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 이영환
어느 날 눈을 뜨고
두 손으로 들어올린 잘생긴 호박돌 한 개
그 많은 모래와 자갈의 속세에서
찬란한 색깔이 희석된 채 윤회의 단아함을 내색하며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황금 모래알의 묵상
힘겨운 오후
야생화들의 몸부림치는 소리가
주황빛 노을의 뜨거운 입김에 가려
하나의 고행으로 만져지는 호박돌의 감촉
고통과 아픔의 껍질을 벗기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불꽃을 외면한 채
저 깊은 살 속
번뇌를 에인다
단단히 여물어 가는 빛나는 돌멩이의 고통
빛 좋은 호박돌 속에 녹아있는 힘겨운 체온
흩어진 가슴을 미동으로 만지며
희석된 정좌의 심경을
발가벗은 몸짓으로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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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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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2001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역경 / 이영환
하늘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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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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