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 그리고 역사의 도시, 목포
다른 항구가 따를 수 없는 '문향'(文鄕)
110여 년의 기억을 오롯이 담고 있는 옛 골목길을 걸으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축음기를 타고 들리는 듯하다. 곳곳에 둥지를 튼 개화기 건물엔 역사의 향기가 잔뜩 묻어나고, 유난히 많은 예술인을 낸 목포의 숱한 문화공간엔 그 후예들이 내일의 나래를 펴기 위해 끼를 뿜어내고 있다. 음식점 곳곳 문틈서 새나오는 냄새는 침샘을 자극한다. 거기엔 곰삭은 젓갈의 깊음, 펄떡거리는 신선미(味), 해풍을 머금은 짭조름함이 오묘하게 깃들어 있다.
그렇다. 목포는 ‘멋’과 ‘맛’이 넘친다. 폭포 한 바퀴 돌면, 그만 포만감에 젖어든다. 결론은 ‘오감만족의 도시, 목포’, 바로 그것이다. 목포는 이런 밑천을 바탕으로 지금 ‘관광’이라는 또 하나의 옷을 입히고 있다.
‘시선집중…볼거리’, 국제해양관광도시 눈앞
정부가 2007년 3월 ‘해양문화관광특구’로 지정한 것을 계기로, 목포의 변신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인구 24만 명 도시는 ‘인구 100만의 서남권 광역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자신감도 붙었다.특구는 구도심인 북항에서 신도심 평화광장에 이르는 6.9㎞ 거리다. 북항~유달산~원도심~삼학도~갓바위~평화광장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바다 볼거리가 즐비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지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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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토·일요일 사흘간 꼭대기에 불을 켜는 유달산 야경. <목포시청 제공> 2 목포의 명물 갓바위. 관광객들이 갓바위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목포시청 제공> 3 목포의 상징옛삼학도와10여 년의 복원 끝에 모습을 드러낸 삼학도. <목포시청 제공> 4 유달산 노적봉.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일화를 갖고 있다. <목포시청 제공> 5 연중 각종 축제와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목포 평화광장. <목포시청 제공> |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은 유달산권과 갓바위권이다
먼저 유달산 자락으로 달려가 보자.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유달산은 앞바다 삼학도와 함께 목포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다. 해발 288m.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기암절벽에서 온갖 조형미가 묻어나고, 문향(文香) 가득한 눈요깃거리가 많다. 유달산 정문 쪽에 있는 큰 바위 노적봉은 목포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으로 통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봉우리에 이엉을 덮고 군량미로 위장해 놓은 것을 왜군이 대군(大軍)이 진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줄행랑을 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등봉 아래 1만4000평 규모로 만들어 놓은 야외조각공원은 좀체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다. 국내외 유명작가 작품 41점이 서 있다. 1982년 국내 처음으로 꾸민 조각공원이다. 홍도 풍란 등 국내 희귀 난 194종을 볼 수 있는 실내 난공원에서는 단아한 난의 자태와 꽃냄새로 ‘맘씻김’하는 감동이 넘쳐난다. 바로 위 특정자생식물원에선 환경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이른 보호식물 267종을 구경할 수 있고, 직접 살 수도 있다. 한 때 시민들에게 정오를 알리는 신호로 사용됐던 오포대를 지나 올라가면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나온다. 목포 출신 명가수 이난영의 노랫말이 애간장을 녹게 한다. 노래비 앞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3절까지 뽑느라 여념이 없다. 승용차로 15분 거리인 ‘갓바위권’에서도 목포 역사의 속살을 만져볼 수 있다. 목포문화예술이 모두 몰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갓바위’는 바닷가에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있는 형상을 한 한 쌍의 바위. 천연기념물 제500호다. 배를 타야만 그 기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4월 생긴 ‘갓바위 해상보행교’를 걸으며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폭 3.6m 길이 298m 다리는 남농로와 하당 평화공원으로 이어진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은 지상 2층 연면적 3,000평 규모로, 지구 46억년 자연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구촌에서 단 2점뿐인 렙토세랍토스와 각종 해양 파충류 화석이 유명하다. 목포문학관에선 이곳 출신 희곡작가 김우진 선생과 여류소설가 박화성, 희곡작가 차범석 선생의 일생과 문학세계를 볼 수 있다. 인근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선박이 실제 크기대로 보존돼 있고 목포 앞바다에서 인양한 송·원대 도자기 등 온갖 해양유물이 즐비하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1시 목포역에서 출발하는 무료버스로 시티투어를 즐길 수 있다. 남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문화해설사가 함께 한다.
밤이면 더 밝아지는 목포, ‘恨의 도시’서 ‘빛의 도시’로
유달산 낙조대에서 보는 목포의 석양은 감동적인 무성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삼학도·고하도·외달도 등 그 한 많은 사연, 가득한 예쁜 섬들의 실루엣이 장관이다. 해가 떨어지면 고하도에 설치된 오방색 조명등(LED)이 선명히 들어오면서 항구를 비춘다. 유달산 일등바위에 설치된 경관조명은 한 폭의 동양화를 빚어낸다. 동·식물 생태계에 피해가 간다는 여론을 받아들여 금·토·일에만 켠다. 도심 목포극장과 평화극장 앞에 꾸며진 680m짜리 ‘루미나리에(빛의 거리)’도 볼 만하다. 동시에 북항의 ‘풍차 등대, 남항 ‘횃불등대’ 불도 보인다. 뱃길을 안내하는 등대가 조형미와 조명시설을 갖추고 관광자원으로 등장했다. 최대 관심사는 30일부터 시작되는 목포해양문화축제 때 처음으로 선보일 해양음악분수쇼. 평화광장 앞바다 150m 지점에 타원형(좌우 길이 138m, 한 가운데 폭 61m)으로 만든 분수가 물을 최대 70m 높이로 뿜으면서 음악과 함께 각종 100여 가지 그림을 연출한다. 또 ‘삼학도의 전설’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바다에 이만한 규모의 분수대가 설치된 것은 국제적으로 처음이다. 목포시를 관통하는 폐선철도 부지 6.2㎞를 녹색공간으로 꾸며놨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공원 등이 들어섰다. 밤 나들이 길로 좋다.
되살려낸 목포의 상징 ‘삼학도’, 그곳에 이난영 잠들다
대중가요 ‘목포의 눈물’ 노랫말 속에 남은 채 그동안 추억의 섬이 됐던 전남 목포 삼학도가 지난 3월 시민의 품에 안겼다. 10여 년 복원 공사 끝에 그 옛날 3개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포의 상징’으로 통해 온 삼학도는 동쪽 앞바다에 나란히 있던 3개의 섬이었으나 1968~73년 간척공사로 뭍으로 변한 뒤 그동안 지명만 남아 있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초부터 무려 1243억원을 들였다. 무리한 개발 대가를 나중 다시 치르게 된 셈이다. 섬 자체가 파헤쳐져 평지가 돼버린 소·중 삼학도를 되살려내기 위해 흙과 자갈로 원형에 가깝게 봉우리를 만들고, 그 사이에 길이 760m에 이르는 물길을 냈다. 물길을 따라 오솔길과 자전거 도로를 놓았다. 섬 사이를 가로지르는 다리 10곳을 놓아 야간조명시설을 갖췄다.또 곰솔 등 나무 35종 4만여 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대삼학도 중턱에 가수 이난영이 수목장(葬)으로 잠들어 있다. 그의 노래 ‘목포의 눈물’등을 들을 수 있는 음악장치가 돼 있다.
특유의 콧소리와 애간장을 끊어내는 노래에 일제의 한과 호남의 아픔이 녹아있다. 삼학도는 유달산에서 무술을 연마하던 한 젊은 장수를 그리던 세 처녀가 그리움에 지쳐 죽은 뒤 학으로 환생했으나, 그 장수가 이를 모르고 쏜 화살에 맞아죽어 그 자리에 섬 3개가 솟아올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사랑의 섬’ 외달도, 목포의 자랑 ‘석양이 비경’
외달도는 ‘달리도 밖에 있는 섬’이란 의미다. 외로운 섬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짝 잃은 청춘들은 외달도를 ‘사랑의 섬’으로 부르기도 한다. 외달도는 고하도와 달리도 등과 함께 목포의 6개 유인도 중의 하나다. 목포에서 바닷길로 6㎞다. 해변에서 보는 낙조가 아름다워 ‘한국의 100대 섬’으로 꼽혔다. 마을 20여 가구가 거의 모두 민박집을 치고 있다. 그중 해안가에 접한 곳에 정갈한 한옥이 눈에 띈다. 외달도 청년회에서 운영하는 한옥민박이다. 방문을 열면, 대청마루가 있고 바로 앞으로 모래사장의 해변이 펼쳐진다. 남해바다가 정원인 셈이다. 해수풀장도 있어 어린이들도 안심하고 놀 수 있다. 갯벌에서 조개잡이체험도 할 수 있고, 가벼운 산림욕도 할 수 있다.부채꼴 모양의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20분 걸린다. 목포항 여객터미널에서페리가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2시간 간격으로 6차례 운항한다. 여름 때는 오전 6시 50분부터 운항하고, 운항 횟수가 는다.
맛의 별천지 ‘목포 5味’, 맘과 몸이 즐겁다
홍탁삼합, 민어회, 세발낙지, 꽃게살무침, 갈치조림이 목포가 자랑하는 다섯 가지 음식. 1미는 역시 홍탁삼합이다. 묵은 김치에 홍어와 돼지고기를 알맞게 싸서 먹는다. 냄새가 고약하지만, 입에 넣으면 알싸하고 차진 맛에 취한다. 함께 나온 홍어앳국은 술국으로 안성맞춤이다.2미는 민어회다. 민어가 알을 낳기 위해 연안에 들어올 때여서 살이 토실하게 올라있다. 회와 함께 껍질, 부레, 지느러미까지 나온다. 민어회는 여름에 최고의 맛을 낸다. 민어는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제사상에 오르는 귀한 어족이다.
세발낙지는 3미. 다리가 가늘다 해서 그렇게 부른다. ‘다리가 세 개’라는 짐작은 오해다. 목포 인근에서만 유독 많이 잡힌다. ‘갯벌 속의 인삼’으로 통한다. 낙지는 원기회복에 최상의 건강식이다. 연포탕, 회무침, 낙지비빔밥, 갈낙탕 등 13가지 요리로 변신한다. 꽃게살무침이 4미.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꽃게무침과 꽃게살이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한다. 맵거나 짜지 않아,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참기름에 꽃게살무침을 비벼먹으면 더할 나위 없다. 목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손바닥 협쳐 놓은 것만 한 두께 먹갈치 구이까지 곁들이면 밥 두 공기쯤은 순식간에 비울 수 있다.
목포 5미는 바로 갈치조림.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이다. ‘먹갈치’의 본고장인 목포에서는 가을이면 갈치낚시 축제를 연다. 그래서 제 맛을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준치회무침, 숭어, 광어, 농어, 붕장어, 전복 등 맛있는 먹을거리가 널렸다. 목포시는 ‘목포 5미’를 알리기 위해 무안동 유달산 입구에서 옛 중소기업은행까지 453m 구간을 ‘목포 5미 맛집 거리’로 꾸며놓고 있다.
알차고 실한 축제 3마당, 봄꽃·바다·갈치가 주인공
꽃피는 4월 '유달 꽃 축제'가 열린다. 유달산에 봄이 온 것을 환영하는 행사다. 유달산 일대와 로데오 광장, 북항 등이 무대다. 꽃길 걷기, 꽃요리 전시와 시식회, 야생화 전시회, 화초 나눠주기 등이 펼쳐진다. 생선회 썰기, 재즈댄스 등으로 꾸며지는 ‘북항 활어회 난장’도 이색 볼거리다. 7월 말에 열리는 목포해양문화축제는 목포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펼치는 행사다. 하당 신도시의 평화광장을 비롯해, 목포 앞바다가 굿판이다. 윈드서핑대회, 크루즈선 관광, 드래곤보트 대회, 바다콘서트, 세계해양민속춤 경연, 요트승선·노젓기 등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준비된다. 올해는 30일부터 8월 2일까지다. 은빛갈치축제는 10월 중순이다. 하당 평화광장과 영산강 하구둑 등 낚시대를 드리울 수 있는 해변가다. 선상갈치낚시도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축제다. 싱싱한 갈치를 잡아 바로 먹는 회는 정말 고소하다. 9~10월 갈치가 목포 앞바다로 몰려와 전국 강태공들이 몰려온다.
지역정보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려면, 버스로 강남고속터미널을 출발하면 목포까지 4시간 걸린다. 40분마다 버스가 떠난다. 승용차를 타고 갈 경우, 서서울톨게이트(안산)를 통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목포까지 342㎞. 기차는 용산역에서 KTX를 타면 3시간 30분 거리다. 대구·경북에서 갈 때는 88고속도로를 타고 호남고속도로로 들어간 후, 동림IC~빛고을로(시내도로)~광주·무안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를 거친다. 부산·경남권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전남 순천시내로 들어온 후 순천~목포 국도2호선을 달리면 된다. 2011년 11월 광양~목포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한결 접근이 쉬워진다. 안내 (061)270-8430~2(목포시 관광기획과)
(신택리지, 배명재, 경향신문)
2023-11-15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