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원도심에서 관광으로 가장 뜰 곳이라면?
김선석 전 인천시 연수구 도시계획과장/도시계획학 박사
김선석 전 인천시 연수구 도시계획과
여행을 많이 가는 여름휴가철이 다가옵니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경치나 맛있는 음식 그리고 문화유적 등을 구경하며 휴식을 합니다.
여행은 숙박시설, 음식점, 놀이시설을 통해 필요한 일자리를 만듭니다. 이처럼 여행과 밀접한 관광산업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증가시킵니다.
각 도시는 지역 특성을 살려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애씁니다. 그렇다면 인천 원도심에서 이러한 역량을 가진 곳은 어디일까요? 필자는 중구 신포역 일대인 인천 개항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고유한 근대유산과 명성을 가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18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은 어촌이었던 제물포에 일본과 영국 등 외국인들이 들어와 거주하기 시작합니다. 외국 은행과 영사관 그리고 세관과 호텔이 들어서며 근대화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일자리도 늘어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요. 현재도 역사적인 시가지와 일본식·유럽식 건축물로 거리를 이루고 있어 볼거리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 지역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하나의 방법이라면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할 만한 거리를 조성하고, 맛있는 빵집 하나를 브랜드화하는 것입니다. 마치 대전의 성심당과 군산의 이성당 같은 유명한 빵집을 말입니다.
대전의 성심당과 군산의 이성당의 공통점이라면 빵을 사려면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모여든 관광객 때문에 주변 지역은 볼거리와 먹거리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돼 두 빵집이 지역상권을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심당은 지난해 매출액이 1천243억 원으로 전국에 있는 파리바게뜨 3천419개의 총매출액보다 많았다고 얼마 전 한 언론사가 소개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을 끄는 데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감동을 주는 음악으로, 눈길을 끄는 거리 모습을 갖춰 눈·귀·입이라는 세 가지 감각을 만족시킬 때 비로소 멀리서도 찾아오는 지역이 됩니다.
따라서 인천의 원도심을 활성화하는 사업으로 신포역에서 개항장인 옛 외국인들의 조계지(租界地, 외국인이 자유로이 거주하고 치외법권을 누리도록 설정한 구역)를 카페거리로 조성합니다. 인천항의 창고는 서울 성수동의 옛 정미소였던 대림창고처럼 카페와 공연장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모습으로 변화시킵니다.
신포역은 이성당보다 여러 면에서 접근성이 좋습니다. 우선 교통입니다. 전철로 서울과 시흥, 안산, 수원에서 오기 편리합니다. 신포역에서 동인천역까지는 1㎞로, 충분히 걸으면서 즐길 수 있어 볼거리와 맛집으로 지역을 살릴 수 있습니다.
도시계획 전문가 앨런 말라흐(Alan Mallech)는 저서 「축소되는 세계」에서 "인구 감소는 도시 간에도, 도시 내에서도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쇠퇴하는 도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역 중심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도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뉠 것입니다. 하나는 성장하는 도시, 다른 하나는 소멸하는 도시로 말입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경쟁력을 가진 도시, 성장하는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수학 문제도 정답이 있는 것처럼 행정과 시민이 함께 풀어나가면 이러한 도시를 만드는 해답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