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복지의 국제진출, 성공 경험의 전수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지난 4월 8일 목요일 오후, 서울의 명동 유네스코회관 대강당에서는 ODA Watch가 주관한 제25차 ODA월례토크가 “한국 사회복지의 국제진출, 성공 경험의 전수인가? 새로운 시작인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열기가 뜨거웠으며, 그 열기만큼 논쟁도 풍부했다. 월례토크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l 한국 사회복지의 국제개발협력 참여현황 ------------ODA Watch 한재광 국장
l 사회복지의 국제개발협력 참여사례 ----------------기쁜 우리월드 문기호 사무국장
l <토론> 사회복지에서 바라본 관점 ----------------김세진 사회사업가
l <토론> 국제개발협력에서 바라본 관점 -------------김동훈 국제개발아카데미 대표 |
한국 사회복지의 국제진출-성공경험의 전수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ODA Watch 한재광 국장은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한국 사회복지계의 참여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오랜 기간 역량 있는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해오던 태화복지재단, 은평천사원, 기쁜우리월드 등에서도 새로이 국제개발협력으로 그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한편, 학계에서도 교육과정에 국제협력전공을 두고 국제개발협력 관련 과목들을 개설하고 있는 추세라 보고했다. 그리고 많은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 전공 학생들이 개발NGO 실무자, 인턴, 자원 활동가 및 개도국 현지 파견봉사단원 등 다양한 모습으로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고 있지만 사회복지계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참여는 부족한 상황이라 평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회복지의 국제개발협력 참여사례
기쁜 우리월드의 문기호 사무국장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복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봤을 때, 한국의 사회복지가 비효율적이고 피동적이며, 분배적 성향을 띠어야 함에도 보수적인 성장지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관주도로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 했다. 또한 해외원조사업에 관해서는 막대한 양의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심지어 수혜국이 속국화되는 현상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기쁜우리월드는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등에서 국내의 성공적 복지실천 시스템 모형의 기반을 자립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복지센터를 건축하고 있으며, 장애인 보장구 지원, 아동 학비 및 급식 지원 등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문기호 사무국장 발제 모습
사회복지에서 바라본 관점
김세진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돕는 다는 것에서 해외사업과 사회복지사업은 공통된 지향을 갖는 것이고, 서비스 전달중심, 의존성 심화, 미시적 접근은 양자 모두의 고민이 되야 하며, 우리의 기준은 당사자의 주체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이며, 이를 위해 영역을 구분하기 보다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토론했다.
▲김세진 사회복지사 토론 모습
사회복지의 국제개발협력 참여를 위한 제언
김동훈 대표는 두 영역이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기존의 개발단체의 오류를 사회복지단체들이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걱정했다. 기쁜우리월드의 사업이 차별화 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기존 단체들이 모두 인프라 구축과 컨설턴트에 집중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며,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비전 부재, 공급자 중심의 사업 등 기존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대표 토론 모습
이어서 기존 사례와 현재의 문제점 등에 관한 참여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왜 사회복지단체가 해외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얼마나 사전조사를 하는지? 개발협력분야와 사회복지가 그렇게 쉽게 섞일 수 있는지? 대부분의 국제개발협력사업이 빈민에게 초점을 두고 있지만 산업역량강화가 우선은 아닌지, 국제개발협력사업 현장에서의 의사소통 문제는 없는가 등 다양한 질문과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에는 시간이 좀 부족한 듯 했다.
▲질문하는 참가자 모습
이태주 ODA Watch 대표는 마무리발언을 통해 사회복지나 국제개발협력사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방식을 추구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원적인 문제를 풀어야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번 월례토크에 참여하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사회복지사로서 개발단체에서 일하면서 느낀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이번 월례토크에서 제기된 문제제기를 다시금 짚어보고자 한다.
❍ 한국의 사회복지계는 왜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갖는가?
지난 10여 년간 국내 현장의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면서 사회복지계가 그러하듯 나 역시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 왜 일까? 지구화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사회복지사들은 더 이상 그 영역을 제한하지 않고 지구촌 어디라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있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기에 국내에서의 경험을 해외에서도 나누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소외된 이웃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우리는 변화인자(Change Agent)가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 사회복지와 국제개발협력은 무엇이 다른가?
사회복지는 국민의 생활 안정 및 교육·직업·의료 등의 보장을 포함하는 복지를 추구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좁은 의미의 사회복지는 아동·노인·장애인에 대해 금전 급부 이외의 이른바 서비스 급부의 방법으로 행해지는 여러 활동의 총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넓은 뜻의 사회복지는 사회사업 이외에 사회정책·사회보장·주택보장·공중위생·비행문제대책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넓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좁은 의미로 통용되는 것 같다.
이번 월례토크 참가자들도 그들의 경험과 견해의 차이로 사회복지를 이해하는 정도에서 매우 차이가 났다. 광의의 개념으로 사회복지를 이해한다면, 사회복지실천은 개인과 집단, 지역사회, 국가와 함께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인간다운 삶으로 변화하는데 개입하는 모든 활동과 사회변화를 위한 사회운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제개발협력은 분쟁 및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에서의 인도적인 지원에서 시작되어 점차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도 지구상에 있는 국가들이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초적 발판을 마련하고, 그들의 더 나은 삶(또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 필요한 근본적 요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며,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고쳐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와 국제개발협력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 둘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둘은 같은 의미라고 보는 견해가 맞을 것이다.
국내에서의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의 성공 경험은 문화와 사회적 상황이 다른 개도국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
아무리 좋은 경험이라도 지역과 문화에 따라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성공의 경험들이 참고는 될 수 있으나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혹은 없는가 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도 국제개발협력사업도 변화의 주체가 변화를 인식하고 원할 때 진정한 의미의 변화가 생겨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역량을 강화하고 그들과 함께 변화를 도모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개발협력사업을 하고자 할 때 현지상황을 명확히 조사하고 그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은 필수이다.
장애인, 노인, 도시빈민 등 각종 영역에서 발휘된 국내 사회복지단체들의 헌신성과 전문성, 체계적 시설운영의 장점 등을 어떻게 개도국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복지는 개인의 문제에서 집단의 문제, 지역사회의 문제에 개입하는 다양한 접근법이 개발되었고 좋은 경험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그 접근법을 일부 혹은 전적으로 적용할 수 있겠으나, 그 사회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을 제대로 이해해 그들과 함께 방법들을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개도국 상황에서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할 때, 국내 사회복지사업의 문제점들로 지적되는 서비스전달 중심, 미시적 접근, 수혜자의 의존성 심화 등의 사항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국제개발협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빠른 성과를 내야하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갖는 한계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사회복지계도 그리고 개발협력분야에서도 국가별, 지역별 사회복지(개발)의 목표를 장기적 관점에서 주민과 함께 결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주민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기여해야 할 책임을 공유한다면 지역사회가 변하고, 마을이 변하고, 나아가 그 사회가 변화될 것이다. 수혜자가 받기만 하는 나약한 존재가 아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주체임을 인식하고 접근할 때 수혜자들의 잠재능력은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다.
한국 사회복지계의 국제 진출 - 새로운 것이 아니며 성공의 경험 전수도 아니다.
한국 사회복지계의 국제 진출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그 동안 계속되어온 활동이다. 그러나 관점에 따라 사회복지기관이라 불리어 지기도 하고 국제개발협력단체로 불리어지기도 했다. 물론 국제개발협력만을 본연의 사업으로 추진한 기관도 있지만 말이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이냐 국제개발협력이냐, 혹은 우리가 어디에서 어떤 환경에 살아가느냐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에 기여해야 한다는 우리의 사명을 잊지 않고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된다.
기사 입력 일자: 2010-05-03
작성 : 오선영,sunyoung.oh@sc.or.kr / 세이브더칠드런 중앙관리센터 팀장
출처 : ODA Watch 뉴스레터 41호 2010.05.01 http://www.odawatch.net/50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