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교육
1) 예배와 기도
기도(祈禱)의 우리말 사전 의미는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하나님께 빎”을 뜻합니다. 기도는 거의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보편적 종교 행위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참지식은 필연적으로 그 지식에 부응하는 기도 내용과 형식과 방법을 요구하므로, 개신교의 기도는 다른 종교의 기도와 구별됩니다. 특히 공예배 의식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의 믿음과 간절함과 같은 내면적 태도와 더불어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 형식과 내용 그리고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도는 공예배 안에서 여러 차례 실행되는 예배 요소입니다. 교회 『헌법』의 「예배지침」을 보면, 공예배 의식 안에는
(1) 예배시간 전의 준비기도
(2) 회개기도
(3) 대표기도
(4) 설교 후 기도
(5) 주기도
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예배 외의 모든 정기적인 집회를 기도회라 칭하고, 기도회에 수요기도회, 새벽기도회, 구역기도회, 가정기도회, 철야(심야) 기도회 등을 열거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과 가족이 사적으로 기도하는 일은 성도의 마땅한 의무라고 설명합니다.
공예배의 대표기도와 주기도는 기도의 주요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공예배 대표기도의 주요 내용은
(1) 하나님의 영광
(2) 감사
(3) 자복
(4) 간구
(5) 다른 사람과 교회를 위한 기도
입니다. 우리 총회의 「예배지침」에는 주기도 외에 다른 모범기도문이 없습니다. 우리의 경우 모범기도문이 제안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마도 기도를 개인의 일로 그리고 기도 중 성령의 자유로운 인도 가능성에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기도하는 사람 개인 내면의 영적 조건과 태도를 강조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개혁교회 「예배지침」에는 예배형식서와 함께, 모범기도문이 제안되어 있습니다. 주기도가 모범기도문인 것처럼, 여러 경우에 맞춘 모범기도문이 있습니다.
죄의 고백과 설교 전 기도문,
성도의 필요를 위한 기도문,
축복을 위한 기도문,
설교 후 기도문,
교리교육 전 기도문,
교리교육 후 기도문,
식사 전 기도문,
식사 후 기도문,
환자와 시험받는 자를 위한 기도문,
아침 기도문,
저녁 기도문,
교회회의 시작 기도문,
교회회의 마침 기도문,
집사회의 기도문
이 실려 있습니다. 이처럼 모범기도문을 제시한 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에 맞게 기도해야 한다는 교육적 목적과 기도의 공적 특성을 강조한 결과로 보입니다.
2) 기도와 교육
개인의 인격적인 내면 특성과 성령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영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도는 교육과 분명하게 구별됩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도는 교육의 결과를 반영한 응답 행위이고, 기도가 경건한 사람을 형성하는 교육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가르치는 교육, 기도를 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기도와 교육의 관계에 있어, 다음 몇 가지 구체적인 문제를 명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는 의도적인 교육 행위가 아닙니다.
기도는 하나님을 가르치는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아시는 높은 분을 가르친다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기도는 하나님을 설득하는 행위도 아닙니다. 우리는 기도에서 하나님께 우리의 생각과 의도, 우리가 바라는 바를 진솔하고 간절하게 표현하고 호소할 뿐입니다. 기도는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아닙니다. 기도를 듣고 있는 사람들을 교육하려는 목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을 보시는 하나님께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대표기도 하는 사람은 기도를 통해 다른 성도들을 가르치려고 성경 구절들을 선포하거나 설교해서는 안 됩니다. 기도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를 드러내려는 행동은 예수님의 질책을 들었던 외식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기도 모습이었습니다(마 6:5).
기도는 성전과 예배의식과 골방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점에서 하나님께만 향하여 진솔하고 간절하게, 감사와 회개와 간청내용을 표현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선한 의도라고 해도 일절 교육적 의도와 같은 다른 의도가 개입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기도는 교육의 결과를 반영합니다.
하나님의 존재와 뜻에 대한 이해는 응답받는 기도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입니다. 누구인지 모르는 대상에게 무작위로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는 주문 같은 중언부언으로 발설하는 것은 개신교의 기도, 특히 예배의식에서 할 수 있는 기도가 아닙니다(마 6:7). 공예배에서는 방언 기도도 부적합 합니다(고전 14:23).
기도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아는 사람이, 자신의 말로 하나님께 응답하는 소통방법입니다. 말씀을 듣는 것이 수동적인 수납이라면 기도는 적극적인 동의와 응답의 표현입니다. 마치 배워 알고 있는 것을 기초로, 자신의 말과 글로 자세하게 표현하여 응답하는 활동과 유사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존재와 뜻과 일에 의거하여 감사의 내용을 열거하고, 회개해야 할 문제들을 깊이 검토하고, 간구해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명료화하는 기도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도준비 과정은 교육활동입니다.
기도를 가르치려고 예수님은 모범기도문을 주셨습니다. 개혁교회는 여러 경우에 적합한 모범 기도문들을 더 만들어 활용하게 하였습니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어린이가 자기의 생각과 요구를 더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고, 여러 경우에 적합한 단어로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모범기도문 학습은 기도의 다양한 주제, 내용, 표현을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우리 「예배지침」에는 모범기도문이 없지만 직접 기도문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기도를 준비하는 일, 집단에서 공동기도문을 작성해보는 일 등은 좋은 기도 교육 방법입니다. 공예배의 기도 담당자는 미리 기도문을 작성한 후 그 기도문을 기초로 기도하거나, 그 기도문을 읽는 방법으로 기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도의 교육은 기도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직접 기도해 보는 경험, 기도회에서 다른 사람의 기도를 듣고 동의를 표현하는 경험들을 통하여 점점 더 익숙해집니다. 그래서 공예배 외에도 여러 종류의 기도회에 참여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셋째, 기도는 하나님이 우리를 교육하시는 방법입니다.
기도는 한편 주체인 우리의 교육적 행동이 될 수는 없지만 다른 주체인 하나님의 교육적 행동은 됩니다. 삼위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도의 특권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기도를 요구하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의 존재와 말씀(지적, 요구, 뜻)에 대하여 ‘아멘’이라고 동의를 표현하게 하심으로써, 성도가 자발적으로 하나님의 영광과 뜻을 추구하며 살아가게 하십니다. 그리고 기도를 응답하시고, 기도에서 성령님의 도움을 경험하게 하심으로써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를 누리고, 하나님 말씀의 진리 됨과 능력 있음을 인정하는 참된 신앙, 성숙한 신앙에 이르게 하십니다.
기도 행동과 기도 응답 과정에서 하나님께 대한 신앙은 깊어져 개인화되고, 하나님의 말씀은 개인에게 살아있는 지식이 되며, 기도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이 됩니다. 기도를 통해 마음이 반응하고, 몸이 실천으로 나아갑니다. 이렇게 볼 때 무의식중에 기도는 우리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교육적 의도에서, 은혜의 방편으로 기도방법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회교육에서는 하나님의 교육이 잘 이루어지도록 준비하고 보조하는 기도 교육이 실행되어야 합니다.
조성국 교수(고신대학교)/http://www.kosi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