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 길]
1. 일 시 : 2013년 11월 16일(土) 06:00(대전시청기준)
2. 날 씨 : 맑음
3. 장 소 : 조계산(曹溪山)
4. 해 발 : 장군봉(884.3m)
5. 위 치 :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승주읍의 경계에 있는 산
6. 코스 및 거리
- 코 스 : 선암사매표소 ⇒ 삼인당 ⇒ 선암사 ⇒ 삼인당 ⇒ 비석삼거리 ⇒ 작은굴목재 ⇒ 선암큰굴목재 ⇒ 송광큰굴목재 ⇒ 천자봉 ⇒
천자암(쌍향수) ⇒ 운구재 ⇒ 송광사 ⇒ 송광사매표소
- 거 리 : 약12.3㎞(약06시간 05분)
[길을 나서며......]
애당초 세상에 길은 없었습니다.
길은 사람이 그리워서 사람이 만들어 놓은 사람의 흔적입니다.
[순천 가는 길......]
잠은 지루한 시간을 잊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선암사 주차장에서 길을 시작하며......] - 09 : 20
선암사 주차장에서 앞 선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널찍한 신작로를 만나면 소달구지가 덜그럭 거리며 지나가고 그 뒤로 동네 아이들이 무리지어 쫓아갑니다.
소달구지를 몰던 노인은 뒤 돌아 보며 험상궂은 얼굴에 눈을 부릅뜨고는 "이놈들!"하고 호통을 치며 아이들은 혼비백산 줄행랑을 놓습니다.
가끔 온화한 미소의 소달구지 주인을 만나는 날이면 달구지는 아이들 세상이 되고 맙니다.
[승선교와 강선루]
선암사에 가시거든 승선교 아래 뜬 반달 속 강선루를 바라 볼 일입니다.
냇물에 잠긴 강선루의 풍경도 바라 볼 일입니다.
반석위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승선교 아래를 지나는 바람과 물과 시간을 붙잡아 두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셔도 좋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입은 다물고 계셔도 좋습니다.
[삼인당 그 깊은 뜻은?]
[순천 선암사 삼인당(仙巖寺 三印塘)] - 전라남도기념물 제46호
삼인당은 긴 알모양의 연못안 섬이 있는 독특한 양식으로 선암사 사적에 따르면 신라 경문왕 2년(862)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축조한 것이라고 전한다.
삼인(三印)이란 제행무상(諸行無常人), 제법무아(諸法無我人), 열반적정(涅槃寂靜印)의 삼법인(三法印)을 말하는 것으로서, 모든 것은 변하여 머무는 것이 없고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음으로 이를 알면 열반에 들어간다는 불교사상을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독특한 이름과 모양을 가진 연못을 선암사에서만 볼 수 있다.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삼인당 그 깊은 뜻 헤아릴 수 없지만 조그마한 섬 가득 핀 꽃무릇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것도 괜찬은 일입니다.
그냥 연못이려니 생각지 마시고 한 번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고 그 깊은 뜻도 헤아려 보시면 전에 보았던 삼인당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맘속에 들어와 자리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중에서.....
선암사에 들어 설 때 속세에 찌든 마음은 모두 삼인당에 던져버리고 텅빈 마음으로 들어오셔야 합니다.
[선암사에 들어 서며......] - 10 : 00
암산조
사선계
익숙치 않은 것들에 대한 일침! 조계산 선암사입니다.
매화나무, 왕벗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그리고 담장 너머 은행나무를 기어오른 마삭줄.......
내 기억 속 선암사는 백화등 향기 그윽한 절집의 풍경입니다.
유월! 선암사에 들러 백화등 향기 코끝을 간지럽히면 이곳을 찾아 볼 일입니다.
[선암사 뒤깐]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선암사에 가시거든 뒤깐에 들러 바지춤 내리고 시원하게 근심을 덜어내고 볼 일입니다.
왜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하늘을 날며 풀잎들이 손수건 꺼내 눈물 닦아 주는지~
새들은 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리는지.......
뒤깐 큰일을 보시는 중에 큰일보는 소리에 행여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면 삼인당에 들러 그 맘을 버리고 올일입니다.
눈물이 나는 날에는 선암사로 훌쩍 떠나 볼 일입니다.
[송광사로......] - 10 : 27
길은 송광사로 이어집니다.
선암사와 송광사 참 잘 어울릴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관계입니다.
그 근본은 똑같음인데.......
[비석삼거리를 지나며......] - 10 : 30
선암사 부도밭을 지납니다.
절로 손이 모아지고 고개가 조아려 집니다. 그저 옛 사람에 대한 예우입니다.
숨소리도 잠든 고요한 길에 감도는 인기척에 오직 나만이기를 바라는 헛된 욕심을 부려봅니다.
다 부질없는 나만의 욕심입니다.
[선암사 작은 굴목재에서 큰 굴목재로......] - 11 : 35
길은 선암사 작은 굴목재에서 큰 굴목재로 이어집니다.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소릴 들어는 보셨습니까?
빈 나뭇가지 사이 들어오는 늦가을 햇볕을 보셨습니까?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볼 일입니다.
[큰 굴목재를 지나며......] - 11 : 52
길은 큰 굴목재에서 송광사로 이어집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기 전 들려야 하는 보리밥집입니다.
사람들 북적거리지 않는 날 양지바른 보리밥집 툇마루에 걸터 앉아 보리밥 한 그릇에 탁배기 한 사발 마셔볼 일입니다.
[송광 큰 굴목재를 지나며......]- 12 : 37
길은 송광사 큰 굴목재에서 천자봉으로 이어집니다.
조릿대숲 사이로 난 길에 햇볕이 반짝거립니다.
아스라히 들어오는 천자봉 그 널린 조망을 상상해 봅니다.
[천자암봉을 지나며......] - 12 : 50
천자암봉에 서면 하늘이 내려와 앉고 땅이 하늘에 걸쳐있습니다.
잠시 짐을 벗어 두셔도 좋습니다.
이곳을 그냥 휭하니 둘러보고 지나쳐 가신다면 당신은 여유를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저 오솔길 끝 녹차밭을 지나면 천자암이 있습니다.
[천자암 쌍향수를 바라보다.......] - 13 : 40
화사한 볕 가득 노란 은행잎 나뒹구는 천자암의 풍경 속 늦가을 고즈넉함이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천자암 쌍향수!
이 한 쌍의 나무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도 좋을 일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당신의 마음입니다.
[송광사로......] - 14 : 00
길은 천자암에서 송광사로 이어집니다.
함께 걸어도 좋을 길입니다.
아무말 없이 그냥 타박타박 걸어도 좋을 길입니다.
가끔은 널찍한 길에서 손을 맞잡고 걸어도 좋을 길입니다.
[운구재에서 송광사로......] - 14 : 25
길은 운구재에서 송광사로 이어집니다.
낙엽밟는 소리를 듣지 못 했다면 이곳에서는 그 소리를 한 번 들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저녁해 기우는 어스름한 산길을 보지 못 했다면 이곳에서 한 번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굽이진 길 끝에 송광사가 있습니다.
[송광사에서......] - 14 : 50
송광사에 들르시면 삼청교 위에 세워진 우화각을 멀리서 바라 볼 일입니다.
송광사에 들르시면 삼청교 아래 개울에 비친 반영을 바라 볼 일입니다.
송광사에 가시거든 대웅전 뒷 뜰을 둘러 볼 일입니다.
[일주문을 나서며......] - 15 : 15
일주문을 나설 때면 늘 아쉬움에 잠시 내려놓았던 속세의 짐들을 다시 짊어져야 합니다.
잠깐입니다.
잠깐의 해탈! 그 해탈의 경지도 이곳 일주문에서 늘상 갈립니다.
늦가을 단풍잎이 붉습니다.
호랑가시나무 그 향긋한 내음을 쫓다 보면 자칫 가시에 찔릴 수 있습니다.
[송광사 매표소에서 길은 끝이 나고......] - 15 : 25
길은 송광사 매표소에서 끝이 납니다.
[길을 끝내며......]
길!
길 위에 흐르는 시간을 쫓았습니다.
길 위에 나뒹구는 삶의 잔상을 쫓았습니다.
혼자 걷기에 좋은 길! 그 길 위에 내 발자욱을 남기고 돌아오는 길! 아쉬움 가득 다음을 기약합니다.
다음에는 혼자가 아닌 함께 거닐고 싶었습니다.
고독한 내면의 세계 보다 정겨움으로 가득 찬 내면의 세계를 만들어 볼 일입니다.
그 때는 혼자가 아닌 너와 나 우리가 되고 싶습니다.
첫댓글 산행하는동안 안 보이시기에 컨디션의 난조인가 했어요
천자암 쌍향수 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고 하지요
그곳에 가지 못하여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접해서 다행입니다
가끔은 혼자서 걷고싶을때가 있어요 늘 좋은 글 잘 봅니다 ^^
깊이있는 사색의 공간을
자유롭게 거닐다 오신 느낌이
전해지는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앞서 세분의 후기에 플러스 하나.
못가본 산행의 아쉬움이
크기만 합니다..
천자암 쌍향수 담지못해 아쉬웠건만 님께서 소원을 풀어주셔 넘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우님,,,수고 많았습니다...감사히 보고 갑니다..
가지 않는 길, 만추의 사색, 멋져요.
여유와 낭만과 사색을 즐기면서 여행 다녀오셨네요^^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멋진 감상을 잘 전달받았네요
불량감자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괜히 숙연해지는 글입니다
혼자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많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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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귀처럼 다음엔 혼자가 아닌 너와 나 우리가 함께 거닐 수 있는 산행 되시길 바랍니다...
역시 멋져부러~~~요.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다녀온듯이 잘 전달받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