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부동산 20채를 사놓고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하다가 절반을 날릴 위기에 처한 한 민영기업인 이야기가 요즘 중국서 화제다.
‘21세기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왕쥔(王君,가명)의 부친은 중국서 잘나가는 민영기업가다. 개혁개방 이후 일용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큰 돈을 번다. 중국내에 부동산도 사두고 은행에 저축도 해 놨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불안하다고 느낀다.
그러던 차에 2008년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터진다. 미국 부동산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동안에도 기업을 해서 돈을 벌면 부동산에 투자를 해오던 중국 기업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2009년부터 시작해서 미국 도처에 부동산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중국서 가까운 하와이에는 별장 6채와 고급 요트 1척을 사 놓았다. 캘리포니아 주에는 곳곳에 10채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뉴욕 주와 매사추세츠 주에도 각각 2 채 씩 고급 주택을 구입했다. 불경기에 사들였다고 하지만 거액이 들어갔다.
목적은 자녀의 후사였다. 중국에서는 부의 대물림이 어려운 만큼 미국에 부를 쌓아 두면 자녀의 교육비나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마침 중국 제조업 경기도 인건비 등 작종 원가 비용 상승과 수출 부진 등으로 부진을 보이기 시작한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민영기업들이 하나 둘 씩 도산하기 시작한다. 왕쥔 부친 기업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한다. 2012년의 일이다. 중국내 있는 부동산과 예금은 모두 부채 상환을 구실로 동결된다. 기업자산이 동결되자 왕쥔네 세 가족은 마침 모친 명의의 예금 통장에 남아있던 돈을 모두 인출해 일단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불행히도 이 무렵 왕쥔 부친은 기업 도산과 압류재산 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영향으로 병을 얻는다. 이국으로 야반도주하면서 치료를 적절히 받지 못하는 바람에 병세가 심해졌고 부친은 끝내 사망한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던 왕쥔은 부친이 미국에 사놓은 20채의 부동산을 찾을 생각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뉴욕에 도착한 그는 부친이 뉴욕과 메사추세츠 주에 사 둔 부동산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사정을 알고 보니 왕쥔 부친은 부동산을 구입만 해 놓고 몇 년 째 관리를 하지 않았다. 현지에 살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지 부동산 업체에 위탁해서 임대를 놓거나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세금을 몇 년 간 못내는 바람에 경매에 넘어가고 지금은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상황이었다.
왕쥔은 일단 다른 사람이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덮어 둔 채 부친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일단 미국 국세 당국을 찾았다. 재산을 찾으려면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내야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각 종 법률적인 처리문제도 골칫거리였지만 가장 놀라게 만든 것은 40%가 넘는 상속세율이었다. 중국에는 없는 상속세는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었다. 미국에서 외국인의 상속세는 징벌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그린카드가 없으면 상속세 감면혜택도 받을 수 없다. 미국 시민들에게는 545만달러(약 60억원)까지는 감면 혜택이 주어지지만 외국인에게는 6만 달러 넘는 부분에 대해 35%에서 40%를 내야한다.
남의 손에 넘어간 4채를 제외하고 16채 부동산을 상속받을 일을 계산해 봤더니 한마디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이었다. 부친이 자신을 위해 미국에 거액을 들여 투자해 놓은 부동산이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재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고 생각만 했지 세금의 나라라는 별칭을 가진 미국의 부동산 투자를 우습게 보는 중국 부자들이 당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미국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중국인들 가운데 세금이나 법적인 절차 등을 알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미국은 실제 내야하는 부동산 세율이 매우 높기로 유명하다 .중국도 부동산 명목 세율은 70%에 달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실제로는 세금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과는 딴판이다.
구매절차도 중국과 비교 안될 만큼 복잡하다. 부동산을 사기 전에는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서 조사비 측량비 감정평가비 등기비와 예상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부동산을 구입한 이후에는 부동산세를 비롯해서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건물 보험료 지역세 부동산세를 내야한다. 임대를 할 경우에는 임대관리비와 임대소득세를 내야하고 팔 때는 자본소득세 에다 거래세와 부동산 중개료 변호사비 등기비 수리비등을 지불해야 한다.
아예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 부동산을 취득하면 될 것 같지만 중국인의 사정은 다르다. 시민권자는 상속세 면세점이 545만달어이지만 중국 등지에 있는 재산도 합산 과세된다. 게다가 조손 상속인 경우 대를 건너가는 만큼 50%를 더 받는 상속세 등 미국 세무당국의 감시를 피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하려하는 중국인들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해외 자산을 상속시키려는 중국부자들에게 미국 부동산에 올인 하는 것을 피할 것을 주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상속자가 조기 사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증여 방식을 활용하면 된다. 수 억 달러대의 대 부호가 아니라면 한 사람 당 매년 14000달러 씩 합법적인 증여가 가능하다. 여기에다 매년 조금씩 개미처럼 자산을 넘겨주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세금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보험 상품을 이용해도 된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를 수익자가 받는 보험에 가입해 주면 사실상 100만 달러를 넘겨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보험은 수익자와 계약자가 다르기 때문에 소득세나 증여세 상속세를 납부할 필요도 없다.
이밖에 장기 신탁인 세대신탁(DynastyTrust)방식도 외국인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합법과 불법투자 사이를 오가는 와중에도 중국 부자들은 여전히 미국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다. 영국의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2015년에 실시한 조사 결과, 중국 부자 42%가 미국 부동산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입도 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이 미국서 구입한 부동산 총액은 220억위안(3조7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2% 늘어났다.
그러나 부동산을 사려는 욕심만 앞섰지 현지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이른바 묻지마 식 투자는 시사하는 점이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