥중생 모두의 성불을 염원하는 지장보살의 대자비심을 표현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도 용안목 지팡이를 최고로 친다. 지금도 가끔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내 어릴 적을 기억해 보면 마을 노인들 거의는 용안목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허리가 90도로 굽으셨던 내 할머니도 용안목지팡이에 의지에 여생을 보내셨다.
감태나무의 목재로서의 쓰임은 이게 다가아니다. 나무가 단단하여 도리깨를 만들어 쓰기도 하고, 연장 자루로도 그만이다.
또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맑고 청아해 예부터 윷놀이의 윷으로 만들어 쓰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