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기재 - 옥돌봉 - 박달령 - 선달산 - 늦은목이 - 갈곶산 - 마구령 - 고치령
지난주 강릉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일부마을 전체가 불타고, 백두대간 건의령 주변 산들이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었다. 지역주민들과 공무원, 군인들이 며칠 동안 사투를 벌였는데도 진화 되지 않았던 산불이 금요일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단비로 消火되었단다. 참 고맙고 고마운 단비다. 아직은 꽃피는 봄날이다. 이 땅의 산과 들이 온통 푸르럼이다. 어느 녹색의 빛이 이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뭇잎사이로 언뜻 한번 씩 비치는 햇살 속의 푸르럼은 싱싱한 생명의 빛이다. 산행하기엔 딱 좋은 계절 5월의 푸른 생명 빛 가득한 대간 길 찾아 그 푸르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산행도 옥돌봉 직전의 된비알과 선달산 오름의 경사를 제외하고는 표고차가 별로 없는 밋밋하고 평이한 육산구간인데다 조망을 즐길만한 곳도 별로 없는 다소 답답하고 지루한 구간이지만 도래기재, 마구령, 박달령, 미내치, 늦은목이, 고치령 등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고개들이 있는 구간이다. 26km여나 되는 산행거리지만 등산로가 양탄자 깔아 놓은 듯 잘 정리되어 있어 대간꾼들이 여유를 가지는 구간이기도하다. 산 꾼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560살 할배 철쭉나무가 있고, 봉화군 물야면과 춘양면에 위치하며 태백산과 소백산의 연결고리 같은 옥돌봉(1242m)이 있고 영주시 부석면과 영월군 하동면에 걸쳐 태백산과 소백산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대표적인 육산인 선달산(1236m)이 있는 구간이다. 선달산 북으로는 아직도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내리계곡이 있고, 동으로는 영주 내성천의 발원지가 되고, 서로는 남한강의 지류인 남대천을 만들었는데 북사면에는 김삿갓(김병언) 묘가 있기도 하다. 특히, 선달산과 옥돌봉 중간의 고갯마루로 매년 4월 초파일에 오전리 마을사람들이 마을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고사(告祀)를 지내는 산령각이 있는 박달령(1009m)이 있고, 고치령에는 단종과 금성대군의 원혼을 달래주기위해 건립된 것이라는 산신각이 있기도 하다.
이제껏 무박산행을 하다 오늘부터 당일 산행이다. 그만큼 이동거리가 짧아 졌다는 이야기지만 새벽 03시 30분에 기상하려니 습관이 되어있지 않아 많이 힘들다.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어제도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었다. 힘들다! 그래도 대간산행은 가야 된다. 오래전부터 잡곡밥을 먹는 습관 때문에 산악회에서 주는 주먹밥을 잘 먹지 않는 편이라 나는 늘 개인적으로 도시락을 준비한다. 오늘은 작은 아이가 정성스럽게 싸준 주먹밥 2개를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서는데 날씨가 좋다. 3주 만에 하는 대간종주다. 대간종주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만 차였던 회원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법 줄었다. 대부분 무릎이 좋지 않다고들 하는데 빨리 회복해서 합류하길 소망해 보며 05:30분 경 도래기재를 향해 출발한다. 잠을 좀 더 자라며 소등을 해 줬지만 차 안에서 쉽게 잠 못 드는 습관 때문에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니 07:16분 안동휴게소다. 휴게소에 도착하니 진주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오대산산행을 간단다. 몇몇 지인들 틈에 집안 동생도 보인다. 서로 안부를 묻고 우리들은 휴게소 한켠에서 준비한 아침을 먹었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07:50분 출발을 했다. 도래기재에 도착하니 09:10분 산행채비를 마치고 09:22분 우리들은 옥돌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지난 산행 때만해도 별을 헤며 랜턴불과 은하수 불빛 삼아 오르느라 제한적인 조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오늘 부터는 시작부터 햇빛 받으며 산행하니 아름다운 경관의 연속이다.
등산로 초입 계단을 올라서니 시작부터 제법 된비알이다. 옥돌봉을 오르기 까지 등산로 좌우엔 연달래가 천상화원 터널을 이루어 우리를 반기고, 길목좌우 각양의 나무들엔 이름표를 붙여 놓았으니 훨씬 더 친숙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게 된다. 연달래 박수 받으며 30여분을 가픈 숨을 내쉬고 나니 560살 할배가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연분홍 옷으로 한껏 멋을 부린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깔끔하게 세워진 안내판엔 둘레가 1m인 세계적인 희귀목이라 적혀 있다. 옥돌봉을 지나 주실령 근처에 가파른 구간이 있기도 했지만 카펫을 깔아 놓은 듯 푹신한 등산로가 평지를 걷는 듯 편안하게 걸음 질을 하게하니 피로는 훨씬 줄어들었고 박달령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등산로 주변엔 예전에 궁궐이나 사찰 지을 때 이용했다는 토종 소나무인 춘양목이 띄엄띄엄 보인다. 일본국보 제1호 목조반가사유상의 재목으로 사용 되었다던 소나무다. 박달령에 도착하니 후미 앞에 가던 몇몇 대원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우리를 반긴다. 우리는 준비해간 간식을 먹으며 원기를 보충하고 서둘러 선달산을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옥돌봉에서 박달령까지 내려온 것만큼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가쁜 숨 몰아쉬며 된비알을 한참을 오르니 앞서 가던 대원들이 시원한 곡주를 마시고 있다. 우연히 만난 거제 부부 종주 팀을 만난 정 나눔이리라.. 작은 봉우리 몇 개를 넘고 나니 사기정하고 선달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여 선달산 정상을 향하는데 여자 대원 한 분이 힘들어 한다. 시원한 곡주 한 잔, 주변의 연달래 향에 가 취했나보다. 선달산이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배낭을 받아 걸머지고 정상에 도착하니 선두대장 부부를 제외한 대원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많이 반갑다. 점심을 먹고 나니 13:30분 힘들어하는 대원의 배낭을 내 배낭에 달고 늦은목이를 향해 급경사를 쏟아져 내렸다 다시 가파른 길을 혀 바닥이 만발이나 빠지게 치고 올라가니 봉황산과 비로봉의 갈라지는 분기지점인 갈곶산이다. 갈곶산에서 흐르는 땀 훔치며 휴식을 취한 우리들은 14:35분 마구령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나니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산행 중 부상은 대부분 내리막길에서 발생한다. 모두들 주의해야 할 구간이다. 이후부터는 편안한 길이라 빠른 속도로 내려오니 마구령이다. 힘들어 하던 대원이 컨디션을 회복했기에 배낭을 벗어 주고 경사가 심한 길은 뒤에서 조금 밀어주니 진행 속도가 제법 빠르다. 마구령에서 짧은 휴식을 끝내고 16:05분 고치령을 향해 다시 가파른 등산로를 치고 오른다. 古墓를 지나고 작은 오르막 몇 개를 오르락내리락 하니 1096봉이다. 고치령 까지는 앞으로도 10여개 이상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된다. 경사도가 별로 없는 작은 봉우리지만 도래기재를 출발하여 이미 8시간 이상을 산행한 끝이라 여간 부담스런 것이 아니다. 18:20분 드디어 고치령이다. 먼저 단종과 금성대군의 원혼을 달래주기위해 건립된 것이라는 산신각에 짧은 예를 갖춰 본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미신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온 민초들의 혼이 담긴 민간신앙이란 생각에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간직함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특전사 대원들의 행군 대열이 보인다. 대원 한 분이 남은 행동식을 모아 군인에게 건네고 온다. 자신은 군 생활이 추억 되어져서 거나, 아님 부모의 마음 때문이리라.. 대형버스는 고치령 까지 접근하기 어려워 좌석리에 주차되어 있는 버스까지 걷거나 작은 차량으로 이동하여야 한다. 대원들과 트럭에 승차하여 좌석리 마을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주막에서 하산주를 먹고 있다. 한 잔 술로 수고로움을 나누고 풍기로 이동한다. 풍기관광호텔 목욕탕에서 땀에 젖은 몸을 씻고 풍기호텔스카이뷰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20:45분 진주로 출발했다. 진주에 도착하여 다음산행을 기대하며 우리들은 각자의 보금자리를 찾아 걸음을 재촉한다. 집에 도착하니 00:15분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달도 별도 해도 함께, 우리들은 늘 하나였습니다.
언제나 청춘인양 머물고 싶지만 그리 길지만은 않은 인생이랍디다.
비경대간종주 팀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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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휴게소에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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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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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신록의 계절 5월의 녹색지대와 그 속을 힘차게 진군하는
아름다운 비경 대간종주팀의 모습이 조화이룬
한폭 그림같은 멋진 산행후기 즐감합니다.
제15차 소백산 천상화원 철쭉종주가 기다려집니다.
푸르름이 더해가는 좋고도 좋은 계절,
함께 걸은 그 길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네요.
멋진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 살얼음 동동한 막걸리
한잔이 정말 맛있었는데. . .
그 곡주가 점심시간 전이라
허기와 갈증으로
몸안에서 얼마나 흡수를 했던지
경련이 일어날것 같던 떨림과
졸음과누워자고 싶던 그때. .
뒤에서 묵묵히 힘이 되어 주셔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