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간 토요일
필리피 1,18ㄴ-26
루카 14,1.7-11
우리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강은 깊을수록 소리가 작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벼는 익어갈 수록 속이 낟알로 꽉 차게 되고 꼿꼿하던 이삭이 고개를 낮추게 됩니다.
또한 상류에서 졸졸졸 소리 나던 개울물도 하류의 깊은 강에서는 잠잠히 흐르게 되지요.
그러면서도 수많은 물고기와 생명을 품고 묵묵히 바다로 흘러갑니다.
이러한 속담에는 수양을 쌓아 인격이 높은 사람일수록
남 앞에 겸손하고 자신을 낮출 줄 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겸손한 사람이야 말로 이 땅이 필요로 하는 참 열매를 맺고
세상에 생명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예수님께서 하신 복음 말씀 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예수님은 지상 생애 전체에서 이 겸손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1,14).’
하느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사람이 되어 오셨습니다.
이러한 강생의 신비에는 당신을 낮추는 겸손과 사랑이 담겨 있지요.
또한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먹히는 양식이 되셨습니다.
마치 잘 익은 곡식이 우리 육신의 양식이 되듯이 성체성사의 신비로
우리에게 당신 몸을 참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 주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이 양식을 취하여 세상에 더 많은 결실을 맺게 되지요.
마치 잘 익은 곡식처럼 말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십자가는 당시 이스라엘의 가장 큰 죄인에게 내리는
형벌이었습니다.
아무 죄도 없으신 성자께서 우리 사람의 죄를 대신하여 가장 낮은 모습으로
구원을 이루신 것입니다.
마치 큰 강물이 생명을 품고 묵묵히 흐르듯
주님께서는 우리를 살리기 위해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겸손과 사랑의 가장 큰 표지가 됩니다.
그러니 성부께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살다 가신 성자를 영광스런 부활의 신비로
들어 높여 주셨습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 잔치집 주인이 끝자리에 앉은 귀빈을 더 높은 자리로 올려 보낸다는
비유처럼 말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사람에게는 누구나 남보다 높아지려는 욕심이 있습니다.
남보다 더 부유하고 싶고, 더 높은 직책과 명예를 누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높아지려는 삶은 쭉정이 이삭처럼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하느님 앞에 높은 이가 되려면 예수님과 같이
나를 남보다 낮추는 겸손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삶은 잘 익은 벼처럼 보기 좋은 열매를 내고,
큰 강물처럼 생명이 깃들어 이웃을 살리는 삶이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겸손하게 살아갑시다. - 아멘
대구대교구 김영덕 루가 신부
상해한인성당 km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