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똥에 관한 근사한 시를 써서
아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세상으로 잘 들어가고
또한 세상에서 잘 나오는 법을 전해 주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애비의 우비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홉 살 아들놈은
바나나똥을 누웠다고 만세를 부른다 어제는
고구마똥을 누고 생고구마처럼 웃었다
지나온 시절은
늘 누다 만 똥 같았다 다들 엉거주춤 팬티를 올리고
팔자걸음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나도 속고
당신도 속았다
바나나똥 고구마똥의 시절을 지나면
매화똥 국화똥 연꽃똥이 만발한 시대가
오리라 적어도
잘 여문 콩똥의 시대는 오리라 믿었다
똥을 내려다보면서
니 똥 굵다고 가르쳐 줄 스승 하나 없이
되다 만 선승처럼
똥통에 갇힐 줄은 몰랐다
그러니 아들아 정말 미안하지만
똥에 관한 근사한 시는 끝내 전하지 못할 것이다
첫댓글 우이~~~~~~~~요^^~ㅋㅋㅋ 그래도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