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
가자데~
산적이~
무각사 장터에~
갔지 뭐~
애써 준비한 물건들을 트럭에 싣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일찌감치 밥 먹고 머리 감고, 산적이 닭밥 주고 내려오며 걷어온
달걀마저 닦아 챙기고 고~고~
둔병재 넘고 큰재 넘고 벚꽃이 양 옆에 만개해 가고 있는 만연산 길을 따라 너릿재로.
너릿재 터널 지나자 광주 화순간 직통로이며 5.18 광주 민주 항쟁 때 등장했던
주남마을 입구이기도 한, 늘 붐비는 편도 2차선이 한창 확장 공사중인 곳을 지나.
도로가 확장되면 화순은 광주권이라고 봐도 무방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들을 열심히 봤제~
봄은 봄이더구먼~
벚꽃이야 개나리야 연두빛 새싹들이야~
잘 뚫린 순환로를 따라 금당산 터널을 지나고 송암 터널을 지나고 산적이 가리키는 곳.
그 옛날, 갓난아이인 울 딸을 안고 산책하던, 시골스런 방죽이 현대화된 소공원으로
변신중인 모습을 보며 드뎌 무각사.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듯 사람들이 몰려들더라고~
버섯 가져 왔냐며~
시중에서 파는 큰 새송이 버섯을 따내고 남은 새끼 버섯이거던~
온종일 꼼짝 않고 쪼그려 앉아 골라 내 봐야 하루 인건비 4만원도 제대로 안 나오는~
매주 금요일 버섯 배양장에서 직접 가져다 일일이 손질하는 고행의 버섯이기도 한.
싸게 파니까 인기 만점인.
1봉지 천원에.
내리자마자 한참 정신없이 팔다 손님이 뜸한 틈을 타 장터 구경에 나섰지 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 답지 않은 스프레이 물비가 출발할 때부터 찔끔거리더니만 또 오잖어~
그래도 느긋하게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집에서 쓰던 물건, 학용품, 옷가지들, 헌책들, 인형들.
그야말로 잡다한 생활용품들을 가지고 나와 전 벌리고 있는 사람들.
장터 연 지 2년차여서인지 아직은 그리 크게 활성화 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매우 큰 장터.
알뜰살뜰 서민의 개미장터로 활황을 누릴~
구경하고 돌아와 산적과 임무교대 하고 있는데 뽀르르 파랑새 세마리가 우리곁으로 와
좌판을 벌리더구먼~
인형 한두개, 학용품 한두개, 쓰던 것 몇개 들고나온 초딩 5년생 예쁜 소녀 셋.
무각사에서 나눠 준 깔개 앞에 몇 안되는 물건 늘어놓고 앉아 콩 따먹기 놀이하는
귀여운 파랑새 세마리.
그 소녀들 역시 전 벌린 지 얼마 안돼, 가지고 온 큐빅이 오백원에 팔려나가더니만
2900원 벌었다더구먼~
입가에 번지는 함지박만한 미소~ 이쁘더라구~
손님 뜸해 소강상태를 보이자 웬지 수심끼 있어뵈는 파랑새가,
"우리 불쌍해 보이겠다~"하더라구~
옆에 있던 내가 되받아 쳤지 뭐~
"나는 귀여워 뵈는데~" 라고.
그러자 다시금 새들의 얼굴 가득 번지는 환한 미소.
미소가 예뻤던지 소녀들이 가지고 나온 골프공보다 약간 작은, 분홍색 고무공이 어느분께 팔려나가자
그걸 못내 눈독 들이고 있던 대여섯살짜리 사내아이가 그만 왕창 울음을 터트려버렸다는 거~
어쩔껴~ ㅎㅎㅎ~
재미난 작은 소동도 보다가 물건도 팔다가 엄마와 함께 온 우주도 얼러보다가
장터의 별미 가락국수도 먹고, 가지고 간 계란, 쑥, 은행, 버섯이 이미 동 나,
빈통만 남겨놓고 앉아 있는데 등장하신 무각사 주지 스님.
웃는 모습이 참 천진스러워 뵈는~
장터 관리실장, 광란씨와 몇말씀 나누시다 여기저기 장사 나오신 분들과 자비로운 대면을 해 주시는~
물건도 사 주시고~
순간, 나는 퍼뜩 인천에 살 때의 용산 개미시장을 떠 올렸제~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모여 들어, 자신이 쓰던 것들을 들고나와 중고 아무추어 무선용품들을 사고 팔던~
꽤 활성화되어 자잘한 이런저런 기쁨을 주던~
무각사 장터도 그럴 것이여~
아직은 더 다양화 돼야 하고 참여할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겠지만 곧 그리될 것이구먼~
꼬맹이들에게 물건의 소중함도 일깨우고 돈벌이의 어려움도 가르치는 일석이조의 장터니까.
우리 옆에 날아들었던 파랑새 또래들 중에서 미래의 거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는
희망의 장터니까.
더우기, 무각사가 주축이되어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가 힘을 합친,
종교 연합이 이뤄진 장터니까.
구청장님도 힘을 보태준다던만~
무엇보다, 서민을 위한 장터여서 개미군단이 움직일 개연성이 큰 장터이므로...
백문이 불여일견~ 함 가보셔~
ㅎ~
2010.04.12. 아낙네( http://산적소굴.kr )
첫댓글 요사이 용산 장터는 ... 연세대 운동장에서 하고 있습니다 ^*^
장터 사진기자는 안왔는가 봅니다. 사진이 아쉽네요....
ㅎㅎ 사진은 저희 홈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