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엔 수많은 스포츠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각 종목마다 역사에 길이남을 스타들이 대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현존하는 모든 종목의 스포츠인들 중,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선수는 누구일까? 똑같은 말이긴 하지만, 그 인지도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느 종목의 어떤 스타라도 복싱 전 세계 헤비급 통합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을 능가할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외의 어떤 사람이 단 몇 분을 투자하고도 수백억원의 돈을 챙길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복싱의 'ㅂ'자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타이슨'이란 이름은 익숙한 것이 현실이다.
마이크 타이슨이 이런 유명세를 누리게 된 데에는, 홀리필드의 귀를 무는 등의 엽기적인 행동들이나 링 밖의 문란한 사생활 등으로, 쉬지 않고 세계 언론에 오르락내리락 한 것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이런 이상적인 인기는 근본적으로 초인적인 파이팅 능력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에 기인한다. 비록 현재의 타이슨은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최고를 자랑하는 그의 파이트 머니가 팬들의 여전한 애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타이슨' 이 이름은 아직까진 그 흥행보증수표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VS 프랭크 브루노)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창 메이저화를 꿈꾸는 이종격투계에서는 요즘 '타이슨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사실 이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영원할 것만 같던 타이슨의 힘이 다해가는 데 반해 이종격투전의 세력은 점점 확대되어가는 현실과 맞물려 조금씩 조금씩 실현을 향해 발걸음을 디뎌가는 중이다.
1986년, 마이크 타이슨은 WBC 헤비급 챔피언 트레버 버빅을 침몰시키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무하마드 알리의 복사판 래리 홈즈와 수많은 아류작들(?)의 홍수 속에서 신선한 자극을 원하던 관객들 앞에 혜성같이 등장한 타이슨은 여느 선수들과는 분명히 다른, 관중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는 선수였다. 검은 팬츠에 검은 슈즈. 쇳덩이같은 근육에 범상치 않은 외모...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와 파워.....무자비한 연타....거기다 알리와 홈즈의 달변과 완벽히 대조되는 침묵.......20살이 갓 넘은 이 무서운 인파이터는 헤비급 3대기구를 통일해 처음으로 통합 챔피언에 오른 것은 물론, 자신이 나타나기 전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었던 고만고만한 실력자들을 모조리 패퇴시키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마이클 스핑크스도 여지없이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타이슨은 가장 강한 상대라 할 수 있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급격히 무너져갔고, 이것은 '도쿄 반란'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로 이어졌다. 여기서 타이슨의 전성기는 사실상 끝났다고 할 수 있는데(물론 이 당시에도 몰락중이었긴 했지만), 성추행 혐의로 인한 3년간의 감옥생활은 이를 더 확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수감생활을 마친 타이슨은 곧바로 재기해 챔피언의 자리를 탈환했지만, 공백의 한계를 드러내며 이밴더 홀리필드에게 참패했고, 재대결에선 희대의 핵이빨 사건으로 세계를 뒤흔들었다. 이 시합이 끝나고 타이슨은 또다시 공백기를 가졌는데, 이후의 타이슨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노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홀리필드의 귀를 문 후 포효하는 모습)
간략히 살펴본 타이슨의 인생역정은 그가 현재 인생의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터진 엽기적인 사건-인터뷰 도중 기자의 머리를 포크로 찍어버린-은 얼마 남지 않은 그의 복싱인생에 아예 종지부를 찍어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1과 PRIDE 등 이른바 메이저 이종격투단체들은 '기회다' 싶은 지 민망할 정도의 러브콜을 타이슨에게 보내고 있다. K-1의 이시이 관장은 3년간 15시합의 조건으로 100억엔을 제시했으며, 타이슨VS오가와 전이 실현단계에 와있다고 장담했다가 허풍인 것이 드러난 안토니오 이노끼는 단신으로 도미, 타이슨에게 초크를 걸고 있는 사진을 찍어오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도대체 마이크 타이슨을 왜 그렇게 끌어들이려 하는 것인가?"
어찌보면 답이 뻔한 질문이다. 서두에 전제한 대로, 타이슨은 전 세계 모든 격투가들 중 가장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는 선수이다. 그런 타이슨을 끌어들여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이른바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타이슨과 길거리싸움을 벌인 후의 미치 그린)
하지만 필자는 마이크 타이슨의 참가가 결코 K-1이나 PRIDE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오히려 지금 K-1이나 PRIDE의 운영진들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들 정도이다.
1966년생인 타이슨은 올해 만 35세로, 운동선수로서 환갑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스컴에서 자주 떠들어대는 "이번엔 타이슨이 연습을 착실히 했다. 전성기 때의 체중으로 돌아왔다." 이딴 식의 말로는 더 이상 약발이 듣지 않을 정도로 노쇠해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슨이 글러브를 쉽사리 벗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궁하기 때문이다. 매 경기마다 수천만달러의 대전료를 자랑하는 타이슨이지만 저금은 전혀 없고 오히려 빚만 가득하다는 것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지 않은가.
이시이 관장의 "지금은 우리의 조건이 눈에 차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이런 현실을 꿰뚫어본 것으로, 복서로서의 타이슨의 상품성이 끝난 후를 겨냥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꼴이다. 복싱계에서 쫓겨날 정도로 퇴물이 된 타이슨을 간신히 영입해 K-1이나 PRIDE의 선수들과 싸움을 붙인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어떤 룰로 시합을 치를 것인가? K-1의 이시이 관장은 타이슨이 참가할 경우 복싱 룰로도 시합을 치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이것이 K-1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마이크 타이슨'이라는 이름 덕분에 사람들의 일시적인 관심은 끌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수만금을 들여서 전성기를 한참 지난 복서를 데려와 규칙마저 입맛에 딱 맞추어 준다는 것은, 이미 K-1 그 자체의 독자적인 성격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삼류복싱대회수준밖엔 안됩니다."라고 스스로 꼬리를 내리는 꼴이 아닌가.
만일 타이슨이 이긴다면? 역시 K-1이나 PRIDE는 삼류대회였다는 말이 터져나오며 심각한 악영향-타이슨의 참가 자체로 얻었던 일시적인 긍정적 작용과는 비교도 안될 규모의-을 끼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타이슨이 지면 사정은 반대가 될까? 이것은 처음부터 핸디캡이 있는 '전성기가 지난 복서' VS '최고 위치의 이종격투가들'의 대결이다. 즉, 평생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복싱 세계 챔피언으로 각인되어 온 타이슨은 '복서이기 때문에' 여기서 지더라도 본전인 것이다. 거기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것까지 더해져 수많은 비아냥거림들이 나올 것이다. "타이슨이 전성기 시절이었다면", "타이슨이 연습을 조금만 더했더라면" 등등.......
파이트 머니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현재 K-1 GP의 우승상금은 약 5억원으로 알려져있으며, 지난해 개최되었던 PRIDE GP의 우승상금은 약 2억원이었다. 더구나 양 단체의 선수들은 토너먼트를 비롯한 여러 이벤트에서 주최측의 일방적인 메치메이크에 따라 혹사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갑자기 100억엔 어쩌구 하는 것은 이제까지 그런 강행군을 계속해온 모든 파이터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 칼럼의 내용을 모두 요약한 질문을 하나만 더 던지고 싶다.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축구의 안정환이나 농구의 허재를 데려다 핸드볼 무대에서 각각 축구나 농구를 시킨다고 하자. 아니면 억지로라도 좀 연습을 시키고 핸드볼을 시킨다 해도, 과연 그것이 핸드볼 그 자체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P.S 사실 이번 칼럼은 손질도 별로 못하고 급조된 글입니다...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K-1과 PRIDE의 교류가 한창 이루어지는 모양인데, 위 칼럼의 내용과 일부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도 곧 올릴 계획입니다....
첫댓글 근데 진짜 글 잘 쓰시네~~ 이 말 들으니 진짜 타이슨이 안 나오느니만 못하단 생각도 드네요. 물론 나오길 바라기야 하지만~~ ㅋㅋ 잘 읽었습니다
북극곰의 홈페이지.. 진짜 좋은 글이 많은 듯.. 난 이런건 전혀 생각도 못해봤는뎅.. ㅡㅡ;;
타이슨.. 진짜 멋진 선수^^
빛과 그림자 / 블랙& 화이트, 상대적 양면성.
타이슨...사고만 안치고다니면 최고의 선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