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1
공명, 맹획을 일곱번 잡아 일곱번 놓아주다 (칠종칠금)
"형님... 이제 그만 공명승상께 항복합시다.
싸워봤더니 우린 공명의 적수가 못됩니다."
"맹우... 아가리 닥쳐라. 난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
두 형제가 한창 다투고 있는데,
연락병이 급히 들어와 보고합니다.
"대왕님... 목록대왕께서 왔습니다.
목록대왕께서 엄청난 짐승들을 몰고 오셨습니다."
"목록대왕이 왔다고? 어서 모셔드려라."
"목록대왕... 이게 얼마만입니까? 잘 오셨습니다."
"맹획대왕... 그동안 고생 많았소.
그러나 이제 아무 걱정 마시오.
내가 길들인 맹수들을 데려왔는데,
이름을 <사파리 부대>라고 하지요. 내일은
이 <사파리 부대>가 공명의 군사를 물리칠 것입니다."
"목록대왕... 감사합니다... 진정으로 감사합니다."
이튿날... 전장에는 사람이 아닌,
사자... 호랑이... 버팔로떼... 코뿔소... 코끼리... 등
여러 맹수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도열하여 섰습니다.
"야... 호랭아... 오랜만이다."
"응... 사자야... 너도 오늘 전투에 참가하냐?"
"그래... 우리가 선봉이야. 그런데... 호랭아...
왜 우리가 인간들 싸움에 끼어들어야 하지?"
"응... 삼국지 소설을 쓴 나관중씨가...
그렇게 뻥을 쳤나봐.
사파리 맹수들이 전쟁에 동원되었다고..."
"사자야... 이건 말도 안되는 <구라>구나.
저 도열해 서있는 버팔로떼 좀 봐.
저 소들은 우리 <밥>인데, 우리가 밥하고 함께 싸우냐?"
"그런가봐... 그런데... 저 촉나라 군사들...
저 애들을 우리가 잡아먹어도 되냐?"
"호랭아... 당연히 안되지. 쟤들 갑옷 입고 있잖아.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게 인간들인데...
우리가 인간을 잡아먹었다고 하면 우릴 좋아하겠냐?"
"사자야...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
"응... 그냥 물어뜯기만 해.
전쟁 끝나고 배가 고프면,
저 버팔로 몇마리 슬쩍 잡아먹자."
"사자야... 알겠다. 오늘 용감히 싸우자..."
"저... 사자...호랭이 형님들...
버팔로 잡아드실 때, 저도 한다리 끼면 안될까요?"
"넌... 표범 아니냐?
네까짓게 맹수 축에 들기나 하냐?
눈 깔아... 어디서 건방지게 끼어들어?"
"예... 형님들 죄송합니다.
눈 깔고 조용히 있겠습니다."
"거 호랭이...사자 아저씨들... 조용히 좀 합시다.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니고, 왜 그렇게 떠드는거요?
그리고 우릴 잡아먹어?
함께 전쟁터에 나가는 동료끼리 그러면 섭섭하지."
"버팔로... 알겠다. 나중에 보자..."
이때 전쟁이 시작됩니다.
"자... 사랑하는 나의 맹수들아...
저 촉나라 군사들을 마구마구 물어뜯어라.
全 맹수들 돌격 앞으로..."
으르렁... (호랭이 울음소리)
어흥... (사자 표효소리)
뿌엉... (코끼리가 내지르는 소리)
다...다...다닥... (소떼가 뛰어가는 소리)
전열을 정비하던 촉나라 군사들이 예상치 않은
맹수들의 공격에 혼비백산하여 도주합니다.
"저게 뭐냐? 맹수들이다.
호...호랑이다... 사자도 있다.
으...아... 저건 웬 소떼냐? 수백마리는 되는거 같아.
코끼리도 있다."
"후퇴...후퇴... 빨리 도망쳐라.
아악... 사람 살려..."
이날 전투에서는 촉군이 대패하였습니다.
"승상... 敵들이 맹수를 앞세워 공격합니다.
오늘 전투는 크게 패했습니다."
"걱정 마시오... 내 이럴 줄 알고 <트로이>에
특수한 물건을 주문해 놓았소."
"트로이에 무슨 물건을 주문하셨나요?"
"하...하... 바로 거대한 <트로이의 목마>요.
바로 <일리어드 오딧세이>에 나오는 목마인데...
바퀴가 달려있고, 그 안에 사람들도 탈 수 있소.
또 입으로는 불을 뿜을 수 있는 특수설계도 되어있소."
"말은 사자나 호랑이 밥인데, 맹수들이 무서워할까요?"
"염려 마시오. 그래서 말 모양이 아니고,
험상궂은 괴물 모양으로 만들었소.
일단 짐승들은 자기보다 덩치가 큰 상대에겐
겁을 먹게 되어 있소. 몇일 후 두고 봅시다."
"예...승상... 참으로 주도면밀하십니다."
몇일 후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자... 사랑하는 나의 맹수들아...
오늘도 저 촉나라 군사들을 사정없이 물어뜯어라.
돌격... 돌격 앞으로..."
"자... 호랭아... 오늘도 용감히 싸워보자."
"응...사자야... 오늘도 열심히 물어뜯을께..."
으르렁... 어흥...어흥...
"그...그런데... 사자야... 저...저게 뭐냐?
처음 보는 짐승인데..."
"뭐냐? 저 녀석은 왠 덩지가 저렇게 커?
코끼리보다 더 크잖아.
저...저게... 입에서 불을 뿜네...
저거봐... 버팔로들 등에 불이 붙었어."
"아... 호랭아... 그럼 저 소들...
자동으로 불고기 되는거 아니야? 먹고 가자..."
"저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쫓아오는데,
불고기 먹을 시간이 어디 있냐?
일단... 도망가자. 호랭이 살려... 사자도 살려..."
"으아... 뜨거워... 버팔로도 살려.
사자... 호랭이... 니들 군침 흘리지마.
우리 스테이크 아니거든... 아...뜨거워..."
이날 전투는 남만군의 대패입니다.
더구나 흰 코끼리를 타고 전투를 지휘하던
목록대왕마저도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맹획... 또 잡혀왔구나.
이번이 몇번째인 줄 아느냐?"
"몇번인지... 잘 모르겠소. 그러나 승상은
<동물 애호단체>에서 항의가 들어올 것이요.
소떼와 호랑이 사자 등 수백마리가 화상을 입었소.
더구나 불에 데인 버팔로와 물소를...
호랑이 사자들이 잡아먹는 자중지란까지 발생했으니,
이건 모두 승상의 책임이요."
"하...하... 그 녀석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승상... 한번만 더 놓아주시오.
만약 일곱번째 잡힌다면, 그땐 반드시 항복하겠소."
"좋다... 놓아주마.
그러나 일곱번째도 항복하지 않으면,
그땐 정말 용서치 않겠다."
3 - 12
공명, 맹획을 일곱번 잡아 일곱번 놓아주다 (칠종칠금)
여섯번째 풀려난 맹획 일행은 <은갱동>까지
공명에게 빼앗기고, 어디로 가야할지 망연자실합니다.
이때 맹획의 처남 대래동주가 나서서...
"매형... 오과국에 있는 올돌골 대왕을 찾아갑시다.
여기에서 동남쪽으로 7백리를 가면 오과국이 나옵니다.
그 임금 올돌골은 키가 거의 9척에 가까운데...
그는 밥 대신 매일 아나콘다 한마리씩을
산 채로 잡아먹는답니다.
올돌골의 부하들을 등갑군이라 하는데...
이들이 등갑으로 만든 갑옷과 방패는
칼이나 창에 맞아도 끄떡없고, 활로도 못 뚫는답니다.
또 그 등갑 갑옷을 입으면 물속에 들어가도
둥둥 떠다닌다고 하니, 그들 모두가 천하무적입니다."
"잘됐구나... 당장 오과국으로 가자."
맹획이 오과국으로 가서 올돌골에게 극진히 인사하며,
"대왕... 도와주십시오.
촉나라 제갈공명이 쳐들어왔는데,
도저히 당해내질 못하겠습니다."
"아... 맹획대왕... 아무 염려 마시오.
내가 공명인지... 승상인지... 그 者를 물리쳐주겠소.
우선 배고플테니 식사부터 합시다."
"여봐라... 저녁식사를 가져와라.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아주 큼직한 놈으로 가져와라..."
"예... 대왕님..."
대답을 마친 식사당번들이... 길이 1m가 넘는
아나콘다 2마리를 산 채로 들고옵니다.
"자아, 맹획대왕...
시장하실텐데... 어서 드시죠."
"허...걱... 이...이걸... 어떻게 먹습니까?"
"사양하실거 없습니다.
머리부터 잘 씹어서 천천히 드시면,
<아나고 회>보다 훨씬 구수하고 맛있을겁니다."
"저...전...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서 사양하겠습니다."
우...엑......
몇일 후... 올돌골은 등갑군 3만을 동원하여
촉나라 진영을 공격합니다.
"승상... 험상궂게 생긴 남만군 3만명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위연 장군이 나가서 敵을 무찌르시오."
"예... 승상... 命 받들겠습니다."
"저 야만족들을 모두 물리쳐라...
먼저 궁수들은 활을 쏴라."
촉군의 궁수들이 활을 퍼부었으나...
"장군... 이상합니다.
아무리 활을 쏘아도 적병들이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상하구나... 직접 돌격하여 敵을 무찌르자."
전군... 돌격... 와아...
"아만족은 내 칼을 받아라."
야합...
위연이 칼로 등갑군을 내리쳤는데,
정통으로 칼에 맞은 병사들이 쓰러지지 않습니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정통으로 맞았는데..."
"다시 한번... 야합..."
퍽... (등갑군이 칼에 맞는 소리)
아무리 칼로 내리쳐도 등갑군은 멀쩡히 살아서,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상하다. 후퇴...후퇴... 전군 퇴각한다."
촉군이 물러나자, 등갑군은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모두 강물로 뛰어들더니... 마치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처럼 강물에 둥둥 떠 돌아갑니다.
"승상... 오늘의 전투는 대패했습니다.
저렇게 이상한 부대는 처음 봅니다.
활이나 칼 창에도 뚫리지 않고,
물속에서도 가라앉지 않습니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위연 장군... 수고하셨소.
내가 이곳 원주민 한사람을 불렀으니,
그 원인을 알아봅시다."
공명은 그곳 토박이를 불러 극진히 대접하고,
오과국에 대해 묻습니다.
"승상...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과 방패를
등갑이라 하는데,
그 재료는 이곳에서만 자라는 특수한 등나무로...
그 등나무를 베어 반년동안 기름에 담궈두었다가
꺼내 말리고...
다시 기름에 담근 후 꺼내 말리고...
이런 식으로 아홉번을 말린 후 만든 갑옷이라서,
활...칼...창에도 뚫리지 않습니다.
또 소재가 나무이기 때문에...
물에도 가볍게 뜨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알려주시어 감사합니다."
이튿날 공명은 장수들과 원주민을 데리고,
지형답사를 나갑니다.
"저 계곡 이름이 무엇입니까?"
"저 계곡을 반사곡이라고 합니다."
"반사곡...반사곡... 알겠습니다.
자... 장수들은 다시 진영으로 돌아가,
내 작전 지시를 받으시오."
자아... 무적의 등갑군을 공명은 어떻게
상대하려 할까요? 다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