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두려워하는 도시. 난 그 실체를 알고 있다
이용철 | 원작을 향한 충성심이 거둔 절반의 성공 | ★★★ | |
유지나 | 잡탕 공포가 드라마 공포를 압도한다 | ★★☆ | |
박평식 | 박진감을 즐기기엔 잔소리가 너무 많다 | ★★★ | |
문석 | 그래픽 노블이 생명을 얻었다 | ★★★☆ | |
김종철 | 원작의 충실한 영화화 | ★★★★ | |
김봉석 |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한 것만으로도 만족 | ★★★★ | |
김도훈 | 원작에 대한 열렬한 팬보이 신앙간증 | ★★★ |
윤서현 기자(무비위크) ★★★★ 새로운 경지의 수퍼히어로 영화.
원작의 삽화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은 비주얼에 기울인 감독의 세심함을 엿보게 한다. 잭 스나이더의 비주얼리스트적 면모가 제대로 드러난다. 파워풀하고 큰 스케일의 액션과 화성에서부터 초토화된 뉴욕 시내까지 만들어낸 놀라운 CG 또한 <왓치맨>의 영화화가 갖는 의미를 상기시킨다. 완성도 높은 영상과 함께 원작의 캐릭터와 메시지를 어떠한 변형 없이 성공적으로 전달한다는 점 또한 원작의 팬은 물론 모든 관객들에게 고마운 일이다.
여섯 명의 주인공은 스스로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 ‘인간’들이다. 선천적으로 초능력을 보유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따라서 이들은 기존 수퍼히어로들과 달리 복잡다단한 인간성을 드러내고 영화는 수퍼히어로의 정형성을 탈피한 이들의 내적 고뇌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고민과 맥을 같이하지만 ‘왓치맨’의 행방은 범우주적 결말을 이끈다.
그리고 “인류의 평화를 위해 히어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 의식이 원작 <왓치맨>을 걸작으로 평가받게 하는 이유이며, 이것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는 점이 이 영화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단, 러닝타임이 161분에 이르지만 축약, 생략된 부분도 있으니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는 원작 그래픽 노블을 읽고 극장에 가길 권한다.
|
|
|
|
|
오직 링에서만이 나를 느낄 수 있다 사랑, 고통, 그리고 영광까지도...
이용철 | 몸으로 말하고 몸으로 우는 남자 | ★★★★ | |
이동진 | 뒤도 안 돌아보고 울리는 스포츠 신파 | ★★★ | |
박평식 | 아프도록 슬프게 겹쳐진 배우와 캐릭터 | ★★★☆ | |
김종철 | 미키 루크의 비상! | ★★★★☆ | |
김봉석 | 인생 자체가 프로레슬링인 남자의 유일한 선택 | ★★★★ |
이해림 기자(무비위크) ★★★★ 마음에서 우러난 이야기는 진심을 전한다. 원형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더 레슬러>의 이야기는 별다른 의외성 없이 불 보듯 빤하게 흘러간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랜디의 후진 삶에 바짝 접근해 랜디의 무가치함을 충분히 설명한다. 랜디는 무가치해질수록 더욱더 링으로 돌아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열망을 품게 되고, 감독의 의도대로 랜디의 뜨거운 열이 관객에게 전해진다. 감정을 효율적으로 자극해 울릴 곳에서 확실히 울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레슬러>를 신파라 비아냥거리기엔 찝찝한 무언가가 있다. 주인공 랜디뿐 아니라 모든 주요 인물의 삶이 제아무리 후지고 퇴물 같아 보여도 그 자신이 스스로 존엄하려 하고, 그 스스로가 자신의 당당한 설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에서 숭고한 집념과 의지를 엿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 모습들은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시 링에 올라선 랜디의 모습은 최고의 순간이다. 랜디의 의지를 응원하고 경외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원형은 아주 잘 보존됐고 표현은 일관되게 진솔하다. <더 레슬러>를 통해 미키 루크가 인간으로서 재기하고, 관객과 평단은 물론 영국 아카데미 등 영화제들도 이 영화에 기립박수를 보내는 건 그것이 ‘신파’라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인간이 숭고해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것이 마음을 짜르르하게 울려오기 때문이다.
김희원 기자(한국일보) 미키 루크를 위한, 미키 루크에 의한
"미키 루크 자기 이야기구먼." 영화 '더 레슬러'의 시사회 반응은 이랬다. 늙고 지친 왕년의 스타 레슬러를 연기한 미키 루크. 1980년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보디 히트' '나인 하프 위크' '와일드 오키드'에서의 뜨거운 눈빛의 남자를 기억할 것이다. 당대의 섹스 심벌이었던 그는 희대의 풍운아였다. 1991년 할리우드를 떠나 프로 권투선수로 활동했다. 음주벽, 여성 편력과 추문, 폭력 전과, 두 번의 이혼 등 상처를 안은 채 그는 잊혀진 이름이 됐다. 권투로 일그러진 얼굴을 되찾으려 받았던 성형수술의 부작용으로 젊은 시절의 파릇한 외모도 잃고 말았다.
'더 레슬러'의 '랜디 더 램 로빈슨'은 그러한 미키 루크였기에 생생하고 눈물겹다. 약으로 버티며 링에 오르는 50대 레슬러 랜디는 "커트 코베인(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보컬) 때문에 망쳤어. 음악은 역시 80년대"라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부업으로 일하는 마트에서도 이름표에 예명 '랜디'를 고집한다. 하지만 그 시절을 흥청망청 보낸 그에게는 남남처럼 지내는 딸과 트레일러 집, 그리고 상처만이 남아 있다. 서먹하기만 한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저녁 약속을 했지만 제 버릇 못 고치고 술에 취해 뻗어버린 행태조차 미키 루크의 실제 삶이 겹쳐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주성철 기자(씨네21)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은 현란한 테크닉과 쇼맨십으로 80년대를 주름잡은 전설의 스타 레슬러다. 20년이 지난 지금, 랜디는 식료품 상점에서 일하며 가끔 돈벌이를 위한 레슬링 시합에 나서기도 한다. 그렇게 늘 혼자 지내던 그는 유일한 말동무이자 단골 술집의 스트리퍼인 케시디(마리사 토메이)의 권유로 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를 찾아가지만 오랜 세월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최대 라이벌이었던 아야돌라가 도전장을 내밀고 랜디는 심장 이상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한 채 링에 서려고 한다.
어쩌면 이런 게 진짜 영화의 맛이다. 왕년의 매끈한 섹시가이 미키 루크가 심각한 성형 부작용을 겪고, 늦은 나이에 프로 복서로 활동하다 경력이 망가진 실제 처지, 그러니까 여타의 예술 장르와 달리 ‘배우’ 혹은 ‘인간’이라고 하는 실물에 그대로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예술의 질료로 삼을 수 있는 것 말이다. 랜디 역할을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과연 그 처절한 고통과 기구한 삶의 굴곡을 이만큼 전달할 수 있었을까. 도입부부터 카메라가 줄곧 미키 루크의 뒷모습을 좇고, 이제는 주름질 대로 주름져버린 그의 맨 얼굴을 은근히 비켜갈 때 그 감정은 서서히 고조되기 시작한다. <더 레슬러>의 러닝타임은 온전히 미키 루크 개인의 고해성사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 레슬러>는 늦깎이 선수의 도전, 가족과의 화해라는 측면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나 <록키 발보아>(2006)와 비교할 만하다. 가장 다른 점은 역시 프로레슬링이 연출된 시합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작위적인 냄새가 풍기는 이 경기에서 랜디가 겪는 건강상의 고통이 다른 스포츠영화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정말 묘한 경험이다. 그는 원할 때 시합을 그만둘 수도 있고, 적당히 손쉽게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랜디는 그것이 비록 거짓일지라도 최선을 다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연기이고 프로레슬러는 바로 배우이기 때문이다. <더 레슬러>는 미키 루크 스스로 배우로서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언제나 진심으로 연기를 하며 살아왔다고 항변하는 작품이다. <더 레슬러>가 감동적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황진미 | 참신하고 유머러스하고 기품있는 장르물 | ★★★☆ | |
이용철 | 킬러들, 낙원에서 잠들다. | ★★★★ | |
이동진 | 범죄 스릴러에서 아이러니란 이렇게 활용하는 것. | ★★★☆ | |
김종철 | 쿨하고 쓸쓸한 남자들의 이야기 | ★★★★ | |
김도훈 | 콜린 파렐은 오스카 후보에 올랐어야했다 | ★★★★ |
이해림 기자(무비위크) ★★★ 영국식, 혹은 브리주식 저기압 유머에 배꼽 잡는 킬러 액션 코미디.
<킬러들의 도시>는 두 가지 키워드의 아이러니한 결합을 이뤄냈다. 비현실적인 도시로 상정된 브리주는 천국과 지옥 사이의 연옥을 상징하며, 레이가 지옥과 천국, 혹은 연옥 중 어디에 있어야 할지를 갈등하게 한다. 킬러 영화에 녹아들어간,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관광도시는 명실상부한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기능하며 스토리 안에서 킬러들이 겪는 심리의 변화, 인간으로서의 고뇌, 정밀한 사건의 흐름을 모두 탄탄히 받쳐주는 배경이 되었다. 심지어 후반부 거리 총격 신마저도 고풍스러운 광장의 정취와 미묘한 섞임을 이뤄내 독특한 정서의 명장면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인만큼 <킬러들의 도시>가 받아들여질 범위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블랙 코미디는 전통적으로 마이너 정서다. 분주하게 웃을 곳이 많은 ‘블랙 코미디 킬러 액션’ <킬러들의 도시>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선 영국식(아니, 아일랜드식 혹은 북유럽식) 유머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는 관객일 필요가 있다.
주요 캐릭터를 맡은 콜린 패럴, 브렌단 글리슨, 랠프 파인즈뿐 아니라 조연인 클레멘스 포시(해리 포터와 불의 잔), 조단 프렌티스(Mr. 후 아 유, 아메리칸 파이 5)까지, 난무하는 블랙 코미디와 풍부한 내면 연기 사이의 간극을 촘촘히 메우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킬러들의 도시>는 블랙 코미디가 통하는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대환호를 받았으나, 화장실 유머가 대접받는 미국권 영화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
|
|
|
|
프로스트 vs 닉슨 (2008) Frost/Nixon
진실은 있다. 대결은 시작됐다!
황진미 | 깔끔한 극본과 소름끼치는 연기. 긴장감 최고의 개념-토크쇼 | ★★★★ | |
이용철 | 오! 우리들의 일그러진 대통령이여 | ★★★★☆ | |
이동진 | 대중영화에서 모든 것은 정말 게임이어야만 하는 걸까 | ★★☆ | |
유지나 | 독창적인 인터뷰 시나리오의 탄생! | ★★★☆ | |
안현진 | 프랭크 란젤라가 만드는 빛과 어둠 | ★★★☆ | |
박평식 | 흥미롭고 진땀나며 이윽고 쓸쓸해지는 | ★★★★ | |
문석 | 모순으로 가득 찬 한 인간을 보여주는 프랭크 란젤라의 연기 | ★★★☆ | |
김종철 | 부패 정치가들에게 강추! | ★★★★☆ |
남은경 기자(무비위크) ★★★☆ 최고의 닉슨 연기를 선보이는 프랭크 란젤라에게 박수를.
‘말’로 하는 전쟁, 인터뷰는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다. 인터뷰어의 정확한 주도와 인터뷰이의 재미있는 답변,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뿐더러 그것을 박진감 있게 표현해 내기도 힘들다. 하물며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인터뷰가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는 주연배우의 신들린 연기에 힘입어 무모한 도전에 거의 성공한다. 동명 연극에서 수백 번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은 실존 인물의 디테일까지 세밀하게 살려 연기한다. 특히 닉슨과 전혀 닮지 않은 프랭크 란젤라는 발군의 연기력으로 닉슨보다 더 닉슨 같은 인물을 창조해 냈다.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실화는 <더 퀸>의 피터 모건 작가와 <뷰티풀 마인드>의 론 하워드 감독을 만나 깊이 있는 영화로 완성됐다. 인터뷰를 위해 거액이 오가는 금전만능 저널리즘, 전체의 흐름보다 부분의 편집을 중시하는 TV 인터뷰의 허점 등은 30년이 흐른 지금도 유효한 문제의식이다. 재임 중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닉슨 전 대통령의 쓸쓸한 표정과 뒷모습에 특정 인물(들)이 오버랩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영화적 재미다.
김용언 기자(씨네21) <프로스트 vs 닉슨>이 닉슨을 미화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각본가 피터 모건과 감독 론 하워드, 그리고 닉슨을 연기한 배우 프랭크 란젤라는 닉슨이 단지 ‘악당’이자 ‘괴물’만으로 이해되지 않도록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닉슨은 똑똑하고 유머러스하며 훌륭한 정치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동시에 인색하고 변덕스러우며 이기적이고 열등감이 심했다. 그는 케네디의 푸른 눈을, 프로스트의 하얀 피부를, 그리고 밤마다 파티를 벌이며 사교를 즐길 줄 아는 명랑한 성격을,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호감을 끌어내는 능력을, 구두끈이 달리지 않은 구두를 아무렇지 않게 신을 수 있는 쾌활함을 부러워한다. 권력의 정점에서 잡아끌려내려온 다음, 돈을 벌기 위해 치과의사협회에서 중국 외교에 관련한 만담을 늘어놓아야 하는 그의 참담한 심정은 스크린을 넘어 통렬하게 전달된다. 결국 ‘두 번째 케네디’인 프로스트와의 ‘두 번째’ TV토론회에서 ‘두 번째’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닉슨은 쓸쓸히 물러난다. “역사는 두번 되풀이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라고 마르크스는 말했다. 하지만 <프로스트 vs 닉슨>이 중심에 놓는 ‘희극’에는 비극의 정조가 더욱 강하게 감지된다. 실제 있었던 사건에 가장 가깝도록 픽션화한 동시에, 인간의 타락과 몰락에 관한 신화적인 원형도 포함되었으며 우리 역시 매일매일 겪어야 하는 크고 작은 패배들이 전부 들어가 있다. 훌륭한 솜씨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
|
|
|
|
라스트 프로포즈 (2008) 游龍戲鳳 Look for a Star
신데렐라 로맨스를 중심에 둔 영화
박평식 | 어색해, 총 대신 솜사탕을 든 유위강 | ★★ |
이유진 기자(무비위크) ★★☆ 녹슬지 않은 유덕화의 매력. 물론 구준표만큼은 아니지만.
천하제일 황태자 구준표한테도 주눅 들지 않을 재력에 잘생긴 외모를 갖춘 샘과 서민 대표 금잔디의 생활력을 거뜬히 넘어서는 매력 만점 밀란이 바로 이 홍콩판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 영화 <라스트 프로포즈>는 전국을 꽃남 신드롬에 빠뜨린 <꽃보다 남자>를 떠올리게 하는 전형적인 로맨틱 드라마다.
<라스트 프로포즈>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절로 결말을 예상하게 되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빤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덕은 있다. 전형적인 백만장자 캐릭터를 굉장히 능숙하고 멋스럽게 표현한 유덕화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미소를 자랑한다. 영화 내내 그 어떤 배우들보다 당당하게 등장하는 호사스런 호텔과 화려한 의상, 소품들은 이 영화를 즐기는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리고 영화의 어떤 내용보다 가장 충격적이고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은 <라스트 프로포즈>가 실화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는 것. 샘과 밀란의 모델이 된 마카오 최고의 재벌 스탠리 호와 그의 네 번째 부인 안젤라 렁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슬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성렬 기자(씨네21) <라스트 프로포즈>는 마카오의 억만장자 샘이 댄서 밀란과 한눈에 사랑에 빠져 신분을 극복하고 결혼한다는 줄거리다. 이들의 이야기는 실존인물 스탠리 호와 그의 네 번째 부인이 만난 사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마카오를 쥐락펴락한다는 대재벌이어서 결혼만으로도 언론에서 수많은 스캔들을 쏟아낸 ‘왕자’였다. 여기에 어우러지는 기능공과 커리어우먼, 노총각 운전기사와 미혼모의 연애도 지위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나간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결론적으로 <라스트 프로포즈>는 신데렐라 로맨스를 중심에 둔 영화다.
엔딩은 안 봐도 비디오다. 어찌됐건 왕자는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 그래서 시청각적 완성도가 무척 중요하다. 다행히도 미끈한 다리를 힘차게 흔드는 서기의 춤동작이나 팝음악이 어우러진 몽타주는 충분히 기대를 채우고 남는다. 주로 누아르 대작에서 감각적인 영상미를 연출하는 데 힘을 발휘해온 유위강이 감독이기 때문이다. 영상미를 뒷받침하는 물량도 상당하다. 대부분의 촬영은 마카오 정부와 관광청의 협조 아래 이루어졌고, 주연배우들은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고 고급 외제차를 몬다. 중국에서 1월29일 개봉 첫날 <적벽대전2 : 최후의 결전>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도 예고편으로 확인 가능한 영상미가 주는 기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라스트 프로포즈>는 <무간도> 이후 큰 흥행을 누리지 못했던 유위강 감독이 가벼운 터치로 정상궤도 복귀에 도전하는 영화로 본다면 적절할 듯싶다.
|
|
|
유어 프렌즈 (2007) きみの友だち Your Friends
감독 히로키 류이치
등급 전체관람가(한국)
진정한 친구의 의미
정재혁 | 우정에 대한 가장 솔직한 고백 | ★★★ | |
박평식 | 길지만 섬세하고 느리지만 따뜻하다 | ★★★ |
박은경 기자(무비위크) ★★★ 인생의 표정을 만들어주는 친구와 우정에 대하여.
보통 학교와는 다른 프리스쿨을 취재하러 온 나카하라. 그곳에서 ‘폭신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에미와 만나게 된다. 다리가 불편한 에미와 대화를 나누던 나카하라는 그녀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몸이 약해 수업에 빠지는 일이 많아 반에서 잘 융화되지 못하던 유카, 단짝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기자 그 상실감을 독특하게 표출하는 하나, 타고난 축구 실력으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분,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자아이가 분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축구부 사토.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현실과 얽혀서 전개된다. 친구를 사귀는 것,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고민하고 상처받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느릿하고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들의 우정 이야기에 양념처럼 더해진 것이 ‘구름 이야기’. 하늘의 표정을 만들어주는 구름은 에미와 유카의 오랜 우정의 상징이다.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히토토 요의 주제가와 같이 수많은 ‘폭신폭신 구름’ 사진이 스친다. 그냥 예쁜 구름을 보며 묘하게 감상적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건 작품이 전하고 싶은 근본적인 감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절로 전해졌기 때문인 듯하다.
정재혁 기자(씨네21) 히로키 류이치의 영화는 잔인하다. 겉으로는 따뜻한 감정의 교류처럼 보여도 사실 파고들어가보면 그 속엔 매우 계산적인 논리가 포함되어 있다. <바이브레이터>의 남자와 여자도 서로에게 득이 되는 행위를 담보로 같이 시간을 보냈고, <800미터 주자>에서도 소년들은 서로의 상처와 비밀을 손에 쥔 채 이용하며 달리기를 했다. 10대 소녀, 소년의 우정을 그린 <유어프렌즈>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넷, 다섯쌍의 무리를 통해 우정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변하며, 어떻게 소진되는지를 보여준다. 에미와 유카는 10년 넘게 사귀어온 단짝 친구인데 둘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가 교통사고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유카에게 우산을 씌워주기 위해 길을 건너던 에미는 차에 치여 평생 다리를 전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네 탓이야.” 이후 둘은 등하굣길을 항상 같이한다. 남들보다 심장이 약해 느리게 걸어야 하는 유카에게도 목발을 짚고 다니는 에미는 최상의 파트너다.
영화에 등장하는 관계들은 모두 이렇게 치사하고 냉정하게 이뤄진다. 매일 붙어다니다 남자친구가 생기자 등을 돌리는 아이나 소꿉친구였으나 고등학교 진학 뒤 서로의 위치가 달라지자 모른 척하는 친구, 본인보다 축구를 잘하는 후배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선배 등. 하지만 히로키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이 현실적인 관계 안에서 부정할 수 없는 감정을 이끌어낸다. 서로 취하는 이득이 있기에 인물들의 관계는 더욱 진솔해지고, 그 안에서 솔직한 고백들이 이뤄진다. <유어프렌즈>는 평생 친구에 대한 믿음이나 우정이란 말을 아름답게 칠하며 환상을 키우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오히려 평생 친구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신 에미가 사진으로 찍고, 그림으로 그린 ‘푹신푹신 구름’을 보여준다. 한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안겨주는 대상이 있다면 그 순간 그 사람은 진정한 친구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히로키 류이치 특유의 롱숏과 히토토 요의 음악도 절묘하게 어울려 아름답다. 2008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
|
|
|
|
PS. 이번주 영화는 영화평으로 영화를 선택하긴 힘들듯. 장르선택이 중요한듯하네요. 다들 걸작에 준해서~
암튼 맨 위 두 영화는 꼭 놓치기 싫은 영화긴한데... ^^;;
첫댓글 앞에 네편 꼭 보구 라스트프로포즈는 시간되면...
오늘 제프리딘모간을 보는군아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