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진달래꽃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
중앙일보
입력 2023.03.20 06:00
김현정 기자
며칠 쌀쌀한 듯하더니 어느새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햇살도 좀 더 밝고 따듯해지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있죠. 산책하다 보면 키 작은 풀들은 나무 밑에서 나뭇잎이 돋기 전에 얼른 꽃을 피우고, 곤충들도 윙윙거리며 활동을 시작하고 있어요. 마치 한숨 푹 자고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지구의 꿈틀거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식물들이 있어요. 개나리·진달래·산수유·회양목·히어리 등의 나무 꽃들인데요. 이번 호에서는 그중 진달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진달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오래전부터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숲을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죠. 연분홍의 얇은 꽃잎은 곱기도 곱지만 아직 잎이나 꽃을 내는 식물이 없는 이른 봄 숲에서 잎보다 먼저 피어난 꽃의 명도 높은 색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진달래의 학명은 '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입니다. 여기서 Rhododendron은 rhoden(장미)와 dendron(나무)의 합성어로 꽃이 장미꽃 같다는 뜻이고, mucronulatum은 날카롭다는 뜻인데 잎의 끝이 뾰족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어로는 'Korean rosebay'인데 rosebay는 ‘협죽도’라는 식물이에요. 꽃과 잎의 느낌이 비슷해서 그렇게 이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Korean rhododendron'이라고도 하죠.
우리말로 진달래의 어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아요. 진달래를 ‘참꽃’이라 하고 철쭉을 ‘개꽃’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진짜’라는 의미의 ‘진’인 것으로 보이는데 달래는 ‘달려있다’는 뜻인지, ‘다래’의 달래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죠. 한편 두견화(杜鵑花)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중국 촉나라 ‘망제’의 넋이 나라 잃은 설움에 두견새가 되어 밤새 피가 나도록 울더니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라서, 혹은 두견새가 울 때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진달래는 오랜 시간 동안 전국에 걸쳐 살고 있어서인지 예술작품부터 생활 속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고 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도 있고, 여기에 곡을 붙여 노래한 가요도 있죠.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이 마음도 피어~”로 시작되는 가곡도 많이 불리고요. 음력 삼월 삼짇날(3월 3일)이 되면 진달래 꽃잎을 부쳐낸 화전을 먹기도 하죠. 또 진달래꽃으로 빚은 술 '두견주(진달래술)'도 즐겼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흔히 철쭉과 헷갈리는데,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철쭉은 꽃과 잎이 비슷하게 피거나 잎이 먼저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달래 역시 꽃이 아직 있을 때 잎이 돋아나기도 해서 오랜 시간 한 장소를 관찰하지 않은 사람은 헷갈릴 수 있죠. 원래 피는 시기가 다른데, 진달래가 먼저 피고 질 무렵 철쭉이 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